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대한민국 9번
국내는 상욱의 대표팀 승선문제로 시끄러웠다.
전상욱의 승선문제로 찬성/반대로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전문가와 팬들.
양측 다 서로 주장하는 의견이 그럴 듯 하다.
승선 반대 쪽은 월드컵이 고작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상황에서 대표팀 경
험은커녕, 청대 경험조차 없는 10대 소년이 와서 뭘 하느냐- 이다.
대표팀 선수들과 손발도 맞춰본 적 없고, 경험조차 일천한 선수가 들어와도
별 도움 안 될 것이 분명하며, 합류한다고 해도 이미 전술을 만들어 숙련 단
계에 있는 대표팀 축구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뭐 충분히 일리 있고, 전달 가능한 반응이다.
이들에게 전상욱이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갑툭튀, 돌연변이 같은 존재다.
대통령금배에서 활약하기 직전까지 사람들은 저런 선수가 있는지조차 몰랐으
며, psv 1군 데뷔를 하기 직전까지 모두 그리 큰 관심 없었다.
이승우, 백승호처럼 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은 것도 아니며, 예전 손흥민처럼
연령별 대표팀에 합류해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던 것도 아니다.
11월에 1군에 합류해 이름을 알리고, 고작 2달 만에 대표팀 승선 얘기가 나오
니 어색하고, 황당한 것은 당연한 말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반대 의견에 비해 승선 찬성 의견 역시 많았다.
레알 마드리드 전 2골, 인테르 전 3골. 리그에서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18세 공격수. 현지에서는 아시안 호나아두니, 클라위베르트의 환생이니 하며
관심이 지대하다.
현 대표팀에, 아니 대한민국에 저런 공격수가 또 있는가,
전상욱이야말로 황선홍-이동국-박주영으로 이어지는 대표팀 공격라인을 전통
으로 계승할 선수이며, 잠재력 면에선 앞선 선배들을 압도할 재능을 가진 천
재다.
라며 상욱의 승선을 찬성했고 다소 오버하는 이들은,
대표팀 전술 자체를 전상욱을 중심으로 짜야한다! 포르투칼이나 아르헨티나가
호날두, 메시에게 공을 몰아주는 것처럼 똑같이 해야한다- 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게 보통 사람들의 의견이고
ㄴ프로 데뷔 2달 만에 대표팀으로 뽑는게 말이 되냐? 아무리 그래도 국가대표
가 좆으로 보이나 봄?
ㄴ씹ㅋㅋㅋㅋ그래서 국내에 전상욱보다 공 잘차는 놈 있음? 아님 레알 상대로
2골 넣을 수 있는 놈 있냐?
ㄴ그래서 ‘고작’ 1경기만 보고 대표팀으로 보낸다고? 이영표 말 못 들었냐?
대표팀은 도전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ㄴ응 다음 축알못~ 인테르 전 해트트릭이랑 에레디비시 씹어먹는거 안 본 새끼^^
매서운 댓글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매일 같이 상욱에 대한 대표팀 승선 이슈
와 모나코 시절 박주영 vs 전상욱, 레버쿠젠 시절 손흥민 vs 전상욱 등이 vs
놀이로 불타오른다.
어찌 됐건 중요한 것은 상욱의 대한 관심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단히 높아지
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런 관심을 대표팀 내부에서도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다.
[몰도바 상대로 무승부, 한국 축구 이대로 가망 없나?]
[수십 년째 계속되는 원톱 부재, 마침표 찍은 선수 누구?]
대표팀에 쏟아지는 끊임없는 혹평.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신재용이 담배를 태워내며 긴 탄식을 쏟아낸다.
“이거 미치겠구만-”
월드컵이 6개월 채 남지 않았으나 현재 대표팀은 준비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대표팀의 만연 고질병 수비 불안은 이제 세계를 넘어 아시아권 팀에게도 얻어
맞는 수준이 되었으며, 어떻게든 수비진에 변화를 주기 위해 선발한 현대고
출신의 아약스 수비수 김재민은 첫 선발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공격진은 더욱 암울하다. 현 대표팀 공격의 핵심인 왼쪽 윙 포워드 이승민의
부상으로 골게터가 전무한 상황에서 신재용 감독은 예전 노장들을 불러모았으
나 30대 중반에 다다른 선수들이 뭔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표팀의 남은 공격라인은 키 199cm의 김진욱을 이용한 타켓 플레이가 전부인
상황.
최근 평가전에서 졸전에 졸전을 거듭하던 그는 어떻게든 새로운 방안을 찾아
야 했다.
방안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무렵, 노크하고 들어온 수석 코치가 상욱의
현 프로필을 내민다.
“대건고에서 3개월 만에 대통령금배 우승시키고, psv가서...또 3개월 만에 유
스에서 주전까지...”
당최 이해가 안 되는 놈이다.
고작 3개월 만에 유럽리그 1군에 데뷔해서 챔스까지 나갈 정도의 재능이라면
지금껏 국내에서 유명하지 않은 것이 이해가 안 될 불가사의한 수준이다.
“협회 쪽 분위기는 어때?”
K리그를 거쳐간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오래 뛴 적도 없는 상욱을 무려 전 세
계의 관심이 집중 된 월드컵 멤버로 뽑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선수 하나를 뽑을 때 협회의 눈치와 승인을 얻어야 하는 상황은 개 같았으나
신 감독 역시 협회 소속에 협회로부터 고용을 보장받기 때문에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다.
“알아서 하랍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어린 선수 뽑으려는 거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지금 국민 여론 상 전상욱을 안 뽑으면 별 난리가 나지 않겠습니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단 리스트 전부 줘봐”
“지동원, 이승우, 나상호...”
여러 명의 선수를 비교하며 선수들의 프로필을 확인하는 감독. K리그에서 난
다 긴다하는 공격수들은 죄다 확인 중이긴 하나 당최 맘에 드는 선수가 하나
도 없다.
제 2의 손흥민이라 불리며, 현재 EPL에서 맹활약 중인 이승민이 갑작스런 부
상으로 대표팀에 낙마하자 대체 선수를 고민해야 했다.
나상호와 같은 이타적인 선수들도 활용하기 나쁘지 않았으나 지금 대표팀에게
필요한건 이승민과 같은 빠른 스피드로 라인을 파괴해 상대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해결사가 필요했다.
“세계적인 수비수들 앞에서 침착하게 득점할 수 있는 공격수....”
깊은 고민에 빠지나 현 대표팀 공격의 전부인 이승민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
가 있을 리 없었다.
“하....공격진에 넣을 선수 진짜 없어?”
신 감독은 코치들을 불러모아 이승민을 대체하고, 공격진을 지원해 줄 선수
수급을 위해 고심한다.
“조규선 있습니다. 피지컬도 좋고 집중력이 좋아 득점 찬스도 많이 벌고. 지
금 상무 에이스로 뛰고 있잖습니까”
코치의 적극적인 추천에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감독.
“수비가담 능력이 약한데다 발이 너무 느려. K리그니까 통하지 독일, 아니 스
웨덴한테도 안 먹힐거다”
“문성민은 어때요? 온더볼도 좋고, 스피드나 드리블도 월드컵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 같은데...”
“걔는 득점을 너무 못해서 안 돼. 올 시즌 30경기 2골이야. 대표팀 주전으로
기용하기에는....”
“전북에 김수근은 어떻습니까? 대전으로 임대가 있기도하고, 신선하지 않을까
요?”
“유망하긴 한데 경험이 너무 없어, 안 돼”
쓸 만한 선수가 없다.
이승민이 장기부상으로 최소 4개월은 아웃 된 이 시점에서 재활까지 들어가면
월드컵에 나서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진짜 미치겠구만”
그는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내야 했으며, 월드컵에서 조금의 기적이라도 만
들기 위해선 에레디비시의 새로운 스타를 뽑지 않을 수 없었다.
“전상욱 프로필 다시 줘봐”
***
2018년 1월 15일.
에리디비시 리그가 정확히 반 정도 돈 이 시점에서 에인트호번의 성적은 급
상승했다.
불과 두 달 전 리그 14위를 기록하던 psv의 성적은 단 두 달 만에 4위까지 치
고 올라오며 유럽대항전 순위를 기웃거렸고, 이들의 기세는 더이상 1위를 고
수하고 있는 아약스가 무시할 만한 수준이 못 됐다.
전상욱과 하디 크루거의 조합은 말 그대로 리그를 폭격 하고 있었으며, 둠 프
리스와 필립 막스로 대표되는 양 풀백을 막을 선수는 최소 에레디비시엔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전상욱이 교체로 나오면 들어가는 자원이 현 네덜란드 국가대표 공
격수 루크 더용이다보니 상대의 부담감은 더욱 배가 됐다.
8경기 9골 3도움. 컵대회까지 합치면,
10경기 14골 3도움을 기록한 상욱은 그야말로 전 유럽이 탐내는 선수가 되었
고, 실제로 psv 쪽에선 재계약을 위해 고심 중이었다.
“연봉 10배 더 주겠네”
상욱의 바이아웃이 400만 유로(*한화 55억)가량 밖에 되지 않음을 알고 있는
팀에선 어떻게든 상욱을 붙잡기 위해서 필사적이나 이미 계약의 주도권은 상
욱에게 전부 넘어와 있었다.
“연봉이 문제가 아니고, 상위리그로 가지 말란 소리도 아냐! 리그도 우승하
고, 컵대회도 우승하고, 챔스에서도 더 활약해서 비싼 값에 가는 거야!”
psv의 톤 단장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상욱과 에이전트를 보며 외친다.
“2시즌, 아니 3시즌만 지나도 자넨 고작 20살이야! 20살에 빅리그로 가는거라
고! 잘 들어보게! 필립스 스타디온(*psv 홈구장)에 자네 동상이 세워지는 거
야!!!”
‘동상’이란 단어에 상욱의 몸이 움찔한다.
전생의 밀월에서도, 대건고에서도 들었던 말이다. 상욱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단장님- 의리니, 동상이니 그런 말 안 좋아합니다. 계약 관련 사항은 에이전
트랑 말씀하시죠”
차갑게 중얼거리고 경기장으로 나서는 상욱. 이미 상욱에게 압도당한 배한영
은 더 이상 그에게 ‘잔류’니 ‘의리’와 같은 낭만 있는 단어를 언급조차 않는다.
“실장님 프랑크푸르트랑 소시에다드 빼고 공식 오퍼 온 곳 또 있어요?”
“음, 웨스트 햄, 퀼른, 포르투 등 몇 팀 더 있긴 한데 돈이 많거나 당장 유럽
대항전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낼 만한 구단은....”
상욱을 스카우터 했고, 스포츠 코리아 측으로 접촉한 팀은 10군 데도 넘으나
그리 흥미있는 팀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뭐 굳이 한 군데를 꼽자면...
“아 일주일 뒤에 밀란이랑 미팅있는 거 알지?”
“그럼요, 기억하고 있어요”
한영의 말에 씩 웃어 보인 상욱이 경기를 위해 그라운드 위로 나선다.
***
[반힝컬이 앞으로 뛰어 들어가는 로자노에게 길게 패스해줍니다! 돌파하면서
진에게-]
[들어갑니다! 올 시즌 15호 골! 오늘도 어김없이 진입니다!]
이들이 상대하는 FC 트벤터는 결코 약한 팀이 아니다.
하위권을 멤도는 팀이긴 하나 고작 10대 공격수 하나에게 이렇게 찢길 정도로
허약하고, 막장은 아니라 말이다.
그러나 후반 35분,
[하디 크루거의 크로스!!! 진이 헤더로 마무리합니다!]
[스코어 4:0, 과연 지금 psv를 막을 수 있는 팀이 있을까요?]
이들은 18살 아시아 꼬마와 하디에게 2골씩 먹히며, 그대로 몰락해갔다.
[psv에서 선수를 교체합니다]
[코디 가포, 1군 데뷔가 처음인 선수입니다. 재빠르고, 발기술이 좋은 선수죠]
더군다나 psv는 새로운 전술과 상욱의 스피드를 극대화하기 위해 팀 유스 출
신 코디 가포와 중앙에 발기술 좋고 빠른 조던 테저를 1군으로 콜업 시킨다.
이는 코쿠 감독이 상욱의 기량 확보와 플레이를 자율성을 위해 선택한 방안으
로 psv는 더욱 강하고, 젊은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상욱은 리그 11골을 기록하며 몇 경기를 덜 치뤘으나 이미 득점왕 경쟁 페이
스에 올랐고, 더용 역시 진과 투톱으로 나설 때나 교체 출전시 서서히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그럴 때,
[전상욱의 psv, 김재민의 아약스! 코리아 더비 성사되나?!]
상욱의 커리어에 마지막 더 탑퍼(De Topper)이 펼쳐지기 직전이다.
작가의말
내일 17일(월)은 원래 휴재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하디크루거 에피라던지, 세세한 설정오류 등 알고 있습니다. 그때
독자분들 많이 빠진 것도 알고, 구상 좀 더 하면서 수정해보겠습니다.
변명입니디만 본업이 많이 바쁜 시기라 여러모로 쉽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Real The Top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