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36화 (36/114)

36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감독 중 하나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서만 28년간 감독직을 수행한-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목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전설적인 명장이다.

은퇴한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움직이는 것만으로 축구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기도 하고 말이다.

다니엘 잭슨 시절인 00년대 초반부터 10년대 중반까지 축구를, 그것도 영국에

서 해온 선수라면 퍼거슨의 존재는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만약 아직까지 맨유 감독으로 남아있었더라면 그 밑에서 한 번쯤은 뛰고 싶었

을 것이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지금은 찬란했던 과거에만 취해있는 맨유는 전혀 관심이

없으나 그 영광을 이끌었던 수장에겐 관심이 있었다.

“경기 끝날 때 직전에 전화 오셔서 이미 5분이나 기다리셨어”

떨리는 목소리의 한영을 뒤로 한 채 전화를 받자 곧 거센 억양의 영국 영어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반갑네. 아시안 영웅, 오늘은 해트트릭이 아니라 5골이나 넣었더구먼]

[sir, 통화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내 말에 기분 좋은 듯 피식 웃던 퍼거슨은 이내 말을 이어나간다.

[미래의 스타가 될 인물인데 내가 다 영광이지. 통역이 필요 없다는 말을 들

었네만, 영국 영어를 완벽하게 쓰는구만]

그거야 35년간 런던에 살았으니까-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는다.

[무리뉴 감독이 직접 전화하지 못한걸 이해해주게. 지금 맨유가 리그 경기중

이라서 말야. 대신 조세의 부탁을 받아 내가 대신 전달하는거라네]

그의 요구는 간단했다.

맨유로 이적해라. 이번 여름에 맨유와 계약한 뒤 워크퍼밋을 위해 psv에 1년

간 재임대한다.

[아직 에인트호번 입단한 지 반년밖에 안 됐다면서? 이적하고 1년간 팀에서

더 뛰면서 완전히 실력을 키운다음에 유나이티드로 오는 거야]

맨유는 전 세계 수많은 팬을 거느린 메가클럽이고, 대단한 역사를 지친 팀이

며, 한때 영국의 자존심이었던 구단이다.

[인테르 전을 보고 확신했네. 자네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거야.

내 눈은 틀리지 않아, 자네에게서 크리스티아누의 옛 모습을 봤어. 내 이름을

걸고 장담하지, 자넨 반드시 성공할거야]

맨유는 지금 새롭게 변화하고자 한다.

신성 래시포드를 중심으로 포그바, 루카쿠등과 같은 슈퍼스타들과 함께 유럽

을 정복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퍼거슨의 제안을 천천히 듣고 있는다.

[루카쿠의 서브로 시작하지만 때에 따라선 투톱으로 기용될거야. 그리고 결국

루카쿠의 대체자가 되겠지]

[어...음....네...]

10분간 퍼거슨의 말을 가만히 들으면서 억지 리액션을 보인다.

사실 이 영감이 퍼거슨이 아니었다면 한 5분 전에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

[어때, 최고의 팀으로 올 준비가 됐나?]

뭔가 확신에 찬 듯한 퍼거슨의 가벼운 목소리. 후에도 그는 슈퍼스타들과 무

리뉴 밑에서 더욱 스텝업하고, 마침내 올드 트래포드의 전설이 되자며 날 열

심히 꼬셨으나-

[아뇨]

내 의견은 간단했다.

첫 번째로 에인트호번에서 한 시즌을 더 낭비할 수 없었다. 워크퍼밋으로 당

장 PL을 뛰지도 못하는데 지금의 맨유가 재임대까지해서 1년 뒤에 갈만한 팀

인가?

두 번째는 주전 경쟁이다.

지금 맨유의 주전 공격수는 로멜로 루카쿠다. 대단한 피지컬에 엄청난 스피

드, 강력한 슈팅을 가진 지금의 전상욱의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라 할 수 있겠다.

한창 뛰어야 할 시기에 당장 루카쿠의 서브로 뛸 수 없었고, 서브도 쉽지 않

은 것이 또 다른 경쟁 상대가 팀의 성골 유스이자 잉글랜드 축구의 신성 마커

스 래시포드의 존재다.

사실 실력이야 래시포드보다 몇 배는 우위겠으나 PL의 자국리그 선수 감싸기

가 심각한 상황에서 맨유행은 결코 좋은 선택지는 아닐 것이다.

[의외구만, 어린 친구가 이렇게 생각이 많을 줄 몰랐어]

퍼거슨에게 왜 거절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대충하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영

감님이다. 그도 그럴 것이 퍼거슨의 영입 제의를 받고 거절할 이는 거의 없다.

psv 선배인 박지성도 맨유 이적의 결정적인 역할이 퍼거슨과의 전화였다지 않

는가.

[자넨 지금 일생일대의 기회를 차버리는 거야. 유나이티드는 그저 오고 싶다

고 이적할 수 있는 구단이 아니란 말일세]

내 거절에 심술이 났는지, 설득할 생각인지 모를 목소리의 퍼거슨이 이번엔

다소 절박한 목소리로 말한다.

[자네야말로 시티와 리버풀이 독점하는 리그 독점을 끊어낼 맨유의 레전드가

될 인물이야! 내 감독 생활 내 이렇게까지 말한 적은 없었네]

맨유의 전설이 되어,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은퇴할 수 있다는 퍼거슨 감독의 말.

아유 귀찮아.

그래도 동방예의지국 사람으로써 어르신 공경을 위해 하지 않았던 말을 천천

히 뱉어댄다.

[감독님 진짜 이런 말씀은 안 드리고 싶었는데..]

[무슨 얘기? 편하게 말해봐]

점잖게 말하는 퍼거슨의 목소리에 조금 용기를 내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말한다.

[저 유로파 팀 가기 싫어요]

***

맨유는 나가리됐다.

뭐 후에 지금 현 맨유 감독 무리뉴가 날 만나고 싶다니, 포그바가 있지도 않

은 내 인스타를 팔로우 했다느니 말이 돌았으나 아마 공식오퍼가 올 일은 없

을 것이다.

맨유의 상징이자 그 자체인 사람 앞에서 조롱에 가까운 거절을 했는데 오히려

날 부르는 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싶다.

[진, 사무실에서 보자]

맨유를 거절하고 난 뒤 코쿠 감독이 날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3년, 아니 못해도 최소 2년은 뛸 줄 알았던 소년이 대놓고 이번 시즌이 끝나

면 팀을 떠나겠다고 했으니 코쿠 감독은 꽤나 당황스러울 것이다.

“진, 오랜만이다”

코쿠 감독의 사무실에는 코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제대로 된 첫스승

이자, 내가 가장 먼저 뛰어넘고 싶은 팀의 2군 감독 반니스텔루이도 함께 있

었다.

“키가 더 큰 것 같다? 맞지?”

“네 2cm 더 자랐어요. 흐흐”

이제 본인보다 더 커버린 날 보며 흐뭇한 듯 미소 짓는 반니와 달리 심각한

표정의 코쿠가 중얼거린다.

“먼저 재계약 건은 에이전트와 구단이 따로 처리하는 게 맞긴한데 말야”

“재계약 건 때문에 부르신거군요. 분명 제 의견은 다 전달 드렸는데요-”

적어도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나진 않는다. 챔피언스리그 16강까지

진출한 상황에서 당장 팀을 옮길 이유따윈 없으니까.

대신 2017-18 시즌이 끝난 뒤 팀을 옮긴다는 것이 내 의견이고, 아약스전이

끝난 뒤 코쿠 감독에게 분명히 말했다.

“맨유가 접촉했다고 들었다”

“좋은 선택이지 맨유는. 가는 건 좋은데 여기서 한 시즌 더 뛸 수 있잖아?”

두 네덜란드 인은 이적 자체를 막진 않았다. 대신 그들의 의견은 간단했다.

한 시즌만 더 psv에서 뛰고 가라는 것.

“유럽 생활에 막 적응한 어린 선수가 또 무대를 옮기는건 말이 안돼. 상위리

그로 가겠다는 네 생각은 충분히 알겠는데 진, 이건 아냐”

“맨유에서 이적 후 재임대한다는 제안을 들었다. 코쿠 감독 말이 맞아. 한 시

즌만 더 있다가 이적하는게 네 커리어에 훨씬 도움이 될거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며, 코쿠와 특히 반니는 팀을 챙기는 것 이상으로 날

아낀다.

대건의 백승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괜찮은 두 사람이었으나-

“안 됩니다. 떠날거에요”

나 역시 결정을 뒤엎을 생각 따윈 없었다.

“맨유 제안 거절했습니다. 칼같이 잘랐으니 아마 정식오퍼도 오지 않을 거에

요. 워크퍼밋 때문에 재임대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저 PL 안 갑니다”

표정이 미묘하게 바뀐 것은 반니다. 감히 퍼거슨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단

말인가.

“어제 있었던 아약스 경기를 보고 확신해졌습니다. 감독님들, 아시잖아요. 에

레디비시는 저한테 너무 좁아요”

“그저 여기가 너한테 좁기 때문에 널 붙잡는 건 아냐. 이제 겨우 여기 적응했

지 않니? 고작 1년 만에 팀을 옮기면 향수병이 생길 수도 있고, 팀에 적응하

기도 힘들....”

반니 감독이 한창 떠들어대다 이내 말을 멈춘다. 적응이 내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네덜란드 입성 4개월 만에 유스, 2군팀을 거쳐 1군의 에이스까지 올라온 소년

에게 적응 문제를 논하는 것은 우습기만 했다.

“감독님들”

대건 때와 같이 날 선 상태로 이곳을 떠나고 싶진 않았다. 코쿠는 날 신뢰하

고, 조언하는 좋은 감독이었으며 반니는 내 공식적인 첫 스승이다.

게다가 두 사람 다 유럽 축구계에선 방구 꽤나 뀌는 인물들이 아닌가.

안 좋게 나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지금 아약스랑 승점이 6점 정도 차이나는데....”

진심 어린 눈빛을 하며 그들에게 낮으나 분명히 말한다.

“책임지고 리그 우승, 컵대회 우승 시키겠습니다. 챔스는 최소 8강. 최근 감

독 중 가장 좋은 기록일거에요”

“..너 진심이니?”

어처구니 없다는 코쿠 감독에게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담아 말한다.

“내년까지 이적 안 하면 남은 계약기간은 1년 밖에 없어요. 그때 싼값에 이적

할 바에야 이번 시즌 끝나고 바로 가는 게 낫지 않나요?”

내 말에 여전히 충격받은 코쿠와 체념한 듯 오히려 웃어보이는 반니.

“그래, 안 되겠구만”

“뤼트!”

장난스레 웃으며 킥킥거리는 반니의 모습에 코쿠가 소리치나, 그의 표정까지

가벼워보이진 않는다.

“필립, 예상했잖아. 저 괴물을 우리 안에 가두기엔 철장이 너무 낮아”

“그렇지만-”

당장 반년 후부터 날 쓰지 못한다는 생각에 급격히 어두워진 표정의 코쿠와

날 놓아주자며 말하는 반니.

“팀 역사상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를 1년밖에 품지 못한게 아쉽긴하지만...”

“감독님”

“이곳을 잊지마렴, 넌 영원히 우리의 자랑이 될 거니까”

반니의 말에 여전히 불만 가득해 보이는 코쿠였으나 곧 어쩔 수 없지, 하며

체념한 듯한 모습이 보인다.

***

“맨유 이적을 안 받은건 후회할지도 몰라”

배한영이 쉬고 있는 상욱을 보며 지속적으로 말한다. 그는 이번 맨유 이적이

취소된 것이 꽤나 아까운 모양이다.

“그만 좀 해요, 애초 관심도 없었다니까”

박지성이 뛰었던 맨유는 한국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세계 자

본이 집중되는 프리미어리그라면 맨유 이적은 마케팅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

둘 수 있었다.

이는 동시에 스포츠 코리아의 막대한 수익을 예고했으며, 국내 선수에 한정된

현 사업장을 해외로 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단칼에 거절한 상욱 때문에 모든 것이 빠그러지긴했지만 말이다.

“루카쿠 성격이 보통이 아냐. 걔 언제 다른 팀 옮길지 몰라. 상욱아, 생각해

봐! 다른 팀도 아냐, 맨유, 맨유라고!”

개인의 영달과 회사의 발전을 위해 상욱의 맨유행을 지지하던 한영과 그런 한

영이 짜증스러운 상욱.

‘아 어디 괜찮은 에이전트없나-’

할 때,

상욱의 AC밀란 이적 협상이 시작된다.

중국인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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