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58화 (58/114)

58화

안토니오 콘테

“너넨 이제 좆됐다고 생각해라.”

2018-19시즌을 앞둔 첫 1군 훈련 날.

대학 강의실 형태로 만들어진 전술 훈련실.

인테르 선수들 앞에서 콘테 감독이 호기롭게 외친다.

생긴 것부터 이탈리아 마피아 같이 험상궂은 중년의 남성이 이죽거리며 말하자 선수단 전원이 잔뜩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듣자 하니 시즌 막바지에 겨우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 걸로 주말 경기 직전에 술 마시고 파티까지 했다며?”

콘테가 팀의 주장이자 주전 골키퍼 한다노비치를 슥 쳐다보며 차갑게 뱉는다.

프로 생활만 15년 이상, 인테르에서만 7년째 뛰고 있는 한다노비치이나 콘테의 차갑고도 불같은 성격에 감히 아무 말도 못한 채 고개만 겨우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뭐- 어쨌든 상관없어. 이제 다신 그럴 일 없을 테니.”

브로조비치, 담브로시오, 슈크리나이르 등의 기존 선수들과 둠프리스, 라우타로, 진 등의 새로 영입된 선수들을 한 번씩 바라보던 그는 앞에 있는 단상으로 올라가더니 선수들을 노려보며 말한다.

“마르첼로.”

인테르에서 3시즌 간 뛴 미드필더 브로조비치를 부르는 콘테. 그는 지난 시즌 자기관리 실패로 인한 부진으로 팬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네,넵.”

“내 지시를 따르지 않는 선수를 어떻게 하는지 아나?”

콘테의 질문에 괜히 찔리는 듯 목소리를 기어가며 말하는 브로조비치.

“주급 정······ 지? 아니면 경기에 내보내지 않습니다.”

그의 대답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표정을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젓는 콘테.

“이번엔 이반, 네가 말해 봐.”

세리에 무대에서 잔뼈 굵은 이반 페리시치가 별생각 없이 중얼거린다.

“······아웃? 방출 시키나요?”

“아니, 아니야. 틀렸어.”

이번에도 고개를 젓던 콘테는 이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감독을 바라보는 쿼조 아사모아를 보며 말한다.

“그래- 쿼조, 넌 알고 있겠지.”

이미 콘테가 유벤투스를 지도할 때 그의 밑에서 뛴 적이 있는 아사모아가 한숨을 내쉬며 속삭이듯 말한다.

“죽여 버리는 편이죠.”

아사모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콘테는 고개를 끄덕이며 으르렁거렸다.

“맞아. 내 지시를 따르지 않는 놈이 있다면 난 그 새끼를 죽이는 걸 선호한다.”

대놓고 성인 프로 선수들에게 죽이니, 살리니 말을 하는데 개성 강한 외국 선수들이 찍소리도 못한 채 가만히 앉아 있다.

이는 이런 독단적인 스타일을 구사하나 가는 곳마다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그의 위대한 업적 때문도 있었으나, 여기서 무언가 반기를 들거나 대꾸를 잘못한다면 당장 정장 안 주머니 안에서 총이라도 꺼낼 듯한 그의 무시무시한 표정 때문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 우리의 목표는 당연히-.”

이 대목에서 콘테는 어느 때보다 목에 힘을 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우승이다.”

세리에 역사상 최초로 7연속 우승을 한 유벤투스는 이미 리그를 지배하다 못해 완전히 접수했고, 타 팀들은 유베의 강력함에 제대로 된 우승 경쟁도 못한 채 고꾸라지고 있었다.

ac밀란과 라치오, 피오렌티나 등 예전 세리에의 7공주로 불렸던 강팀들은 이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몰락과 퇴보를 거듭했으며.

인테르 역시 저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 턱걸이로 진출하긴 했으나, 10년 전 무리뉴 시절 때의 트레블 시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성적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시즌 유벤투스는 어느 시즌보다 강력하다.

이탈리아 베스트 수비수 중 하나인 보누치를 영입하며 수비를 단단히 만들었고, 이들은 유럽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자 축구 역사상 최고의 스코어러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했다.

대다수의, 아니 모든 사람들이 유벤투스의 세리에 8연패를 점치는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이젠 메이저 대회 우승이 반드시 필요한 인테르가 우승 청부사 콘테를 데려온 것이다.

“난 반드시, 반드시 우승할 거다. 우리의 목표는 리그, 코파 이탈리아 컵 제패이며, 나만 따라온다면 여기 있는 네놈들 모두 한 단계 스텝 업하게 될 것을 약속한다. 대신.”

이 대목에서 그는 코치를 부르더니 곧 뒤에 있던 코치가 선수들에게 이탈리아어와 영어, 진을 위한 한글로 된 종이를 한 장씩 나눠 준다.

<반드시 지켜야 할 팀 내 규율>

1. 기름과 버터로 된 음식 및 모든 식사에 케첩 사용 금지

2. 식사 시간에 휴대폰 사용 금지

3. 훈련과 회의시간 지각 금지

4. 경기 3일 전부터 음주 금지

5. 팀 내부 사정이나 전술을 언론에게 말하지 않기

“프로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야.”

식사 메뉴 통제와 음주 금지에 이미 파티를 좋아하는 몇몇 선수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간다.

“하나라도 위반할시 2주 치 주급이 정지된다. 그리고 만약 이 규율에 불만을 품는 놈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라. 당장 방출해 줄 테니.”

방출과 영입은 감독의 권한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구단에서 콘테가 가진 힘과 기대가 얼마나 많은지 알기에 선수들이 닥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감독이 독단적이라서 불만이다! 꼭 말해라! 일주일에 10만 유로(*한화 1억 3천만 원)나 받는 놈이 고작 이 정도도 못 지켜서 징징거린다면 누가 네놈들 팬이 되 주겠나!?”

일장연설(이라 쓰고 협박이라 읽는)을 마친 콘테가 선수들을 향해 씩 웃는다.

본인 딴에는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어 보기 위해 웃었겠으나 전혀, 팀 분위기는 더욱 오싹해졌다.

“자, 제군들, 이제 훈련장으로 가지.”

***

“라우타로! 그거밖에 못 뛰나!? 센시! 네놈은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겠군!”

힘들기로 유명한 콘테의 훈련은 상상 이상, 지옥 그 자체였다.

처음의 기초 패스와 볼 뺏기 훈련은 일반 코치들의 지휘하에 이뤄졌으나, 본격적으로 전술 훈련이 시작되자 그는 그라운드 중앙에서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을 올린다.

“쿼조, 젠장! 네 크로스 실력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이따위 크로스면 주전은커녕 벤치에도 못 앉을 줄 알아!”

“마르첼로!(*브로조비치) 넌 그 큰 키로 헤딩 하나 못 따냐!? 패스 뒤로 보내지 마!”

사실 인테르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한 것은 결코 아니며, 콘테 감독 또한 이를 알고 있었다.

아사모아는 대단히 수준 높은 풀백이며, 브로조비치는 인테르 중원의 핵심이자 세리에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중 하나였다.

칭찬할 수도 있었으나, 그는 결코 선수들에게 웃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 팀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완전히 환골탈태 시킬 생각이었으며, 그렇기에 선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야만 했다.

지지와 신뢰는 강압적으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성적을 내고, 기록으로 보여 줘야 선수들은 이렇게 힘든 훈련에도 자신을 따라올 것이다.

“죽을 만큼 힘들 거다. 너넨 다 뒈졌어.”

훈련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코칭하던 콘테 감독이 이내 흰 피부를 가진 동양인을 보며 발걸음을 멈춘다.

전상욱.

프로 데뷔 1년 만에 에레디비시를 정복하고, 월드컵 골든볼을 딴 어처구니없는 커리어를 가진 사나이.

세간에선 그를 보고 ‘위대한 재능’이니 ‘포스트 메시’니 말하나, 감독은 신중하게 판단하고 싶었다.

어릴 때 대단한 활약을 보이고 폭망하는 선수가 어디 한둘인가.

무려 만 22세에 발롱도르를 탄 오언이 있었고, 한때 ac밀란 공격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파투도 있었다.

‘어린 나이에 저 정도 커리어를 가지면 오만해지기 마련이야. 지금은 칭찬보단 질책이 필요할 때지.’

상욱의 장점보단 단점을 지적하여 고치도록 만들어 그를 더욱 성장시키자는 생각을 가진 콘테.

드리블 훈련 중인 그에게 뭔가 가르침을 주고자 다가갔다.

“막아! 틈을 주지 말란 말이야!”

“죽을힘으로 쫓아가!”

인테르 수비 10년을 책임질 바스토니를 단 한 번의 팬텀 드리블로 제쳐 낸 그는 이내 작년 유스리그 MVP 슈크리니아르를 힘으로 밀어낸다.

상욱을 마크하던 수비 몇몇이 애처롭게 공을 뺏으러 달려드나, 그는 상대가 정신 차리기도 전에 이미 드리블 돌파해 자리를 벗어난다.

“감독님?”

“어······ 어······!”

이 장면을 눈앞에서 그저 멍하니 쳐다보던 감독이 의아해 다가오는 상욱,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거친 영국식 영어로 묻는 상욱에게 콘테는 살짝 당황한 듯 고개를 흔들며 자리를 옮긴다.

‘지적할 게 없어. 아니, 무슨 묘기라도 부리는 것 같군. 저 짧은 거리에서 속도를 저렇게 내는 게 말이 되나?’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 드리블하는 그를 다시 보자 상욱은 이번엔 수비 능력만 평가하자면 세계 최고라 자부할 수 있는 고딘을 마주한다.

“꼬마야, 네 실력 좀 보자.”

대단한 맨마킹 능력과 태클로 드리블하는 상욱을 막기 위해 다가오는 고딘.

“아니 소용없다니깐······.”

상욱은 갑자기 오른쪽 발로 공을 긁은 다음 몸 뒤로 공을 띄운다.

“저. 저게······ 무슨······!”

콘테가 놀랄 새도 없이 상욱의 몸 앞으로 떨어지는 공. 이내 정신 차린 고딘이 공을 뻗어 막아 내려 하나 이미 공은 상욱의 발밑으로 떨어진다.

“힐 솜브레로!(*사포).”

5번의 드리블 돌파 훈련 동안 상욱은 전원 수비진을 뚫어 냈으며, 마지막 드리블 때 보인 속도로 인한 드리블 돌파 땐 콘테는 저도 모르게 박수가 나올 지경이었다.

“저, 저놈 몇 살이라고 했지?”

“18살입니다.”

코치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 짓던 콘테가 아무도 들리지 않을 소리로 중얼거린다.

“이거, 생각보다 우승이 쉬워질 수도 있겠군.”

***

아직 시즌이 시작되려면 3주나 넘게 남은 데다 첫 훈련이기에 이만하고 들어갈 법도 하나, 콘테 감독은 기어이 훈련의 하이라이트를 꺼낸다.

“런닝화로 갈아 신고, 골대 옆으로 전원 도열 해.”

“아우, 감독님. 정말······.”

이를 알고 절망하는 아사모아를 제외한 선수단 전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곧 피지컬 코치 벤트론이 나선다.

“마지막 훈련은 간단해. 골대와 골대 사이를 뛰는 거야. 딱 50바퀴만 뛰자고.”

양 골대 간의 길이는 100m가 넘고, 7월의 더위와 습도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들어하던 인테르 선수들을 말 그대로 미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헉······ 허억······.”

“아······ 진짜······ 감독 저 미친 새끼······.”

애초 이 날씨에, 덜 만들어진 몸으로 50바퀴를 다 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감독도 이를 알고 있다.

콘테는 이 지옥 훈련으로 선수들의 기강을 잡길 바랐고, 그는 곧 기진맥진한 선수들 사이로 걸어가 이들을 격려하며 물을 건넨다.

“고생했다. 네 체력에 30바퀴는 절대 쉽지 않았읉 텐데-.”

라던가.

“라우타로, 네 근성 하나는 인정한다. 앞으로 잘해 보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성공하라고 시킨 훈련이 아니다. 지금껏 유벤투스와 첼시, 인테르를 지도하며 첫 훈련에 50바퀴를 다 뛴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유벤투스 시절 세계 최고의 하드워커로 불렸던 아르투로 비달이 뛴 43바퀴가 최고 기록이다.

훈련장에 있던 모든 선수들이 쓰러져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훅······ 후훅······!”

경기장을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선수가 하나 있었다.

“뭐야, 아직 뛰고 있다고?”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웃어 보이는 콘테. 이번엔 감독뿐 아니라 코치진 역시 함께 어이가 없다며 웃는다.

“저. 저거······ 진이냐?”

그들의 앞엔 마침내 50바퀴를 전부 완주하고 있는 동양인 소년을 목도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어지러울 정도로 힘드나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며 뛰던 상욱은 마침내 50바퀴를 다 채운 뒤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지금껏 어린 나이에서 오는 고질적인 체력 문제로 여러 번 발목을 잡혔던 상욱.

이번 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도 체력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추가 골을 기록해서 팀을 4강까지 진출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대회가 끝난 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체력 훈련에 돌입했던 상욱.

지금 그 결과가 제대로 나오고 있었으며, 동시에 월드컵을 통해 승리에 대한 그의 승부욕과 근성은 더욱 강해졌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젠 절대 안 져! 난 더, 더욱 강해진다!”

< 오모시로이 한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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