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78화 (78/114)

78화

악당출현

-진짜 살다살다 상대팀이 불쌍해 보이는 건 처음 본다. 진짜 개처발라 버리누 ㅋㅋㅋ

-와; 이란이면 우리랑 삐까 뜨는 팀 아님? 진짜 상대가 안 되는데? 전상욱 얘는 뭐임? 뭐 로봇이냐?

-2번째 골은 위닝에서도 못 쓰는 기술인 듯ㅋㅋ

-당장 월드컵 8강에서 해트트릭하던 놈인데 아시안컵? 개좆밥이다 이거예요~

2번째 골까지 들어갔을 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케이로스 감독의 모습이 경기장 스크린에 그대로 나가자, 이란 선수들은 처음 보는 감독의 절망 어린 얼굴에 더욱 침울해졌다.

[아, 케이로스 감독의 고심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번 대회 우승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고 있을 케이로스 감독인데- 뭐 사실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죠, 우린 이기기만 하면 되니까요.]

레알 마드리드 출신에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 호날두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전설적인 감독이 좌절한다.

특히 케이로스는 감독이 된 후 한국 대표팀에게 단 한 차례도 진 적 없는 ‘한국 킬러’라는 별명도 갖고 있었다.

‘상대가 너무 강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씨발 진짜 이건 너무하잖아’

무슨 초등학생 축구장에 프로선수가 등장한 것 같은 생태계 교란종 같은 선수에 할 말을 잃은 케이로스가 이제 상욱을 막는 것보다 그저 부상이라도 당하길 바라고 있었으나, 그럴수록 괴물은 더 빨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오늘 컨디션 좋은 이성용이 빠르게 위로 올라가면서 그대로 길게 패스를 올립니다! 어디로 주는······ 아!]

중앙 미드필더 이성용이 상대 수비라인 쪽으로 아무렇게나 찬 패스를 말도 안 되는 스피드로 뛰어 들어오는 상욱이 잡아내고 이내 페널티 라인 깊숙이 들어간다.

[또 전상욱! 감히 막을 선수가 없습니다!]

[수비수, 그대로 발 뻗는데요!]

이란 수비의 태클이 기적적으로 상욱이 가진 볼에 걸렸다. 처음으로 수비에 성공한 이란 선수들.

이제 공을 탈취해서 역습으로 나가면 됐었는데, 상욱은 넘어지면서 왼쪽 다리를 길게 뻗어 골문 쪽으로 끝까지 공을 보냈고, 볼은 1mm차이로 골대를 강타한다.

[전상욱 넘어지면서 슈웃! 아, 이런, 이게 말이나 되는 장면입니까!]

[이런 장면은 실제 골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상대가 위축되고, 무서워서 공격 전개까지 못하게 되거든요!]

그 후로도 상욱은 끝도 없이 이란 대표팀을 짓밟았다.

번개 같은 스피드로 정확히 상대 골문으로 공을 차 넣고, 수비들을 보란 듯 우수수 넘어뜨리고 전진해 나간다.

상대는 유일한 강점인 단단한 피지컬을 이용한 특유의 롱패스 역습 등을 간간이 시도하였으나, 컨디션 좋은 김재민과 김영현의 수비라인에 번번이 막히고 말았다.

[전상욱이 공 잡으면서 뛰어오는데요. 수비 거칩니다!]

먼치킨 공격수의 활약에 짜증이 났던 이란 선수들이 상욱이 공을 잡고 갈 때 허벅지를 걷어차거나, 뒤에서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척하며 달려와 부딪치는 모습도 보인다.

사람들은 상욱이 부상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좀 까불지 마, 새끼들아!”

오히려 상욱은 팔꿈치로 상대를 밀어내며 더욱 깊숙한 곳으로 밀고 나간다.

[으아! 떨쳐 냅니다, 전상욱! 스피드에 개인기에! 피지컬까지! 모든 방면에서 상대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바나나 껍질을 벗기듯 편하게 상대 진영까지 돌파한 상욱, 이후 전상욱-이승민-전상욱으로 물 흐르는 듯한 현란한 연계와 돌파 끝에 올린 크로스가 아약스의 미래에 걸렸다.

[크로스 올라갑니다! 어느새 올라왔나요, 김재민이 그대로오! 내리꽂습니다! 3:0입니다! 지금껏 치렀던 이란전 중 가장 압도적이고, 가장 환상적인 경기를 보이는 대한민국입니다!]

[전상욱 선수가 얼마나 무섭냐면 어디서 공을 잡아도 최소 유효 슈팅이나 무조건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 냅니다. 월드컵 때도 그랬어요. 저 선수 하나 때문에 한국은 세계 강팀에 비빌 수 있는 팀으로 변모하는 겁니다!]

3:0.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이란을 상대로 가장 압도적인 스코어로 전반을 끝낸 선수들이 가벼운 맘으로 라커룸 안으로 들어가고, 동시에 침울하다 못해 암울한 분위기의 이란 대표팀은 조용히 사라졌다.

***

이란 라커룸 안.

케이로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상욱을 막고, 경기에서 승리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비 간격을 촘촘하게 세우고 간격을 벌리지 마라, 전상욱을 고립시킨 뒤 피지컬을 앞세운 강력한 역습축구로 골문을 노리라는 것이 당초의 작전이었으나, 애초에 전상욱을 고립시키거나 막는 게 가능할 리 없었다.

뭔가 마법을 부려 주길 바라며 감독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선수들. 이들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었던 케이로스가 고개를 숙이자 곧 눈치챈 주장 에산 하자시피가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들을 바라본다.

“감독님이 내게 전략을 전달하셨고, 직접 브리핑하기를 바라신다.”

이란 대표팀으로 센추리클럽까지 가입한 에산은 대표팀 내에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자신의 심정을 파악한 주장의 의도를 파악한 케이로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간다.

“솔직히 말해서.”

절망과 침울함 가득한 눈을 한 선수들을 보여 말을 뱉어 내는 에산.

“전반보다 획기적인 전략은 사실 없다. 후반엔 그저 전반보다 더 많이 뛰고, 더 강하게 압박할 거야.”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사실에 두려워하는 선수들을 보며 으르렁거리는 에산.

“너희들의 눈에서 차마 이기지 못할 공포를 봤다. 아마 조금 전까지 내 눈도 네놈들과 같았겠지.”

에산의 말투와 억양이 유려한지 선수들 전원의 눈이 반짝거리며 그를 바라본다.

“언젠가 한국에게 질 수도 있겠고, 진이라는 괴물에게 갈기갈기 찢어발겨 죽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게 오늘은 아니다. 한국에게 밀려서 팬들 앞에서 굴욕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어. 그러나 그게! 오늘은 아니야!”

그는 라커룸이 떠나가도록, 상대쪽 라커룸까지 들리도록 고래고래 소리쳤고 작전은 어느 정도 통한 듯 보였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결승에 가는 건! 우리다!”

“주장······!”

“그래, 해 보자! 해 보자고!”

주장의 명연설에 감동한 선수들이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내거나 서로의 손과 어깨를 부여잡으며 반전을 준비했다.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이들은 한국이라는 악과 전상욱이라는 마왕을 잡기 위해 나섰다.

마치 자신들의 정의의 사도라도 된 것처럼.

***

[후반 들어서 이란 선수들의 공격이 날카로워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우리 흐름을 기가 막히게 끊으면서 조금씩 앞으로 전진해 나가고 있는데 이게 통하고 있어요.]

경기에서 압도당한 이란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우월한 피지컬과 조직력을 이용해 앞으로 천천히 밀고 들어오는 방법을 택한 이란은 전반과 비교할 수도 없는 집중력으로 한국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란의 코너킥 찬스. 우리는 막아 내야 합니다.]

주장 에산의 코너킥이 김재민과 조우현을 지나 정확히 아즈문의 머리에 걸리고, 이들은 경기시작 55분 만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즈문을 놓쳐선 안 됐는데, 아쉽습니다. 우리 선수들 실수는 더 이상 없어야겠어요]

[그렇습니다. 이란은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에요, 2점차 스코어는 언제든 역전할 수 있는 강팀입니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이란의 모습에 지금껏 다소 방심하던 한국 선수들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란의 기세에 전반부터 보이던 조직력은 어디 가고, 불안한 중앙과 측면 수비 마킹의 실패로 지속적인 위협을 보인다.

[보세요. 또 패스 미스가 나왔습니다! 이런 실수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겁니다. 집중해야죠! 아! 공 뺏기면 안 돼요!]

중원에서 나온 패스미스로 흘러나온 공을 잡은 이란 선수들이 재빠르게 한국 진영까지 올라온다.

이번 대회 베스트 수비수 중 하나인 김재민이 공을 뺏어 내기 위해 득달 같이 달려드나 상대의 2:1 패스에 속아 넘어가고 마침내 스코어는 3:2까지 흘러간다.

후반 72분.

분위기는 이란 쪽으로 넘어갔다. 이란은 대표팀 역사상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며 이제 역전을 노렸고, 한국 선수들은 이 대역전극의 조연이 될까 겁내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 진영에서 더 이상 오지 않는 볼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어 보이는 상욱.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지.”

무어라 중얼거리던 곧 그는 재빠르게 중앙으로 달려가 공을 받아 냈다.

“근데 나한텐 안 통해.”

팀의 분위기가 언제나 좋을 순 없다. 특히 대표팀에서 뛰었던 모든 경기가 그랬다.

가망 없고, 우울하고. 상욱은 오히려 이런 분위기에서 뛰는 것을 더 선호했다.

그래야 자신의 활약이 더 드라마틱하게 부각되니까 말이다.

[지금 스코어를 잘 지켜할 텐데요, 전상욱이 중앙까지 내려옵니다. 이승민이 압박 벗어 내면서 깔끔한 힐킥 패스!]

하프라인 살짝 위에서 공을 잡은 상욱이 툭툭 밀면서 공을 몰고 들어온다.

그의 스피드를 알았던 이란 수비들이 이중, 삼중으로 모여서 마크를 준비하나, 그는 이런 수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빠르게 올라간다.

[저, 저 역페인팅 보세요! 수비수 2명을 바보로 만듭니다!]

[불도저가 따로 없습니다! 전상욱! 그대로 슈우웃!]

수비수 3명을 달고 뛰던 상욱은 골키퍼 바로 앞에 있는 최종 수비 앞에서 골라인 앞으로 뛰어 들어가는 척 수비를 혼란에 빠트린 뒤 왼쪽 골대 안으로 기어이 골을 성공시킨다.

[전상욱이 해 줍니다!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완벽한 득점! 스코어 4:2!]

[오늘 경기 해트트릭! 이번 대회 7골로 득점 단독 1위, 전상욱입니다!]

한 점 더 내줬으나 이란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보이고 있었다.

2골 넣었으니 다시 2골 정도는 넣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들의 생각.

이란의 투지를 본 상욱은 이를 높게 사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슬슬 끝을 내야지.”

한 번 더 하프 라인에서 공을 잡고 앞으로 뛰어나가는 상욱.

[아시아 최고의 선수가 한 번 더 속도를 올립니다! 미친 듯한 단독 드리블!]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없습니다!]

수비가 막으러 나오면 공을 앞으로 툭 찬 뒤 질주해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게 만들고, 앞에서 막으러 나오면 현란한 개인기와 화려한 스텝으로 수비를 넘어뜨렸다.

30m를 드리블로 뛰어온 마왕은 후반 81분, 마침내 용사의 심장에 칼을 꽂는다.

[원더골! 원더 플레이! 원더 플레이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월드클래스!]

[이 경기가 이렇게 끝납니다! 3경기 출전 3번의 MVP, 7골! 세계 최고의 공격수, 전상욱입니다!]

마침내 이란마저 넘은 한국.

4강에서 숙적 이란을 꺾은 대표팀 선수들은 기뻐하면서도 순간 다음 상대에 대해 초집중하는 모습도 함께 보였다.

[이제 우승까지 남은 건 단 한 걸음뿐입니다! 대한민국! 남은 상대는- 일본입니다.]

한국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영원한 숙적.

일본과의 경기가 남아 있었다.

< 한일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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