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42화 (42/114)

42화

굿바이, PSV

“괜찮겠니?”

psv 주장 제룬 조엣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상욱에게 다가온다.

방금 전까지 절뚝이는 모습을 보였던 상욱의 모습 보며 마음이 쓰였던 그는

이미 그에게 여러 번 교체를 제의했다.

“팀을 위해 목숨을 걸 필요는 없어”

이미 근 10년간 psv에서 뛰며 주장까지 된 조엣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습

기만 하다.

“진, 네 충성심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말야-”

“???뭐라는 거야?”

다리에 압박붕대를 묶은 채 나서던 상욱이 주장의 말에 귀찮은 듯 중얼거린다.

“팀 같은 소리하네, 주장! 잘 들어. 이건 날 위해서야. 오늘 경기 승리하면

모든 공은 다 내꺼 라고!”

다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상욱이나 주장 조엣은 그저 상욱이 부끄러움

에 큰소리치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진, 앞으로 너랑 얼마나 더 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상욱의 생각과 달리 오히려 그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던 조엣은 이내 진심어린

표정을 짓는다.

“너와 함께 뛴 걸 내 인생 최고 자랑이라고 떠들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다오”

“흥, 걱정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거야”

***

“집중해! 니들 1차전이랑 너무 다르잖아!!”

전반과는 달리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작전지시를 내리던 투헬 감독.

1차전과 전혀 다른 진-하디의 모습에 복잡해진 머리가 지끈거려 미칠 것만 같다.

1차전 내내 공을 끌고, 돌파를 시도하던 하디는 한 순간에 다른 사람이 되어

간결하고 효울적으로 공을 운반하고, 위협적인 패스를 보인다.

예전과 같은 허세나 무리한 플레이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건 덤이고.

이렇게 하디가 전방으로 공을 밀어주니 팀 전체에 활력이 생긴다. 많진 않으

나 psv 선수들에게 공을 잡을 일이 생기고, 서로 터치해서 위로 올라가니 당

연히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위축되어 수비를 위해 뒤로 빠진다.

“이 정도는 예상했던 일인데...”

투헬과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걱정해야할 일은 이게 끝이 아니다.

도르트문트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선수는 따로 있었다.

“진에게만큼은 절대 틈을 주지 마!”

선수들을 독려하는 투헬의 말처럼 번개 같이 나타나 뭔가 막을 새도 없이 벼

락같이 골을 쏟아 넣는 전상욱은 반칙 같은 존재였다.

권투시합에서 잽과 어퍼컷으로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달려와 플라잉 니킥을

차는 아예 종목을 바꾸는 선수라고나 할까.

“쫄지마! 지금 이기고 있는 건 우리야! 그것도 2점이나!!”

남은 시간은 고작 45분밖에 없으며,

무려 2점이나 앞서고, 애초 전력상에서 우위인 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기가 막힌 투헬이었으나 어쩌겠는가.

선수들 자체가 진이란 어린놈에게 완전히 쫄아있는 걸 말이다.

그리고 자신도.

후반 58분,

진에게 얼마나 많이 얻어맞을까 걱정했던 투헬이었으나, 대단히 다행히도-

“저놈 지쳤다”

다리를 절며 헐떡거리는 상욱의 모습에 투헬이 코치진과 함께 쾌재를 부른다.

“지치기 만한 게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 경미하지만 부상까지 달고 뛰는 모양이야”

지금 상욱이 보여주는 스프린트도 막기 대단히 어려우나 전반처럼 토나올 수

준은 아니었다.

율리안 바이글과 같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전담으로 마크하고, 협력수비

를 하니 지속적으로 커트 당한다.

[전반에 압도당했던 도르트문트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슈퍼 에이스 진이 막히기 시작한걸 알고 있는 것 같네요]

드디어 수비에 성공한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앞으로 전진하려고 하나,

“목숨 걸고 막아!!!”

“진이 살려준 역전의 불씨다! 먹히는 순간 바로 꺼지는 거야!”

하디와 구티에레즈 등의 중앙 미드필더와

둠프리스, 조던 테저와 같은 수비가 목숨 걸고 막아낸다.

전반과 달리 다소 지리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는 도르트문트에겐 대단

히 좋은 소식이었다.

2점이나 앞서고 있는 후반 70분이 넘어가는 시간 시점에서 먼저 지친 쪽은

psv였다.

[아 psv 선수들 지쳤습니다. 몸이 떨리는 게 보이네요]

[진은 교체 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긴한데...이미 교체카드를 다 쓴 psv입니다]

후반 내내 별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상욱. 수비형 미드필더 바이글은 상

욱은 철저하게 마크했고, 절뚝이는 그의 다리를 여러 번 노렸다.

“거기까지다 아시안”

상욱이 공을 잡자마자 와락 달려들어 수비하는 바이글.

하디보다 더욱 낮은 목소리의 영어를 구사하는 그가 상욱을 보며 이죽거린다.

“레알이니, 인테르니 까불고 다닌 거 같은데 나한텐 안 통해”

그 모습에 상욱은 질린다는 듯 혀를 차더니 이내 짜증가득한 목소리로 외친다.

“하디나 너나! 독일 놈들은 왜 이리....”

동시에 바이글의 어깨를 몸으로 밀어내며 순식간에 돌파하는 상욱.

“재수가 없는 건데!!!!”

패널티라인 근처에서 괴상한 드리블을 하며 뛰어 들어오는 상욱. 다소 우스꽝

스러운 모습에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들어오나, 실력은 우

습지 않았다.

[진이 돌파합니다!! 아니 부상이 아니었나요?!!]

[부상을 달고도 저렇게 뜁니다! 저..저 정신력은 아주 경이로울 정도네요!]

하프라인 근처에 있던 그는 순식간에 상대 패널티 라인 앞까지 달려 나간다.

“죽어도 막아!”

“자리 잡아!!”

순식간에 비첼, 바이글, 카스트로 등 도르트문트가 자랑하는 중앙라인을 모두

파괴한 뒤 당도한 곳엔 덩치 큰 중앙 수비 2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돌파는 무리다. 그러면...’

돌파하던 중 수비를 앞에 두고 패널티 라인 왼쪽으로 툭치고 공을 보내는 상욱.

당연히 골키퍼가 달려나와 공을 잡으로 뛰어나가고 수비수 역시 커버업을 위

해 뛰어 들어가나,

[진이! 또! 공을! 잡습니다!!]

순식간에 공을 잡은 상욱의 앞에 보이는 건 도르트문트 골키퍼 로만 뷔르키의

모습이었다.

패스를 받아줄 선수는 없고, 크로스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

상욱은 오히려 왼쪽 골라인 직전까지 뛰어가다가- 감히 일반 범인(凡人), 천

재들도 찾지 못할 골대 구석 하단에 골을 차 넣는다.

상욱이야 말로 천재를 넘어선,

정점에 다다를 수 있는 선수가 아닐까.

[마침내- 진!!! 들어갔습니다!! 1골 차!!!]

[오늘 경기 2골 1도움! 여러분들은 오늘 펠레이후 새로운 축구황제를 보고 계

신지도 모르겠습니다!]

1차전 0:2

2차전 3:1

스코어는 3:3이지만 원정 다 득점으로 인해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도르트문트

가 진출하는 상황.

후반 85분

방금 스프린트로 모든 체력을 소비한 상욱은 더 이상 오늘 경기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할 수 있는 건 상대지역을 어슬렁거리며 상대 수비의 이목을 끄는 것 뿐.

[최소 오늘 경기에선 더 이상 진이 마법을 부릴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골을 더 넣어야하는 psv.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지쳤다 못해 거의 좀비 상태인 psv 선수들과 아직 집중력이 남아있는 도르트

문트.

오늘 경기 최악의 활약을 보인 마르코 로이스가 간만에 수비수 사이를 유려하

게 지나가더니 뛰어들어오는 쉬얼레에게 공을 연결한다.

[로이스가 쉬얼레에게- 골키퍼까지 제쳤어요!!!]

[슛!! 고오....아아아!!!]

재빠른 로이스의 슛을 순간 달려들어 막은 선수는 테저도, 둠프리스도, 조엣

도 아닌 하디 크루거였다.

[기적에 가까운 수비! 하디가 막아냅니다!!!]

[저 정도 수비는요! 목숨을 걸었다는 거에요! 방금은 자칫했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하디의 불타오르는 열정과 절박함에 psv 팬들은 물론 도르트문트 서포터 쪽에

서도 박수가 터져 나온다.

승패를 떠나 자신이 하는 일에 목숨을 거는 사내가 어찌 무시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단숨에 오늘 경기 영웅이 된 하디 크루거가 그저 앞으로 공을 길게 올

린다.

“받아!!!!”

그리고 이를 받은 건- 에인트호번의 잊혀진 스타 루크 더용이다.

***

후반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비수와 교체되어 공격진을 활력을 위해 투입

된 루크 더용.

본인이 상욱에게 밀린다는 것은 누구보다 인지하고, 벤치로 밀린 것까지는 이

해할 수 있었다.

진은 호나우두 이상의, 팀 역사상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였으니까. 게다가

이번 시즌이 끝나면 psv를 떠난다지 않는가. 딱히 그에게 악감정은 없었다.

그는 그저 본인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아무리 상대가 유럽에서 이름을 날리는 강팀이라고 할지라도 경기 내내 이렇

게 무기력하게 경기를 끝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더 이상 유럽 내에서 주목받는 공격수가 아니었고, 팀 내 입지는 진-하

디는커녕 쉐도우 스트라이커가 가능한 로자노에게까지 밀리고 있었다.

“씨발..씨발!!”

욕설을 내뱉으며 하디의 롱 크로스를 받기 위해 가진 모든 힘을 다해 뛰어가

는 더용.

불행인지 다행인지 도르트문트 수비 중 어느 누구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고,

덕분에 장신의 네덜란드 공격수는 큰 제약 없이 상대 패널티라인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20대 후반,

이제 막 선수로서 전성기가 시작될 때다.

여기서 쉽게 무너지기엔 루크 더용이라는 이름값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하디의 긴 크로스! 진은 더 이상 뛰지 못합니다! 더용이 뛰어가네요!]

[더용이 받는다고 한들, 받아줄 수 있는 선수가 있을까요?]

해설자들이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리고, 팬들과 선수 역시 고개를 떨구나 더용

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하디의 공이 패널티 라인으로 쪽으로 넘어오고 곧 수비를 위해 점프하나, 더

용은 이들보다 1.5배는 더 높게 뛰더니 이내 오른쪽 골대 상단으로 공을 정확

히 헤더 한다.

[더용!!!! 들어갔습니다!!!]

[끝났습니다!!! 이건 기적입니다! 8강에 올라가는 건 psv입니다!!]

득점이 성공하자 더용은 벅차오름과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에 골대 앞에서

무릎까지 꿇은 채 오열한다.

남은 후반 추가시간 동안 도르트문트는 골키퍼까지 나와서 공격을 시도하고,

psv는 상욱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골대 앞에 모여 죽을 힘을 다해 수비한다.

얼굴로, 등으로, 허리로 상대의 슛팅을 막아내던 psv.

그리고 곧-

[경기- 끝났습니다!!!]

[이번 시즌 8강에 가장 먼저 진출하는 팀은 PSV 에인트호번입니다!]

패자인 도르트문트 서포터들이 psv 선수들, 특히 자신들이 조롱했던 자국인

하디 크루거의 대단한 열정과 활약에 기립 박수치고, 하디 역시 썩 기분 나쁘

지 않은 듯 손을 흔든다.

“당신 덕분에 이겼어요, 루크”

상욱이 씩 웃으며 더용에게 악수를 청하자 그는 웃으면서도 꽤나 영광스런 표

정으로 그의 손을 덥썩 잡는다.

“진, 너는 정말....”

합계 스코어 4:3

psv 선수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기막힌 역전승을 축하하고, 불과 몇 분

전까지 8강 진출이 거의 확정이었던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좌절에 빠져있다.

승부의 세계가 늘 그런 것이다.

“진! 바로 들것에!”

“일단 치료부터 하자!”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안전요원들이 달려와 상욱의 들것에 태우려고 하자,

“잠시만요”

상욱은 잠시 기다려달라고 한 뒤 서포터들과 선수들을 바라본다.

이제 다시 못 볼 사람들인 것을 알기에.

이미 위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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