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72화 (72/114)

72화

다음 행선지

나는 그가 이탈리아에서 뛰는 것이 기쁘다. 진은 세리에의 모든 팀에게 가치를 더해 주었고, 그가 반드시 발롱도르를 수상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카를로 안첼로티(現 레알마드리드 감독)

***

[8:0! 인테르, 밀란 압도하며 밀란더비 승리!]

[산시로의 악몽! 진 원맨쇼로 인테르 8골차 승!]

[진, 한 경기 7골! 리그 역사 새로 썼다!]

밀란전 이후로 상욱은 더 이상 평범한 세리에 선수로 취급받지 않았다.

상욱이 나오는 기사엔 대부분 ‘위대한’이나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으며, 세간에선 반바스텐이나 호나우두와 같은 리그를 대표했던 위대한 공격수들과 이름을 나란히했다.

‘세리에의 80년대가 반바스턴, 90년대에 바조가 있었다면 지금은 두말할 것 없는 진의 시대다!’

이탈리아 언론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이 무지막지한 공격수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데뷔 시즌에서 리그를 씹어 먹다 못해 가지고 놀고 있는 상욱은 이미 세리에 최고의 슈퍼스타로 발돋움했다.

밀라노 전역에 상욱의 얼굴과 그가 광고한 스포츠용품이 거리에 나다니고, 동시에 언론들은 그를 대단히 영광스런 별명을 붙여 찬양하기 시작했다.

[grande asiatico (위대한 아시안)]

[Re di Giuseppe Meazza (주세페 메아차의 왕)]

영광스러운 별명과 위대하고, 경이적인 활약. 아시안 공격수의 활약은 언론뿐 아니라 사람들도 대단히 호의적이었다.

-진 이번 시즌 기록 : 13경기 23골 8도움. 이게 사람이냐?

-이 정도면 전상욱 가진 팀이 사기 아니냐? 혼자서 리그를 붕괴시키고 있는 수준인데?

-넌 진짜 첼시와라 제발;

-응~ 전상욱은 담 시즌 맨유에서 뛸 거야~

-맹구ㅈㄹㅋ 래시포드랑 마샬 둘 다 합쳐도 한 시즌 내내 못 넣을 골을 전상욱은 한 경기에 넣고 있누ㅋㅋㅋㅋ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사는 대체 전상욱이 어떤 팀으로 이적할까에 대한 내용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인테르 팬들은 97년 호나우두, 아니 그 이상 가는 선수의 활약에 환호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부자 클럽들에게 팀의 라이징 스타를 뺏길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실제로 상욱은 EPL 다수 팀으로부터 강력한 러브콜을 받고 있었으며, 그 몸값도 처음의 천억, 천오백억을 넘어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대로 천정부지 오르고 있었다.

이미 바르셀로나에서는 메시 이후 새로운 시대를 이끌 선수로 전상욱을 낙점해 인테르의 마로타 단장과 협상 중이라는 기사가 떴으며.

아예 PSG에서는 네이마르-진-음바페라는 역사상 최고의 조합 완성을 위해 9번 유니폼을 비워 놓고, 곧 인테르에게 3천억을 제시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사실이든 아니든 전상욱은 이미 전 유럽에서 군침 흘리는 선수가 된 것은 분명했다.

“아직 인테르에서 뛴 지 한 시즌도 안 지났습니다.”

구단 행사차 외출한 상욱에게 기자들이 벌써 다음 시즌 행선지에 대해 질문한다.

psv에서 데뷔 시즌에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치고 1시즌만에 이적했으니, 세리에 무대를 일찍 떠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어 나간다.

“아직 이곳에서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리그든, 컵대회든, 챔스든. 이제 시작했는걸요.”

“그 말은- 우승을 이루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해도 될까요?”

기자의 말에 다소 귀찮아진 상욱은 맘대로 편할 대로 생각하라며 어깨를 으쓱이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리고 이 인터뷰는 유럽 내 다른 구단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끌게 만들기 충분했다.

***

[밀란, 더비 직후 지도부 총사퇴!]

[용흥리 단장, 인터뷰도 없이 곧바로 퇴장!]

[중국이 함께하는 밀란, 대체 무엇이 문제였나?]

[유리치 감독 경질, 밀란 새 사령탑은 누구?]

이용홍 단장을 포함한 유리치 감독과 보드진들은 팬들의 시위가 준비되기도 전, 더비 경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사퇴했다.

‘모든 건 내 잘못, 팬들에게 죄송하다.’

유리치 감독은 짧은 인터뷰와 동시에 구단에서 나갔으며, 이용홍 단장을 비롯한 임원진들 역시 도망치듯 사라졌다.

기자들은 대체 굴러 들어온 전상욱이라는 복을 왜 멋대로 걷어찼는지, 상욱을 영입하지 않은 것이 본인의 단독적인 의사인지 묻기 위해 그의 사무실과 차량 근처를 어슬렁거렸으나, 업무 능력은 없어도 도망가는 실력은 귀재였던 그는 기자들의 눈을 피해 공항으로 빠져나가 조용히 중국으로 도피했다.

이에 팬들은 사퇴를 빨리 결정한 이용홍에 대해 단장을 그만두니까 제대로 된 행동을 한다며 안도했다.

보드진이 바뀌고, 감독까지 바뀐 상태에서 밀란은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혼란을 수습할 재목으로 현재 피오렌티나를 상위권에 올려놓은 스테파노 피올리, 현재 쉬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레전드 감독 알레그리, 팀의 前 수석 스카우터 마우로 타소티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밀란에 대한 상욱의 복수는 그저 성공을 넘어 구단 자체의 영입 기조와 지도부를 갈아치울 만큼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저 한 경기가 아닌 8골 차, 역사를 새로 쓰는 스코어였으며 그중 7골을 넣은 선수가 당장 몇 달 전 자신들이 찬 선수였다는 것이다.

***

내외부 모두 시끄러운 밀란과 다르게 인테르는 순항을 이어 나갔다.

더비 경기 후 완전히 페이스를 되찾은 팀은 곧 유베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으며, 챔피언스 리그 역시 지옥이라는 PSG 원정에서 승리하여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인테르는 영혼의 투톱 중 하나인 라우타로와 한다노비치가 부상으로 빠지고, 수비진 역시 컨디션 저하로 빠졌으며 PSG는 차기 발롱도르 1순위라 불리는 네이마르와 상욱과 함께 향후 축구계 10년을 양분할 선수라 불리는 음바페가 부상과 출장정지로 빠지며 서로 차포를 뗀 채로 경기를 진행했다.

현 PSG 소속인 이카르디는 대단한 집중력으로 전 소속팀의 골문을 사정없이 노렸고, 그의 실력은 거의 성공할 뻔했으나, 우리의 위대한 아시안은 경기의 스포트라이트가 타인에게 비춰지길 바라지 않았다.

골 없이 0:0으로 진행되던 경기 막판에 상욱의 중거리 슛이 폭발하면서 인테르는 1차전의 복수를 제대로 했고, 조별리그 3승 1패로 조 1위를 달성하며,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 지었다.

비록 주전을 뺀 채로 경기에 나서긴 했으나 코파 이탈리아(*이탈리아의 FA컵)에서도 순항하며, 시즌이 반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인테르는 벌써 트레블 얘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팬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동료들과의 호흡도 좋으며, 감독은 누구보다 자신을 신뢰한다.

세리에 무대에 적응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 인테르에서 10년 가까이 뛴다면 주세페 메아차에 동상이 세워지고, 구단 영구결번은 물론이며 구장이 새로 생긴다면 ‘전상욱 스타디움’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냐?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자신의 이름을 딴 경기장이라니,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는 말이었으나 상욱은 고작 여기서 커리어를 끝낼 생각 따윈 없었다.

동시에 그의 시선은 슬슬 다음으로 향한다.

***

“으하하! 역시 고객님은 적으로 돌리면 안 될 사람입니다.”

광고 수입 분배와 다음 계약 건 상의로 인해 이탈리아로 찾아온 그의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가 유쾌하게 웃으며 입에 와인을 털어 넣는다.

“밀란이랑 이용흥을 밟아 주기 위해 인테르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당신 같은 사람이 라이올라나 바넷 같은 다른 놈들의 고객이 됐으면 난 평생을 괴로워했을 겁니다.”

그러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상욱을 바라보는 멘데스.

“진, 당신은 내 인생 최고의 고객이에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티아고 실바, 무리뉴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멘데스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인 호날두보다 상욱을 위이며,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하는 것만 봐도 상욱의 위생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뭐 계약 얘기는 이쯤에서 각설하고-.”

그는 동시에 계약서 3장과 그 위로 상욱만을 위해 구단에서 제작한 팸플릿을 내민다.

“제 쪽으로 이적 문의를 해 온 팀 중에 당신의 조건에 부합하는 팀을 정했습니다.”

상욱이 원한 이적 요건은 총 3가지였다.

1. 챔피언스 리그 출전이 가능한 팀.

2. 모든 대회 우승에 대한 야망이 있는 팀.

3. 팀 내 최고 연봉을 맞춰 줄 수 있는 팀.

상욱을 원하는 팀이 어디 한두 팀뿐이겠는가. 멘데스에겐 매일 같이 수많은 이적 제안과 청탁이 들어오나, 고객의 조건에 부합하는 팀은 크게 3개 정도로 정할 수 있었다.

“먼저 맨시티입니다. psv 시절부터 지켜봤고, 곧 은퇴하는 아게로 대체자로 당신을 원해요. 연봉은 리그 내 최고 수준의 대접을 받을 거고 더브라위너, 실바 등과 같은 세계 최고 미드필더와 호흡을 맞추게 될 겁니다. 당신만 오면 트레블에, 전 대회 우승인 쿼트러블까지 노릴 수 있는 팀이에요. 다만······.”

전술 색채가 강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스타일을 내가 맞출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멘데스.

“다음은 바르셀로나입니다. 폼이 떨어져 가는 수아레즈를 팔고 더욱 디테일한 제안을 해 올 겁니다. 스페인 최고 명문 클럽에 스쿼드도 탄탄해요. 게다가 바르셀로나의 장점이라면······.”

“메시죠.”

상욱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나간다.

“네, 뭐 그렇죠. 돈이야 진, 당신 정도면 앞으로 지겹도록 벌 테니까요.”

상욱이 전 유럽에서 가장 핫한 선수는 맞지만 현 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는 리오넬 메시였다.

전 세계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이자 아이돌이며, 워너비이고 함께 뛰고 싶은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

“메시는 공공연하게 당신과 함께 뛰고 싶다는 말을 해 왔어요. MSN이 해체되고, 수아레즈가 부진한 지금, 당신이 오면 다시 클럽 영광의 시대가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축구 선수로서 메시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은 대단히 영광스런 일이며,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다.

“뭐 마드리드에서도 관심을 보내긴 하는데······ 실제 공식적인 제안은 아직 안 왔습니다.”

상욱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자 멘데스는 웃으며 아직 결정할 필요 없고, 가볍게 알고만 있으라며 곧바로 다음 클럽을 소개한다.

“얼마 전에 상대했었죠?”

“PSG군요.”

파리 생제르망 FC.

순 재산만 660조에 달하는 카타르의 국왕 알사니가 구단주로 있는 명실상부 유럽 최고의 갑부 구단이다.

“파리는 리그앙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미 여러 번 우승을 차지했으나, 챔스 우승이 없기에 졸부 취급을 못 벗어나고 있어요. 네이마르, 음바페가 있음에도 그렇죠.”

메시 이후 남미 최고의 스타 네이마르.

프랑스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음바페가 있는 PSG는 현 아시아 대륙 최고의 선수이자 월드컵 골든볼 출신 전상욱까지 데려와 각 대륙별 최고의 별들만 영입해 챔피언스 리그 타이틀을 따 세계 최고 구단으로 우뚝 서고자 했다.

“이적료도, 연봉도 대단히 많이 줄 겁니다. 대신······.”

팀의 에이스 네이마르나 자국 출신 공격수 음바페보단 급여가 많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스타 공격진이 즐비한 psg에선 득점 양보를 하거나 골수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 생각은 어때요, 진?”

흥미롭게 바라보는 멘데스의 눈빛에 상욱이 천천히 입을 연다.

< 어디로 갈 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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