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vs 맨유 (1)
[래시포드vs진, 월드컵에 이어 챔스 2차전!]
[유럽대표 대 아시아대표 승자는 누구?]
[무리뉴, 진은 매우 막기 까다로운 선수]
인테르와 맨유의 챔스 조별리그 2경기를 앞두고, 영국 언론들은 래시포드를 상욱과 라이벌리로 소개한다.
맨유에서 화려하게 데뷔하긴 했으나 사실 개인 수상하나 없는 래시포드와 데뷔 1년 만에 무려 월드컵 골든볼이라는 세계 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상욱과의 비교는 국내외 축구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전상욱이랑 래시포드? ㅋㅋㅋ 월드컵 위너 음바페도 전상욱한테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는데 월드컵에서 이겼다고 뭐? 라이벌? ㅋㅋㅋㅋㅋ
-정보)잉글랜드 에이스는 래시포드가 아니라 케인이다.
-유럽 기래기 새끼들 진짜 미쳤냐?
-전상욱은 케인이랑 붙여도 기량 면에서 밀리지 않는 선수임. 근데 래시포드? 올려치기 ㅈㄴ하는 거 보소.
사실 이런 기사를 내는 기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상욱이 래시포드보다 뛰어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나 케인 이후 새로운 축구 스타를 필요로 하는 자국 내 여론에 부흥하기 위함이었다.
이제 막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이제 막 날개를 펴고 날기 시작하는 어린 선수와 18살 나이에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공격수.
기량 차이가 압도적으로 나는 상황에서 래시포드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깡으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었으나- 이는 97년생의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마커스.”
인테르와의 경기 직전,
아무도 없는 라커룸에 홀로 조용히 명상하는 래시포드에게 조용히 다가가는 맨유의 조세 무리뉴 감독.
평소 선수단에게 다소 권위적이고, 위엄 있는 모습을 보이는 무리뉴 감독이나 지금 어린 선수가 받는 부담감을 알고 있기에 그는 어느 때보다 자상하게 그에게 다가갔다.
“기사 봤다, 너무 부담 갖지 마.”
“······미치겠어요.”
어두운 표정의 팀원의 앞에 쪼그리고 앉은 무리뉴가 최대한 그를 안심시킨다.
“진이 잘하는 건 인정한다. 그래도 넌 월드컵에서 그놈을 이미 한번 꺾은 적이 있지 않니?”
“이겼······ 다구요? 우리가 진한테요?”
이겼다는 말을 들은 래시포드는 도리어 한숨을 크게 내쉬며 중얼거렸다.
“우린 그 자식에게 전부 다 졌어요. 우린 11명이 나왔지만 놈은 1명에서 우릴 상대했죠. 그것도 혼자 승부차기까지 끌고 간 거고······.”
그가 무슨 상욱을 대단한 악마라도 되는 것처럼 절망에 빠진 듯 말하자 무리뉴 감독은 그의 어깨를 꽉 잡으며 자신감 있게 말했다.
“우린 반드시 진을 막을 거야.”
무리뉴 역시 대단히 자신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린델로프, 스몰링, 에릭 바이 등 현재 맨유의 주전 수비로는 저 무지막지한 괴물을 막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해내야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메카클럽을 지휘하는 감독이라면 이뤄 내야 했다.
“로멜루, 이리와 봐.”
“넵 감독님.”
래시포드를 억지로 달랜 무리뉴 감독이 팀의 에이스이자 로멜루 루카쿠를 감독실로 불렀다.
191cm, 103kg의 대단한 피지컬을 갖고 있는 루카쿠는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스피드를 갖고 있는 월드클래스 공격수 중 하나다.
강력한 피지컬과 폭발적인 스프린트, 센스 넘치는 개인기 등 상욱의 스타일과 플레이 스타일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은 그와 상욱은 안 그래도 팬들과 전문가들에게 비슷한 유형이라는 말을 듣는다.
“너랑 비슷한 스타일에다가 오만한 것도 너랑 닮았어. 그래서 네게 물어볼 것이 있다.”
잠시 생각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무리뉴.
“지금 네 실력으로 놈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러니까 인테르와 득점 레이스를 한다면 우리가 우위를 정할 수 있겠냐?”
감독의 전술을 대충 눈치챈 루카쿠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조용히 말을 꺼낸다.
“솔직히 말씀드려요, 아님 희망적으로 말할까요?”
“하아······ 희망적인 얘기부터 해 봐.”
“진은 데뷔 이후 풀 시즌을 뛰는 게 처음인 데다 로테이션을 안 쓰는 콘테 감독 특성상 진을 계속 선발로 내보낼 텐데 후반 늦게까지 가면 놈이 좀 지치지 않을까 싶어요.”
“그건 나도 알아. 희망적인 말이 고작 그거냐?”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는 무리뉴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루카쿠.
“그럼 솔직한 심정을 말해 봐.”
잠시 심호흡을 하던 감독이 조용히 물어보자 루카쿠 역시 한숨을 쉬어 대며 말한다.
“······ 못 이깁니다.”
“뭐?”
“감독님도 느끼시겠지만 진은 모든 영역에서 저를 뛰어넘었어요. 그래도 월드컵 전까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예 비교가 안 된다 이거냐?”
무리뉴 딴에는 자존심 강한 루카쿠를 긁어서 경기에 모든 걸 쏟게 만들 생각이었으나, 그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으로 말한다.
“네 뭐, 아! 그놈은 좀 이상해요. 뭐라고 해야 하지, 축구하는 거 보면 인간이 아니라고 할까? 마이클 조던이 축구 선수로 환생하면 이럴까, 뭐 그래요.”
루카쿠는 평범한 공격수가 아니다.
퍼스트 터치가 나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무결점에 가까운 자존심 강한 스트라이커가 진심으로 하는 말에 헛웃음을 짓는 무리뉴.
“이거······ 이거 잘못하다간 좆될 수도 있겠군.”
***
“우리 일정이 좋지 않아.”
맨유와의 경기를 앞둔 인테르 라커룸 안에서 콘테 감독이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수요일에 맨유와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있고, 3일 뒤 주말엔 나폴리와의 리그 경기가 있으며 다음 주 평일에는 코파 이탈리아 컵 경기가 있다.
진-라우타로-바렐라-고딘-페리시치 등 유럽 탑클래스 수준에 달하는 주전에 비해 팀 유스와 한물간 노장 선수들로 구성된 인테르의 서브는 유럽 내 다른 구단들에 비해 약한 편이다.
콘테 감독 역시 이를 알기에 최대한 핵심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맨유전과 같은 중요한 경기에 도저히 상욱을 안 쓸 수가 없으나, 동시에 주중 챔스 경기에서 모든 걸 쏟아부은 상욱이 주말 경기에 지쳐서 별다른 활약을 해 주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콘테 감독.
맨유와의 챔스 경기를 택할지, 주말 나폴리와의 리그 경기를 택할지.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인 콘테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말한다.
“진, 난 주말 경기에도 널 내보낼 생각이다.”
“훌륭한 선택이군요.”
가능한 모든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큰 상욱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네 체력이 좋아졌다고 해도 18살 신체 지구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사실 지금 상욱의 지구력이라면 챔스와 리그 둘 다 뛸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지쳐서 100% 활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동시에 이런 과도한 체력 소모가 과중되면 폼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오늘 널 70분, 아니 65분에 교체시킬 거다. 교체한 다음 벤치에도 앉지 말고 바로 전용기에 태워서 퇴근시킬 거야.”
“그렇다면······.”
상욱은 감독이 무슨 말을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2골 넣어. 2점차로 벌어지는 순간, 바로 교체해 줄 테니까.”
상욱이 고개를 끄덕이고, 선수들이 경기 출전을 위해 라커룸 밖으로 나서자, 뒤통수에 소리쳤다.
“진! 너무 많이 뛰지 마! 부상당하면 죽여 버릴 거야! 알겠지!?”
“킥킥, 알겠어요!”
단어는 대단히 자극적이었으나 말투 안에는 애절함이 묻어 있었고, 이를 알아챈 상욱이 낄낄거리며 그라운드로 나선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는 조금도 질 생각이 없었다.
***
맨유의 홈구장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경기장 중 하나인 올드 트래포드에 수많은 관중들과 함께 세계 유명 축구 감독들이 이 경기를 지켜봤다.
PSG의 토마스 투헬,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등 전 세계의 핫한 감독들이 라우타로나 바렐라, 래시포드, 루카쿠 등과 같은 유명 선수들에을 관찰하기 위해 나섰으나 이들의 진짜 목표는 이탈리아를 씹어 먹고 있는 아시안 스타였다.
[경기장 안에 유명한 감독들이 많이 앉아 있네요. 이번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특히 세리에 리그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진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죠. 이번 시즌 유럽리그 전체 득점왕을 노리고 있습니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마자 공을 잡은 래시포드가 앞으로 뛰어나가는 루크 쇼에게 패스한다.
시작하자마자 루크 쇼의 괜찮은 크로스를 이용한 측면 플레이를 할 생각이었고, 이게 통하든 통하지 않든 한번쯤은 해 봄 직한 플레이었다.
그냥 평범한 스루패스였다.
좋지도, 나쁘지 않은 그냥 평범한 패스. 루크 쇼가 받은 후 돌파해서 크로스를 날리든, 슈팅까지 하든, 아니면 그냥 허무하게 뺐기든- 일단 공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디서 나타났는지 보이지도 않을 위치에 나타난 상욱이 득달같이 달려와 래시포드의 패스를 가로챈 다음 위로 빠르게 위로 올라간다.
[어어! 진이! 맨유의 오늘 경기 첫 번째 패스를! 갈취합니다!]
[와, 진짜 살다살다 시작하자마자 상대 공 빼앗는 선수는 또 처음 봅니다. 그대로 달려가면서 패스! ······를 안 하나요?]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은 뒤 재빠르게 위로 올라간 라우타로와 바렐라 쪽으로 길게 연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나 상욱은 이들의 상식을 아늑히 뛰어넘는 선수였다.
앞으로 길게 공을 보낸 뒤 다른 선수들이 이를 뺏으려 다가가기도 전에 말도 안 되는 스피드로 질주해 공을 받고, 다시 보내기를 반복하는 상욱.
[진! 단독 돌파합니다! 아직 경기 시작한지 6초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맨유 수비들 뭐 하나요! 달려들어야죠! 어떻게든 막아 내야 합니다!]
“저, 저 자식한테 붙어! 이대로 돌파할 거야!”
상욱의 질주를 본 맨유 수비수 린델로프가 주변 동료들에게 미친 듯 외친다.
린델로프는 당장 몇 달 전 월드컵에서 저런 식으로 상욱에게 실점한 적이 있었다.
“2번은 안 통한다, 애송아.”
수비형 미드필더 프레드와 함께 위아래로 상욱을 압박해 공을 탈취할 생각이었던 린델로프가 빠르게 마크하기 위해 몸을 날리나.
[총알 같은 스피드 진! 수비수 뚫고 지나갑니다!]
린델로프가 제대로 발을 뻗기도 전에 공을 몰고 앞으로 나가는 상욱.
매서운 인테르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3백으로 단단히 준비한 맨유 수비진은 순식간에 찢겨 나갔다.
[골키퍼 하나 남았습니다! 데헤아 앞으로 나오는데요, 그대로 슈우우우웃!]
[들어갔습니다! 아마 역사에 남을 기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기 시작 13초 만에 올드 트래포드를 침묵시켜 버리는 아시안 스타입니다!]
경기장에 제대로 착석도 하기 전에, 시켜 놓은 맥주를 한 잔 마시기도 전에 들어간 골에 관중의 반 정도가 제대로 된 상황인지를 못한 듯하다.
상욱이 득점에 성공하고 한 3초쯤 지났을 때.
“와아아아아!”
“사랑한다, 진!”
원정팬들의 환호를 등진 상욱이 콘테를 보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칼퇴합시다.”
곧 상욱에게 덥석 안기는 인테르 선수들을 뒤로하고, 린델로프는 그저 망연자실하게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자식······ 월드컵 때보다 더 빨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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