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전상욱 쟁탈전
현재 유럽의 어느 팀이 내게 관심 없겠냐만 그 중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며 스
카우트를 보낸 클럽은 3군데 정도 된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차두리 부자가 뛰었던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인트라
흐트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라리가의 다크호스이자 이천수가 잠시 몸담았던 레알 소시에다드,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 중 하나인 이탈리아 세리에 A의 AC밀란.
뭐 당장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바로 떠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으나 사
실...밀란은 조금 구미가 당긴 것이 사실이다.
이탈리아 클럽 중 챔피언스 리그 최다 우승팀(7회)이자,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유럽을 대표하는 팀이다.
뭐 물론 지금이야 영입 실패와 대외적 문제로 침체기를 맞이하곤 있으나 명성
과 이름값만은 여전한 명문 중의 명문 구단이다.
뭐 각 팀마다 장단점이 존재하긴 한다.
현재 공격라인이 약한 프링크푸르트의 경우 이적하는 순간 꾸준히 주전으로
뛰게 될 것이나 분데스리가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에게 밀려 커리어에 우승 기
록을 쌓긴 힘들 것이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경우 빅리그라는 장점이 있으나 공격진에 나와 비슷한 나
이대인 미켈 오야르사발이라는 자국 선수이자, 팀 성골 유스인 초대형 유망주
가 있어 험난한 주전경쟁이 예상된다.
AC밀란의 경우도 쉽지 않다.
팀 이름값도 높고, 니콜라 칼라니치, 안드레 실바, 파비오 보리니 등 주전 경
쟁이 쉽진 않겠으나 3톱을 사용한 팀 특성상 어떻게든 비비고 들어가야 할 것
이다.
그러나 인종차별이 다른 유럽 국가보다 특별히 강한 이탈리아 특성상 동양인
선수의 적응이 쉬울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AC밀란이 끌리긴 한데...”
오늘은 인테르 원정 경기가 있는 날.
서로 홈 구장을 공유하는 인테르와 밀란의 경우 오늘 반드시 주세페 메아차(*
인테르 홈구장)에 밀란의 스카우터가 올 것이다.
반드시 이들은 내 활약상을 눈 여겨 볼 것이고, 오늘 경기로 제대로 오퍼할
생각을 할 것이다.
밀란의 9번은 역대 레전드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세리에 득점왕을 5번이나 차지한 군나르 노르달,
발롱도르 3번의 탄 공격수의 교과서 마르코 반바스텐,
아프리카 최초이자 유일한 발롱도르 수상자인 조지 웨아
등 어마어마한 선수들이 입던 영광스런 번호가 아닌가.
게다가 최근 몇 년간 ‘9번의 저주’라 하여 부진한 밀란의 저주를 직접 씻어낼
수도 있는 기회인 것이다.
“일단은-”
챔피언스리그부터 진출해야겠지.
인테르 전은 2017년에 열리는 psv의 마지막 공식 경기가 될 것이며, 다니엘
잭슨이 아닌 전상욱으로 살아온 첫해가 마무리 되는 경기다.
지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반드시 이긴다.
***
“쟤 몇 살이라고? 18? 19?”
“...17살이야”
최근 열린 psv와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고있는 인테르 선수
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애초 psv는 이들의 위협이 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미 유럽 내 경쟁력을 잃은 에레디비시는 현재 아약스가 아니면 위협적인 팀
이 전혀 없었고, 인테르 역시 최근 부진하긴 하나 psv 정도를 못 눕힐 구단은
아니었다.
로자노-쿠티에레즈 멕시코 듀오는 실력 있긴 하나 유럽 최상위권 팀에 명함
낼 수준이 아니며, 뤼카센-마우로 센터백은 팀의 이카르디와 칸드레바라는 포
쳐-크랙으로 박살 낼 준비가 충분했다.
전력 면에서도, 기세 면에서도, 심지어 홈임에도 인테르는 질 생각이 없었다.
17살짜리 아시안 공격수가 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자자, 동양인 꼬마 하나에 너무 쫄아있구만”
인테르 감독 스팔레티가 나서서 동요하는 선수들을 가라앉힌다.
“이미 경기 다 봤겠지만 마드리드는 아시안 꼬마에 대한 경계를 전혀 하지 않
았다. 그들의 실력이 낮아서 그런 걸까? 아님 단체로 혼이라도 놓고 경기한
것일까?”
감독은 힘 있는 목소리로 선수단 전원을 보며 소리친다.
“경계 대상이 아니었던 거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보낸 17살 동양
인 선수가 뭔가 보여줄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상욱에 대한 별다른 정보도 위협도 받지 못했다.
1군 경험 없는 꼬마를 막느니 루크 더용이나 마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
이라 생각한 이들은 상욱에 대한 경계를 최대한 늦췄고, 그 결과가 2골 실점
후 패배였다.
“실력이 뛰어난 건 인정한다, 근데 말야, 지금 우리팀 수비가 저 동양인 꼬마
하나 못 막을까?”
리그 내 최우수 수비라 불리는 주앙 미란다와 슈크리니아르의 강력한 중앙 수
비는 상욱에게 조금의 돌파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주앙 칸셀루-페리시치로 이어지는 유럽 최정상 풀백라인은 psv 공격라인 자체
를 질식시킬 것이다.
“전상욱이란 놈이 에인트호번 에이스란 건 이제 전 세계 사람 누구나 아는 사
실이다”
빠르지만 아직 투박하며,
날카로우나 거세지 못하다.
3년 후면 몰라도 최소 지금의 상욱을 막지 못할 리는 없다.
“그래 걱정하지 마. 진이든 하디 크루거든 전부 막아줄 테니까”
미란다의 외침에 선수단의 사기가 금방 하늘을 찌른다. 고작 10대 선수에 지
금껏 쫄아있던 자신들이 창피했는지 더욱 강하게 반응하는 선수들.
“그.그래 맞아! 제깟 놈이 무슨 호나우두야, 메시야?”
“박살내자고! 해봤자 17살 꼬만데 뭐가 무서워?!”
인테르 선수들은 겁먹은 것인지, 정말 자신감에 차 있는지는 몰라도 이들은
한껏 psv와 상욱을 깎아내리며 무너진 자존감을 채우고 있었다.
“마우로, 안 그래? 저딴 놈이 아무리 잘해봤자 네 발 뒤꿈치나 따라 올 수 있
겠어?”
동료들의 말에 집중하지 못한 주전 공격수 마우로 이카르디가 깊은 생각에 잠
긴다.
“마우로?”
“어...어어!! 그래, 저런 놈쯤이야 이길 수 있지”
이카르디는 어색한 얼굴로 저놈은 우리 수비를 한 번도 뚫지 못할 것이라며
팀원들을 안심시키나 그의 가슴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저 동양인이야말로 내가 평생 꿈꿔오던 선수다’
완벽에 가까운 퍼스트 터치와 순도 높은 골 감각을 가진 이카르디이나 반대로
주력과 테크닉은 높지 못한 선수였다.
빠르지 않고, 기술이 약하니 득점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지금, 세리에A 득점
왕을 타이틀을 가진 본인이 있는 것이다.
‘이미 기술과 주력은 내가 상대할 수준이 아냐. 그러면 득점력은...내가 저
놈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나?’
다른 선수들은 알지 못했으나 이카르디와 같은 정상급 공격수들은 눈치챌 수
있었다.
카세미루를 드리블 한 번으로 제치고 무려 라모스를 넘기는 로빙슛은 범인(凡
人)이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니다.
재능만으론 메시 이상이라는 더선의 쓰레기 같은 뉴스를 보고 기가 찼던 그이
나 레알 전 14분 내내 번뜩이는 모습의 상욱의 모습은 기사가 아예 거짓은 아
님을 느끼게 만들었다.
‘쉽지 않겠어’
걱정스런 표정의 이카르디. 고작 17살 밖에 안 됐는데 이 정도 실력이라면 전
성기에 다달았을 땐 감히 어떨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
상대는 세리에A 강자였으나 psv 에인트호번의 전술은 리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풀백들의 오버래핑으로 측면을 활용해 공간을 확보하고, 하디 크루거가 남은
공간을 활용해 공격진으로 양질의 패스를 뿌린 뒤, 상욱이 마무리하는 작전.
사실 인테르와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선 맞춤이나 수비를 앞세운 전략을 내세
우는 것이 보통이나,
“준비해, 평소대로 간다”
코쿠 감독은 별다른 자신이 있었다.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팀을 단번에 끌어올린 10대 소년.
94년 호나우두가 떠오르게 만드는 아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면 물론이고, 비겨도 탈락한다”
경기를 앞둔 코쿠 감독이 어느 때보다 비장한 표정으로 말한다. 선수들 역시
제대로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이탈리아까지 와서 올해 마지막 경기를 망치고 싶어하는 놈은 없겠지?”
“옛!!!!”
네델란드 어로 외치는 선수단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 소리치는 코쿠.
“오늘 이겨서 간다!!!!”
경기는 의외로 psv가 주도권을 잡은 채로 이어진다.
[하디 크루거가 진 쪽으로 길게 스루패스- 해줍니다!]
[하디 크루거는 진심으로 예전 폼을 찾고 있는 듯 합니다. 갈라디니, 브로조
비치가 꼼짝도 못하고 당하네요!]
컨디션 좋은 하디 크루거. 비록 지난 레알 전에선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
으나 그건 상대가 월클의 끝인 크카모 일 때 얘기고.
브로조비치를 빼면 별 위협이 되지 못하는 인테르 중원을 이리저리 털고 다니
던 그는 세리에 베스트 수비수 미란다를 앞에 두고 로빙패스를 해낸다.
“네 차례다! 진!!”
상욱이 제대로 움직이자 인테르 수비진 몇몇이 화들짝 놀라 그를 마크한다.
현 세리에 어린 수비수 중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 받는 밀란 슈크리니아르.
진이라는 선수가 언론과 팬들이 그토록 떠들어 댈 만큼 대단한 선수인지 확인
하고 싶었던 그는 상욱이 공을 잡자마자 그대로 깊숙이 태클에 나선-
[수비가 들어오기도 전에! 아아아!!!!!]
제대로 태클이 들어가기도 전에,
수비수들이 득실거려 골대가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상욱의 아웃프런트 킥은 정확히 골대 왼쪽 상단 안으로 그림같이 빨려 들어간다.
[이제 저 선수의 득점은 더 이상 우연이나 의외가 아닙니다! 전반 15분 만에
득점에 성공하는 여러분 저 선수가 누굽니까!]
원정 석에서 진! 진!! 이라는 외침이 끝도 없이 흘러나오며, 상욱이 원정석으
로 달려가 서포터들에게 마치 뮤지컬 주연 배우처럼 멋들어지게 인사한다.
전상욱-하디 크루거 조합은 전반 내내 상대를 압박하고 괴롭힌다. 당장 이만
해도 괴로운 인테르였으나 이들은 운 없이도 오른쪽 풀백 둠프리스의 최상의
컨디션을 그대로 맛보고 있었다.
현 에레디비시 최고의 풀백이자 유럽 기타 유수의 클럽들의 관심을 받는 그는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완전히 스텝업했고, 미친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둠 프리스가 오른쪽 하프라인 쪽으로 사정없이 올라갑니다. 선수들 붙는데-
와! 윙 포워드가 같은 활약입니다!]
인테르의 거친 수비수들을 전부 뚫고 정확히 상욱의 머리로 크로스 올리는 둠
프리스.
인테르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한다노비치의 선방이 빛을 발하여 몇 번이나 막
아냈지, 아님 진이나 하디에게 몇 골이나 먹혀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
[오늘 둠프리스는 마드리드의 마르셀루와 같은 활약을 보입니다! 정말 매섭네
요!]
전반 막바지,
[둠 프리스가 빠르고 낮게 올리는 크로스!]
너무 빨라 상대가 걷어내긴커녕 같은 편조차 받지 못할 수준의 크로스였으나,
[진이 그대로 발리이!!!!]
[또 들어갑니다!! 2:0! 주세페 메아차 경기장을 한 순간에 침묵시키는 진!]
어느새 나타난 상욱이 오른발로 발리 골을 성공시킨다.
전반 종료,
지옥에 빠진 인테르 팬과 선수들이나 오늘 경기 아직 아무런 활약도 없는 마
우로 이카르디는 아직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AC밀란의 수석 스카우터이자 스카우처 총괄인 마우로 타소티는 그 어느때 보
다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축구 황제는 낭만을 꿈꾸지 않는다 →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
제목 변경했습니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 제목 변경이 될 듯 싶습니다
Forza Mi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