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다시 한국으로
[슈퍼 아시안, 인테르와 3년 계약 합의!]
[psv 공격수 진, 인테르와 개인합의 완료]
전상욱이 인테르와의 개인 합의에 달했다는 소식은 이탈리아를 넘어 곧 전 세
계로 펼쳐나갔다.
인테르 공식 트위터에서는 이미 상욱의 영입을 알리는 트윗으로-
New el fenomeno
[Jin 9]
상욱을 아시아에서 온 호나우두라 소개하며 그의 영입을 알렸다.
이에 팬들의 반응은 각양각색.
세간에서는 장차 세리에 전체를 이끌 대표 공격수 영입한 인테르를 부러워하
기도 했으나, 일부 인테르 팬 포럼에서는 프로 데뷔 1년도 안 된 어린 선수에
게 주는 돈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Inter_Forza
이제 막 프로 데뷔한 18살 꼬마한테 주급을 19만 유로나 때린다고? 만약에 쟤
망하면 어쩌려고 그래?
@Inter(Sampdoria)
쟤 절대 안 망해. 챔스 봤잖아? 한창때 즐라탄이랑 앙리를 섞어놓은 느낌이라고!
@Inter Xtra
하..그래도 좀 불안하긴 하다. 올 시즌 공격수 영입은 진 하나뿐인데 망하면
우리 팀 진짜 좆되는거 아님?
@No.4 Zanetti
팀은 이미 좆됐는데 뭘 더 바래? 그냥 무조건 성공하라고 빌기나 하라고!
***
“18만 5천....흐음....”
계약 세부 내역을 보던 마로타 단장은 말라가는 입술에 침을 여러 번 발라가
며 계약서를 준비한다.
곧 psg 합류가 확실시 된 이카르디의 현재 주급이 10만 유로다.
이카르디가 누구인가.
세리에 득점왕을 2번이나 차지하고, 수년간 팀의 에이스로 군림한 리그를 대
표하는 선수가 아니던가.
그런데 고작 1시즌 동안 그것도 네덜란드리그에서 시즌을 반 밖에 소화하지
못한 10대 아시안에게 이 정도 주급을 제시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도박이다.
“만약 진 당신이 실패한다면 허허, 난 단장직은 물론이고 인테르 팬들에게 살
해 당할지도 모르겠군요”
시가를 태우던 마로타가 중얼거리자 이를 들은 상욱이 문득 그를 바라보며 웃
는다.
“걱정마세요 단장님”
상욱은 자신있었다.
어쩌면 처음 psv에 왔을 때보다 더욱 더.
부상에 복귀하고 난 뒤, 더욱 완벽한 신체를 가진 그는 진심으로 세상을 삼킬
준비가 되어있었다.
“제가 이 팀을 나갈 때 단장님은 팀 역사상 최고의 단장이 되어있을 거니까요”
오랜 시간에 걸친 계약 협상 후, 인테르 측에선 밀라노 최고의 호텔룸을 예약
한 뒤 쉬고 가라고 제안 했으나 상욱은 곧장 멘데스의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3일 뒤에 있을 psv의 컵대회 결승을 출전을 위해 네덜란드행을 고집하자 에이
전트는 다소 난색을 표한다.
“오늘은 쉬고 내일 한국으로 바로 들어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5월 평가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네덜란드보단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서 시
차 적응 및 국내 선수들과 합을 맞춰보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견이나 상욱은 바로 거절했다.
“아니에요, 일단 네덜란드로 갑시다”
상욱이 아무리 의리가 없는 저니맨으로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그는 엄연한 프
로 선수였고, 당연히 프로는 단 한 경기라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작별인사 해야 할 친구도 있고.
***
KNVB 베이커.
네덜란드 축구의 FA컵으로 올해 120년을 맞은 대단히 유서 깊고, 근본있는 대
회이다.
우승 횟수는 psv가 9회인데 비해 라이벌 아약스는 20회로 2배 이상으로 최다
우승팀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이번 시즌에도 결승까지 올랐다.
특히 아약스는 리그에서 라이벌에게 패배한 것을 멋지게 갚아주기 위해 블린
트-더리흐트-김재민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쓰리백을 토대로 타도 psv를 위해
칼을 갈았으나...
[아약스는 2달 쉬고 오면서 진의 실력이 줄었기를 바란 모양입니다만...네,
그럴 일 없습니다]
경기 후반 70분,
스코어는 4:1로 아약스는 철저히 무너지고 있었다.
[psv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인데 진, 팬들에게 완벽한 선물을 주고 갑니다!]
1번째 골은 늘 하던 하디와의 환상의 호흡으로 한골,
2번째 골은 둠프리스의 크로스를 받은 헤더골,
3번째 골은 본인이 만든 패널티킥을 스스로 처리하며 성공시킨 상욱.
현재 아약스의 수비는 유럽 내에서도 대단히 강한 축에 속하며, 몇몇 선수들
은 아예 진을 막기 위해 그에게 집중배치 되나-
아직 팬덤으로부터긴 하나 新 축구황제라는 별명을 받은 것이 과장이 아닌 듯
그는 당장 몇 달 전까지 분명 비슷한 수준에서 싸우던 아약스를 그야말로 박
살내고 있었다.
[진이 1시즌 만에 psv를 떠나는 게 리그 내 다른 팀들에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에요, 진은! 터치 하나하나, 플레이 하나하
나마다 예술을 만드는 선수입니다!]
“분명 3달 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경기를 지켜보던 아약스의 텐하흐 감독이 완전히 질린다는 듯 그라운드를 바
라본다.
압도적인 경기력에 짜증이 난 그는 감히 상욱을 제대로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쉬다 오니까 더- 잘해진 것 같은데요?”
“아니 저건....저 미친 놈은 정말....”
딱히 전략을 펼 필요 자체가 없다.
하디나 로자노, 카포가 어떻게든 공을 잡아 앞으로 전달하면 그는 눈 깜짝할
새 공을 몰고 나가 상대방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런 젠장!”
분명 지난 더 탑퍼까만 하더라도 상욱과 어떻게 비슷한 수준에서 비비기라도
했던 김재민은 또 한 단계 스텝업한 상욱에게 처절하게 박살나고 있었다.
[저 선수는 어떻게 볼 때마다 성장이 보일까요? 더 빠르고, 더 날카로워졌습
니다!]
진이라는 호랑이에 아약스 수비들은 연약한 암사슴과 같은 한 끼 식사에 지나
지 않았다.
[프랭키 더용이 중앙에서 길게- 들어갑니다!]
[환상적인 중거리 골 성공시키는 아약스! 그러나 승부를 뒤집기엔 불가능해보
입니다]
후반 75분에 4:2.
계속 골이 터지는 지금 이 상황에서 역전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스코어가 되
었으나, 양 팀 선수들 누구도 아약스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상대팀에, 우리팀에
게임체인저가 있기 때문에.
[Tot ziens Aziatisch] 또 보자! 아시안!
[jonge held, veel geluk!] 젊은 영웅, 행운을 빈다
psv 팬들은 거대한 현수막을 걸어서 떠나는 아시안 영웅에 대한 찬사와 재회
를 기대한다.
“PSV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 싶어요”
경기 전 상욱이 했던 말처럼 그는 오늘 경기에서 프로데뷔 후 최고의 경기력
을 보이고있었다.
경기 내내 상욱을 쫒아 다녀 지치다 못해 쓰러지기 직전의 아약스 수비진이
숨을 토해내며 상욱을 바라보자 그는 툭툭 공을 차며 앞으로 나선다.
[진이 공을 잡기만 하면 이젠 무슨 마법을 부릴지 긴장부터 됩니다!]
공을 앞으로 툭 보내던 상욱은 하프라인 뒤쪽 자신의 진영부터 빠르게 공을
몰고 나선다.
기본적으로 자신을 마크하는 2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가볍게 터치 한 두 번으
로 제압한 그는 체감상 육상선수보다 빠른 속도로 골문 앞으로 질주했다.
[진이 돌진합니다! 수비들이 뒤쫒아갑니다만,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
다!]
[이거까지 들어가면 아약스는 정말 희망이 없어져요, 막아야 합니다!]
오늘 경기 쳐 맞기만 한 아약스가 안타까웠는지 해설이 소리친다.
수비라인을 잡고있던 블린트가 자세를 낮추며 오른쪽으로 달려든다. 덕분에
속도가 줄어든 상욱의 왼쪽으로 더용이, 왼쪽으로 블린트가 틈을 주지 않고
상욱을 압박한다.
유럽에서도 난다긴다하는 수비들이나-
[터치 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블린트! 상대가 안 됩니다!]
빠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개인기로 블린트를 넘어트린 상욱은 공간이 생
겼는지 바로 골대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이런 젠장!”
이번 시즌 내내 단 한 번이라도 상욱을 막고 싶었던 더리흐트가 득달같이 달
려와 깊숙한 슬라이딩 태클을 날린다.
[3명까지 제칩니다! 남은 건 하나!]
상욱은 다시 한번 공을 옆으로 밀면서 그의 태클을 벗겨내고, 뒤이어 나오는
골키퍼마저 순간 좌우 몸을 틀어 넘어뜨리더니 골대 옆까지 뛰어들어간다.
[김재민의 태클!!]
골키퍼까지 제쳤으나 도저히 각이 나오지 않았던 상욱에게 깔끔하게 태클하는
재민.
재민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막혔다고 생각했으나 바닥에 있던 공은 순간 떠
올라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태클직전 자세를 바꾼 상욱이 다리를 교차해서 슛하는 라보나킥을 성공시켰다.
[들어갔습니다아!! 라보나킥까지!!!]
[축구 해설을 30년 넘게 하면서 저런 플레이는 구경조차 한 적 없습니다! 장
담하겠습니다! 우린 지금 전설의 위대한 여정을 보고 있는 겁니다!]
이번 골은 충격이 컸다.
텐하흐 감독은 아예 포기한 듯 허탈하게 웃으며 코치진에게 저런 골이 상식적
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잡담이나 늘어놓고 있었고,
psv의 코쿠 감독은 대충 벤치에 앉아 무슨 영화라도 보듯 아시안 스타의 마지
막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후반 89분,
5:2
아약스 선수들은 제발 경기가 끝나길 바라며 전광판만 바라보고 있었고, psv
선수들은 기세등등하게 한골이라도 더 넣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오늘 경기가 영화라면 psv는 결말까지 다 보여준 셈입니다. 이 스코어면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어요]
[말씀드리는 순간, 뛰어나갑니다! 진과 하디입니다!]
오늘 경기 4골을 몰아넣은 전상욱과 1골 2도움으로 공격형 미드필더의 끝을
보여준 하디 크루거.
두 선수가 올 시즌 완벽한 마무리를 위한 질주를 시작한다.
[하디 크루거의 놀-라운 로빙패스입니다!]
하프라인 뒤에서 빠르게 올라가는 크로스가 순식간에 아약스 진영으로 떨어지
자 골키퍼가 빠르게 커버업을 위해 뛰어오지만-
뒤이어 바운드 되는 공을 아웃프런트로 톡 찬 상욱이 마침내 오늘의 5번째 골
을 성공시킨다.
[들어갔습니다! 6:2! 감히 이 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요?!]
[이 골은 올 시즌 psv를 그대로 표현하는 골입니다! 하디-진이 에레디비시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깁니다!]
***
아약스 구단은 오늘 경기를 예매한 서포터들에게 티켓 값을 환불해주기로 결
정했다.
최근 수년간 중 최악의 경기를 펼친 아약스는 구단의 단장이 직접 나와 사과
할 지경에 이르렀고, 팬들은 진이 떠나서 다행이란 말이 나왔다.
리그와 FA컵을 둘다 먹은 더블에 챔스까지 8강에 진출한 최고의 성적을 기록
한 psv.
구단에서는 고작 1시즌밖에 뛰지 않은 선수를 위해 고별식까지 준비했다.
psv 홈구장 필립스 스타디온에는 5,000명 가까운 관중들이 영웅의 마지막 모
습을 보기 위해 모여든다.
[여러분! 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능을 가진 선수! 진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그라운드로 들어와 마지막 인사를 건네던 상욱
이 서포터들에게 말한다.
“PSV에서 모든 것을 이룬 것이 아닙니다. 아직 챔피언스리그가 남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외치는 상욱.
“언젠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서! 당신들에게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선물
하겠습니다!!!”
그의 발언에 서포터들은 당장이라도 죽을 것 마냥 흥분하고, 상욱의 이적이
성사되기 직전-
그의 시선은 오로지 월드컵에 맞춰져 있었다.
작가의말
다음화부터는 러시아 월드컵입니다
트릭이 뭔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