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82화 (82/114)

82화

타도 전상욱

2018-19 챔피언스리그 16강 인테르 vs PSV에인트호번.

PSV 감독 뤼트 반니스텔루이 인터뷰.

Q 상대가 올 시즌 매우 강력한 인테르다. 자신 있는가?

A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이나 자신 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기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하디 크루거의 이적설이 재점화되고 있는데 AT 마드리드와 협상 중인 것이 사실인가?

A 선수 이적에 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하디는 지금 우리 선수고, 그 역시 이번 경기에 대단히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Q 이번 시즌 유럽 최고의 선수 진과 맞붙게 됐다. 각오 부탁한다.

A 난 진을 매우 사랑하며 단정하건대 그는 내 감독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의 선수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가 이긴다. 그를 사랑하는 만큼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 줄 것이다.

같은 시각.

인테르 감독 안토니오 콘테 인터뷰.

Q 반니스텔루이 감독이 옛 제자 진을 사랑하는 것만큼 경기에서 승리한다고 했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A 뤼트 그 양반이 진을 얼마나 아끼는지 몰라도 지금 진은 우리 팀 선수다. 난 뤼트보다 진을 훨씬 더 아끼고 사랑한다. 그는 친정팀을 박살 낼 준비가 되어 있다.

콘테의 인터뷰에 따라 나와 옆에 앉은 상욱은 두 유럽인의 갑작스러운 고백 대결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

전상욱의 유스부터, 1군 데뷔와 인테르 이적까지. 그의 짧은 축구 삶 전부를 함께하고 지켜본 반니스텔루이 감독.

인테르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을 앞둔 그는 어느 때보다 긴장된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스피드는 더 빨라졌고, 득점력은 더 날카로워졌어. 게다가 개인기는······.”

일본과의 아시안컵 결승과 나폴리와의 리그 경기에서 상욱의 경기 영상을 본 반니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인다.

“저놈은 한계란 걸 모르는 모양이구나.”

psv에서부터 이미 완성된 선수라 생각했으나, 지금의 상욱은 신체적으로도든, 실력적으로든 완벽했다.

그는 처음 상욱을 보곤 레반도프스키의 완성형 정도로 생각했으나 지금의 판단은 조금 달랐다.

에우제비오나 게르트 뮐러, 호날두와 같은 역대 최고의 스코어러. 또는 그 이상.

“그 이상이 있나? 펠레밖에 없는데······.”

펠레 정도 되면 상욱과 비슷하거나 좀 더 우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애초 펠레의 현역 시절을 본 적도 없는 반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 상욱의 잠재력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제자이자 펠레 이상 가는 선수와 맞붙어야 했다. 반년 만에 에레디비시를 정복하고. 이탈리아로 넘어가 세리에를 완전히 찢어 놓고 있는 위대한 아시안.

그는 분명 이보다 더 성장할 것이며,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일일 것이다.

“진······.”

진이 더 완벽해지기 전에, 더 완성되기 전에 한 번이라도 그를 잡아야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이나 반니는 어쩌면 그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자신 있었다.

“빨리 보여 주고 싶구나, 진. 지금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말이야.”

인테르와의 일전을 앞둔 psv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편안했다. 이들은 긴장과 부담감을 뛰어넘어 마침내 초연한 상태가 되었으며, 선수들의 컨디션도 대단히 좋았다.

특히 팀의 활력이자 월드클래스 공격형 미드필더 하디 크루거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지난 월드컵에서 진에게 당한 복수의 칼날을 다듬고 있었다.

“절대 안 진다.”

진이 떠나고 챔스와 리그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평가와는 달리, psv는 여전히 단단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양쪽 윙 포워드 로자노와 코디가포는 리그 베스트급 활약을 보이고 있었으며, 부주장 루크 더용은 예전의 폼을 완전히 되찾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조던 테저-반힝컬이 이끄는 수비진은 챔피언스리그 H조 최소 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팀 유스 출신 조던 테저는 맨유와 AT마드리드와 같은 빅클럽의 관심을 받는 등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코디, 조던.”

psv의 홈구장 필립스 스타디온 대기실 앞에서 상욱이 자신의 유스 시절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진!”

“세상에!! 너무 보고 싶었어!”

1년 사이에 위상이 하늘과 땅 차이로 바뀐 옛 친구를 보며 와락 달려드는 코디 가포와 테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적으로 만났으나 이들은 마치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전우처럼 서로를 얼싸안는다.

“아시안컵 우승 축하한다, 진.”

“에이스 나오셨네!”

“제발 좀 살살해 주라. 무서워 죽겠어.”

뒤이어 로자노, 구티에레즈, 루크 더용과 악수를 나누는 상욱.

고작 1년밖에 몸담지 않았던 팀인데 이렇게까지 환대받는 것에 인테르 선수들이 다소 의아해하는 눈치다.

이는 지난 시즌 psv에서 상욱의 위상을 모르니 당연하긴 하다.

“여, 나한테 발린 놈.”

옛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던 상욱은 이후 라커룸에서 가장 늦게 나오는 잘생긴 금발 청년을 보며 씩 웃는다.

“재수 없는 자식.”

둘 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을 내뱉으며 서로를 비난하는 상욱과 하디이나, 둘의 대화엔 어떤 적개심도 없었으며, 오히려 서로 반가워 죽을 지경이었다.

“너 요새 좀 한다더라? 내가 네덜란드에 없어서 그런가?”

“까불지 마, 동양인.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알려 주마.”

오만한 목소리의 하디 크루거의 모습에 상욱이 이죽거리며 그라운드 위로 나선다.

“그 자신감, 어디까지인지 확인해 보지.”

***

전상욱 더비.

인테르와 psv와의 경기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테르의 승리를 점쳤으나- 경기는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게 펼쳐졌다.

[오늘 psv 수비 전술은 대단한 수준입니다. 반니스텔루이 감독이 이렇게 수비 전술을 잘 짜는지 몰랐네요.]

[양 풀백이 상대 공격을 중앙으로 몰아넣고, 대인 방어 능력이 대단한 테저와 반힝컬이 공을 따내는, 04년도 무리뉴의 첼시를 보는 것 같습니다.]

반니 감독 전술의 핵심은 ‘프레사우 알타(Pressao Alta).’

강도 높은 압박으로 불리는 전술로 농구의 올 코트 프레싱처럼 모든 선수들이 상대를 압박하고 진입을 막는 전술이었다.

[진이 재빠르게 중앙으로 돌아갑니다만 이미 3명, 4명이 에워쌉니다. 그래도 돌파해 나가면서 슈웃! 골문을 살짝 빗나가네요!]

[지금 보세요! 진의 활동 반경을 중앙으로 몰아 놓으니까 수비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진 하나를 막기 위해서 psv 선수 전원이 엄청나게 체력을 소비해야 하지만 저 괴물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죠!]

4백 수비와 양쪽 윙인 로자노와 코디 가포가 내려와 수비, 미드필더 총 8명이 버스를 세운 뒤 강하게 압박하니 아무리 전상욱이라도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반니 감독이 무리뉴의 전술을 잘 파악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저게 무리뉴가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꺾었을 때 쓰던 전략이거든요.]

“오우, 씨. 제법인데?”

유벤투스, AC밀란, 맨유, 나폴리.

이탈리아에 와서 psv보다 전력상으로 강한 팀을 여러 번 상대했으나, 이만큼 상욱을 애쓰게 만든 건 친정팀밖에 없었다.

[진의 제로백! 중앙으로 질주합니다! 2명, 3명. 예술 같이 뚫어 냅니다!]

반힝컬, 구티에레즈 등의 수준 높은 선수들를 크로이프 턴으로 한 번에 제쳐 낸 상욱은 이내 좀 더 속도를 올려 중앙수 비를 부수기 위해 올라선다.

마침내 뚫기 직전.

[테저와 막스가 동시에 막아 냅니다! psv의 수비가 너무나 촘촘합니다!]

윙백 필립막스가 중앙까지 올라와 상욱을 마크하고, 이를 뚫어 내기 직전, 테저가 달려와 공을 탈취한다.

[자, 지금 보시면 수비와 미드필더 간의 간격이 되게 좁거든요? 이러면 진의 장기인 속도가 잘 나오지 않죠. 게다가 저것 보세요!]

공간을 완전히 차단한 뒤 질식시켜 프리롤에 있는 상욱의 천재성을 막는 psv.

덕분에 상욱이 움직일 수 있는 위치가 중앙으로 한정되고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젠장!”

감독 데뷔 2년 차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이는 반니의 모습에 콘테가 욕설을 내뱉으며 중얼거린다.

콘테의 장기인 후방 빌드업은 psv의 올 코트 프레싱에 막히고, 경기장 전체를 쓰는 넓은 공격 라인은 이들에게 완전히 차단당했다.

“그렇게 죄다 수비하면 공격은 어떻게 할 거냐.”

필드 플레이어 9명이 상욱을 막고 있는 상황. psv는 공격은커녕 하프라인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나 반니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다.

[하디의 탈압박이 너무 좋습니다. 둔탁하게 드리블하고요. 뺏기면 다시 태클합니다!]

오늘의 컨디션이 최상인 건지 하디 크루거가 중원을 헤집고 다니며, 인테르 중원을 털어 댔다.

경기장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패스하던 그는 공을 뺏기지 않으면서 순식간에 상대 진영 안쪽으로 돌파하더니 이내 상대 진영 안쪽으로 패스를 전달했다.

[하디의 이야- 감각적인 패스! 바로 더용 쪽으로 연결됩니다. 그대로!! 막아 내는 한다노비치!]

[반니 감독의 작전이 보입니다. 모든 수비는 진을 막고, 공격은 하디의 천재성에 맡긴다. 지금 하디 크루거의 폼이면 충분히 가능하죠!]

psv의 주도로 경기가 흘러가고 있었으나, 인테르도 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중원에선 어떻게든 진과 페리시치에게 공을 연결했고, 상욱은 놀라운 스피드로 수비진을 거의 다 뚫어내며 몇 차례 기회를 만들었으나, 차마 골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세상에 선수 하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전략을 짜고 수비한 경기가 또 있을까요? 아마 60년대 펠레도 이 정도 압박을 받지 못했을 겁니다.]

전반이 끝나고, 후반이 들어갔을 때도 양상은 변하지 않았다.

psv는 완전히 내려앉아 버스를 세웠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하디를 이용해 선수비 후역습을 펼쳤다.

인테르는 어떻게든 이를 뚫어 내기 위해 공격수를 더 투입하는 등 별수를 다 세웠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후반 60분이 지나갔을 무렵.

[하디가 중앙에서 원터치로 길게- 왼쪽으로 크로스 올립니다!]

오른쪽 풀백 위치에 있던 코디 가포가 순식간에 상대 진영으로 올라와 발리슛을 성공시켰다.

[으아아아!! 들어갔습니다! 코디 가포! psv가 자신들의 홈에서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하디의 완벽한 패스에 이은 코디의 굿 슈팅입니다! 선취 골을 기록해 내는 psv 에인트호번!]

하디는 월드컵 이후 타도 전상욱을 외치며 지금껏 죽을힘을 다해 훈련해왔다.

한번 패배하는 건 시련, 두 번 패배하는 실패를 의미했다.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비기를 모두 동원한 인테르였으나 결국 스코어는 0:1, psv 쪽으로 돌아갔고 이들은 올 시즌 인테르에게 무실점으로 승리한 유일한 팀이 됐다.

친정팀에 무참히 짓밟힌 상욱을 본 언론들은 마치 상욱이 망하길 바라는 듯이 악의적인 기사를 써 내려갔다.

그러나 이를 별로 의식하지는 않았다. 아직 2차전이 남아 있었고, 그는 절대 경기에서 질지언정 자신이 8강에 진출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빌드업이니, 백쓰리니. 이런 복잡한 거 하지 말자.”

psv와의 2차전을 앞둔 상황에서 콘테가 선수단을 보며 비장하게 말한다.

“2차전 전술은 단순해. 차고- 달린다.”

그러더니 팀의 에이스를 보며 싱긋 웃어 보이는 콘테 감독. 에이스의 눈에서 독기를 봤기 때문이겠다.

“킥앤러시. 진, 네가 가장 잘하는 걸 하자고.”

< 아시아 사냥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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