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vs 유벤투스
[AC밀란 개막전 0:2 敗! 최악의 경기력]
[이과인마저 부상! 밀란, 이번 시즌도 빨간불?]
“이런 젠장!”
AC밀란의 단장 이용홍이 이탈리아 언론 라 레푸블리카에 나온 1면을 그대로 구겨 던졌다.
다른 기사를 읽으며 스트레스를 풀고자 했던 그가 라 스탐파 언론의 신문을 펼쳐드나 도리어 열불만 날 뿐이었다.
[진 해트트릭, 인테르 삼프도리아에 3:1 승리!]
[호나우두의 재림! 진 헤트트릭으로 인테르 승!]
이탈리아 전역이 상욱의 얘기로 들썩였다.
고작 18살의 나이에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하고, 이적 후 데뷔전에서 헤트트릭을 기록한 선수에게 언론들은 벌써부터 新 축구황제니, 펠레에 비견되니 하며 찬양 기사를 쏟아 내기 시작한다.
월드클래스 공격수를 품은 인테르는 진뿐만 아니라 진뿐만 아니라 둠프리스, 바렐라, 고딘 등의 굵직한 영입으로 1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으나 유벤투스를 위협할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에 비해 밀란은 유벤투스로부터 야심차게 데려온 이과인이 데뷔전에서 부상을 당해 2개월간 나오지 못하게 되어 남은 건 급하게 영입해 온 피옹테크에게 모든 걸 걸어야 할 판이었다.
올 여름, 빅 샤이닝은커녕 제대로 된 영입도 없어 비난받는 이용홍 단장의 고심은 커져만 가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밀란의 중국인 구단주가 축구황제를 걷어찼다?]
- 월드컵 골든볼 수상자이자 역사상 최고의 재능으로 불리는 전상욱(*진)은 올 여름 인테르에 새둥지를 틀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테르 쪽에서 진에게 구애했다고 생각하나 실상은 다르다.
선수는 처음부터 우리 로쏘네리(*AC밀란 애칭)와 계약을 바랬으나 중국인 단장 이용홍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아시안 호나우두라 불리는 진을 영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구단은 선수 쪽에서 너무 많은 주급을 불렀다고 했으나 실상은 다르다. 진이 요구한 주급은 결코 많지 않았다. 15만 유로, 지금 인테르에서 받는 돈보다도 적다.
진짜 이유는 중국과 한국과의 외교적 문제로 인해 한국 선수 영입을 꺼렸다는 말이 있으며, 이 일이 사실이라면 구단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단장 자격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행동이다.
한편 얼마전 밀란의 스카우터직을 사임한 마우로 파소티는······.
이미 이탈리아 언론에서는 이용홍의 독단적 행동으로 진의 밀란행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쉴 새 없이 쏟아 내고 있었으며, 그는 시즌이 시작함과 동시에 구단 내외부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사실 이 모든 행동들이 상욱이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갔을 테지만, 상욱이 잘해도 너무 잘했다는 게 문제였다.
“젠장, 그 한국인 놈이 이렇게 잘할지 누가 알았냐고!”
벌써부터 인테르와의 데르비 델라 마돈니나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용홍. 제발 전상욱이 부진하거나 부상이라도 당하길 바라고 또 바랐으나, 그의 활약은 끝없이 이어졌다.
***
2R vs토리노.
[브로조비치가 전진하면서 진에게! 아! 그대로 수비라인 박살 내면서 안으로 들어갑니다!]
[결국- 들어갔습니다!]
3R vs엠폴리.
[오늘은 인테르 선수들 몸이 좀 무거운 것 같은데요. 진이 측면으로 빠르게 돌파해서 들어갑니다!]
[대체 언제 저쪽으로 위치를 옮겼을까요? 프로 선수들을 아이 다루듯 무시하면서 질주하는 진!]
[빠른 크로스! 라우타로오! 들어갔습니다! 진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가 성공했습니다!]
세리에 5라운드까지 인테르의 성적은 4승 1무.
현 시점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으며, 골득실 역시 14득점 4실점으로 저번 시즌 리그 5경기 기록이 2승2무1패인 것에 비해 대단히 좋은 성적으로 스타트했다.
주장 한다노비치를 중심으로 한 기존 선수단과 진과 같은 이적생들이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는 인테르.
선수단 대부분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선수는 진이다.
5경기 9골 4도움
리그 데뷔전과 동시에 에이스로 발돋움한 그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리그를 씹어 먹고 있었다.
5경기에서 벌써 공격 포인트를 13개나 기록한 그를 보고 사람들은 이미 리그 적응을 마쳤다고 했으나, 오히려 상욱은 아직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도 않았고 적응하는 중이었고, 더욱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도움닫기 중이었다.
“진! 오늘도 대단한 활약을 펼쳤죠! 다음 경기는 유벤투스와의 데르비 디탈리아입니다. 자신 있습니까?”
5라운드 결승골을 넣은 상욱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며 오는 가슴 큰 금발 기자. 그녀는 노골적으로 허리를 살짝 굽히며 섹스 어필을 시전한다.
“물론이죠,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습니다.”
곧 슈퍼스타가 될 자신에게 들러붙는 여성이 저 기자하나뿐이겠는가. 상욱은 그녀의 몸매를 보며 피식 웃은 뒤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벤투스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습니다. 많은 팬들이 이번 시즌 당신을 호날두에 비교하는데 동의하십니까?”
“그런 전설적인 선수와 비견될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와 비교하고 싶진 않습니다. 난 나일뿐이니까요.”
그 뒤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며 상욱을 유혹한 기자가 잘되지 않는지 이내 포기한 듯 다소 사무적인 투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날두는 이번 시즌 리그 우승과 득점왕을 동시에 노리고 있습니다. 당신도 그렇나요?”
이 대목에서 상욱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민 하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시즌 세리에는 반드시 네라주리의 것입니다. 당연히 득점왕은 제거구요.”
대단히 오만하고 독단적인 말이나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이에 반기를 들지 못한다. 상욱이야말로 증명했고, 증명하고 있는 선수니까 말이다.
***
“건방진 새끼.”
인테르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유벤투스 훈련장.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자 유벤투스의 주포인 호날두가 축구공이 찢어져라 슈팅을 해 댄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호날두의 것이었다.
챔피언스 리그 3연패의 주역이자 역사상 최고의 스코어러라고 평가받는 그의 세리에 이적은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모았고, 호날두의 유벤투스 오피셜이 떴을 때 팔린 유니폼 개수는 팀 역사상 가장 높은 판매치를 기록했다.
EPL을 정복하고, 메시와 함께 라리가를 양분한 뒤 세리에로 넘어온 호날두.
팬들의 모든 관심과 기대를 독차지한 그는 실제 경기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보였다.
5경기 6골.
경기당 1골이 넘는 대단히 훌륭한 기록이며, 올 시즌 유벤투스의 8연속 스쿠데토와 MVP를 차지할 생각이었다.
분명 가능해 보였다. 월클 중의 월클 호날두라면 반드시 이탈리아 무대를 씹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에서 한 꼬마가 이탈리아로 오기 전까진 말이다.
“헤이- 크리스티아누, 아시안 꼬마가 한 인터뷰 봤냐?”
팀의 주전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가 다가와 그에게 장난스레 말하나 호날두는 조금도 장난기가 보이지 않았다.
“닥치고 훈련이나 해, 마리오.”
“아니 난 그냥······ 그 아시안이 한 도발이 재밌지 않나 싶어서 말한 건데.”
호날두에 정색에 머쓱해진 만주키치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호날두 정도 되는 대스타라면 당연히 상욱의 도발을 유하게 넘겼을 텐데, 이렇게 정색하는 것을 보니 괜한 부스럼을 긁지 않는 편이 좋아 보였다.
“그럴 시간 있으면 훈련이나 해. 인테르 전에서 발목 잡지 말고.”
으르렁거리며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는 호날두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피식거리는 만주키치.
“저 자식, 진짜 긴장하나 보네-.”
전상욱은 데뷔한 지 고작 1년밖에 안 된 애송이지만 호날두는 그에게 이상하리만큼 강한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무슨 발롱도르를 5번이나 받은 선수가 왜 그딴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악연은 작년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부터 시작됐다. 마드리드와 psv의 경기에서 자신이 선제골을 넣고 거의 끝낸 경기를 경기 종료 15분 전에 들어와 동점골, 역전골까지 넣은 희대의 천재.
psv전은 작년 마드리드가 챔스에서 당했던 유일한 패배였고, 그 대회를 우승했음에도 승부욕의 화신 호날두는 psv와 전상욱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 있었다.
그리고 월드컵.
자신은 강팀 포르투갈로 4번이나 나가 Best 11에 든 것이 고작인데, 저 미친 한국인은 본인의 첫 메이저 대회에서 무려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했다.
게다가 지금 세리에 득점 1위에 자신이 아닌 상욱이 있다는 것도 호날두에겐 대단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몰고 가던 공을 강하게 골대 안으로 차 넣는 호날두.
“네가 펠레라고? 웃기지 마. 진짜 챔피언이 누군지 알려 주마.”
혼잣말로 분노를 삭이며 호날두는 상욱을 박살 내기 위해서 준비했다.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이 최고일 테니까.
***
vs 유벤투스 당일.
경기 전 라커룸 안에 있는 선수들은 벌써 친해진 듯 기존 선수, 이적생 가리지 않고 서로 함께 앉아 장난을 치고, 잡담을 한다.
팀 기강이 강하고, 지옥에 가까운 훈련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고 금방 친해진 것이다.
이는 스스로 악마를 자처한 콘테 감독과 그 지옥 같은 훈련을 성실하게 전부 해낸 에이스 상욱의 역할이 컸다.
“호날두는 내 우상이야! 슈팅이나 드리블 모두 레알 시절 호날두를 보고 많이 배웠어.”
유벤투스라는 강팀과의 대결에 대한 긴장보단 당장 호날두와 함께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 듯한 라우타로.
“호날두는 아마 역대 최강의 오프더볼 능력자이자, 최고의 피니셔일 거야. 예전 같은 스피드는 없지만 예전보다 더한 득점력과 공간 창출 능력을 가졌거든!”
호날두의 장점과 플레이스타일에 대해서 줄줄이 읊던 그는 자신의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상욱을 상욱을 확인하더니 놀라 외친다.
“어, 어! 아냐! 그래도 내 원픽은 진 너야! 알지!?”
“아니, 그냥 호날두나 계속 응원해. 제발.”
무슨 바람 피다 걸린 애인처럼 화들짝 놀라는 라우타로와 이를 별 관심 없이 중얼거리는 상욱.
“자 다들 닥쳐. 경기 브리핑할 거니까.”
이탈리아 마피아(?) 콘테 감독이 선수들을 모아 놓고 경기 브리핑을 진행한다.
“지금 유베의 중원 장악력은 예전에 비해 처참하게 낮은 수준이야. 그저 호날두와 코스타 같은 공격진이 잘해 주니까 티가 안 나는 거지 분명 경기 중에 약점이 드러날 거다.”
이후 팀의 공격작전과 수비 작전에 대한 설명을 마친 감독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한다.
“뭐 모든 경기가 다 그렇겠지만은······.”
이 대목에서 선수단 전체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는 콘테.
“비얀코네리(*유벤투스의 별명)에게 만큼은 이겨라. 반드시!”
선수 시절 유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던 그는 이번 인테르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유베 팬들에게 살인에 가까운 비난을 받았기에 반드시 이번 경기에서 승리해서 복수하고 싶었다.
선수단 전원이 파이팅을 외치며 자리에서 나가자 가장 마지막에 라커룸을 떠나는 상욱을 부르는 감독.
“진.”
“네?”
“언론에선 너와 호날두를 이번 시즌 라이벌로 두더구나. 누가 득점왕과 MVP를 차지말지 말이야.”
“네- 뭐 기사 봤습니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그 녀석은 네 라이벌이 못 돼. 그리고 넌 오늘 그걸 증명해야 할 거야. 할 수 있겠나?”
“계속 말했죠? 증명이야말로 제가 제일 잘하는 거라고요.”
콘테의 물음에 상욱이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그라운드로 나섰다.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