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49화 (49/114)

49화

1 vs 11

“와 크로스 미쳤다 진짜...”

“나 지금 팔에 닭살 돋은 거 봐. 최고야!”

전상욱의 아버지이자 대기업 법무팀 부장을 맡고 있는 전지만은 회사 젊은 직

원 몇몇과 자신의 아파트에서 스웨덴 전 관람에 한창이었다.

“아니 부장님!! 아들이 이렇게 축구를 잘하는데 그동안 왜 자랑 안하신거에요?!”

그는 부하 직원의 농담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랑이라,

당장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들 이름을 말하면 전국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별 볼일 없는 고등학교 축구부에 있는 보결에, 보결의, 보결.

언제 운동을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던 아들을 보며 앞에선 네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했으나 그는 사실 가망 보이지 않는 운동을 접고 다시

공부나 하길 바랐다.

딱 1년만 더 했을 때 주전에 못 들거나 지금보다 달라진 것이 없으면 이제 운

동을 그만하는 게 어떻겠냐고.

[전반- 끝났습니다! 스코어는 3:0! 아마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전반전

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겁니다!]

[모든 관중들과 미디어들이 한 선수에게 집중됩니다. 오늘 경기의 주인공 전

상욱 선수입니다!]

그리고 1년 뒤,

아들은 국가대표로 뽑힌 뒤 월드컵에 나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호나우두, 마라도나 정도의 옛 스타들만 아는, 축구에 대해 무지한 지만이나

아들의 활약은 전문가가 아닌 3살짜리 아기가 와도 판단할 수 있었다.

아들은 영웅이고, 곧 전설이 될 것이며,

아마 세상을 삼킬 것이다.

***

후반전에 스웨덴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선수들은 칼을 갈고 나왔음을 의미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동양인에게 전반에 3골이나 얻어맞긴 했으나, 어쨌든 상욱과

승민을 제외한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을 압도하는 스웨덴은 모든 선수들이 나

서서 철저히 상욱을 마크하기 시작한다.

얀네 감독은 수비벽을 2중, 3중으로 싸서 상욱을 마크하는 작전을 만들었고,

작전은- 어느 정도 적중하고 있는 듯 했다.

[후반에 들어와서 스웨덴의 집중력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월드컵 무대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안을 한 가지만 가져온 게 아닐거니

까요]

전상욱이란 괴물이 경기 자체를 좌지우지하고 있었으나, 결코 대한민국이 강

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고질적인 수비불안은 이번 경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위기 상황 때마다 해외파 수비수 김재민이 커팅해주고 있긴 했으나, 국제 경

험 많지 않은 19살짜리 수비수가 월드컵 본선에서 대활약 하기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재민은 전상욱이 아니었으니까.

[아 계속 수비 공간 벌어지면 안 됩니다. 이성용이 놓쳤구요. 아! 골키퍼 간

신히 선방했습니다!]

스웨덴은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인 수비진에 강력한 프레스를 가했고, 예상대로

한국은 순간적으로 붕괴되기 시작한다.

포르스베리의 중거리 슛을 골키퍼가 겨우 펀칭으로 쳐내자 곧 한국은 코너킥

기회를 내준다.

[장신인 수비수들 마크를 잘해야겠습니다. 세트피스는 스웨덴의 가장 큰 무기

거든요?]

194cm의 얀손, 193cm의 그랑크비스트. 키만 큰 것이 아닌 무슨 레슬링 선수같

은 덩치의 스웨덴 중앙 수비수들이 한국의 패널티 라인에서 서성인다.

[크로스! 막아 내야합....아- 들어갑니다]

[1점 따라붙는 스웨덴. 아직 괜찮습니다만 우리 선수들 좀 더 집중해야겠습니다]

후반 50분에 3:1,

한 점 따라 잡혔으나 한국 수비들은 이상하게도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듯

했다.

아직 2점이나 앞서고 있으며 어떻게 되든 공격에서 뭔가 만들어주겠지 하는

생각-

“아오, 뭐하는 거야 진짜...”

비슷한 패턴의 세트피스와 패스 플레이에 계속 공략당하는 모습에 혀를 차는

상욱.

psv 수비 역시 그리 좋은 편은 아니나지금 한국팀의 수비는 월드컵 본선 팀

중 단연코 최하위이며, 아시아에서도 그리 대단하진 않아 보인다.

“김재민이 이 정도까지 부진할 리 없는데...”

불과 지난 아약스와의 더 탑퍼에서 보여준 모습의 절반, 아니 1/3도 보여주지

못하는 재민은 월드컵 본선이라는 압박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10분이 더 지났다.

[자 우리가 계속 끌려가면 안 됩니다. 전방에 전상욱이나 이승민에게 공을 전

달해서 다시 활력을 되찾아야해요. 장수현이...? 어...어?!]

[아 백패스하면 안되죠! 위기에요!]

수비력은 최악에 가까우나 오로지 발밑이 좋고, 빌드업이 된다는 이유 하나만

으로 월드컵까지 선발된 장수현이 자기 진영에서 골키퍼 쪽으로 한 백패스가

화근이 됐다.

[왜 저런 위치에서 백패스를 합니다! 이건 아니죠!]

백패스를 커팅한 스웨덴의 마르쿠스 베리가 뒤에서 따라오던 포르스베리에게

백힐로 공을 전달하자 그는 곧 미친 뛰어오는 라르손 쪽으로 패스한다.

[태클 깊었는데요! 아....]

탄식은 비단 해설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팀의 선전에 응원하고 있던

한국 응원석에서까지 충격에 말을 잊었다.

[패널티킥...판정이 나옵니다]

[정말 좋지 않은 실수였습니다. 장수현 선수. 차라리 골라인 밖으로 걷어내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었을텐데요]

마르쿠스 베리가 깔끔하게 패널티킥을 성공시키자 스웨덴 응원석이 뛸 듯 기

뻐하고, 마찬가지로 벤치에서는 희망의 환호가 터져나온다.

1점차

충분히 동점, 아니 역전까지도 가능한 점수차이나 이상하게 얀네 감독은 도무

지 이길 것 같지 않았다.

“감독님, 이제는 좀 더 공격적으로 가는 게 어떻..”

“안돼”

코치진의 의견에 조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묵살하는 얀네. 그의 목소리에선

떨림과 동시에 공포도 느껴지는 듯 했다.

“말했잖아. 저 동양인은 우릴 죽일 거. 기어코"

감독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이 시점에서 상욱은 분명히 웃고 있었다.

***

그래, 쉽게 끝나면 재미없지.

사실 스웨덴이 유럽에서 대단한 강팀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지옥 같은 유럽 예

선을 뚫고 올라온 팀이며, 월드컵 본선에 올라온 팀 중 만만한 국가는 없는

것이 정상이다.

스웨덴의 늙은 여우 얀네 감독은 최악의 위기에서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냈

고, 상욱이 주춤하고 있을 때 스코어를 거의 정상으로 돌려놓기 직전이었다.

경기시작 75분이 넘어가자 한국 팀 선수들이 먼저 지치기 시작한다.

애초 체력이 좋은 편도 아니었는 데다 경기 내내 상대의 강력한 피지컬과 압

박에 맞서다보니 선수들 대부분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우리 선수들 리드를 지켜야합니다! 지치겠지만 조금 더 힘을 내야합니다!]

전방에 있어봤자 공이 돌지 않자 아예 중앙까지 내려와서 공을 운반하는 상욱.

“무조건 진만 막아! 또 돌파할거야!”

“잡아서 넘어뜨리든, 발로 차든 일단 막아!”

드리블하는 상욱을 막기 위해 스웨덴 선수 3명이 동시에 달려들자 그는 순간

발목을 옆으로 돌려 길게 패스한다.

[자로 잰 듯한 로빙패스! 이승민까지 연결됩니다! 슈웃!!]

[골키퍼 선방! 오랜만에 얻은 한국의 좋은 기회였습니다!]

상욱의 롱패스는 순식간에 상대진영에 있던 이승민에게 전달되고, 골이 들어

가진 않았으나 스웨덴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 충분했다.

“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질린다 진짜...”

스웨덴 선수 몇몇이 상욱의 활약에 질색을 표하자 상욱은 이들을 보며 씩 웃

으며 지나간다.

그는 문득 하디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다.

‘네 패스 실력은 나와 동급이다. 뭐 물론 내가 조오오오금 더 높긴 하지만!’

무려 하디 크루거에게 1년 내내 경기장의 시야를 넓게 보는 방법과 전반적인

패스에 대해 학습한 상욱.

하디는 마지막에 상욱의 실력을 자신과 동일하다고 말했으나 그건 하디의 자

존심 때문이지, 실제로 그의 실력은 ‘천재’ 하디를 웃돌고 있었다.

[이번엔 왼쪽으로 길-게 스루패스 올라갑니다!]

[황찬희에게 전달되는 공! 아 막히고 맙니다]

원톱에서 어느새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온 상욱은 터치 한방으로 대단히 영

양가 높은 패스를 뿌린다.

전반과는 또 다른 상욱의 변화에 속수무책 무너지는 스웨덴.

[와 피를로나 모드리치가 생각나는 수준입니다. 패스 한방에 상대 선수들이

그냥 나가 떨어지네요]

[스피드랑 슛만 있는게 아니에요, 저 선수는! 모든 것이 완벽한 선수입니다!!]

“감독님 지시인가요?”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팀의 그란데 코치가 감탄을 금치 못한 채 신재용에게

묻는다.

지금 상욱의 플레이는 스웨덴의 폐부를 뚫기 충분했다.

공이 오지 않는 상태에서 원톱이 밑으로 내려와 볼을 운반하고 패스까지 뿌려

주는 선택은 대단히 주요했고, 전반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스웨덴을 무너뜨리

고 있었다.

“뭘? 내가?”

이 모든 것이 감독이 즉석에서 내린 전술인가 싶어 감탄하던 그란데였으나 재

용은 생소한 듯 중얼거린다.

“그런 지시는 내린 적 없소”

“그렇다면....”

“제 스스로 경기 흐름을 읽는 거지. 저놈 혼자서 말야”

다시 맞춰졌던 승부의 추는 상욱의 대활약으로 다시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90+4

스웨덴은 경기 막바지까지 상욱에게 시달려 괴로워했으며, 그를 막기 위해 달

려는드나 질린다는 말을 여러 번 뱉었다.

“젠장! 패스야, 돌파야!!”

전반에는 돌파를,

후반에는 패스로 상대를 찢어놨던 상욱.

이번에는 돌파로 상대를 여럿 비껴낸다.

포르스베리가 아예 부상이라도 시키자싶어 깊숙하게 태클을 들어가나 상욱은

그런 그를 비웃으며 속도로 제쳐내고, 반니에게 배운 베르캄프 턴으로 중앙

미드필더 2명을 동시에 제친다.

“저거, 저거! 저한테 배운 겁니다!!! 제가 직접! 알려준 거라구요!”

“알겠으니까 제발 소리 좀 그만질러요, 뤼트...”

경기장 한 쪽에서 반니의 흥분이 가속화될 때, 스웨덴 선수들은 또 다시 자신

들의 진영으로 들어올 패스 차단을 위해 죽을힘을 다해 마크한다.

[오늘 경기 양 팀 통틀어 마지막 공격 기회! 전상욱이 패스할 곳을 찾습니다]

이승민과 황찬희가 공을 받기 위해 동시에 손을 드나 이미 힘 좋은 스웨덴 수

비가 막고 있고, 상욱은 공을 뒤로 돌릴지 돌파할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때-

[일단 공을 뒤로 돌리는게 좋을 듯 보입....아! 그대로 슈우우웃!!!!!]

[고오오오오올!! 또, 또! 들어갔습니다! 4골! 경기 끝났습니다! 더 볼 것도

없습니다!]

4번째 골이 들어갔을 때, 절망에 눈을 질끈 감은 얀네 감독은 더 이상 앞을

쳐다볼 힘도 없었다.

그의 눈앞에는 그저 손바닥으로 4를 펼치며 웃어 보이는 괴물이 있을 뿐이었다.

***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 F조 2경기

신재용 감독 인터뷰

Q 놀라운 승리! 경기를 지켜본 팬들을 위해 한 말씀 해달라

A 국민 여러분의 응원 덕분에 승리했다. 앞으로 더 잘 하겠다

Q 오늘 경기의 총평 부탁한다

A 공격 쪽에선 더할 나위없는 경기력이었으나 수비 쪽은 부진했다.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Q 전상욱의 활약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 그의 플레이에 만족하나?

A 사실 이 정도 해줄 거라고 예상했다. 그가 보통이 아님은 대충 알았으니까

Q 예상했다고? 혹시 당신이 말한 ‘트릭’이 혹시 전상욱인가?

A 질문은 이까지 받겠다. 그럼-

이 질문에서 씩 웃고 있던 신 감독은 어깨를 으쓱하며 선수들에게 다가가며

읊조리듯 말한다.

“밝히면 더 이상 트릭이 아니지”

(수정) 북중미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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