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vs 맨유 (2)
선수들 간의 간격을 지향하고, 대체로 수비 라인을 내리는 강력한 수비 축구를 지향하는 무리뉴 감독.
극단적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스타일의 그는 ‘버스 세우기’니 ‘노잼 축구’니 여러모로 세간의 비난을 받아왔으나, 결과적으로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감독 커리어 내내 수많은 트로피를 따냈다.
수비 전술로는 전 세계 어떤 감독과 겨뤄도 밀리지 않는 세계적인 감독인 무리뉴.
전상욱이라는 괴수를 만나긴 했으나, 특유의 끈끈한 수비 전술과 신중한 전형으로 아시안 공격수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 물거품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초.
[괴물이 올드 트레포드에 나타났습니다!]
[레드 데블스,(*맨유 별칭) 악마를 잡아먹는 괴물입니다.]
피치 위의 맨유 선수들은 물론 벤치와 홈팀 서포터들까지 상욱을 보며 입을 떡 벌린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동료 선수와의 호흡을 통해 진행하는 운동입니다. 그런데 이건······.]
말 그대로 11vs1의 상황에서 전부 패한 맨유 선수들이 망연자실하게 서 있다.
“고작 1점이야! 다시 일어나!”
맨유의 주장 에쉴리 영이 경기장 전체를 뛰어다니며 선수들을 격려한다. 아직 경기 종료까지 90분 전체가 남은 상황. 맨유는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야만 했다.
“그래, 우리 홈에 이제 시작일 뿐이야.”
“바로 정신 차리자!”
팀의 주축인 포그바와 루크 쇼가 선수들을 격려하며 경기에 나서자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는 듯한 맨유 선수들.
그래,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며, 이들은 유럽 최고의 메가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라는 자존심이 있었다.
***
뭐.
안타까운 말이나 삶은 스스로의 의지나 바람대로 되지않는 법이다.
포그바의 화려한 드리블링과 패스, 루카쿠의 빠른 돌파로 어떻게든 공격의 활로를 열어 보려 했으나 오늘 인테르 선수들의 컨디션은 이번 시즌 최고였다.
[페리시치가 왼쪽에서 빠르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맥토미니를 간단히 제치고 그대로 바렐라 쪽으로 패스!]
역습 전술을 가져온 맨유는 오히려 인테르의 미친 스피드를 이용한 역습에 당한다.
[압박당하는 바렐라, 진이 받으러 내려옵니다! 진에게 연결 되는 공, 그러나 수비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저 선수가 공을 잡으면 전력 상관없이 수비가 2~3명은 붙습니다. 진! 이번엔 개인기로 돌파!]
프레드와 포그바가 압박을 위해 달려들자 순간 발끝으로 공을 위로 띄운 다음 상대의 키를 넘겨 돌파하고, 곧 이를 보고 달려온 포그바가 공을 따내기 전 톡하고 헤딩하여 완전히 압박에서 벗어난다.
[와······ 와아! 이거 호나우지뉴가 올드 트래포드에 나타난 것 같습니다!]
[솜브레로(*사포)를 이렇게 자연스럽고, 가볍게 쓸 수 있는 선수가 또 있을까요!? 그대로 질주해 나가는 진!]
맨유 선수 몇몇이 그저 구경만하고 있을 때 상욱은 다시 한번 공을 몰고 페널티라인 근처로 뛰어나간다.
[공간 비었습니다! 수비수 달려옵니다만, 슈우우웃!]
[데헤아! 선방! 맨유가 또 한 번 위험에서 벗어납니다!]
페널티라인 근처에서 오른쪽으로 휘어 골대 구석을 노린 상욱의 캐논포를 현 세계 최고의 골키퍼 데헤아가 겨우 펀칭으로 막아 낸다.
순간적으로 풀린 아군의 압박에 솔직히 짜증 났던 데헤아이나 선수들을 비난할 순 없었다. 자신도 방금 진의 기술과 속도를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경기는 원사이드하게 흘러갔다.
“저 새끼, 막아!”
“프레드, 맥토미니! 진 놓치지 마!”
“진, 진! 진 쫓아가!”
맨유 선수들은 지속적으로 아시안 괴물을 따라다니며 그를 마크했고, 이 괴물은 상대를 농락이라도 하듯 갖은 개인기와 스피드를 이용해서 이를 모두 피해 냈다.
***
전반 33분.
[칭찬을 너무 많이 해서 보시는 분들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늘 진의 플레이는 평소 이상의 실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대단한 선순데 오늘은 특히 말이 안 나올 정도네요. 사실······.]
이 대목에서 잠시 주춤하더니 대단히 조심스럽게 말하는 해설.
[언론들은 오늘 경기를 래시포드와 진의 라이벌전이라고 칭했는데요. 사실 이런 자극적인 기사가 선수들,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 대단한 부담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렇죠, 사실 래시포드 선수가 절대 못하는 선수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하필이면 상대가······.]
[네, 너무 강합니다.]
경기장 전체를 활용하며 맨유 선수들을 유린에 가깝게 박살 내는 상욱.
팬들과 피치 위에 있는 선수들은 그의 플레이에 감탄을 보내며 기뻐하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야! 진! 너무 많이 뛰지 말라고 했잖아!”
터치라인 끝에서 상욱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콘테.
화가 났다기보단 에이스가 지치거나 부상이라도 당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너, 내가 패스 플레이하라고 했지!? 누가 계속 돌파하라고 했어!?”
어찌나 그 소리가 큰지 관중들에게까지 외침이 들리고 상욱은 다소 창피한지 머리를 긁적인다.
“뛰! 지! 말! 라! 고!! 그냥 자리 지켜!!”
“아, 알겠어요, 안 뛸 게요······.”
많이 뛴다고 혼나는 선수와 많이 뛰지 말라고 요구하는 감독.
세상에 둘도 없을 조합이었다.
***
1:0.
앞선 채로 전반이 종료되고 라커룸으로 들어온 상욱에게 콘테 감독은 불같이 화를 내기보단 조용히 그를 타일렀다.
“일단 아까 화내서 미안하다, 진.”
“아, 아닙니다······.”
아무리 상욱이 2회차 인생이라 해도 콘테의 사나운 인상과 피지컬을 보면 흠칫거릴 수밖에 없다.
“이런 지시 내리는 게 웃긴 말이긴 한데······.”
속력을 이용한 돌파와 수비가담을 줄이라는 콘테 감독의 지시.
“그냥 위에서 라우타로나 바렐라가 찔러 주는 거 받아먹기만 해. 알겠지?”
“아, 아니 그래도 제가 좀 더······.”
콘테 감독은 그래도 뭔가 더 하고 싶다는 제스처를 취하던 상욱에게 한 마디라도 더 하면 찢어 죽이겠다는 듯이 으르렁거렸다.
결국 상욱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피치 위로 나설 수밖에 없었고,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라우타로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한 마디만 더 했으면 총이라도 맞았겠어.”
“그러게 말이야.”
***
상욱의 움직임이 최소화된 상태와 더불어 전반까지 최악의 컨디션이었던 맨유 선수들의 컨디션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물론 예전 퍼거슨 시대에 비하면 맹구니, 맨유딱이니 조롱을 받고 있긴 하지만 썩어도 준치다. 맨유는 많은 선수들의 드림클럽이며, 세계적인 감독이 지휘하는 메가클럽이다.
[전반전에 비해 포그바의 움직임이 확연히 좋아진게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마티치와 맥토미니 같은 활동량 좋은 선수들이 받쳐 주니 포그바의 창의성이 십분 발휘되네요.]
폴 포그바.
미드필더로서 기초적인 판단력이 나쁘고, 수비적인 가담이 부족하며 경기 중 턴오버가 많은 모습도 보인다.
단점이 많은 선수이나, 그럼에도 팀에서 이 선수를 대단히 비싸게 쓰는 이유는 개인기와 탈압박 능력도 있으나 무엇보다- 롱패스다.
[와! 피치를 한 번에 가로지르는 레이저 롱패스!]
자신의 진영에서 볼을 돌리던 공을 받은 포그바가 발목을 확 꺾으며 찬 패스가 순식간에 좌중을 가로질러 상대 페널티라인으로 뛰어 들어가는 루카쿠까지 연결된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놀라 뛰쳐나오는 수비들을 제쳐 낸 그는 침착하게 한다노비치 골키퍼 옆으로 골을 성공시킨다.
[와! 순식간에! 루카쿠 그대로 들어갑니다! 그대로오!]
[들어갔습니다! 로멜루 루카쿠! 시즌 5호골! 포그바의 환상적인 패스를 침착하게 마무리합니다!]
전반전 이후 수비를 더욱 걸어잠근 다음 중앙에서 포그바의 창의성과 루카쿠의 결정력에 모든 걸 건 무리뉴의 작전이 적중했다.
[포그바가 터치라인 끝에서 2명 제쳐 내면서 앞으로 달려갑니다! 뛰어 들어가는 래시포드에게, 그대로!]
[래시포드! 감아 찹니다! 아! 한다노비치의 결정적인 선방입니다!]
맥토미니와 마티치가 높은 활동량으로 공간을 만들어 주면 오늘 컨디션 최상인 포그바가 중원에서의 볼 배급과 플레이 매이킹을 진두지휘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켜 나갔다.
***
후반 64분 1:1.
오늘 맨유 공격에 대한 대비를 완벽히 해 온 콘테였으나 단 한 가지 놓친 것이 있다.
포그바는 그의 생각 이상으로 컨디션이 좋았고 지속적으로 네라주리의 골문을 두드렸다.
포그바와 중원을 막는데 정신 팔려 있던 인테르 수비진은 순간 옆에서 파고드는 루크 쇼를 보지 못했다.
[루크 쇼가 그렇죠! 맥토미니와 좋은 2:1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달려 나갑니다! 좋습니다!]
루크 쇼의 재빠른 크로스, 인테르 수비진이 대단히 힘을 내서 이를 막기 위해 전부 뛰어올랐으나, 루카쿠는 놀라운 점프력으로 경합에서 이기면서 밑으로 공을 떨궈 주자 뛰어 들어온 포그바가 빠르게 골을 성공시킨다.
[루카쿠가 헤더로 떨궈 주는 공! 포그바아아아! 들어가쒀요! 폴 포그바! 오늘 경기 1골 1도움!]
[오늘 포그바의 컨디션은 이번 시즌 중 가장 좋습니다! 지금까지 경기력은 정말 지단 못지않네요.]
1:2.
올드 트래포드가 들썩일 정도의 강한 함성과 함께 포그바와 맨유 선수들이 미친 듯 환호한다.
후반전,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대단히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중이었으나 무리뉴 감독의 표정은 이상하게도 침울했다.
“이상하네.”
“왜 그러세요? 이제 역전인데!”
한껏 고양된 표정의 코치를 보며 읊조리듯 말하는 무리뉴.
“왠지 모르게 불안하단 말이야······.”
***
“진!”
동점골에 이어 역전까지. 무너지는 선수들을 본 콘테 감독이 상욱을 손으로 부르며 외친다.
“위에만 있는 작전은 취소다!”
“그러면······ 어떻게 막 뛰어도 되나요?”
조심스런 상욱의 질문에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버럭 외친다.
“맘대로 해! 일단 이기고 얘기하자고!”
후반 73분.
두 팀의 맹렬한 기세가 이어지던 와중 브로조비치의 스루패스를 받은 상욱이 페널티라인 쪽으로 공을 잡고 올라간다.
[진이 돌파합니다만 네, 확실히 전반과 같은 속도는 나오지 않는 것 같네요.]
[그래도 들어가는데, 요어어어!]
이번에야말로 막겠다는 의지로 달려드는 린델로프를 방향 전환 터치 한 방에 순식간에 무너뜨린 상욱,
[순식간에 페널티라인 위로 올라갑니다! 이번엔 맨유 수비진들이 많습니다!]
[진, 그대로 공 위로 띄어서어어!]
필 존스와 그의 시야를 방해하고, 바이가 유니폼을 잡아끌자 상욱은 바닥에 있던 공을 살짝 위로 띄우더니 그대로 하프 발리슛을 성공시킨다.
[다시 동점! 맨유가 지금껏 만들어 놓은 기세를 몇 초만에 무너뜨리는 진!]
[대단히. 정말 대단히 훌륭한 골이었습니다! 슈퍼스타란 게 저런 겁니다. 넘어가 있던 경기 흐름을 한순간에 가져오는 것! 저게 에이스죠!]
상욱은 psv시절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던 맨유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만약 오늘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몇몇 팬들은 ‘그래 차라리 진을 안 산 게 다행이었을지도 몰라.’라며 위안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욱은 이를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감독님.”
세리머니 후 환호하는 콘테에게 다가가는 상욱.
“교체 준비해 주세요. 10분 안에 벤치로 들어갈 거예요.”
< aka. 사기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