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67화 (67/114)

67화

aka. 사기캐

21세기가 낳은 처음이자 마지막 천재.

-호르헤 발다노(前 레알 마드리드 감독)

진은 인간이 아니에요. 거짓말이 아니고 진짜로. 솔직히 공으로 그런 플레이를 하는 인간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라우타로 마르티네즈(前 인테르)

***

포그바, 라우타로, 루카쿠.

수많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으나, 리버풀 감독 위르겐 클롭의 시선은 오로지 한 선수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레비랑 거의 비슷해, 아니 개인기는 그 이상일까.”

순식간에 수비수를 제치는 경이적인 드리블과 스피드는 호나우두를.

스트라이커임에도 대단한 발기술과 플레이메이킹을 통한 공격 전개는 즐라탄을.

비정상적인 점프력으로 상대 골문을 찍어 넣는 헤더는 호날두를.

묘기 수준에 가까운 개인기 수준과 볼터치는 전성기 호나우지뉴를 보는 것만 같았다.

고작 18살밖에 안 되었으나 이미 오늘 그가 보이고 있는 기량은 현 세계최고의 스트라이커라 불리는 레반도프스키와 엇비슷하거나 그를 능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18살에 저 실력이란 말이지.”

사람들 앞에 있어 최대한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클롭이나 그의 마음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맨시티, 진 영입에 1억 유로 조준!] (*한화 1,396억원)

리버풀의 최대 라이벌 맨시티가 전상욱의 영입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으며 이미 1억 유로를 제시했다가 퇴짜 맞고 이후 1억 5천만 유로(*한화 2,000억 원가량)를 제시했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안 돼, 맨시티행은 절대 안 돼.”

저런 괴물이 맨시티로 간다면 앞으로 최소 5년간 리그에서 시티를 막을 팀은 아무도 없을 것이며, 이는 유럽대항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 리버풀에는 살라-피르미누-마네로 이어지는 EPL 탑 수준의 공격라인이 있으나 저 괴물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마이클에게 연락해.” (*리버풀 단장)

그의 함께 온 구단 스카우터 총괄과 수석코치 부바치에게 조용히 말한다.

“무슨 방법을 쓰던, 얼마를 쓰던 좋으니까 무조건 데려와. 다음 시즌 리버풀 영입 1순위는 두말할 것 없이 진이다.”

***

후반 80분이 넘어가는 상황.

동점인 상황에 선수들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으나 맨유 선수들은 이상하리만큼 얼어붙어 있었다.

[오른쪽 터치라인 끝에서 공을 받는 라우타로가 힐킥으로 패스합니다. 바로 진이 받고요!]

[순식간에 위기에 놓인 맨유입니다, 필 존스가 뛰어 들어갑니다만 속도에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그대로!]

상욱이 반 박자 빠르게 오른쪽으로 감아 차는 슈팅이 빠르게 회전하며 왼쪽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골키퍼 데헤아가 왼쪽으로 몸을 날려 펀칭으로 공을 막아 낸다.

[데헤아의 환상적인 선방! 위기에서 벗어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건 데헤아 같은 월드클래스 골키퍼가 아니었으면 무조건 들어갔을 슈팅입니다! 대단히 무서운 슛이었어요!]

남은 시간 맘대로 뛰어라.

콘테의 지시에 제멋대로 돌파하고, 달려드는 고삐 풀린 괴수의 움직임이 맨유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필! 에릭! 한 번만이라도 막아 봐! 너네도 프로야!”

오늘 단 한순간도 상욱을 막아 내지 못한 수비진에게 일갈하는 무리뉴. 감독의 외침에 부끄럽고 화가 나는 맨유 선수들이었으나 당최 어쩔 수가 없다.

“씨발······ 그걸 누가 몰라서 이러는 줄 알아?”

“나라고 이렇게 당하는 게 좋은 줄 아냐고!”

안 막아지는 걸 어찌하겠는가.

[포그바가 공을 몰고 앞으로 나섭니다. 뺏긴 분위기를 다시 반전시킬 필요가 있겠죠, 어, 어! 진이! 뜁니다!]

[패스하기 전에, 완벽한 슬라이팅 태클! 맨유 선수들 항의합니다만 공만 건드린 굿 태클이었습니다!]

또다시 포그바의 레이저 롱패스가 나오기 직전 순식간에 긴 다리로 앞으로 넘어지면서 슬라이딩 태클을 성공시키는 상욱.

언제든 돌파할 수 있을 위협을 가한 상욱이 몸을 움찔거리며 수비수들을 혼란에 빠트린 뒤 앞서 뛰어가는 바렐라에게 공을 전달한다.

그러나 이번엔 수비수들의 몸이 빨랐다.

[바이가 시선 빼앗고, 필  스가 뒤에서 그대로 공 탈취합니다!]

[에릭 바이와 필존스의 협동  비! 이번엔 맨유 수비가 한 건 해냅니다!]

에릭 바이와 필 존스는 여타 수준 이하의 수비수들이 아니다.

라리가 리그 베스트를 찍고 온 바이와 맨유 유스에서 1군까지 ‘성골’ 취급을 받는 존스는 결코 무시받을 선수들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들의 상대가 불합리하게 강했다.

***

80분.

경기 종료가 다다를 때 맨유와 인테르 선수들은 모두 남은 힘을 쥐어짜 내 승부에 나섰다.

이왕 주전 선수들 전부 사용한 거 원정 경기에서 승리해서 가고 싶은 인테르와 PSG와의 1차전에서 패배해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던 맨유.

끝없는 공방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침묵을 깬 쪽은 인테르였다.

[둠프리스가 브로조비치에게 그리고 바로 라우타로 쪽으로- 빌드업의 정석입니다!]

[네, 인테르 선수들의 훈련량이 보입니다! 콘테 감독의 스타일이 경기장 안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라우타로가 돌파하면서 진에게 전달합니다!]

페널티라인 오른쪽 끝에서 공을 잡은 상욱.

순간 팀 동료들은 극강의 오프더볼을 가지고 있는 그가 왜 저런 위치에 있는지 의아해했다.

슈팅하기엔 시야도 막혀 있으며 각도가 나오지 않으며, 골키퍼 정면에 있는 라우타로에게 공을 주기엔 수비수들의 수가 많았다.

[공을 받는 위치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아아아아! 역전! 역전골이! 들어갑니다!]

[진! 원더골의 정석이죠! 많이 뛸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때리면 골인데요!]

상욱이 오른발 끝으로 찬 아웃프런트 킥은 상대 수비의 몸을 살짝 지나 뱀처럼 휘어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오늘 경기 야신에 가까운 활약을 보였던 데헤아 골키퍼는 완전히 꺾어 들어가는 슛에 아무런 대비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두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월드클래스! 이 선수가 월드클래스가 아니면 누가 그 칭호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올드 트래포드에서 해트트릭을 할 수 있는 선수는 극히 드뭅니다! 동시에 고작 10대 소년이 무너뜨리기에 맨유는 결코 약한 팀이 아닙니다! 그리고! 기어코 그걸 해내는 월드클래스! 진입니다!]

프로 데뷔 후 1년 3개월째 다다랐을 무렵, 이미 상욱의 이름 앞에는 ‘월드클래스’니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니 하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들어와! 진! 넌 바로 전용기타고 바로 갈 거야!”

상욱이 서포터, 팀원들과 제대로 된 기쁨을 나누기도 전에 이미 상욱과 수비수와의 교체를 지시하는 콘테.

역전도 했겠다, 이제 문만 잠그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서포터들 앞에서 역전 해트트릭으로 좀 뽐내고 싶었던 상욱이나, 자칫 까불다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콘테 감독의 성격을 알기에 종종 걸음으로 터치라인 안으로 다가간다.

바로 그때.

올드 트래포드 전체에서 박수소리가 들린다.

[아, 맨유 서포터들 전체가 기립해서 박수를 보내네요. 오늘 경기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에 대한 경외의 박수입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기립 박수를 받은 상대 선수는 2003년 호나우두가 유일한 것 같은데요. 과연! 오늘 진이 보여 준 플레이라면 기립박수를 받을 만합니다]

[호나우두라는 거목과 비교되는데 욕은커녕 오히려 더욱 인정받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요?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이 대목에서 해설은 무언가 생각에 빠진 듯 있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재목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세계 최고일 수도 있겠네요.]

상대 팬들의 기립박수에 놀란 상욱이 한국식 목례로 팬들에게 인사하자 박수 소리는 더욱 거세진다.

1분간 쏟아지는 박수 세례가 끝나자 서서히 터치라인 안으로 들어오는 상욱.

“잘했어! 넌 이제부터 한국인이 아니다!”

“······네?”

이 모습을 전부 지켜본 콘테 감독이 잔뜩 흥분해서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

“넌 내 아들이고, 앞으로 이탈리아인이 될 거다! 넌 이제 콘테 가(家)의 남자야!”

열렬히 제자에게 뽀뽀를 날리는 콘테 감독을 피해 라커룸으로 달려가는 상욱.

이 모든 게 상욱을 빨리 퇴근시키기 위한 콘테의 작전이었다면 대단히 성공적인 듯하다.

“아우-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변했다.

천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천재의 탄생에 축구협회는 상욱을 부족했던 월드컵 준비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로 하고자 했으나, 상욱이 국내에서 하는 모든 행사를 두고 이탈리아로 출국하는 바람에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욕만 먹었다.

이에 협회는 유감 표명이나 경고 등과 같은 것들로 상욱을 제어하고자 했으나, 애초 국내에서 뛰는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상욱에게 이런 위협이 통할 리가 없었고, 무엇보다 여론 자체가 압도적으로 상욱의 편이었다.

3패 탈락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디펜딩 챔피언을 꺾고, 16강을 넘어 8강까지 멱살 잡고 캐리한 축구 천재를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국 팬들은 그저 전상욱이 네덜란드로 귀화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한다며 그를 찬양하기 바빴고, 더불어 이번 대회 준비부터 문제를 보인 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원정 8강을 달성했으나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한 신정길 감독이 대회를 끝으로 사임하고 98, 02년 레전드 출신으로 채워진 협회 임원진은 새로운 외국인 감독 선임을 위해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녔다.

월드컵에서의 대단한 활약은 곧 K리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서 상욱의 뒤를 이어 엄청난 선방을 보여 준 골키퍼 조우현은 리그 최고스타로 자리 잡았고 김용, 이성재와 같은 선수들도 유명세를 탔다.

해외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낸 한국 축구는 이제 대륙으로 눈을 돌려 이번엔 아시아를 제패하고자 한다.

UAE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안컵을 노리는 한국은 다시 한번 자신들의 아시아 최강국임을 입증하고자 했고, 라이벌 이란과 일본은 월드컵 이후 벌어진 한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월드컵 이후 한국의 임시감독이 된 차지훈 감독의 생각은 단호했다.

“대한민국의 아시안컵 목표는 우승뿐입니다.”

***

리그 : 9경기 15골 6도움

챔스 : 2경기 4골

코파 이탈리아 : 1경기

도합 12경기 19골 6도움의 미친 공격수의 활약에 인테르는 각종 모든 대회에서 1위를 찍으며 애초 스쿠데토를 미리 선점했다는 말까지 들었으나,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절대’란 말은 없었다.

애초 확고한 주전 선수들만 경기에 내보내는 콘테 감독의 성향에 인테르의 습자지 같은 스쿼드가 맞물려 정점을 찍었던 팀의 성적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은 리그 3경기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한 인테르는 리그 12경기 8승 3무 1패로 유벤투스에게 리그 1위를 빼앗김과 동시에 라우타로와 바렐라 같은 핵심 선수들이 부상당하기에 이른다.

다음 상대는 밀란 전.

당연히 그렇겠지만 인테르가 믿을 건 한 사람뿐이었다.

< 한국의 사령탑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