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84화 (84/114)

84화

이적이냐, 잔류냐

“진!”

패배했음에도 반니스텔루이 감독은 밝은 표정으로 상욱에게 다가와 진한 포옹을 나눴다.

“좋은 경기였다, 진. 그때보다 성장했을 줄이야. 역시 너는 대단한 놈이다.”

“감독님······.”

경기가 끝난 후에야 친정팀과 옛 스승을 혼자 힘으로 박살 낸 게 신경 쓰였는지, 상욱이 멋쩍게 웃으며 다소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하지 마라, 진. 그건 패배한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거야.”

“그래 개자식아. 우린 이번 시즌 유럽 최다득점 팀을 무실점으로 막아 냈다고.”

반니뿐 아니라 근처에 있던 하디 역시 의연하게 말한다.

경기에는 패배했으나 그 인테르를 상대로 팽팽하게 맞선 것은 그만큼 psv의 경기력이 좋았다는 반증이리라.

“그러니까- 즐겨. 우린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다해 싸웠고, 너와 네 친구들은 그걸 이겨 내고 승리한 거니까.”

옛 스승과 친구의 말에 성취와 미안함 등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상욱이 하디에겐 늘 그렇듯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며 장난치고 반니에겐 다시 한번 포옹하며 사제 간의 정을 나눴다.

“진, 넌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거다. 그러니까 누구보다 많이 뛰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해라. 그리고 언젠가는······.”

이 대목에서 그는 뭔가 짐작 가는 것이 있다는 듯 슬쩍 미소를 보이며 중얼거린다.

“다시 내 선수로 돌아와.”

“어어어- 수고했소! 뤼트, 정말 멋진 경기였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콘테 감독이 어느새 득달같이 달려와 상욱을 자신의 뒤로 보낸 뒤 반니에게 악수를 청한다.

“8강 진출을 축하합니다, 안토니오.”

“진, 인사는 다 했니? 끝났으면 진을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알다시피 우리 일정이 좀 빡빡해서 말이오. 얼른 이 친구를 휴식시키고 싶네만.”

반니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상욱과 어깨동무를 하고 최대한 친한 척 걸어가든 콘테.

“젠장, 왜 너만 보면 이렇게 질투심이 생기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내가 19살짜리 꼬마한테 무슨······.”

혼잣말을 뱉어 대던 그는 완전히 지쳐 깊게 한숨 내쉬는 상욱을 보며 놀라 묻는다.

“어디 아프거나 힘든 거 아니지? 억지로 참고 뛰다가 부상 심해지면 죽여 버릴 거다.”

“괜찮아요, 감독님. 그냥 지친 것뿐이에요.”

“진짜지?.”

“아오! 제발요. 저 쉬고 싶어요.”

다소 귀찮아하는 상욱의 모습에 콘테도 자존심이 있지, 그를 놓아주려다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하나만 더 물어보자. 너 이적설 나던데 설마······ 이번 시즌 끝나고 바로 이적할 생각은 아니지?”

“······에?”

“어라? 이 새끼 봐라. 너 왜 대답 안 해?”

괜히 못 들은 척 뛰어가는 상욱을 보며 소리치는 콘테이나 이미 상욱은 이미 버스에 탑승한 상태였다.

***

2019년 5월.

막바지에 이른 세리에는 이제 누가 우승하고, 누가 유럽대항전에 진출하고, 누가 강등되는지 거의 옥석이 가려지고 있었다.

리그 35라운드까지 진행됐을 무렵 1위 인테르는 유벤투스를 승점 4점 차로 따돌리며, 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챔피언스리그는 8강을 넘어 4강에, 코파 이탈리아 역시 결승전에 진출한 상태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시즌의 인테르야말로 09-10시즌 무리뉴의 위대한 인테르를 9년 만에 재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콘테의 백쓰리 전술과 후방 빌드업에 세리에를 강타했다.

더브레이-슈크리니아르-고딘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수비와 바렐라-브로조비치 등이 이끄는 중원, 라우타로는 올 시즌 인테르의 가장 중요한 선수로 평가받았으며, 윙백으로 자리를 전환한 페리시치는 이미 리그 베스트의 자리를 하나 확보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소릴 들었다.

좋은 감독과 좋은 전술, 좋은 선수들이 함께하는 인테르이나 이 팀이 놀라운 이유는 당연히 전상욱 때문이었다.

[전상욱 리그 36호 골! 세리에 한 시즌 최다 골 타이기록!]

[인테르 역사상 최고의 선수, 유럽마저 삼킬까!]

인테르 역사상 최고의 영입, 리그 역사상 최고의 재능 등 어마무시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그는 프로 데뷔 2년 만에 완벽한 공격수, 아니 완성형 축구선수가 됐다.

공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비와 패스, 시야 등 축구선수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가진 그는, 아시안 컵으로 6경기를 결장했음에도 29경기 36골을 기록하며 득점 1위에 올라 있었다.

호날두가 29골로 2위를 달리고 있으니 득점왕은 거의 확정이라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챔피언스 리그 역시 순항 중이었다.

psv를 잡은 인테르는 8강에서 무려 유벤투스를 꺾고 올라온 포르투를 상대해서 1차전 2:1, 2차전 3:1, 세트 스코어 5:2로 깔끔하게 4강까지 진출했다.

이제 시즌 종료까지 몇 경기 남지 않았다. 인테르의 목표는 남은 경기에서 모두 우승해 시즌을 영광스럽게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

2018-19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조르제 멘데스는 이맘때 늘 듣던 고객들의 이적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조르제! 무리뉴가 다음 시즌 토트넘 핫스퍼로 부임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정말인가요?”

“아직 논의된 바 없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죠.”

“주앙 펠릭스가 올여름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중 한 팀으로 이적을 고려 중이라는데 맞나요?”

“몇 개 클럽과 접촉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협상이 진전된 것 없습니다.”

시즌이 끝날 무렵, 또는 스토브리그 기간이야말로 에이전트가 가장 바쁘고, 제 역할을 할 시간이다.

멘데스는 이미 화려한 언론 플레이를 이용해 고객들의 최대 이익을 위해 여러 클럽들과 접촉하고 있었으며 이미 몇 가지 이적 건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무리뉴, 호날두, 페페 등 여러 슈퍼스타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던 그의 이번 시즌 최대 고민은 향후 자신의 최고 고객이 될 전상욱이었다.

“조르제, 이 질문까지만 대답해 주세요. PSG 알켈라이피 회장이 이번 여름 영입 1순위로 진을 언급했는데, 들어온 이적 제의가 있나요?”

“바르셀로나에서 루이스 수아레즈의 장기적인 대체자로 진을 영입하는데 확실한가요?”

“맨체스터 시티가 진 영입을 위해 팀의 9번을 비워 놨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유럽 유수의 빅클럽에서 상욱에 대한 영입을 제안해 왔고, 그 액수도 최초의 5천만 유로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앞서 질문하신 클럽들에서 진에게 관심을 보낸 것은 사실이나 제대로 협상 중인 클럽은 없습니다. 우리 고객께서는······.”

잠시 생각에 빠져 먼 산을 바라보던 멘데스가 이내 기자들을 둘러보며 말을 잇는다.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까진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실 겁니다. 지금은 인테르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을 하긴 했으나 멘데스 역시 상욱의 결정을 궁금해했다.

이적이냐, 잔류냐. 이적한다면 어떤 팀으로 갈 것이냐. 얼마 전 만남에서는 바르셀로나로의 이적을 선호했던 상욱이었으나 지금은 또 어떻게 변했을지 모른다.

기자들과의 인터뷰가 끝난 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혼잣말로 속삭이는 멘데스. 그러면서 현재 상욱에게 이적 제안이@(추가) 온 클럽리스트를 정리했다.

PSG, 맨시티, 바르셀로나뿐 아니라 맨유, 도르트문트, 리버풀, 아스날 등 전 유럽에 있는 모든 빅클럽들이 상욱을 품에 안길 원했다.

“어딜 가도 상관없어. 당신은 어디에서든 우승할 테니.”

앞으로 전상욱과 함께할 미래를 계획하고 있던 멘데스는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인테르vs바르셀로나

리버풀vs맨체스터시티

“마침 대결 상대도 완벽하군.”

상욱이 다음 시즌 선호클럽으로 찍었던 바르셀로나. 그는 와인을 입에 갖다 대며 이죽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왕이 되려면 진······ 왕을 넘어야 해.”

바르셀로나, 그리고 ‘누캄프의 왕’ 리오넬 메시를 상대할 새로운 축구황제를 볼 생각에 어느 때보다 설레는 멘데스가 즐겁게 남은 와인을 털어 넣는다.

***

“진, 괜찮니?”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앞둔 시점. 콘테 감독이 안쓰런 눈으로 상욱을 바라본다. 마피와 두목이 아닌 정말 아버지와 같은 모습이다.

“네, 뭐 뛸 만해요.”

감독의 물음에 가볍게 중얼거리는 상욱. 그러나 몸 상태가 대단히 좋은 것은 아니었다.

프로 데뷔 이후 풀타임을 처음 뛴 그는 리그 후반기로 갈수록 지속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져 갔고, 체력적으로도 한계를 느꼈다.

리그와 각종 대회를 포함해 시즌 50골을 넘기는 쾌거를 이루긴 했으나, 시즌 초반에 포스에 비하면 오히려 기대보다 낮은 성적이라 불릴 정도로 그는 지쳐 있었다.

물론 지금 보이는 폼은 월드클래스 선수 이상을 보여 주고 있었으나 그건 ‘정상적인’ 선수의 경우고 상욱은 이보다 좀 달랐다.

“팀닥터는 뛰는데 문제는 없을 거라지만, 휴식을 권유하고 있어. 물론 나 역시 네가 그러길 바라. 근데 진······.”

콘테가 말 대신 어깨를 으쓱거리자 상욱은 이를 이해한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대로 경기를 안 뛸 생각은 없겠지?”

“물론이죠.”

콘테와 비슷하거나 아니, 콘테보다 더 승부욕이 강한 상욱은 단순히 지쳤다고 해서 결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앞으로 10경기 채 남지 않은 이번 시즌을 모두 선발로 뛰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일단 내일 훈련은 쉬고 집에 있어. 구단에서 아침, 점심으로 스포츠 트레이너 보낼 테니까.”

처음에는 약간 미친 사람 같았으나 이젠 아버지이자 좋은 형 같은 콘테가 직접 그의 짐을 챙겨 주며 말한다.

성격이 더러운 것이지, 결코 싸이코패스는 아니었던 콘테는 늘 상욱에게 친절했고, 자신의 애정을 아낌없이 내보이며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는 상욱을 진심으로 아꼈다.

“1년 전이라면 미친 소리라고 생각하겠는데.”

훈련이 끝난 뒤 상욱을 직접 집까지 태워 주던 콘테 감독이 진심 어린 말투로 중얼거린다.

“메시는 널 의식하고 있어.”

“······네? 메시가요?”

“갈수록 메시의 인터뷰에서 너에 대한 언급이 줄어들고 있어. 비교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느낌도 들고 말이야.”

리오넬 메시.

축구 역사상 G.O.A.T,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으며 7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한, 현시대 축구라는 종목에서 완전체에 부합하는 역대 최고의 공격수이다.

“그런 선수가 저를 왜요? 아니 그 양반 얼마 전에 나랑 뛰고 싶다고 인터뷰까지 했던데.”

“그건 네가 자신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했을 때 얘기고.”

메시는 언론에서 몇 번이고 상욱은 자신과 좋은 파트너가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즉, 그 말은 바르셀로나에 와서 주전으로 뛰면서 우승하고 수많은 영광을 함께하나, 발롱도르나 득점왕 같은 스포트라이트는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메시는 자신과 함께 뛸 씬스틸러이자 완벽한 조연이 필요했고, 그 대상으로 상욱을 꼽은 것이다.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거다. 바르셀로나, 특히 메시는 정면으로 맞설 자신이 없어. 그래도 말이다.”

콘테 감독이 이내 그의 어깨를 꽉 잡으며 말한다.

“보여 줘라, 진. 메시를 꺾는 거야. 다음 세대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 주자.“

< 리오넬 메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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