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28화 (28/114)

28화

리그 데뷔전

“우리 상욱이를 이렇게 챙겨주셨다니, 이거 너무 감사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

습니다”

“아이 아니에요, 우리 팀 최고 스타를 모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걸요 뭐”

스페인에서 네덜란드로 넘어오신 우리 가족과 한영은 대근 형 가족들에게 저

녁 식사를 초대받았다.

한국에서도 보기 힘들 상다리 휘어지는 식사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진 부모님은 놀랍도록 배려 많고 사려 깊은 대근 형 가족을 보고 한

번 더 놀란다.

경기에서 이기면 선수들이 잘한 것이고,

경기에서 지면 서포터들의 응원이 부족했던 것이다.

마인드부터가 남다른 psv 성골 팬 대근가족들은 진심으로 우릴 환영했고, 부

모님은 이를 진심으로 감사히여기며 식사하셨다.

아버지는 직장에서 일약 대 스타가 됐다.

처음엔 축구하는 아들이 있는지도 모르셨던 직원들이 레알전이 끝나고난 뒤

어떻게 알았는지 다가와 싸인을 받아달라니, 한번 영상통화를 하게 해달라니

난리라고 한다.

홍보팀에서는 기업 광고모델로 쓰자는 반응이 나왔고, 이사가 직접 나와서 아

들 칭찬을 하고 부럽다는 말을 했나 보다.

“내가 아들 덕을 이렇게 빨리 볼 줄은 몰랐네!”

입이 귀에 걸린 아버지와 단 한경기로 내 자식이 서울대를 가니, 연세대를 가

니 하는 동네 부녀회의 원탑이 된 어머니는 마치 꿈만 같다며 웃어 보인다.

“엄마는 상욱이 너 축구부에 적응 잘 못해서..그만두고 싶어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진짜...”

아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축구를 그만 두길 권유하려던 것이 1년도 안 됐는

데 아들은 지금 전세계가 주목하는 유망주가 돼있었다.

“이제 1군으로 뛸 텐데, 어떻게 주전 경쟁은 자신 있니?”

“마드리드 전이 경쟁의 분수령이었는데 정말 잘 했어요. 앞으로 많이 기회 받

을 겁니다”

아버지의 물음에 자신 있게 말하는 한영. 내가 psv에서 오래 뛸 생각이 없다

는 것을 안 이유로 살짝 당황하긴 했으나 그저 어릴 때의 치기 정도로 생각하

는가 보다.

에레디비시는 지금의 내가 뛰기 괜찮은 리그다.

어린 나이임에도 1군 데뷔해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이러한 활약상으로 주요리

그, 빅 클럽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디 크루거, 하르빙 로자노와 같은 유럽에서도 꿀리지 않는 스타들과 함

께하니 실력 키우는 건 덤이고.

그러나 딱 그 까지.

현 psv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는 팀이 아니며, 유럽 대항전에서 대

단히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팀도 아니다.

거함 레알 마드리드를 잡긴 했으나 그건 만 번 중 한 번 있는 일이며, 내일

당장 경기한다고 했을 때 패배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다.

실력이 스텝업이 된 이상,

팀도 스텝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 팀으로 가야한다.

***

[리그 14위를 기록하고 있는 psv가 현 리그 2위 AZ 알크마르를 만났습니다]

하셀바잉크, 루이 판할, 판 마르베이크 등 유명 출신 선수들이 즐비한 AZ는

아약스나 PSV에 밀릴지언정 결코 무시 받을 팀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 이번 시즌 2위를 달리고 있는 상당한 강팀으로 현 psv가 감히 넘

볼 수 없는 팀이기도 했고 말이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네덜란드 팀 색깔에 맞는 강력한 공격라인을 가

지고 있는 AZ.

3톱을 앞세운 AZ 앞에 psv 역시 낼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취한다.

이들에게 상황을 바꿀만한 압도적인 경기가 필요했다.

[둠프리스, 뤼카센, 반힝컬, 하디크루거, 로자노...주중 챔스 경기가 있었음

에도 코어 선수들을 그대로 내보내는 psv입니다]

[리그 14위, 최악의 성적을 거두는 중인데 로테이션 돌리는 여유까진 보일 수

없겠죠. 게다가 상대가 AZ같은 강팀이라면 더더욱요]

구티에레즈, 로자노, 하디크루거....

[아! 진이 선발로 나오네요]

[그럼요, 레알전 활약을 본 사람이라면 저 동양인 선수를 내지 않는 것이 이

상할 겁니다. 게다가 오늘 진을 내보내지 않고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

은 모두 감독에게 돌아가니까요]

경기가 시작되고 psv 팬들은 레알 전 막바지와 같은 팀의 화려한 변화를 기대

하나, 이미 주중 경기로 지쳐있던 선수들은 그리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

했다.

[얀센 슛! 조엣 골키퍼가 막아냅니다!]

[AZ 공격진은 지금 리그 내에서 탑 클래스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 리그 득점

2위 혜리 함스트라 선수는 더욱 강하구요]

psv 수비 뤼카센-주니오르 조합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나 수준이 높진 못했으

며, 둘 다 피지컬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라 발 빠르고 기술있는 공격진에는 그

대로 당했다.

폐예노르트 니콜라이에 이어 득점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함스트라는 지친 psv

의 수비진을 지속적으로 괴롭혔고, 그의 빠른 발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psv.

[지금 psv에게 필요한 수비는 저런 스피드를 잡아줄 수 있는 젊고 재빠른 수

비수입니다]

[코쿠 감독 생각이 많아지겠는데요? 숙제가 분명하게 주어졌습니다]

“뛰어나가!!!!”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은 하디가 공격 쪽으로 길게 공을 뿌린다.

로자노, 진을 이용한 빠른 역습 플레이를 시도하려고 했던 psv.

로자노가 빠르게 뛰어 들어가 상욱에게 공을 전달하려고 하나 커버업에 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상욱 역시 그를 막고 있는 중앙 수비수 몇몇을 겨우 벗겨내고 크로스를 받기

위해 패널티 라인에 서 있는 것이 고작.

상욱과 로자노는 이미 상대 라인까지 뛰어 들어왔으나 느린 자하비는 이제 막

하프라인을 지났을 뿐이었다.

정확도 높은 크로스 실력으로 더용의 포스트 플레이를 위해 선발 라인업에 들

어간 선수이나 더용이 선발이 아닌 지금, 안타깝게도 그의 역할은 많지 않아

보인다.

[에릭 자하비는 아직 지금 psv 전술이랑 다소..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발이 느린 대신 크로스가 정확하고, 위치선정도 좋은 선수입니다만- 네, 지

금의 빠르게 역습하는 전술에 딱 맞는 선수라고 보긴 힘들죠]

AZ가 열심히 공격하나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는 전반 20분,

이대로라면 또 의미없는 전반을 마무리해야 할 psv이나 오늘은 달랐다.

선발라인업에 팀을 구원할 수 있는 선수가 하나 있었으니까.

[하디 크루거의 완벽한 크루이프 턴! 선수들을 제쳐내고 중앙으로 공 몰고 앞

으로 나갑니다!]

한때 정점을 찍었던 선수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하디 크루거는 그대로 공을 몰고 앞으로 나가며 여러 선

수들을 제친 뒤 공격수에게 어시스트할 준비를 마친다.

[하디가 패널티 라인 뒤 쪽으로 길게 스루패스 해줍니다!]

“scheiß drauf!” (이런 씨발!)

생각보다 패스가 길었다.

앞에 있던 로자노나 구티를 보고 뿌린 패스이나 너무 길어 볼은 절대적으로

앞에 있는 수비수들 쪽으로 가까이 었었다.

[아 패스가 너무 길...었..어...어?!]

공이 오지 않아 하프라인 근처까지 어슬렁거리던 상욱이 순간적으로 위로 올

라올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라운드 위에 있는 선수는 물론이고, 벤치와 관중들까지 전부.

[어느새 진이 올라옵니다! 수비수보다 더 빨라요!!! 그대로!!! 세상에...]

[들어갔습니다!!!! 환상적인 골을 만들어내는 여러분- 저 선수를 기억하십시오!]

먼저 공을 잡은건 AZ 수비수였다.

그는 공을 잡자마자 그대로 멀리 차내기 위해 다리를 살짝 들었고, 그 틈을

파고든 상욱이 냅다 슈팅한 것이다.

얼마나 빠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선수들은 그저 들어간 골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고, 서포터들은 그

어느 때보다 흥분한 모습으로 열렬히 응원한다.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3일만에 리그 데뷔전에서 골을 만들어내는 진! 아 이거

psv가 저 선수를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선제골이 들어가자 psv의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필립막스와 둠 프리

스, 리그 베스트 수준의 양쪽 풀백은 지속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하자 AZ 선

수들은 절로 수비벽 안으로 밀려 들어가고 있었다.

[막스의 깔끔한 크로스! 결국엔- 아 또 들어갑니다!]

전반이 끝나기 직전,

하프라인에게 길게 올린 슈팅이 정확히 상욱의 머리에 걸려 2번째 골이 들어

가자 AZ 선수들은 완전히 의욕을 잃었다.

[94년 호나우두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사견입니다만- 당시 호

나우두를 직접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그 이상 이란 생각도 듭니다!]

[고작 17살, 아시아 선수. 진에게 붙는 불안이라는 꼬리표는 이제 의미가 없

습니다!]

그는 에레디비시를 지배할 선수가 될 것이다.

***

나머지 경기는 생각 이상으로 쉽게 풀렸다.

후반 65분에 체력 문제로 교체된 나를 이어 들어간 루크 더용이 간만에 깔끔

히 골을 성공시켜 스코어를 더욱 벌렸고, 경기 막판 하디 크루거가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psv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4골을 넣고 승리했다.

뭐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4골을 넣는 동안 2골을 먹혔고,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번 노출 시키기도 했다.

말 그대로 수비 불안이 심각했고, 코쿠 감독은 간만에 터진 대량 득점에 기뻐

했으나 숙제는 남은 뒷맛 씁쓸한 승리를 가진다.

그 뒤 2017년 내내 활약이 이어진다.

2번째 경기에선 결승골을 넣고 1:0로 이겼으며,

3번째 경기 땐 아크로바틱한 골을 성공시켜 1:1 무승부.

4번째 경기는 헤트트릭,

난 리그 4경기당 7골을 넣으며 완전한 팀의 중심으로 우뚝 섰고, 루크 더용을

제치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진”

이제 주전으로 완전히 날 신뢰하게 된 감독이 날 보며 진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

“체력은 좀 더 키워야겠다. 사실 17살 선수한테 90분을 풀로 뛰라고 하는 것

이 이기적인 생각이긴 한데.. 젠장 네 실력은 10대 선수가 아니잖아”

“그럼요,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음 경기는 챔피언스리그 인테르 전.

사실 레알 마드리드와 인테르가 16강에 올라가는 것이 적당한 그림이었으나

우리가 저번 경기에서 레알을 잡아 분위기가 반전됐다.

Group D

[1위. 레알 마드리드 2승 2무 1패 승점 8점 +8

2위. 인테르 2승 2무 1패 8점 +5

3위. PSV 에인트호번 2승 2무 1패 8점 +2

4위. 브뤼허kv 1승 1무 3패 3점 -4 ]

득실 차에 따라 1,2,3위가 나뉘어져 있으나 승점은 전부같다.

브뤼허가 떨어진 마당에 레알, 인테르, psv 모두에게 기회가 있긴하나 마드리

드가 이미 탈락이 확정된 브뤼허에게 질 리가 없음으로 16강 남은 한자리는

인테르 psv 경기에서 결정날 것이다.

그러니까 이기면 진출, 지면 탈락이란 말이다.

“인테르 전 이기는 건 좋은데...너무 잘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코쿠 감독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웃어댄다. 이게 뭔 소린가 싶어 고개를 드

니 컴퓨터 화면에 익숙한 엠블럼이 보인다.

[AC 밀란, psv 동양인 공격수 보러 스카우트 파견]

작가의말

상욱이는 어디로 갈까요

*제목 변경했습니다.

축구 황제는 낭만을 꿈꾸지 않는다 →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

전상욱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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