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데르비 델라 마돈니나 (1)
잘츠부르크, 맨유전 승리로 상승세가 오르다 못해 하늘을 찌를 것만 같던 인테르는 리그와 더불어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첫 패배를 기록한다.
네이마르-음바페로 이어지는 매서운 공격라인은 지금껏 인테르 수비가 상대했던 그 어떤 팀보다 매서웠고, 이번 시즌 전 경기 풀타임 소화한 전상욱은 다소 지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지친 와중에도 환상적인 스루패스로 팀의 동점골 어시스트를 기록하긴 했으나, 결국 팀은 1:2로 패배했다.
에이스의 지친 모습을 확인한 콘테는 다음 경기에선 아예 그를 명단에서 제외시키며 휴식을 부여했다.
모든 경기에 나가고 싶은 상욱이 직접 감독실로 찾아갔으나 감독의 의중은 단호했고 사실 콘테에게 한 대 얻어맞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에이스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 리그 우승을 위한 재정비 중인 인테르.
비록 인테르가 최근 몇 경기 동안 흔들리고 있긴 상태이긴 하나 역사상 유례없는 부진을 기록 중인 AC밀란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세리에 우승 19회, 챔피언스 리그 우승 7회에 빛나는 유럽 전역을 통틀어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강팀인 밀란의 성적은 리그 12경기 3승 4무 5패로 하위권을 넘어 강등권까지 추락하고 있었으며, 유로파 조별 리그 역시 2연패를 기록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밀란은 인테르보다 훨씬 더 승리에 목말라 있었다. 인테르가 올 시즌 리그 우승을 위해 승리가 필요하다면 밀란은 강등당하지 않기 위해 이번 경기가 절실히 필요했다.
***
“오늘 경기에서 지면 그냥 뒈졌다고 생각해라.”
밀란과의 경기 직전.
콘테 감독이 평소보다 더욱 무서운 표정으로 라커룸에 앉아 있는 선수들을 보며 으르릉거린다.
“심지어 경기에서 졌는데 아직 뛸 체력이 남아 있는 새끼들이 있다면······ 정말······!”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감독의 심정에 선수들은 감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입 다물고 침만 삼킨다. 사실 선수들 역시 시즌 첫 밀란 더비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감독의 브리핑이 끝난 뒤, 팀의 골키퍼이자 주장인 한다노비치가 주전 전부를 불러 모은다.
“오늘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할 이유는 2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 경기장 이름이 산시로가 아니라 주세페 메아차임을 증명해야 되고, 두 번째는······.”
이 대목에서 한다노비치는 묵묵히 바닥을 내려 보고 있는 상욱을 바라보며 말한다.
“우리 에이스께서 밀란 놈들을 밟아 버리고 싶으시단다.”
상욱에게 말할 기회를 주자, 곧바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질 것 같으면 언제든지 패스해. 앞으로 몇 년간 밀란은 우릴 쳐다도 못 보도록 만들어 줄 생각이니까.”
극도로 오만한 상욱의 말에 인테르 선수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절대적인 에이스에 대한 믿음과 그가 어떻게든 경기에서 승리하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키킥, 그래 우린 너만 믿고 간다.”
“밀란 새끼들을 완전 죽여 버리자!”
***
[올 시즌 첫 데르비 델라 마돈니니가 펼쳐지는 오늘은 주세페 메아차에서 인사드립니다! 오늘 경기 관전 포인트는 어떤 게 있을까요?]
[네, 일단 이번 시즌 최악의 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는 밀란이 올 시즌 유럽 최고의 선수 진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요, 동시에 밀란의 새로운 스트라이커 곤살로 이과인이 부활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겠습니다.]
양 팀 모두 이 경기에 사활을 걸었다.
인테르는 진-라우타로-페리시치-브로조비치 등 핵심 선수들이 모두 나왔으며.
밀란은 이과인-쿠트로네 투톱과 찰하노글루-바카요코-키시에 등 공수 밸런스가 좋은 선수들로 중원을 구성하고, 동시에 피지컬 강한 3백으로 상욱을 막을 준비를 마쳤다.
“메시를 막는다고 생각하자.”
밀란의 주장 사파타가 이를 악물며 수비수들을 독려한다. 또 그의 파트너 로마뇰리와 로드리게스 역시 이를 악물고 상욱을 막을 준비를 마쳤다.
“메시든, 호날두든, 펠레든 그 누구든 상관없어.”
“인테르 놈들이 착각하는 것 같은데,여긴 산시로야.”
경기 시작과 동시에 밀란 선수들이 강력한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를 위협한다.
쿠트로네와 수소, 케시에는 인테르의 중원 자체를 차단한 다음 라인을 올려서 공격을 시도한다.
이는 올 시즌 밀란 감독으로 부임한 크로아티아 출신의 감독 이반 유리치의 작전으로 바쁜 일정으로 지쳐 있는 인테르 선수들을 상대하기 효과적인 작전이었다.
실제로 밀란 선수들은 콘테 전술의 중심인 양쪽 풀백을 잡아 두면서 위로 올라가는 전술을 택했고, 지속적으로 인테르 수비가 열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기 초반부터 밀란의 압박이 굉장히 거셉니다. 인테르 선수들도 좀 당황한 모습이 보이는데요?]
[네, 유리치 감독이 생각을 잘했네요. 일정상 유리하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우위가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죠. 음 그렇긴 한데······.]
“멍청하긴.”
지속적인 위기에도 콘테는 오히려 즐거운 듯 웃어 보이며 움츠러든 선수들을 관망한다.
그리고 전반 13분.
[둠프리스가 자기 진영에서 공을 잡고 앞으로 전달합니다. 바렐라에서 바로 센시에게 전달-.]
강력한 전방압박은 상대를 지치고 잡아 둘 순 있으나 수비 뒷공간이 비어 역습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역습 속도는 단연코 우리가 세계 제일일 거다.”
센지와 바렐라가 앞으로 빠르게 전달하며 들어간 패스가 순식간에 하프라인을 지났다. 뒤이어 공은 왼쪽 터치라인으로 빠르게 뛰어 들어가는 페리시치까지 전달된다.
[인테르의 역습! 페리시치가 진에게 전달합니다, 아! 진, 수비수 넘어지면서 그대로 둠프리스까지 연결합니다!]
어느새 오른쪽 페널티라인까지 올라간 둠프리스가 대단히 빠른 속도로 골라인 근처에서 낮게 크로스 올린다.
psv시절부터 속도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둠프리스의 연결에 상대는 당연하고, 같은 편 선수조차 제대로 받기 힘든 듯 보였으나.
[둠 프리스 올려 줍니다! 진이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인테르의 미친 역습! 그리고 진의 깔끔한 마무리!]
[밀란이 인테르의 약점을 공략한 것처럼 인테르 역시! 상대의 약점을 공략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스피드를 가진 선수를 두고 라인을 급하게 올리면 안 되죠!]
상욱은 득점과 동시에 밀란 쪽 VIP석으로 달려가 심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용홍 쪽으로 다가가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저, 저 새끼가······.”
중계화면엔 여유롭게 웃고 있는 상욱과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씩씩거리는 밀란 단장의 얼굴이 동시에 나타났다.
[진과 밀란 사이에 계약으로 문제가 있었던 건 알고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문제가 복잡했던 것 같네요.]
이 대목에서 상욱은 손을 펼치더니 숫자 3을 곧 2로 바꾼다.
[진이 3에서 2로! 2골 더 넣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야, 라이벌전에서 저 말도 안 되는 자신감도 보세요.]
저러다 경기에서 지거나 더 이상 골을 못 넣는다면 조롱받을 것이 뻔하나, 누구도 상욱이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늘 전상욱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너넨 뒈졌다, 날 원망하지 말고 니네 단장을 원망해.”
***
밀란에게 불행한 점이 있다면 오늘 컨디션이 좋은 건 전상욱뿐만이 아니란 것이다.
사실 진만 제 컨디션이어도 승리 확률이 30% 밑으로 떨어지는데, 인테르 선수단 대부분의 몸이 평소보다 가벼웠다.
팀의 막내이자 절대적 에이스인 선수가 라이벌 팀에게 수모를 겪고 복수하고 싶다고 나섰는데 어찌 이걸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바렐라가 라우타로 쪽으로 중앙에서 찍어 차 줍니다! 막아 냈긴 했습니다만, 수비가 많아요!]
상욱이 선제골을 넣은 뒤 10분도 되지 않아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패스를 받은 라우타로가 재빨리 페널티 라인으로 들어왔다. 그가 공을 잡자마자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들이 역삼각형으로 라인을 짜며 수비한다.
상욱이었으면 여기서 묘기를 부리며 돌파하거나, 인간은 찾지도 못할 공간을 찾아내 어떻게든 골을 만들어 낼 것이나 라우타로는 진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옆에는 역대 최고가 될 재능이 함께 뛰고 있었다.
[이야! 라우타로의 센스 있는 힐킥 패스! 바로 진이 받습니다!]
상욱에게 전달된 공. 그는 공을 받자마자 슈팅을 취하는 자세를 하면서 한 번 접었고, 동시에 수비수 2명이 동시에 몸을 날리며 골대 안으로 들어가나 여전히 공은 상욱에게 있었다.
[진이 페리시치에게 뒤로 전달하면서 앞으로 들어갑니다. 페리시치가 다시 진에게 골대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2:0!]
[선제골이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추가골까지 만들어 내는 인테르! 콘테 감독의 전술이 그대로 묻어나는 골입니다. 라우타로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공간을 열어 주고, 그 사이로 진이 들어와서 선수들을 괴롭혀 주면서 오버래핑한 풀백과 함께 연계해서 마무리! 이거거든요!]
경기시작 30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2골.
이미 인테르 팬들은 승리를 직감한 듯 선수들을 환호하며 자기들끼리 라이벌 팀을 조롱하는 노래를 불러 대고 있었고, 선수들과 벤치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나 상욱은 당연히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숫자가 2에서 1로! 아하하, 밀란 단장이 오늘 욕 많이 먹겠는데요?]
[용흥리 단장은······ 욕을 먹는 걸 넘어서 진을 영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겁니다. 지금 이 페이스면 진은 클럽 역대 득점을 아니, 리그 최다 득점을 갱신할 만한 선수예요]
***
전반 45분+2.
인테르에겐 올 시즌 최고의 전반, 밀란에겐 최악의 전반을 보내고 있을 무렵,
“뭐 하는 거야! 젠장! 전광판 시간 안 보여!? 전반 끝났다고!”
밀란의 유리치 감독이 주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한다.
2:0, 이미 스코어 뿐만 아니라 경기력 자체도 문제다. 전반 내내 밀란은 그 어떤 공격 기회도 만들어 내지 못했으며, 수비는 진과 라우타로가 나올 때마다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vs 전상욱에 대비해 밀란이 자신 있게 내 보인 세리에 역대 한 시즌 최다 득점자 이과인은 아무런 활약도 보이지 못했고, 그의 파트너 쿠트로네는 오늘 한 번도 돌파를 성공하지 못했다.
[전반전 마지막 공격 찬스! 이번에도 기회는 인테르 쪽입니다. 아, 이번엔 진이 공을 몰고 달려가네요!]
하프라인 위에서 공을 받은 상욱이 본인의 장기인 속도를 이용한 돌파를 뽐내며 상대 진영 쪽으로 빠르게 뛰어 들어간다.
[오늘 경기 저 선수의 빠른 돌파가 없어서 아쉬울 찰나였습니다! 진! 상대 선수도, 같은 편 선수도 저 선수의 속도를 맞출 수 있는 선수가 없습니다!]
귀신같이 뛰어 들어가던 상욱이 이를 확인라고 라인을 갖춰 다가오는 수비수 로드리게스와 로마뇰리를 보며 속도를 늦춘다.
수비들이 패스 경로를 차단하고, 골키퍼가 나와 태클로 공을 뺏어 내려던 순간, 상욱이 갑자기 급격하게 반대 방향으로 위치를 바꾸더니 달려 나오던 골키퍼 옆으로 재빨리 공을 차 넣는다.
[3골! 해트트릭!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인테르 역사상 최고의 영입! 위대한 아시안이 로쏘네리를 무너뜨립니다!]
[몇 번을 칭찬해도 지겹지 않은 대단한 골입니다, 저 위치에서 급격하게 방향 바꿔서 공을 찰 수 있는 실력은 둘째 치고 저런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조차! 대단합니다!]
***
후반전을 앞둔 라커룸, 상욱이 콘테 감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묻는다.
“밀란 더비 역대 최다 점수 차가 몇 점이었죠?”
“내가 알기론······ 2001년에 밀란이 우릴 6대0으로 이긴 게 역대 최대일 거다.”
씁쓸하게 말하는 콘테에게 자신감 있게 이빨까지 드러내며 웃어 보이는 상욱.
“7:0, 8:0까지 만들게요. 오늘 양 구단의 역사가 바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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