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54화 (54/114)

54화

월드컵 스타

“하하······ 하······!”

방금 골로 자신의 조국이 탈락하게 된 최악의 상태이나 하디 크루거는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즐거워서가 아닌 허탈함의 웃음이었다.

자신도 천재라 불리고, 프리킥 실력으로는 전 세계 누구와 붙어도 밀리지 않

는다고 자신하는 선수 중 하나였으나.

“저딴 건 구경조차 한 적 없어.”

아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장면이다. 누가 수비벽은커녕 마크조차 하지 않는

40M 앞에서 프리킥 골을 성공시킨단 말인가.

지금껏 상욱의 바로 옆에서 그의 미친 활약을 수도 없이 목격했던 하디이나

이번 건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도르트문트 때보다 더해. 그때보다 더 올라갈 실력이 있었던 거냐, 너?”

하디와 독일 선수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는 것과 대비되듯, 한

국 선수들은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전부 뛰어나와 상욱의 골에 환호한다.

[전상욱이이이! 독일을! 독일을 무너뜨립니다!]

[세상이 뒤집어졌습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더 이상 월드컵에서 뛸 수가

없습니다!]

상욱의 골은 그저 평범한 1골이 아니었다.

“Germany are eliminated out! (독일이 탈락했습니다!)”

50년 넘도록 독일 축구에게 철저하게 깨져온 영국과 4년 전 미네이랑의 비극

을 겪은 브라질, 독일 축구의 영원한 라이벌 네덜란드, 최강의 몰락을 보고

싶은 전 세계 수많은 축구 팬들의 염원을 담은 골이었다.

역사상 최고의 팀이 대회 최약체 팀의 18세 소년에게 패배한 것이다.

남은 추가 시간은 3분,

“끝까지 포기하지 마!”

“아직 경기 안 끝났어!”

무승부를 해도 탈락하는 극도로 긴박한 상황에서 골키퍼 노이어를 포함한 독

일 선수들 전원이 달려 나와 공격에 임한다.

노이어가 하프라인 위까지 올라와 공격을 전개하나, 이는 그의 발기술이 아무

리 뛰어나다고 해도 역습의 위험이 너무 강했다.

무조건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고레츠카가 연결한 스로인이 다소 빠르게

전달되어 노이어 가 이를 수습하고 있을 때.

[김재민이 뺐었습니다!그대로 멀리 찹니다! 이 공은!]

그는 본능처럼, 마치 시나리오에 써 있기라도 한 것 마냥 공을 탈취한 뒤 달

라붙는 노이어를 따돌리곤 앞에 있던 전상욱을 향해서 있는 힘껏 찬다.

[전상욱! 전상욱! 텅 비었습니다! 독일 골문에! 노이어가 없습니다! 영웅이

경기를 끝내러 달려갑니다!]

하프라인 바로 위에서 공을 잡은 상욱이 죽을힘을 다해 독일의 골대로 질주했

고, 결국 공이 라인을 벗어나기 전 가볍게 골대에 차서 골을 성공시킨다.

[이제 진짜 끝났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겼습니다! 대한민국이! 승리

했습니다!]

“진짜 호나우두가 따로 없군.”

VIP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인테르의 마로타 단장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상

욱의 모습을 바라본다.

월드컵 직전만 해도 10대 선수에게 너무 많은 돈을 주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

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아마 마로타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주에 고작 18만 유로만 주고 사용하는

대단한 사업 수완을 가진 단장으로 기록될 것이며, 동시에 아마 팀 역사에 영

원토록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젠장 2배, 3배는 더 받았어야 했는데!”

동시에 반대편에서 한국의 모든 경기를 지켜본 상욱의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

스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진다.

한국은 분전 끝에 16강에 진출했다.

아니, 전상욱이 진출했다는 표현이 옳았다.

***

조별리그가 끝난 시점에서 상욱의 기록은 3경기 8골.

2위 헤리케인이 현재 4골로 상욱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시점에서 전 세계가

전상욱에게 집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최종 순위 -

1위) 한국 2승 1패, 6점 +3

2위) 멕시코 2승 1패, 6점 0

3위) 독일 1승 2패, 3점 -1

4위) 스웨덴 1승 2패 -3

2010년 이후에 8년 만에 올라가는 월드컵 16강에 국민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

적으로 변했고, 스웨덴전 직전까지 대차게 까 내리던 여론과 언론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과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2:0! 독일 격파! 16강 진출!]

[한국 축구, 세계 최강 독일에 2:0 승리!]

[‘0.1%의 기적’ 한국 독일 넘고 16강으로!]

[‘해결사’ 전상욱, 독일 꺾고 16강 진출!]

지상파 3사 독일전 시청률 합계는 70%.

2002년 이후로 모인 대표팀에 대한 전 국민의 압도적인 관심에 포털과 신문의

모든 내용을 독일전에 대한 소식과 분석으로 도배됐다.

이는 여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상.욱! 킹.상.욱!

-국민들은 이런 축구를 원했다! 장수현, 신정길 없으니까 ㅅㅂㅋㅋ 진짜 축구

볼 맛 나네

-전상욱뿐 아니라 김재민, 조우현도 정말 잘했다. 진짜 간만에 한국 축구 응

원함!

-전상욱 조별리그 8골? 펠레도 이렇겐 못할 듯;

-전상욱 지금 페이스면 발롱까지 받겠는데?

-아니 진심 발롱은 힘들어도 월드 베스트까지는 들 수 있을 듯?

독일전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유럽 모든 언론들은 1면에 상욱의 추가골 장면을 메인으로 내세웠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최강’ 독일의 탈락에 대한 환호와 동양의 축구 천재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게리 리네커와 티에리 앙리, 드록바 등 여러 레전드들은 한국의 승리에 대한

축구 리트윗을 올리고, 반대로 독일은 자국의 총리 메르켈이 ‘매우 슬픈 밤입

니다.’라는 트윗을 남길 정도로 충격에 빠져 있었다.

신정길 감독의 지도 없이 치러진 독일 전에서의 승리로 신 감독은 팀에서 영

향력을 더욱 잃어 갔고, 독일전 경기 후 인터뷰는 수석코치 그란데가 맡았다.

Q 신정길 감독 대신 인터뷰에 나선 의미는 지금 감독의 팀 장악력이 완전히

끝났다고 봐도 되나?

A 그렇지 않다. 감독은 뒤에서 팀원들을 격려하고 있으며, 인터뷰에 나오지

않은 것은 단지 오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Q 그럼 앞으로 남은 월드컵 일정에서도 신 감독이 지휘하지 않나?

A 감독에겐 감독의 일이 있고, 코치에겐 코치의 일이 있다. 신 감독의 컨디션

을 봐야 한다.

최대한 감독이 상처받거나 문제 생기지 않도록 발언 하나하나에 신중을 가하

는 그란데 코치. 이에 답답했던 기자가 명확하게 말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Q 그러니까, 16강 경기는 독일전과 같이 감독 없이 수석코치 체제로 경기하는

거냐?

A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 감독과 이야기할 부분이다.

그란데 코치가 조심스레 말하긴 했으나 신정길은 선수단 격려를 제외한 모든

업무가 중단되어 있었으며, 이는 사실상 사임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를 아쉬워하는 이는 대표팀에도, 언론도, 국민들도 아무도 없었다.

***

우승 후보 독일이 떨어지는 이변이 벌어지긴 했으나, 실제 16강은 월드컵을

제외한 유럽과 남미에 강팀들의 차지였다.

스페인과, 포르투칼, 프랑스, 브라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의 전통의 강

호와 크로아티아, 우루과이, 스위스, 덴마크 등과 같은 팀들이 돌풍을 예고하

며 16강에 진출했다.

늘 그렇듯 유럽과 남미가 양분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아시아에선 무려 2팀이나

넉아웃 스테이지에 올랐다.

한국과 일본

콜롬비아-세네갈-폴란드 등과 같은 비교적 쉬운 팀과 상대하여 겨우겨우 16강

에 진출한 일본이나 어찌 됐건 한국과 같이 올라와 있는 지금!

국민들은 무조건 일본보다는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월드컵은 늘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킨다.

러시아의 에이스 코코린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운 알렉산드르 골로빈과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완벽한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음바페, 브라질의 잊힌 스타 쿠

티뉴 등은 언론과 유럽 명문 클럽 스카우터들의 관심을 한눈에 받았다.

세계 최고의 스카우터 피에르 드 비저.

레알 마드리드의 수석 스카우터 안토니오 디아즈.

프랑스의 전설 스카우터 폴 미첼.

마지막으로 前 AC밀란 총괄 스카우터 마우로 타소티까지.

전 세계 모든 스카우터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스타를 잡기위

해 어느 때보다 노력하고 있을 무렵, 이들의 관심은 모두 단 한 선수에게 집

중된다.

전상욱, 이번 월드컵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전상욱이며, 만약 이 모든 것이

영화라고 친다면 상욱은 단독주연이라 할 수 있겠다.

조별리그 3경기 8골

말도 안 되는 활약을 보인 상욱은 이미 다음 단계를 마주하고 있었다.

***

“감상 따위에 젖을 때가 아냐.”

16강 경기를 앞둔 한국의 주장 이승민이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요구하며, 투사

들을 결집했다.

16강은커녕 1승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세간의 무시를 완벽히 박살 낸 대표팀

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들은 2006년 월드컵에서 조국의 선

배들을 처절하게 내몬 복수를 준비 중이다.

한국의 16강 상대는 무려 브라질과 세르비아를 상대해서 올라온 스위스.

스위스는 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약한 공격과 지루한 경기력으로 유럽 내

에서 관심 받지 못하는 팀이었다.

그러나 이번 네이션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하고,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이번에도

넉아웃 스테이지로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지금 이제는 모두가 부정할 수 없

는 신흥강호로 발돋움했다.

자카와 샤키리가 건재하고, 새로운 신인들이 성장한 스위스는 16강에 있는 그

어떤 강팀들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단단한 팀이나······.

이들은 상대를 잘못 만나도 너무 잘못 만났다.

스위스 전 전반 17분,

[이승민이 좌측으로 돌파해 냅니다! 이성용 뛰어가는데요! 그대로!]

[중거리 슛! 어!? 아! 들어갔습니다! 이성용! 본인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득점

을 만들어 냅니다!]

지금의 스위스는 전 세계 누구도 무시 못 할 대단히 훌륭한 팀이나, 이들의

상대는 무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무너뜨리고 올라온 아시아의 투사들이었다.

스위스의 전설적인 감독 페트코비치는 선수들에게 오로지 전상욱‘만’ 막으면

된다고 주문하고, 2명의 선수들이 전담으로, 위기 상황에서는 4~5명의 선수가

상욱을 수비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는 어느 정도 성공했고, 상욱의 페널티 라인으로의 진출을 어느 정도 막는

데 성공한다. 아니, 막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전상욱이 뛰는 시늉만 해도 스위스 선수 전체가 움직입니다. 벤치마저 당황

하는 모습이네요!]

[공을 잡지도, 패널티 라인에 없어도 상대 수비를 달고 다닙니다. 저게 에이

스가 할 의무죠!]

상욱에게 몰려다니는 수비 덕에 공간이 비자 이를 확인한 이승민이 득달같이

달려와 골키퍼 다리 사이로 추가 골을 성공시킨다.

후반 41분 2:0.

이번 경기에서 그 어떤 공격 포인트로 기록 못한 상욱이었으나 이미 그의 평

점은 9점을 넘어갔다.

상욱은 지속적으로 언제든 돌파할 수 있거나 슈팅할 수 있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곧 스위스 수비진의 붕괴를 의미했다.

2점이나 밀리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수비할 시간 따위 없는 스위스

선수들이 라인을 올리자, 드디어 상욱의 타임이 돌아왔다.

[이승민이 왼쪽에서 빠르게 돌파합니다! 이성용 쪽으로!]

순간적으로 역습해 내 하프라인 조금 넘은 곳에서 상욱에게 스루패스를 날리

는 이승민.

[전상욱이 가장 좋아하는, 가장 잘하는 위치입니다!]

수비수 2명이 뒤늦게 재빠르게 달려오나 상욱을 막을 순 없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슬쩍 미소를 지으며 순식간에 위로 올라가 골키퍼 정면으로

골대가 찢어져라 강하게 슈팅한다.

[들어갔습니다! 8강! 대한민국이! 역사상 최초로 원정 8강에 올라갑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아시아 역사상, 아니 세계 역사상 최고가 될 선수를 보고

계십니다! 전상욱! 이번 월드컵 최고의 선수입니다!]

월드컵 4경기 9골.

상욱이 대회의 주인공이 되고 있을 때, 8강전 대진이 완성됐다.

1경기) 우루과이vs프랑스

2경기) 브라질vs벨기에

3경기) 대한민국vs잉글랜드

4경기) 러시아vs크로아티아

< ★(유료 시작) 축구종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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