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38화 (38/114)

38화

조르제 멘데스

How Do You Spell Jin? G - O - D

-2028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해설

진은 모든 공격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나에게조차도 그랬고, 모두가 그

와 닮기 원한다.

-2023년 現 맨체스터 시티 소속 엘링 홀란드

그는 공격수의 교과서 같은 선수이나 그 누구도 진처럼 플레이하지 못했다.

-티에리 앙리, 전상욱의 은퇴식에서.

***

배한영은 분명히 좋은 에이전트이고, 계속 관계를 유지해도 괜찮은 사람이나

지금 내겐 아니다.

그는 선수보다 회사의 이익과 개인의 영달을 우선시 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어떻게든 맨유로 날 보낼 생각 뿐이다.

맨유는 안 간다.

아니, 맨유가 싫다기보단 당장 PL에 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내 선택지는-

조르제 멘데스

세계 축구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거물 에이전트로 그의 고객만해도 호날두,

무리뉴, 디마리아, 후벵 디아스 등 유럽 내에서도 대단히 위대한 스타들과 함

께 하고 있다.

그 인맥과 영향력이 대단히 크다 보니 함께하는 축구인 뿐 아니라 축구 구단

자체의 이적 정책과 발전 방향을 좌지우지한다는 소문과 늘 초고액의 계약 요

구로 축구판을 왜곡한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게 내 알반가.

지금 내겐 당장 비싼 돈과욕구를 100% 충족시켜 줄 에이전트가 필요했고, 멘

데스는 이를 정확히 파악했다.

작년 마드리드와의 챔스 경기가 끝나고 찾아온 멘데스.

당시 타 에이전트와의 접촉을 막아놓은 상태였으나 유럽 축구계의 VVIP였던

그는 펜스를 뚫고 날 찾아왔다.

“거인을 담기엔 팀이 너무 작군요”

인사대신 명함 한 장과 자신이 맡고 있는 고객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꺼냈다.

“조르제 멘데스라고 합니다. 당신 같이 위대한 선수에게 어울리는 에이전트죠”

오만한 표정으로 웃어댔으나 그 얼굴은 자신감 가득해 보인다. 대놓고 본인을

위대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이다.

“무슨 일이시죠?”

“최대한 빨리 말하겠습니다. 당신네 에이전트가 언제 올지 모르니..”

그는 스포츠 코리아 직원이 있는지 주변을 쓱 둘러보더니 속삭이듯 말한다.

“유럽에서 가장 비싸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게 돕겠습니다”

그러더니 어디서 배워왔는지 동양식 인사와 합장을 하며 이내 사라진다.

“언제든, 가장 편한 시간에 연락주시죠. 반드시 연락주리라 기대하겠습니다”

***

[밀란에서 소식은 들었습니다. 으하하, 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기죠?]

유려한 영어로 말하던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뭐가 우스운지 크게 웃어 보인다.

[아아, 크흠! 초면에 실례했습니다. 진 선수 때문에 웃은 건 아니니까 절대

오해하지 마시고-]

이번 시즌 밀란에 새로 취임한 구단주와 단장이 축구에 무지하다는 소식은 들

었는데 굴러 들어온 복을 이렇게 차버릴 줄 몰랐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멍청한 중국 놈들! 아 인종차별은 아니니까 또 오해 마십쇼. 그 한심한 중국

인들을 욕한거니까요. 내 고객이 될 분한테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습니까,

하하!]

[아니 알겠으니까 말이나 계속 하세요...]

어씨 이 양반 좀 이상한 거 같은데...

왜 자꾸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거지.

그러나 우려와 달리 멘데스는 어느새 목소리를 내리깔며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인다.

[밀란은 지금 진을 놓친 걸 당신이 은퇴하는 내내 후회하게 될 겁니다. 단장

은 당연히 짤리고, 지금의 빌어먹을 암흑기는 더욱 이어질 거고 말이죠]

잠시 생각하던 그는 내 다음 이적 팀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간다.

[아마 PL은 워크퍼밋 발급이 안 될 거고, 라리가는 적극적인 제안이 없고, 도

르트문트와 바이언의 제시가 없는 독일은 매력적이지 않을테고, 포르투에서

몇 년간 썩을 필요는 더더욱 없고, 남은 건 이탈리아 인가-]

여기서 멘데스와 내가 동시에 말한다.

[밀란에 복수할거에요]

[밀란 새끼들, 부숴버려야죠!]

순간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리는 멘데스. 아마 본인과 비슷한 성격의 선수가

고작 18살이란 사실이 꽤나 재미있는 모양이다.

[으하하하! 재밌는 고객이 오셨구만 그래. 당신을 보니까, 그래. 한창 때 크

리스티아누를 보는 것 같아요]

다시 굳이 듣고 싶지 않은 TMI와 혼잣말을 이어나가던 멘데스는 이내 씩 웃어

대며 말한다.

[이탈리아로 갑시다. 가서 밀란 놈들한테 당신을 잡지 않은게 얼마나 큰 실수

였는지 알려주자구요]

[좋은 생각이긴 한데..지금 오퍼 온 세리에 구단은 밀란이 전부인걸요?]

내 물음에 그는 자신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한다.

[제의는 구단에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이쪽에서 할 수도 있지요. 가령....]

[가령?]

[마우로 이카르디가 곧 팀을 옮긴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우로 씨는

제 고객이죠]

***

[진, 밀란과 협상 결렬! 이적 팀 미지수로]

[세리에A 팀 접촉! 진의 다음 행선지는 이탈리아 行?]

[맨유, psv 아시안 영웅에게 주급 2억 제안?]

밀란과의 협상결렬 소문이 세계 전역에 퍼지자 상욱을 노리던 클럽들의 구애

가 더욱 강해진다.

아직 영입을 포기하지 않은 듯 한 맨유는 올드 트래포드와 캐링턴 훈련장으로

날 초청해 클럽의 비전을 설명하고자 했고, 라리가의 중위권 팀들은 각종 선

물 공세로 상욱을 꼬신다.

국내외 축구 팬들, 특히 한국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는 프리미어리그 팬

들은 어떻게든 새로운 축구계 별이 자신의 팀으로 오길 바라는 마음에 서로

의견을 나누긴 하나-

ㄴ지루나 월콧 볼려니까 미치겠다. 제발 아스날로 와라..

ㄴ개집 ㅇㅈㄹㅋㅋㅋ 진이 미쳤냐? 챔스권 팀에서 유로파를 가게?

ㄴ맨유에서 오퍼하는 거 같은데 올만하지 않나?

ㄴ?? 양심이 없네 진짜; 가도 맹구를...?

ㄴ마 황족 첼시와라!

ㄴ첼강딱~ 첼강딱~ 신나는 노래~

결론은 늘 그렇듯 싸울 뿐이다.

상욱은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핫한 유망주로 발 돋음 하고 있었으며, 수 많은

선수들의 관심과 구애를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에게 찬사를 보냈으나- 당연히 그러하듯 모든 이들이 상

욱을 찬양한 것만은 아니다.

가령 팀에 대한 의리와 충성을 중요히 생각하는 한국인들은 상욱을 비난하는

반응도 꽤 많았다.

ㄴ한 시즌 만에 팀을 옮긴다고? 진짜 의리라곤 ㅈ도 없는거 보소.

ㄴ전상욱 저 새끼 대건고에서도 4개월만에 접고 해외갔다더라. 개념 존나 없

음ㅉㅉ

ㄴ아니 나이가 몇인데 벌써부터 저니맨이 되려는지 이해가 안 됨. 챔스도 뛸

수 있고, 리그 우승도 가능한데 대체 왜 옮기려는 거임?

ㄴ와; 윗댓 진심이냐? 프로가 돈이랑 우승따라 가는건 당연한 거지. 그럼 전

상욱 정도 되는 재능이 평생 네덜란드에서 뛰길 바라냐?

ㄴ근데 전상욱 국대 왜 안 뽑힘? 이번엔 뽑히겠지?

여러 의견이 공존했지만 사실 상욱은 이런 반응들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다음 경기에 집중한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이적이 확정되긴 했으나 그는 20년 넘도록 밀월에서 뛴

경험이 있는 프로중의 프로였기에 그 누구보다 팀의 우승에 사력을 다한다.

2월 말,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 1차전 직전까지 나선 상욱은 그야말로 리그를 씹어

먹고 있었다.

vs 피테서

[코디 가포가 돌파해서 낮게 크로스해줍니다- 진이 가슴으로 받아냅니다!]

[중심을 잃었는데요..넘어지면서 바이시클 킥!!!! 들어갑니다! 와- 무슨 게임

에서나 볼 법한 골을 넣네요!]

vs 네이머헌

[진이 수비수 3명을 몰고 돌파하고 있습니다! 뒤이어서 수비 2명이 또 들어옵

니다...만! 돌파합니다!]

[골키퍼 정면이에요! 슈웃!! 네, 당연히 들어가야죠]

vs 폐예노르트

[하디가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야 드리블 실력보세요. 무슨 뱀처럼 움직이

는 모습이 소름 돋습니다]

[진에게 길게 올리는데요! 위치가 좋지 않습니다, 아! 골입니다! 감각적인 힐

킥 골!]

17경기 24골 6도움

네덜란드 전역은 새로 나타난 아시안 영웅에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강등권이 유력했던 psv는 상위권을 넘어 이제 1위 아약스와 승점 1점차를 다

투며 우승 경쟁 중이다.

각종 언론사들은 매일 같이 상욱의 활약과 골 기록을 보도했고, 94년 호나우

두의 골 기록을 깰 거라니, 이미 임팩트는 호마리우 이상 가는 선수라니 연신

떠들어 댄다.

팬들의 반응은 더욱 극적이다.

간만에 유럽 전역에서 통하는 공격수를 얻은 psv 팬들은 올 시즌을 끝으로 떠

나는 상욱의 맘을 돌리기 위해 어떻게든 떼쓴다.

경기장에서 상욱의 응원가를 불러대고, 서포터 석에는,

[nog maar een jaar] (1년만 더 하자)

[verlaat niet aziatisch] (제발 가지마 아시안!)

대문짝만한 걸개까지 걸어서 그의 이적을 막았다.

뭐 그렇다고 상욱의 이적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

“마우로가 어디 갈지 정해진 건 없습니다.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가 주

세페 메아차에서 행복하지 않다는거죠”

상욱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는 본인의 위치에서 열심

히 일하고 있었다.

[세리에 득점왕 이카르디, 파리 행 기정사실화?]

[psg, 발등에 불 떨어졌다···즐라탄 대체자로 인테르 이카르디 영입고려]

[이카르디 이적 가능성 점화, 인테르‘억지로 막진 않겠다]

인테르의 프렌차이즈 스타이자 새 주장이되어 팀을 이끌어나갈 마우로 이카르

디에게 문제가 생겼다.

자신의 아내인 완다 이카르디가 인테르 백스테이지의 속사정과 EPL과 라리가

등 타 리그와의 염문설을 멋대로 뿌려대고 선수 본인은 아내를 옹호하는 탓에

그는 서서히 팀에서 영향력을 인정받지 못했고, 최근 팀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이 어려워질 때,

’프랑스로 가고 싶다‘

는 어리석은 발언으로 그는 더 이상 주장으로써 존중받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멘데스는 선수의 의사와 전 세계 최고 갑부구단 PSG의

의중을 파악하여 그를 이적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체자는 말야...‘

[밀린, 진 품지 못했다!]

[이탈리아 行 원하는 진, 왜 밀란에 이적하지 못했나?]

그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선수를 놓친 밀란의 어리석음을 비웃은 그는

진이 이탈리아 행을 원한다는 언론 플레이를 진행한다.

“가장 비싸게 팔아주마, 아시안”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원석을 팔 생각에 신이 난 조르제 멘데스가 역

제의를 위해 밀라노로 떠난다.

***

2월 말.

시즌이 후반부로 들어갔을 때, 상욱은 데뷔시즌에 무려 챔피언스리그 16강 경

기에 나선다.

상대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유럽 내에서도 알아주는 강팀이나 상욱과 psv 선수들은 결코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 한사람.

하디 크루거만 빼고 말이다.

작가의말

본문 맨 앞부분 상욱에 대한 말은 펠레와 반바스텐에게 한 찬사를 섞은

것입니다.

최근 휴재가 잦아서 죄송합니다.

변명같이 들리시겠..변명이지만ㅠ 본업이 너무 바빠서 정신이 좀 없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깝치지 말지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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