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85화 (85/114)

85화

리오넬 메시

현대 축구의 지존(至尊)은 누구인가?

챔피언스 리그 역대 최다 득점자이자 발롱도르만 5번 받은 역대 최고의 골게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분데스리가의 왕이자 명실상부 다음 시즌 발롱도르 수상이 유력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월드컵 골든볼 출신이자 세리에 한 시즌 골 기록을 갈아치우며, 이탈리아를 말 그대로 폭격 중인 전상욱.

세계 축구를 수놓고, 지배하고 있는 월드클래스 이상의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 있었으나, 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는 두말할 것 없는 리오넬 메시이며, 우린 그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만 31살의 나이로 시즌 50골 15도움을 기록 중인 그는 최전성기에 비해선 다소 내려왔으나, 현재 그라운드 내에서의 영향력과 활약은 데뷔 이후 최대치를 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챔피언스 리그 8강 맨유전에서 통산 600호 골을 성공시킨 그는 자신이 왜 축구의 신인지, 펠레·마라도나를 잇는 역대 최고의 선수인지 증명했다.

그런 축구황제의 다음 상대는 자신과 호날두 이후 새로이 신계를 노크하는 위대한 아시안이었다.

***

인테르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전을 앞둔 누캄프 경기장 안을 홀로 걸어 다니는 메시.

훈련은 애초에 끝났고, 모든 선수들이 퇴근했으나 홀로 메시만이 남아 내일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애썼다.

“신도 긴장을 하긴 하는군.”

메시의 동료이자, 친구인 현 바르셀로나의 주전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메시를 보며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인테르 수비가 강력하긴 하지.”

“음, 콘테가 팀을 잘 만들었어.”

“슈크리니아르는 동 나이대에서 가장 뛰어나고, 더브레이는 우리 팀 같이 짧은 패스하는 팀을 압박하는데 뛰어난 선수고, 고딘은 이 양반은 회춘을 한 건지 아틀레티코 때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

인테르의 3백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단단하고 뛰어난 수비를 보이고 있으며, 이들을 통솔하는 감독은 수비 전술을 대명사로 불리는 안토니오 콘테였다.

“인테르 수비가 단단하긴 하지. 근데 레오, 널 넘을 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역대 최고의 선수이자 팀 에이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는 수아레스. 고딘이니, 더브레이니 별 상관하지 않았다. 자신의 옆에는 무려 컨디션 좋은 리오넬 메시가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걱정되는 건 인테르 수비가 아냐.”

“뭐? 그럼 뭔데?”

“진. 그놈이 제일 문제야.”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는 메시의 말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웃어 보이는 수아레즈.

“지금 피케와 로베르토가 있으면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필요하면 알바랑 세메두도 들어오면 되고. 그래도 놈들이 이걸 뚫어 내면 우리가 득점 쟁탈전이라도 벌이면 되지 않겠어? 너 설마······.”

수아레스는 순간 친구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으며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진, 그놈이 잘하는 건 인정하는데······ 아직은 아냐.”

바르셀로나 전체가 전상욱 한 명에 삼켜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메시는 이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 아직은 아니지. 근데 그놈 성장하는 걸 봐. 프로 데뷔하자마자 30골을 쑤셔 박더니 월드컵 골든볼에, 이번엔 50골을 넘게 넣어. 성장하는 속도가 괴이하다 못해 두려울 정도야. 그 호날두마저······.”

이 대목에서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이마를 누르며 말하는 메시.

호나우지뉴가 유스 시절 자신의 진가를 알았던 것처럼 메시는 전상욱의 재능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단순 세계 최고의 선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대표할 재능을 가졌으며, 나아가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넘을 수 있는 유일한 선수임이 틀림없었다.

“명심해 루이스, 놈을 호날두라고 생각해. 아니- 나와 상대한다고 생각해. 그 정도 각오로 경기하란 말이야.”

이 말만 남기고 사라지는 리오넬 메시. 수아레스는 그가 지나간 자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별생각 없이 중얼거린다.

“널 상대한다면······ 이길 수 없는데······?”

***

전상욱은 지금 회귀 후 어느 때보다도 설레고 있었다.

다니엘 잭슨 시절, 자신의 드림 클럽이었던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그 상대가 역사상 최고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호날두가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라면, 메시야말로 시대를 정복한 선수다.

“지쳤다, 아마 바르셀로나 전에선 제 컨디션이 다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어.”

누구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던 상욱.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스피드도, 슈팅도, 경기 지배력도 시즌 초반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으나 집중력 하나만큼은 어느 때보다 최상이었다.

“널 잡고 결승으로 간다.”

왕좌에 오르려면 왕이 되어야 한다. 메시마저 잡고 빅이어를 들어 마침내 시대에 정점을 찍고 싶었던 상욱이 설레는 맘으로 경기장에 나섰다.

***

[축구 황제의 진정한 대관식이냐! 한 시대의 끝,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냐! 올 시즌 최고의 경기가 누캄프에서 펼쳐집니다! 오늘 경기의 중요 포인트라면 메시와 진의 맞대결을 꼽을 수 있겠죠?]

[네, 그렇습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와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될’ 선수가 맞붙는 경기죠. 부상 복귀 이후 지난 리그 경기에서 쉰 메시와는 달리 마지막까지 스쿠데토 경쟁 때문에 리그 풀타임 출전한 진. 양 선수 컨디션 차이가 있을 것 같긴 한데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양 팀 모두 비슷한 경기와 비슷한 전술과 비슷한 스타일을 가지고 경기에 나섰다.

강력한 전방 압박을 기반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며, 공을 소유하고, 필요할 때마다 뎀벨레와 그리즈만 같은 강력한 윙어들이 수비진을 돌파해 내는 바르샤.

단단한 수비로 진영을 지키고, 풀백의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공수 완벽한 밸런스를 잡은 인테르.

[득점만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양 팀 모두 정말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강력한 압박과 후방에서부터 이어지는 깔끔한 전개, 감히 현대 축구의 정점이라 부릴 만한 경기입니다.]

챔피언스 리그 4강이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 강력한 두 팀이나 이들의 필살기는 따로 있었다.

[오른쪽 터치라인에서 메시가 공 받아 들어갑니다. 어······ 아! 순식간에 3명 돌파!]

메시의 드리블은 특별했다. 미칠 듯한 속도의 팬텀 드리블로 수비수 사이를 빠져나감과 동시에 방향 전환을 위해 필드 위를 오른발로 쓱쓱 디디며 감속한다.

[메시가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네요.]

[네, 갑자기······ 어어!]

급격하게 줄어든 속도에 수비들이 옳다구나 하고 달려들었으나, 이는 체력이 빠진 것이 아닌 방향 전환을 위한 감속이었다.

메시가 급격히 방향을 바꾸자 함께 넘어지는 더브레이와 브로조비치.

[방향 틀었습니다! 오른쪽 그대로 감아찹니다아! 들어갔습니다! 전반 23분! 선취골! 리오넬- 메시입니다!]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골! 이것이 한 시대의 정점에 있는 선수의 실력입니다!]

골을 넣자마자 홈 팀 서포터석으로 가 두 팔을 들고 조용히 눈을 감는 메시.

“Leo!”

“messi, mesi!”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인테르의 수석코치 스텔리니가 심술궂게 이죽거린다.

“진짜 자기가 예수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군.”

코치의 짜증에 이를 듣고 있던 콘테가 슬쩍 웃으며 말을 잇는다.

“걱정하지 마. 신은 저쪽에만 있는 게 아니야.”

“······네?”

“우리도 있잖아. 심지어 메시보다 10살 이상 어린 예수가 말이야.”

메시의 선제골이 들어가자 상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플레이를 곱씹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상상 이상의 재능. 상욱은 그의 플레이를 보며 공포와 동시에 설렘을 함께 느꼈다.

이 시점에서 메시는 자신보다 분명히 우위에 있는 선수다. 아직 넘어야 할 벽이 있다는 사실에 상욱은 행복했다.

“네가 요새 메시 후계자니, 제2의 호날두니 떠들고 다닌다며?”

비슷한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으나 이제 서로 격차가 하늘과 땅 차이인 우스만 뎀벨레가 서툰 영어로 시비를 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욱과 자신은 비슷한 레벨에서 평가받았는데 지금은 차이가 그 차이가 명확해졌다.

메시의 후계자라는 칭호는 누가 봐도 같은 팀에 있는 자신이 되어야 할진대, 모든 영광은 갑자기 튀어나온 아시안이 가져갔으니 뾰로통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뭐? 후계자? 난 고작 그딴 게 아니야.”

“그딴 거라니······ 너 지금 제정신······.”

상대의 시비를 정면으로 받아 든 상욱이 씩 웃으며, 어느 때보다 진지한 투로 말했다.

“난 누구의 밑에 있는 선수가 아냐. 스스로 역사를 창조하고 만들어 내는 존재지.”

그 말만을 남기고 앞으로 재빨리 뛰어 들어가는 상욱.

[인테르의 공격 전개가 매섭습니다. 둠프리스가 라우타로에게 전달하고, 라우타로 돌파하는데- 상황 여의치 않습니다. 바로 진 쪽으로 연결.]

상욱이 공을 받았으나 이미 바르샤의 4백 수비가 진을 치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선 측면으로 공을 이동하거나 살짝 뒤로 빼서 볼을 돌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나 상욱은 오히려 전진했다.

[진이 절묘한 상체 페인팅! 라키티치 발 뻗어 보지만 그대로 넘어집니다! 진, 그대로 돌파합니다!]

빠르게 돌파하는 척하며 수비 라인 깊숙이 들어갔던 상욱. 진을 치고 기다리던 선수들이 달려들자 그는 상체 페인팅과 동시에 디딤발인 오른발을 딛으며 감속 후 빠르게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믿을 수 없는 스피드! 그대로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합니다! 방금 메시가 보였던 플레이를 그대로! 보여 주는군요!]

[순식간에 골키퍼 정면! 진 그대로! 골골골골골골! 어나더클래스! 보라 이겁니다! 메시! 네가 하는 거 나도 할 수 있다! 아니, 내가 더 뛰어나다! 이겁니다!]

골을 성공시킨 상욱이 아까 메시가 했던 것과 똑같은 자세로 원정팀 서포터 쪽으로 다가가 팔을 벌리며 눈을 감자 인테르 팬들은 거의 졸도라도 할 만큼 흥분해 목이 터져라 상욱의 이름을 외쳐 댔다.

전반 내내 환상적인 움직임을 보인 두 명의 에이스는 후반전엔 더욱 경기에 집중했다.

상욱이 상대 수비진을 찢어 놓고 날카로운 슈팅을 하면 이후 메시가 비슷한 플레이로 상대를 부수고, 메시가 환상적인 킬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면 상욱은 당연하다는 듯 재빠른 패스로 상대를 공략했다.

[경기 수준도 높은데 메시와 진, 오늘 양 선수의 활약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입니다.]

[시대를 대표하고, 대표할 선수들의 대결이니 더 그렇구요, 양 팀의 경기가 너무 팽팽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승부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경기는 무너질 겁니다.]

다소 무리해서 하프라인 밑까지 내려와 미드필더들과 함께 상대를 압박하던 상욱은 마침내 볼을 탈취하고, 동시에 상대 진영으로 미친 듯 뛰어 들어가는 라우타로를 발견 후 그대로 스루패스를 했다.

[오늘 경기 최고의 패스가 진의 발끝에서 나옵니다!]

순식간에 하프라인을 지나 상대 페널티라인까지 연결되는 공.

[순식간에 라우타로 쪽으로 연결됩니다! 이거, 이건 처리해야 합니다! 그렇죠! 라우타로오오오오!]

[후반 77분! 균형이 무너집니다! 인테르의 역전 골! 원정팀이 이 경기! 앞서 나갑니다!]

***

“아직 아냐.”

그리고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메시가 이를 악물고 뛰어 들어간다.

“너한테 밀릴 시기가 아직, 아니 최소한 지금은 아니다 꼬마야. 오늘은- 내가 이긴다.”

<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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