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56화 (56/114)

56화

안녕, 러시아

“기본기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이야. 호날두 정도로. 드리블은 그 이상인 거 같은데?”

“치고 달리는 건 밀란 시절 카카를 보는 것 같아.”

“저 빠르고, 묵직한 슈팅 좀 봐. 발목 힘이 제라드도 능가하는 것 같군.”

한국과 잉글랜드의 8강 경기를 관전하러 온 유럽 스카우터들이 상욱의 플레이를 보곤 경악한다.

보통 스카우팅이라고 함이 경기 전체를 관람한 뒤 이를 토대로 분석하여 구단에 보고서를 올리거나 추천하는 것이 보통이나 오늘 경기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펠레의 재림이오. 젠장! 주급으로 18만 유로나 쏟은 인테르를 무시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군!]

[무조건 영입해야 힙니다. 전성기 리네커도 저 정도로 못했을 겁니다. 저건 18살 때의 웨인 루니랑은 비교도 안 돼요!]

대부분의 스카우터들이 구단 고위관계자에게 연락해 상욱의 영입을 촉구한다.

“저놈은 재앙이야. 잉글랜드의 재앙이라고······.”

[리버풀 스카우트 보고서]

이름 : 전상욱(Jeon-sangwook)

국적 : 대한민국

나이 : 18세

신체 : 189cm/87kg

<시즌별 선수 스텟>

*챔피언스 리그

2017-18 : 4경기 / 7골 2도움

*에레디비시

2017-18 : 19경기 / 27골 6도움

<팀 기록>

2017-18 에리디비시 우승

2017-18 KNVB 우승

<개인기록>

2017-18 에레디비시 올해의 유망주

2017-18 에레디비시 올해의 선수

2017-17 에레디비시 득점왕

<강점>

스피드 10점+α

: 현 세계 최고의 스피드를 가졌음.

결정력 10점+α

: 박스 안, 중거리 등 가리지 않고 강력하고 정확한 슈팅을 하는 편이며, 퍼스트 터치는 예술에 가까움.

드리블 10점

: 팀 내 에이스 살라를 능가하며, 전 세계에 그보다 뛰어난 드리블러를 찾기 힘든 수준임.

<단점>

현재까지는 없음.

<가치>

몸값: 1억 유로 이상 (*한화 1,365억)

총평 ★★★★★+α

: 역대 최고의 재능. 현시점 메시를 능가할 유일한 선수.

***

리버풀 스카우터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상욱의 활약은 전반을 지나 후반전에도 잉글랜드의 중원과 수비를 말 그대로 찢어 놨다.

전체적인 경기는 잉글랜드가 지배하는 분위기였으나 언제 어디에서 튈지 모르는 전상욱이라는 거대한 존재감 때문에 잉글랜드 선수들 전체가 상욱의 눈치를 보며 경기를 진행했다.

[린가드의 돌파! 김재민이 막아냅니다. 곧장 전방으로 길게 패스해 줍니다!]

그저 공을 걷어 내기 위해 대충 앞으로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의 패스는 정확히 앞으로 뛰어나가는 전상욱에게 전달됐다.

[공을 잡기만 해도 상대 전원이 당황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수는 무려 한국인입니다!]

상욱이 공을 잡자마자 공장 다리를 걸려고 하는 델프를 보며 이죽거리던 상욱은 환상적인 크루이프 턴으로 제쳐 낸 뒤 곧장 위로 올라간다.

[다이어가 몸을 밀면서 막으러 나오는데요! 와아! 전상욱! 그대로 밀고 나갑니다! 반칙 아니죠!]

[기술 좋고, 거칠고! 네덜란드 축구 스타일이 그대로 이식된 전상욱입니다!]

피치 위를 빠르게 올라가던 상욱은 이내 상대방 페널티 라인 왼쪽으로 빠르게 뛰는 이승민에게 빠른 스루패스를 전달한다.

[오늘 경기 최고의 패스가 전상욱에게 나옵니다!]

[이런 게 바로 대지를 가르는 패스죠! 패스 한 방에 잉글랜드 선수 전원을 묶습니다!]

공을 잡은 승민이 거침없이 뛰어들더니 수비수 스톤스를 앞에 두곤 빠르게 슛을 날린다.

[이승민! 그대로 슈우우우웃!]

[아! 골대 맞습니다! 전상욱의 그림 같은 패스에 이은 이승민의 강력한 왼발 슛팅! 대단히 수준 높은 연계 플레이였습니다!]

잉글랜드는 이후 지속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상대를 압박했으나 대한민국은 아니, 전상욱은 이후에도 여러 번 잉글랜드를 농락했다.

[이성용이 압박 벗어 내면서 전상욱에게 전달합니다!]

EPL 내에서도 수준급 수비형 미드필더인 에릭 다이어를 터치 한 방에 떨궈 낸 상욱은 골대 오른쪽으로 깔끔하게 감아찬다.

[전상우욱! 아!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입니다. 정말, 정말 안 들어가네요!]

현재 한국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음은 사실이나 골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들의 집중력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회 4경기 내내 풀타임 출전과 더불어 수도 없이 많은 스프린터를 한 절대 에이스 전상욱의 체력은 갈수록 떨어져만 갔다.

후반 70분이 넘어가는 시간.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속도를 보여 주던 전반과 다르게, 다소 지친 상욱의 모습을 확인한 사우스 게이트 감독이 그를 더욱 압박하도록 지시한다.

[교체된 델리 알리가 스털링 쪽으로 전달합니다. 저 선수를 막아야 합니다! 드리블이 대단히 좋은 선수거든요!]

한국 수비 2명을 달고 뛰어가던 스털링이 케인 쪽으로 공을 연결하자마자 재민이 수비를 위해 그를 압박한다.

그러나 월드클래스 케인은 슛팅만 할 줄 아는 선수가 아니었다.

[케인이 뛰어 들어오는 알리에게 전달해 줍니다. 알 리가 바로 래시포드에게- 아! 이거 막아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개인 기량은 뛰어나나 조직력은 빵점이라는 소릴 듣던 잉글랜드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환골탈태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조직력을 가진 잉글랜드 선수들의 뛰어난 연계 플레이에 한국 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래시포드가 빠르게 돌파하면서 스털링 쪽으로- 아 안 돼요! 이거, 이거 막아야 합니다! 아······.]

래시포드가 땅볼로 빠르게 이어 준 크로스가 정확히 스털링의 발에 걸리고 그는 곧 뒷발로 다시 스코어를 또 벌린다.

[이건 잉글랜드 선수들의 개인 능력도 뛰어났습니다만, 상대의 놀라운 조직력이 만든 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대목에서 해설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이내 입속에서 말을 삼킨다.

‘사실 팀 간의 기량 차이가 현저하게 난다’

오늘 양 팀 통틀어 최고의 선수인 전상욱과 EPL 탑 윙어 이승민을 제외하면 잉글랜드 선수들에 맞붙을 수 있는 한국 선수들은 김재민 빼곤 없었고, 그중 김재민도 저들에게 어느 정도 상대가 가능하다는 거지 확연히 뛰어나거나 하진 않았다.

후반 81분. 이미 승부는 기울어졌다.

잉글랜드는 이기고 있음에도 쉴 새 없이 한국의 골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한국 선수들은 고작 실점하지 않는 것이 전부인 상황에서 겨우겨우 상대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언제 골이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우리 중원의 패스 미스를 놓치지 않은 케인이 곧장 공을 뺏어은 뒤 그대로 중거리 슛을 쏜다.

[케인의 강력한 슈팅! 우리 선수들이 지치니까 계속 수비 간격이 벌어지고, 흐트러져요! 이러면 안 되죠!]

[맞습니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주길 바랍니다.]

전상욱은 지쳐서 숨을 헐떡이며 지속적으로 마크당하고, 이승민은 아까 워커와 거칠게 엉켜 나뒹굴면서 가벼운 타박상도 달고 있었다.

공격은 불가능한 상태에 중원마저 완전히 상대에게 궤멸되어 있는 상황.

쉽게 말하자면 경기를 뒤집긴 힘든 상태였다.

[그래도 너무 잘했습니다, 월드컵 8강팀을 상대로 2:3까지 만든 우리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네요.]

[네. 이번 대회 자체가 대단한 업적이자 앞으로의 한국 축구 발전에 큰 초석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이미 해설자들이 마무리 멘트를 하고 있다. 이들 역시 역전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는 국민들과 한국팀 벤치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최강 독일을 꺾고 16강에 진출했으며, 월드컵 원장 8강이라는 대업적을 이룬 한국 선수들은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잉글랜드전 승패와 상관없이 한국팀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며, 별이 되어 전설이 될 것이다.

고생하고 애썼다. 그리고 잘했다.

이것이 대부분의 반응이었고, 한국 선수들 대다수가 패배를 직감했으나 단 한 사람만이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라운드 안을 미친 듯 뛰어 올라간다.

***

후반 88분.

“유종의 미는 씨발, 좆까는 소리 하고 있네.”

상욱이 지쳐 있는 선수들을 보며 강하게 외친다.

“이대로 포기할 거야!? 고작 8강 정도에 만족할 거냐고!”

“젠장, 말처럼 쉬운 게 아냐.”

“우린 지고 싶겠냐? 저놈들- 막는 것만으로도 벅차단 말야.”

분명 의욕은 있으나 실력도, 체력도 밀리고 있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본 상욱이 조용히 조용히 읊조린다.

“스스로 희망을 갖게도록 만들어야 해.”

경기 종료까지 3~4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역전할 수 있다고 외치는 것도 웃긴 일이다.

“어떻게든 크로스 올려요.”

“돌파하란 말야?”

승민 쪽으로 다가간 상욱이 그에게 오늘 경기 마지막 전술을 지시한다.

“돌파를 하던, 공을 빼앗던 무조건 상대 진영으로 일단 띄워 줘요,”

“상대 수비는 많은데, 우린 당장 페널티 라인에서 널 지원해 줄 수 없어. 그래도 괜찮니?”

되묻는 승민의 말에 상욱이 씩 웃으며 조용히 하프라인 위로 올라간다.

“기다려요 주장, 골 넣어 올테니까.”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그 대단한 전상욱마저 어느 때보다 긴장된 표정을 짓는다.

‘지금 시간대와 이승민의 몸 상태론 정교한 크로스 한 번 정도 올릴 수 있는 올리는 게 전부야.’

기회는 단 한 번.

[이승민이 왼쪽 터치라인 끝으로 빠르게 돌파합니다!]

[아직 저 정도 체력이 남아 있었나요!? 크로스 올립니다아! 아 너무 깁니다만······ 아!?]

승민의 다소 긴 크로스가 잉글랜드 수비와 골키퍼를 지나 골라인 끝으로 넘어가려던 찰나.

[어······ 어!? 전상욱!]

순간 두 다리를 공중에 띄워 몸을 뒤로 넘기면서 동시에 왼쪽 골대 구석으로 바이시클 킥을 차넣는 상욱.

어찌나 그 속도가 빠른지 공중에 다리를 올리자마자 그대로 골대 안으로 공이 빨려 들어간다.

[들어갔······ 들어갔습니다! 세상에······ 이럴수가, 이럴 수가 있나요!]

[동점입니다! 동점! 감히 살면서 봤던 골 중에 가장 아름답고, 극적인 골입니다!]

어찌나 아름답고, 우아한 바이시클 킥인지- 경기를 관람하던 영국 관중들마저 입을 떡 벌리며 충격받아 있고, 몇몇은 박수까지 보낸다.

“아직 안 끝났지!? 아직 안 끝났다고 했잖아!”

공을 성공시킨 뒤 벌떡 일어나 다시 선수들을 독려하는 상욱.

“저게,진짜 말이······.”

“인간이냐 진짜?”

충격에 말을 감히 말을 못 잊는 한국 선수들이었으나 이들의 모습은 아까완 조금 다르다.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그들에게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상욱이 이어 나간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승부가 조금 더 이어집니다! 이 경기 연장으로 흘러갑니다!]

[감히 말하건대 4강이 눈앞에 있습니다!]

***

연장전에 들어와서 양 팀은 총력전을 펼친다.

완전히 텐션이 올라온 패기의 한국과 국제대회의 노련함으로 집요하게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잉글랜드.

양 팀 모두 2~3번의 기회를 가졌으나 슈팅은 골대를 맞거나 골키퍼의 선방으로 스코어는 여전히 3:3.

한국은 진정으로 잉글랜드와 대등하게 겨뤘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던 120분이 끝났다.

[연장마저 끝나고 승패는 승부차기에서 결정되겠습니다]

한국은 전상욱, 이성용, 황찬희. 이성재, 이승민이.

잉글랜드는 케인, 래시포드, 스털링, 델리알리, 핸더슨이 나선다.

한국의 1~4번째 키커가 전부 성공하고, 잉글랜드는 마지막 핸더슨까지 5명 모두가 성공한 상황.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주장 이승민이 준비합니다]

[네, 이번에 들어가면 다시 원점입니다. 이승민 발 디딛고- 아······.]

힘 있게 찬 이승민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고 경기가 그대로 종료된다.

잉글랜드 선수들의 미친 듯한 표호와 환호가 들리고 동시에 한국 선수들이 허탈한 듯 멍하니 골문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아, 모든 관중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기립박수를 칩니다. 이건······ 대단히 감격스런 장면이네요.]

[네, 이번 대회 최고의 팀에게 보내는 찬사입니다. 우리 선수들! 정말 너무너무 잘해 줬습니다!]

그라운드에 앉아 눈물 흘리는 승민에게 팔을 뻗으며 싱긋 웃어 보이는 상욱.

“뭘 그렇게 슬퍼해요. 다음 대회에서 무조건 우승하면 되지.”

“자식- 그래. 그러자.”

상욱의 첫 월드컵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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