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31화 (31/114)

31화

아시안 호나우두

그는 지금까지 존재한 선수 중에 단연 최고다. 멀리선 펠레와 마라도나, 최근

으론 메시와 호날두조차도 능가한다. 나는 네덜란드에서 그의 어린 시절의 가

까이 지켜볼 수 있는 영광을 가졌다.

그는 다른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레벨에 있었으며, 그의 플레이의 일부는 눈

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축구공으로 하는 것을 녀석은 아마 오렌지

로도 할 것이다.

- 2023년 11월, 現 레알 마드리드 소속 미드필더

하디크루거

***

UEFA 감독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알렉스 퍼거

슨은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얼굴을 하며 경기를 관람한다.

psv가 넣으면 인테르가 따라가고, 인테르가 도망가면 이번엔 psv가 따라간다.

한치 앞을 볼수 없는 치열하고도 수준 높은 경기가 계속되니 평생을 축구에만

바친 그의 가슴은 절로 두근거리고 있는 듯했다.

“둠프리스는 당장 어느 리그에 내놔도 제 역할을 할 선수야”

에레디비시 최고의 우측 풀백이자 네덜란드 향후 10년을 책임질 선수라는 평

을 받고있는 그는 실제로 오늘 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으며, 그를 노

리는 유럽 스카우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하디 크루거는 레버쿠젠 때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구먼, 드리블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는 것 같기도 해”

하디 크로거는 퍼거슨 감독이 은퇴 직전에 영입하고자 했던 선수다.

당시 레버쿠젠 유스에 있던 하디의 플레이를 본 퍼거슨은 그를 데려오려 했으

나 당시부터 유명했던 하디의 독단적인 성격과 구단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지금 맨유에 있으면 딱 좋은 선수일 텐데-’

현재 중앙에서 창의적인 패스를 찔러 줄 선수가 없는 맨유에 하디는 대단히

좋은 옵션이 될 것이다.

어디 무리뉴 감독에게 추천이라도 해볼까 고민하던 그는 곧 공격을 위해 하프

라인 위로 올라가는 동양인 선수에게서 시선을 멈춘다.

“보스, 1년만 봐주세요”

퍼거슨의 옆에는 선수 시절 그가 5년간 지도했던 반니스텔루이 2군 감독이 불

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아직 아무 말도 안했어”

“제가 보스 성격을 모를 것 같아요? 오늘 경기 끝나고 진한테 따로 전화할거

잖아요”

퍼거슨은 자신을 정확히 꿰뚫어 본 반니를 보며 피식 웃는다. 지도자를 몇 년

하더니 같은 감독이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아는 모양이다.

하디나 둠프리스는 맨유가 영입을 ‘고려’해야할 대상이나 상욱은 다르다.

‘반드시’ 모셔와야 할 선수다.

“몇 달 전에 네가 한 인터뷰를 흥미롭게 봤다”

펠레-마라도나-메시를 이을 선수이며, 때에 따라선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는 반니의 인터뷰.

평소 후배 선수들에 대한 칭찬이 인색한 반니가 극찬한 아시안이 누군지 찾아

본 퍼거슨.

대단히 유망하고, 재능있긴 하나 역대 최고-라 불리긴 무리가 있어 보였으나

레알 마드리드전과 오늘 경기로 그는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저 나이대 루니나 호날두가 저만큼 할 수 있었던가?’

오늘 경기 상욱의 활약을 보고 경악했던 퍼거슨은 방금 들어간 결승 골을 보

고 헛웃음을 내보였다.

‘피지컬을 제외하면 루카쿠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이 전혀 없어’

당장 맨유에 와도 주전으로 뛸 수 있을 실력이며, 아마 몇 년만 PL에 뛰면 리

그를 대표할 선수가 되리라 확신했다.

‘다음 시즌 여름에 영입하면 워크퍼밋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퇴한 지 4년도 넘었으나 그는 영원한 데빌스(*맨유 팬 애칭)다. 팀에 도움

이 될 만한 일이면 뭐든지 할 수 있었던 그는 수첩에 쓴 상욱에 대한 메모를

확인한다.

{드리블 10, 슈팅 10, 패스 9, 잠재력 10....}

그라면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하는 맨유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선수이며, 반 페르시 이후 끊겨있던 팀 공격수 계보를 다시 열게만들 것이다.

“넌 우리 거다, 꼬맹아”

그를 보고 조용히 읊조리는 퍼거슨과 경기장 반대편에서 상욱을 바라보며 불

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는 마우로 타소티.

그는 지속적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무조건 영입하라고 해. 반 바스턴의 진정한 후계자가 나타났다고 말야”

***

후반 85분에 2:3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나 인테르 선수들은 좀처럼 포기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페리시치가 브로조비치 쪽으로 패스합니다. 빠르게 슈우우웃!]

[골키퍼 막아냅니다! 위기를 넘기는 psv입니다!]

특히 이카르디를 포함한 공격진은 그 어느 때보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한다.

“아시안, 마법을 부리는구나”

그 역시 상욱의 방금 슛을 보고 충격받았다. 대체 저 정도의 재능을 가진 선

수를 왜 지금까지 몰랐나 싶기도 했고 말이다.

“근데 그 마법. 나도 할 수 있어”

[이제 양 팀에게 남은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이카르디가 공 잡고 위로, 이카

르디 계속 올라갑니다!]

공을 잡은 이카르디가 패스 않고 위로 올라가자 psv 수비가 그에게 달려들자,

[먼 거리에서 슈웃! 이야아아아!!!!!]

[월드-클래스! 이런 게 세계적인 선수의 플레이란 겁니다!!!]

그는 좀 전에 상욱이 했던 것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동점골을 뽑아내고 동

료들과 진한 기쁨을 나눈다.

“이길 수 있다!!”

“아직 이길 수 있다!!!”

이카르디와 상욱이 동시에 각자 팀원들을 독려한다.

[진과 이카르디! 두 선수의 승부가 아주 뜨겁습니다!]

[두 선수 모두 오늘 경기 팀의 모든 득점을 책임졌죠. 여기서 오늘 경기 어느

팀이 이기던 이카르디와 진 선수는 유럽 내에서 대단한 관심을 받을 겁니다!]

경기 시간은 90분을 넘어 추가시간에 들어가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브뤼헤를 5:0으로 박살 내 조 1위로 진출을 확정 지은 지금,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인테르 선수 전원이 육탄 수비에

나선다.

“아시안한테 공간 주지 마!!!”

“그냥 공 자체를 못 잡게 해!!”

오늘 상욱에게 쥐 잡듯이 당한 인테르 수비가 상욱을 마크한다. 이제 정말 시

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받아줄 선수가 없음을 깨달은 상욱이 다소 무리해서 공을 몰고 앞으로 나가

자, 이를 알아챈 라노키아가 반칙을 해서 흐름을 끊는다.

이를 확인한 주심이 곧바로 휘슬을 불자, 40m 앞. 먼거리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는 psv.

[오늘 경기 양 팀의 마지막 기회가 되겠습니다]

[아- 먼 거리에서의 슈팅인데요]

psv의 기본 전략은 앞에 있는 상욱에게 크로스를 연결하거나 뒤로 패스해서

공격 전개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카르디를 포함한 인테르의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들어온 지금,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긴장된 표정으로 라인에 공을 찍은 상욱과 이를 보며 천천히 다가오는 하디

크루거.

“진, 내가 할게”

“....너 괜찮냐?”

지쳐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얼굴을 한 하디가 평소와 달리 굳게 다짐한 표

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젠장, 나도 뭔가 보여줘야 해’

본인이 아끼는 선수인 진이 대활약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나 하디는 스스로

보인 활약에 다소 실망했다.

평점 7.6, 양팀 통틀어 5번째로 높은 점수이나 그는 겨우 이 정도에 만족하지

못했다.

psv에겐 좋은 기억을 가졌으나 그는 이곳에서 1년, 늦어도 2년을 넘기고 싶진

않았다.

오늘 여기에 온 감독 들만 해도 퍼거슨, 레이카르트, 투헬 등 유명 감독들이

즐비했다. 예전의 감각들과 폼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이때,

하디 크루거가 찬 프리킥은 천천히 위로 떠서 수비벽을 넘긴다. 빠르지 않아

커트가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인테르 수비수 몇몇이 점프했으나 공은 이들 위

를 떠나 곧장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하-디-크-루-거!!! 옛 독일 천재의 귀환입니다!]

[psv에 진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증명해냅니다! 하디 크루거가 천재 맞아요!

근데 둔재입니다, 노력의 천재라는 거에요!]

축구를 처음 접하는 교본에 나와있는 그대로 차는 프리킥.

어찌나 그 자세가 정석적이고, 포물선이 완전한지 인테르 감독 스팔레티는 상

대 팀 임에도 절로 박수가 나올 지경이었다.

[경기...끝났습니다! 올 시즌 가장 큰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탈락이 유력해

보였던 psv가 16강에 진출했습니다!]

[팀 전력이 어떻든, 상대전적이 어떻든! 아무 상관 없습니다! 유로파에 가는

건 인테르고, 계속 챔피언스 리그를 치르는 건! 진의 psv입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경기에서 승리한 psv 선수들은 모두 모여 승리의 기쁨을 한껏 만끽하나 패배

한 인테르 선수들은 그저 그라운드에 엎드려 괴로움을 삭일 뿐이었다.

psv 선수들은 자신들을 16강으로 이끈 어린 아시아 영웅과 한 때 천재라 불렸

던 게르만 미드필더를 차례로 얼싸 안고, 헹가레한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밀란의 타소티. 그리고 유럽의 수 많은 빅클럽 스카우

터들이 경기를 관람했다.

[아시아에서 아니, 한국에서 온 10대 소년에 의해 결정됐습니다. 감히 말하겠

습니다- 다가오는 2018년, 저 소년의 활약을 기대하셔도 좋겠습니다!]

***

내겐 폭풍 같았던 2017년이 끝났다.

난 18살이 되었고, A매치 기간이 겹쳐 운 좋게도 새해는 푹- 쉬면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대근 형 가족과 떡국을 해 먹고, 하디 크루거와 만나 게임을 하거나 그의 뛰

어난 시야와 패싱 능력을 배운다.

“흐흐흐, 우리 후배가 가르쳐 달라면 알려 줘야지!”

이미 자신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던 내가 패스며, 크로스며 물어보자 그는 화

색이 되어 날 알려준다.

“아니- 아니지! 패스는 슈팅이랑 달라! 상대는 속여도 우리 편이랑은 소통해

야지. 그냥 빠르게만 쏜다고 다 되는게 아냐”

“??? 넌 맨날 대충 선수 이름 부르고 받으라고 냅다 패스하잖아”

내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수업하는 하디 크루거.

지금 폼이 떨어졌네 뭐하네 해도 현재 세계에서 하디보다 뛰어난 공미가 몇이

나 있을까 싶다.

난 앞으로 매일 단체 훈련이 끝나고 그에게 ‘연계’에 대한 학습을 꾸준히 받

기로 했다.

레알 마드리드를 예로 들자면,

호날두와 같은 득점력과 개인기를 갖췄으니 이제 벤제마 같은 연계와 호흡이

필요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헤이 코리안”

한창 그와 연습에 빠져 있을 때 문득 하디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기웃거린다.

“생각해보니까 넌 왜 A매치 안 가냐?”

“나? 당연히 국가대표에 안 뽑혔으니까-”

내 대답에 그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이죽거린다.

“안 뽑는다고? 코리안 공격수들은 다 손흥민밖에 없는 모양이지?”

“뭐 나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자리할 수 있지”

“개소리. 당장 전 세계에 너보다 축구 잘하는 10대 선수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음바페? 산초? 웃기지마, 너보다 뛰어난 놈 아무도 없으니까”

칭찬 따위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하디 크루거.

그의 말대로 국내는 내 대표팀 승선문제로 뜨거웠다.

[전상욱 해트트릭! psv, 인테르 꺾고 16강 진출!]

[챔스 해트트릭해도 대표팀 승선 無? 전상욱, 신재용 감독에게 무언의 시위!]

[한국축구 15년은 이끌 재목인데···축구 팬들 뿔났다!]

대한민국 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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