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53화 (53/114)

53화

신계에 다다를 선수

상욱은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전력상 한국과 독일의 전력 차는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과 2부리그 중위권

팀 정도 될 것이다.

게다가 독일 선수들의 컨디션 역시 나쁘지 않은 상태.

공격진은 이승민마저 포함해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들진은

독일 중원에 붕괴되어 제대로 된 공 수급이 불가했다.

오직 수비만이, 아니 김재민과 골키퍼 조우현이 목숨을 걸고 독일의 공격을

막으며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긴 하나 승패완 상관없이 상욱은 지금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가령-.

“나 혼자서 월드클래스 수비를 상대로 통하느냐······.”

[에이스 전상욱이 공을 잡습니다!]

그냥 평범한 터치를 했음에도 해설과 관중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이미 상욱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것이다.

[전상욱의 장기가 펼쳐집니다! 세리에 리그 베스트 미드필더인 케디라가 발끝

도 쫓아오지 못합니다!]

[거침없는 질주! 세계 최강 독일마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빠르다고 소문난 프로 선수들이 공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질주하는 것이 아마

상욱의 드리블보다 느릴 것이다.

오늘 상욱의 전담마크를 맡은 케디라의 마크를 스피드로 찢은 상욱이 곧 독일

진영으로 나선다.

[훔멜스와 보아텡이 동시에 튀어나옵니다!]

수비를 위해 간격을 유지한 채 달려드는 수비.

먼저 보아텡을 상대로 다리를 빠르게 교차하여 넘어뜨린 뒤, 수비 사이에 있

던 공간 사이로 볼을 빼내 훔멜스의 위협도 벗어 냈다.

[훔멜스마저! 넘깁니다아아!]

[정말······ 정말 대단합니다! 골키퍼 정며어어언!]

평소대로면 골대 구석으로 빠르게 공을 차넣어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반 박자 빠르게 나온 노이어에게 시야를 잃는다.

[옆으로 슈우우웃!]

[아······ 아쉽습니다! 골대 맞고 나오네요!]

그 와중에도 왼쪽 아웃프런트로 골대 오른쪽 하단을 노린 상욱이었으나, 공은

아쉽게도 골대를 맞고 수비수가 선 밖으로 걷어 냈다.

현대 스위퍼 골키퍼의 완성이라 불리는 노이어는 상욱이 지금까지 상대했던

그 어떤 골키퍼보다 강했다.

미친 선방은 말할 것도 없으며 수비 뒷공간이 비어 전진 패스가 오는 상황에

서 뛰어나가 공격을 차단하고. 상대 공격수와의 1:1 상황에서도 완벽히 수비

해 낸다.

“저놈이 문제군.”

이후에도 철옹성 같은 독일수비를 어떻게든 뚫더라도 저 미친 골키퍼가 여러

번 찬스를 막아 낸다.

노이어는 이런 상욱을 보며 이죽거리며 비웃는 표정을 지었으나 상욱은 조금

도 분하지 않았다.

“새끼, 조만간 하디랑 같이 울게 해 주마.”

***

[역대 아시아 선수 중에 독일 수비를 이렇게까지 붕괴시킨 선수가 있었을까요?]

[아마 차범근 선수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상욱 선수, 아직 어리

지만 정말 무섭네요!]

전반 43분,

상욱이 꾸역꾸역 공격을 시도해 어떻게든 골을 넣을 시도를 하자, 독일은 어

떻게든 선취점을 넣어 한국의 기를 꺾어 놓을 심산이었다.

순식간에 독일 선수 대부분이 공격을 위해 위로 올라오고 상욱을 포함한 한국

선수들 대부분이 라인을 내리면서 수비를 준비한다.

[로이스가 빠르게 돌파합니다. 도르트문트의 에이스죠, 막아야 해요!]

왼쪽에서부터 질주하는 로이스에게 2명이 달려들자 그는 바로 중앙으로 올라

오는 하디에게 낮게 크로스한다.

[하디가 베르너에게! 아! 위기예요!]

오늘 경기 수도 없이 많은 위기가 있었으나 이번엔 정말 위험하다.

[조우현의 펀칭! 하디가 또 잡아냅니다!]

[하디 크로거 슛!]

하디가 베르너 쪽으로 올린 로빙 패스가 전달되어 바이시클 킥을 쏘려고 하기

직전, 조우현 골키퍼가 앞으로 달려 나와 펀칭한 공을 하디가 강하게 슈팅한다.

“이젠 좀 들어가라!”

하디의 강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수비 커버를 위해 미친 듯 질주해서 자기 진

영까지 도착한 상욱이 골 에어리어 바로 앞에 넘어지면서 날아오는 공을 차내

며 쓰러진다.

[막아 냈습니다! 전상욱! 이젠 수비도 합니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절대적인 존재감을 내뿜는 현 대한민국 최고의 선

수입니다!]

이번에야말로 골이라 생각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던 독일 관중들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다시 착석할 때, 전반이 종료된다.

“하아······ 하아······ 새끼, 빠르긴 더럽게 빠르네.”

하프라인으로 돌아가며 상욱을 보며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는 하디. 이번엔 정

말 들어갔다고 생각한 듯했다.

“진짜······ 우릴 한번 이겨 볼 심산이냐?”

진지한 표정으로 상욱을 보며 중얼거리는 하디이나 상욱은 오히려 표정을 찡

그리며 가운뎃손가락을 올렸다.

“뭐래, 소세지 새꺄. 까불지 말고 처발릴 준비나 해. 너넨 오늘 뒤졌다.”

***

[전반전 종료됩니다! 스코어는 0:0!]

[오늘 경기 정말 힘든 싸움입니다만, 그래도 국민 여러분 포기하지 마십시오!]

“지금 흐름 나쁘지 않아. 후반도 이대로 갈 거야.”

그란데 코치의 말을 들은 이승민이 선수들을 독려한다. 경기는 압도당하고 있

으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상욱은 어떻게든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경기를 풀어내고 있으며, 세계적인

수비들 앞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증명하고 있었다.

신정길 감독이 배제된 상황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던 이승민은 라커룸 끝에 있

는 상욱을 부른다.

“마지막으로- 상욱이 한마디 해.”

절대적인 에이스이자 경기를 한국팀에서 경기를 유일하게 뒤집을 수 있는 선수.

에이스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격려를 준다면 이보다 큰 사기진작은 없을 것이라

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조용히 앞으로 나간 상욱은 표정을 찡그리며 솔직담백하게 말한다.

“우리는 독일에게 이길 수 없겠네요.”

“······어?”

“뭔 소리냐?”

상욱의 폭탄 발언에 순간 미친 사람보듯 상욱을 쳐다보는 선수단 전원.

그러나 상욱은 눈 하나 깜짝 않고 말을 잇는다.

“저 새끼들은 너무 강해. 그런데 말이죠?”

이 대목에서 그는 장난기 그득한 표정으로 팀원들을 보며 웃는다.

“나한테 패스하면 이길 수도 있어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거 하나

뿐이에요.”

너무나 오만하고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나 이제 한국팀 누구도 이게 반기를 들

거나 화내지 않았다.

지난 2경기에서 한국이 넣은 모든 골은 모두 전상욱의 것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목숨을 걸고 막고, 목숨을 걸고 패스해요. 반드시, 반드시 이겨

줄 테니까.”

“건방지긴! 얌전히 앞에나 있어라! 선배님들이 다 막아 줄 테니까!

“가자!”

“씨바, 독일 한번 잡아 보자!”

어느 때보다 사기 충전된 한국 선수들이 게르만 사냥에 나섰다.

***

후반 51분,

[이승민이 하프라인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습니다]

공이 전혀 돌지 않아 밑으로 내려와서 빠르게 올라가는 상욱에게 길게 패스하

는 승민.

이제 자신의 상대가 못 되는 케디라를 원터치로 벗겨 내고, 앞으로 뛰어나간다.

“저 새끼 막아!”

“아오!”

뮐러의 강한 외침에 하디 크루거가 다리를 뻗어 수비를 위해 달려드나 그는

공을 앞으로 보내 그를 처리한 뒤 위로 올라간다.

“흥, 좆밥 주제에.”

[전상욱이 이성용에게, 이성용 원터치로 그렇죠! 전상욱 올라갑니다!]

[훔멜스가 달려드는데요! 아! 기가 막힌 플립플랩! 벗겨 내고 그대로오!]

오른쪽 패널티 라인 끝에서 감각적인 슈팅을 때리는 상욱이었으나.

[아! 또 노이어가! 막아 냅니다!]

노이어가 손끝으로 겨우 펀칭한 공을 잡은 키미히가 미친 듯이 질주해 곧장

로이스에게 전달한다.

[독일의 역습 찬스! 이거 위험합니다!]

한국의 왼쪽 풀백을 장난감처럼 다루며 돌파한 로이스가 슈팅까지 연결할 무

렵 김재민이 그대로 슬라이딩하며 볼을 골라인 밖으로 보낸다.

[막아 냈습니다! 김재민! 아마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경기력일 겁니다!]

지치다 못해 당장 쓰러질 것처럼 걸어 다니는 김재민의 모습에 독일 선수들이

움찔거린다.

195cm의 거구가 죽일 듯한 모습으로 상대를 째려보며 플레이하니, 그럴 수밖

에 없었다.

***

후반 64분,

“멕시코가 또 넣었답니다.”

“간단해서 좋군. 이기는 팀이 올라가겠어.”

코치의 보고를 들은 뢰프 감독이 썩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는다.

스웨덴과 멕시코의 경기가 방금 끝났다.

로자노와 치차리토의 골로 2:0 승리를 눈앞에 둔 멕시코는 2승 1패로 16강 진

출을 확정 지었으며, 이대로 무승부인 채로 경기가 끝나면 승점에서 앞서는

한국의 진출이 확정된다.

“케디라 빼고 고메스 넣어. 이젠 공격이다.”

아직까지 골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독일은 슬슬 불안해하고 있었다.

전상욱, 김재민을 포함한 한국 선수들은 1, 2차전과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었으며, 이들의 정신력 역시 2002년의 투혼을 방불케 했다.

[로이스가 우측으로 찔러줍니다! 키미히에게! 아 아무도 없어요! 커버하러 가

야 합니다!]

아무리 투혼을 부린다고 한들 독일은 강했다. 마르코 로이스가 비어 있는 우

측으로 찔러준 패스를 받은 키미히가 곧장 교체 투입된 고메스에게 크로스를

올린다.

[측면에 키미히가 중앙으로 연결을······ 헤딩!]

[안 돼요!]

키미히의 머리가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갈 때,

[꼬오······ 아아아! 조우현!]

[막아 냅니다! 이번엔 조우현이 막아 냅니다!]

이번 월드컵이 국가대표 첫 데뷔전인 조우현이 기적과도 같은 선방을 해내며

0:0 스코어를 유지한다.

***

후반 73분,

다급하게 외치는 뢰프 감독의 외침에 독일 선수들이 미친 듯 공격 전개를 시

작하고,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공격 세례에 안 그래도 지친 한국 선수들이 당

황하기 시작한다.

[고레츠카 돌파! 커버할 선수가 없나요!? 슛!]

[골대를 벗어납니다만, 이렇게 계속 공간을 내주면 안 됩니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집중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5분 새 유효 슈팅을 3번이나 기록한 독일. 갈수록 집중력이 좋아지는 독일에

비해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 한국 선수들은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었다.

오버래핑을 위해 나갔던 한국의 오른쪽 풀백이 지쳐 돌아오지 못하자 베르너

가 이를 잡고 페널티라인 쪽으로 달려오고 있을 때,

[전상욱의 태클! 완벽한 공격 저지입니다!]

[저런 모습이 에이스라는 겁니다! 공격도, 수비도 모두 해낼 수 있는 선수가

전상욱이에요!]

어느새 밑으로 내려온 상욱이 정확한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곧장 터치 라인

밑으로 보낸다.

“포기하지 마!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

지친 선수단 사이를 뛰어다니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상욱.

“진짜 지긋지긋한 놈이군.”

이 모습을 보던 하디 크루거가 질린다는 표정과 함께 읊조린다.

골만 기록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는 오늘 한국의 모든 유효슈팅을 혼자서 이

뤘고, 혼자서 공격을 이끌었다.

거기다 수비까지.

“설마······.”

경기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강한 불안에 휩싸인 하디 크루거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경기장 전체를 둘러본다.

***

경기 시작 80분을 지나 90분에 가까워지고 있을 때, 독일 선수들은 끊임없이

한국의 골문을 두드렸다.

유효슈팅 9개 대 3개. 점유율 79대 21.

독일은 압도적인 기록과 경기력에도 아직 골을 기록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

기 시작했다.

“긴장하지 마! 이길 수 있어! 한 골만, 딱 한 골이면 이길 수 있을 거야!”

당황한 독일 팀을 진정시키는 하디 크루거이나 간만에 한국의 공격이 성공한다.

토니 크로스를 떨쳐 낸 이승민이 쉬지 않고 위로 파고들자 전상욱을 포함한

한국 선수들 대부분이 위로 올라간다.

[이승민이 완벽히 돌파해 냅니다! 이거 기회예요!]

키미히를 앞에 둔 이승민이 상욱에게 크로스하기 위해 중앙으로 돌파해 나가

고, 이를 확인한 상욱이 페널티 라인 깊숙이 들어가자 다급해진 키미히가 손

으로 승민을 넘어뜨린다.

[반칙입니다! 명백한 반칙!]

측면이긴 하지만, 페널티라인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은 위치에서 얻은 공격 찬스.

승민이 빠르게 크로스를 올리기 위해서 뛰었으나, 상욱이 다가와 이를 저지했다.

“위에 있어. 돌파해서 크로스할 테니까.”

“아뇨. 제가 할게요.”

승민은 상욱이 또 드리블 돌파를 하겠거니 했다.

프리킥을 차기에는 너무 측면이었고, 그나마 크로스를 올려야 하니, 상욱은

골대 앞에 있어야 했다.

[전상욱 선수가 공을 찍고 뒤로 물러섭니다. 크로스라도 하려는 걸까요?]

[글쎄요. 전상욱 선수가 직접 프리킥을 차려는 걸까요? 지금까지 전상욱 선수

가 프리킥을 찼던 기록은 없는 걸로 기억합니다.]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독일은커녕 같은 편조차 상욱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발목을 완전히 뒤로 꺾은 상욱이 공이 터질 만큼 강력한 슈팅을 찼다.

[전상욱, 뭐······ 죠? 이게······ 지금······!]

[어······ 어!?]

상욱이 찬 공은 단 한 번의 회전도 없이 완벽한 궤적을 그리며 하디 크루거,

김재민 등과 같은 양 팀 선수들을 지나 단 몇 초 만에 노이어가 지키고 있는

독일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이건 말도 안 돼.”

바로 옆에서 이 광경을 본 이승민이 입을 떡 벌리며 이를 지켜보고, 곧 상황

파악이 된 관중들이 미친 듯 환호한다.

[드, 들어갔습니다!]

[끄아아아악!! 전상우우욱!!]

[보셨습니까?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골이 터졌습니다!]

월드컵 스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