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35화 (35/114)

35화

네덜란드의 왕자

전반 45분 중 30분 이상을 압도한 아약스 선수들.

경기 스코어는 2:2로 동점상황에 이들은 이미 9점차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

었으나,

아약스 선수들은 이상하게 겁에 질려있었다.

“재앙이야 재앙...”

“생전 처음 보는 놈이..”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 정상급 유망주라 평가받는 프랭키 데용과 더 리흐트는

아시안 유망주, 아니 기량으로는 에레디비시 역대 최고의 선수에게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에레디비시를 넘어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한 아약스 선수들은 유럽 빅클럽

선수들을 여럿 상대했다.

리버풀의 살라, 맨시티의 아게로, 바르셀로나의 수아레즈 등 수 많은 월드클

래스 공격수들을 상대해 본 아약스 선수들.

지금 전상욱이 이들 보다 더 뛰어난 선수인가? 라고 물으면 바로 동의하긴 어

렵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가장 막기 어려운 선수,

가장 충격적인 선수.

이들에게 상욱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재민”

텐하흐 감독이 통역을 대동하고 차분하게 앉아있는 재민에게 다가간다.

“오늘 진을 막을 사람은 너뿐이다”

psv전 필승을 위해 맞춤형 전술을 대동해 온 텐하흐는 전반전을 진행하며 이

런 전술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디 크루거도, 로자노도, 둠프리스도 무섭지 않았다.

오로지 진.

그 놈만 잡으면 된다.

전반전에 상욱과 거의 대등한 경기력을 보인 김재민을 최종수비로 두고 블린

트, 더리흐트로 진을 포함한 psv 공격 전원을 틀어막는다.

“재민, 더리흐트, 블린트”

후반시작 직전,

라커룸을 나서는 선수들을 보며 조용히 읊조리는 감독.

“난 지금 너희 3명이면 유럽에서 못 막을 공격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비록 메시일지라도 말야,

***

지금이야 아시아 최고의 수비 유망주로 이름을 떨치나 재민의 원래 포지션은

공격수였다.

큰 키에, 발 밑 좋고, 재빠른 스타일의 그는 이미 울산에서도 포스트 김신욱

으로 키울 생각이 있었던 선수였으나충분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수비 실력으로

수비수가 된 재민.

[전반전 아약스 최고의 수비수 재민이 공을 잡습니다]

[와! 완벽한 드리블입니다! 구티에레즈가 꼼짝도 못하고 떨어져 나갑니다]

비교 상대가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는 진과 비교되서 그렇지, 재민의

공격력은 일반 에레디비시 선수가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중앙까지 공을 몰고 온 재민이 역습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며 지예흐에게 길게

공을 전달한다.

[말 그대로 굿 패스! 그 자체입니다!]

[전반에 진이 넣었던 것만큼! 좋은 패스입니다!]

공을 받자마자 깔끔하게 올라가는 지예흐의 크로스가 패널티라인 밑으로 떨어

지고 psv 수비들이 이를 막기위해 점프한다.

186cm의 뤼카센이 커트를 위해 높이 점프하나 재민은 한 뼘은 넘어 보이는 키

와 덩치로 상대를 압도하여 그대로 골문 밑으로 공을 찍어누른다.

[결국- 들어갔습니다! 패스에! 골까지! 조엣 골키퍼가 꼼짝도 못했습니다!]

[진과 재민. 오늘 경기에서 이기는 팀의 선수가 MOM이 될 것 같습니다!]

2:3,

아약스가 다시 한번 달아나자, psv에게 넘어가 있던 주도권이 다시 맞춰지기

시작한다.

양 팀 서포터들은 각자 팀에 나타난 새로운 영웅에 대한 찬양에 바쁘다.

psv 서포터들은 라이벌 팀 레전드인 요한 크루이프보다 상욱이 낫다며 외쳐댔

고, 아약스 팬들은 크루이프의 라이벌이었던 베켄베워보다 뛰어난 수비가 자

신들의 팀에서 등장했다며 소리친다.

경기장의 모든 관심이 두 천재 아시안에게 집중되고 있을 때, 멕시코 최고 재

능으로 불리는 로자노가 천천히 공을 몰고 올라간다.

“젠장, 이제 나한텐 아예 관심도 없군”

과르다도 이후 멕시코 축구를 이끌 선수라 불리는 로자노는 오늘 경기 전혀

받지 못한 스포트라이트와 실제 아약스 수비를 한번도 뚫지 못한 자신의 모습

이 해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현 아약스의 수비는 지금껏 그가 챔스에서 상대했던 빅클럽들과 비교해도 꿀

리지 않을 정도였고, 자신을 비롯한 같은 공격라인의 코디가포 역시 조금의

위협적인 모습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오로지 팀 에이스 진(Jin)만이 홀로 상대 진영을 돌파하며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을 뿐.

“웃지지마. 나도 천재 소리 들으면서 이까지 왔다고”

오늘 경기를 보러온 전 세계 수많은 스카우터 앞에서 이름을 알리고 싶었던

로자노.

얼마 전 비밀리에 접촉했던 세리에A 나폴리 스카우터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

여주고 싶었던 그는 에이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진이 공을 잡을 때마다 수비 자체가 술렁입니다]

[저게 팀의 에이스의 품격입니다. 아무 것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헤이! 진!”

상욱에게 기형적으로 편중된 수비를 확인한 그는 동시에 빠르게 위로 뛰어 올

라가기 시작한다.

“너 정도는 별거 아냐!”

이를 확인한 더리흐트가 수비를 위해 발을 뻗는다.

진 정도를 제외하면 에레디비시에 그를 제칠 수 있는 공격수는 없다시피했고,

전 유럽으로 범위를 늘려도 결코 많지 않았다.

북미에서 축구 좀 한다고 네덜란드까지 온 윙 포워드 하나 못 막겠는가. 재민

이 진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나가 있을 때 그는 이를 악물고 빠르게 달려간다.

솔직히 실력으로 따지자면 로자노에 비해 더리흐트가 실력적으로 훨씬 앞서는

것이 사실이나,

축구에 ‘절대’란 없는 법이다.

“나도- 할 땐 한다고!!”

감각적인 개인기로 더리흐트를 완벽하게 뚫어낸 뒤 패널티라인 앞까지 다가온

로자노.

이를 보고 놀란 재민이 맨마크를 위해 뛰어오나 오늘 핵폭탄과 같은 상욱이

언제든 위로 올라올 것처럼 위협을 가하자 순간 당황한 듯한 재민.

고작 1초 정도 밖에 당황하지 않은 재민이었으나 로자노의 속도는 이미 유럽

탑 클래스 수준이었다.

[로자노가 돌파해서 진에게 힐킥으로 전달! 그대로- 들어갑니다!]

[다시 동점! 오늘 경기 진의 해트트릭! 이제 저 선수가 1골, 2골 넣으면 부진

한 것 같습니다!]

다시 승부의 균형이 맞춰졌다.

후반 80분, 3:3 동점.

골은 들어가지 않았으나 진과 재민은 팀 플레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치열

하게 맞선다.

[진이 또 올라갑니다! 경기를 끝내겠다는 의미일까요?!]

아약스 수비 전체가 상욱을 마크하러 들어가니 중앙 공간이 비고, 이를 놓치

지 않은 조던 테저가 순간 후방 빌드업을 시작한다.

[투터치로 테저가 빠르게 뛰어 들어갑니다. 공간 비었구요- 하디 크루거에게

전달!]

[그대로 중거리!!!]

벼락같은 슈팅에 골대 직전까지 빨려 들어갈 뻔했던 공을 뛰어올라 머리로 걷

어내는 재민.

[와- 재민이 뛰어 들어가 헤더로 컷팅해냅니다!]

psv의 휘몰아치는 공격에도 재민은 어떻게든 중심을 잡고 경기를 풀어간다.

“Ga vooruit! wes niet bang! (쫄지말고 앞으로 나가!)

[진과 재민, 두 선수 모두 오늘 양 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포

지션은 다릅니다만 이번 경기로 라이벌이 된 듯한 두 선수들이네요]

6분 더 지난 후반 86분,

무승부로 끝내는 것이 유리한 아약스가 수비라인을 급격히 내리고 있을 때-

이를 놓치지 않은 psv의 반힝컬이 패널티라인 근처에 있던 상욱에게 공을 연

결한다.

[진! 패널티라인 왼쪽으로 올라갑니다! 바로 앞에는 재민이 지키고 있습니다]

뒤에는 프랭키 더용과 밑으론 더리흐트과 블린트가 마크를 위해 뛰어 들어온

다. 상욱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오롯이 재민을 뚫는 것 밖에 없다.

앞으로 뛰어나가면서 슈팅 자세를 취하는 척 페인팅 하자 그대로 바닥에 쓰러

지는 재민. 그 뒤-

“오늘은 내가 이긴 것 같다”

[오른발로 강하게!!!!]

[결국! 결구욱! 들어갑니다! 오늘 경기에 오신 관중 여러분은 정말 행운입니다!]

에레디비시 역대 최고의 선수를 눈 앞에서 봤으니 말이다.

4:3, 90+2분

김재민이 다시 한번 후방 빌드업하며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저놈은 앞으로 패스만하고 다시 자리로 들어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psv 선수들이 따로 재민을 마크하지 않고 상대 공격수만 압박

하고 있을 때, 이를 눈치챈 재민이 순간 상대 진영으로 뛰어 들어간다.

[김재민 2:1 패스로 진영 깊숙이 들어갑니다!]

[기가 막힌 돌파에요! psv 선수 모두 속았습니다!!]

psv의 선수 전원을 벗겨내는 재민.

[재민! 최종수비와 골키퍼까지 제치고 슛!!!]

누가 봐도 동점골로 경기가 끝날 상황이었으나-

[막아냅니다! 진의 육탄수비!! 대체 언제 자기 진영까지 왔나요!]

[진과 재민 두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국적은 같더라도 아마 시대를 대표하는

라이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어느새 달려온 상욱이 골대에 몸을 던져 얼굴로 공을 막아낸다.

이제 경기 종료가 진짜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이미 앞서고 있는 psv 선수들은 이대로 시간이나 끌 생각이었겠으나 그렇지

않은 선수가 둘 있었다.

진과 하디.

“뛰어!!! 하디!!!!”

앞으로 공을 길게 보내는 상욱. 이는 정확히 하디에게 연결됐고, 오늘 경기

양팀의 마지막 공격 찬스로 이어진다.

[하디가 빠르게 돌파해냅니다만, 아약스의 수비라인이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젠장, 누구한테 주란 말야”

어떻게든 공을 주고 받아 상대 진영으로 침투하거나 라인을 깨며 들어오는 상

대에게 연결해야 하는데 줄 사람이...

“마이!!!!”

위치가 좋지 않다.

아약스 수비가 잔뜩 모여있어 공을 받아봤자 찬스를 만들 수가 없을텐데..상

욱 정도 수준의 선수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무조건 넣어!”

하디가 상대 수비들에게 발 묶인 상욱에게 크로스를 날리자-

그는 순간 근처 있는 수비수들보다 2배는 높게 점프하더니 머리는 바닥으로

다리는 하늘로 향한다.

골 장면은 하디의 눈 앞에서 슬로우 카메라처럼 천천히 흘러갔고, 곧 상욱의

바이시클킥(오버헤드킥)이 아약스 골대 왼쪽 구석에 정확히 꽂힌다.

“미쳤군! 이런 세상에!!!”

흥분에 도저히 참지 못한 양쪽 감독과 벤치의 선수들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

난다. 함께 일어난 사람은 비단 그 뿐아니다.

경기를 보러 온 홈·원정 팬들, 유럽 각 구단 스카우터들 마저 충격에 빠져 손

으로 5를 그리는 상욱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5골!!! 경기 끝났습니다!!!!]

[여기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더 탑퍼의 새 역사가 펼쳐집니다!!]

경기 종료 후,

상욱은 수없이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라커룸 앞에 선다.

“그래! 아시안 영웅! 뭐가 필요하니? 휴가를 줄까? 아님 파티를? 주급 올라가

는 건 걱정 말아라. 구단에서 알아서.....”

“아니, 그런게 아닙니다”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코쿠 감독을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상욱.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까 합니다”

더 이상 이 리그에서 배울 게 없어요.

동시에 상욱을 부르는 한영.

“상욱아! 알렉스 퍼거슨 감독 통화 준비됐어!”

작가의말

※김재민 파워밸런스 조정하겠습니다...

제가 넘 오버한거 같네요;

곧 이적합니다.

어디로든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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