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27화 (27/114)

27화

special one

[여러분 믿기십니까?!! psv가 이겼습니다! 결승골은 오늘 첫 데뷔한 아시안

소년입니다!!!]

2번째 골이 들어갔을 때 지단 감독은 터져 나오는 헛웃음을 참지 못했다.

방금 저 어린 동양인이 보인 슈팅은 그가 지금껏 알고 있던 축구 상식이 붕괴

되는 것이었다.

오언이 그랬고, 월콧도 그랬다.

강팀을 상대로 원더골을 넣거나 대단한 활약을 펼쳐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선

수들이.

저 동양인도 그런 범주 안에 있는 선수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다.

유럽 최정상에 있는 팀이며 현 최강, 아니 거짓말 좀 보태서 축구 역사상 가

장 강한 팀이라 주장할 수도 있는 완벽한 팀이 현재 마드리드다.

역대 최고의 공격수 호날두에, 현 유럽 최고 미드필더 라인인 크카모, 하나하

나 리그 레전드인 수비수들까지.

지금 그런 선수들이 데뷔한 지 15분 채 되지 않은 하얀 피부의 동양인에게 박

살난 것이다.

[진이 경기를 끝냅니다!!! 더 이상의 반전은 없습니다! psv가 이겼습니다!!!!]

[아무런 정보도, 아무런 기록도 없습니다! 아니 이제 기록이 하나 생겼네요!

데뷔 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동점골, 결승골을 넣은 한국인 선수입니

다!]

역전골을 넣은 상욱이 천천히 자신을 보고 있는 부모님에게 다가간다.

“상욱아!!!!!”

“내 아들.....우리 아들....”

환희의 눈물과 함께 펜스 밖으로 나올 기세인 흥분한 아버지와 아들의 충격적

인 활약에 감동받아 울고 있는 어머니.

상욱은 이들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환생하여 지금 부모에 대한 감정이 별 남아있지 않던 상욱이나 이렇게 보자마

자 눈물이 나고 애틋한 것을 보면 본래 이 몸의 주인인 전상욱이 얼마나 가족

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넣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모와 함께 얼싸안고 있는 반니스텔루이가 흥분 가득한 목소리로 중

얼거린다.

포옹이 끝난 뒤 반니를 보며 씩 웃으며 말하는 상욱.

“난 당신을 뛰어 넘을 거에요”

상욱의 말에 반니는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반드시 그럴 거야. 어쩌면..벌써 넘었을지도 모르지”

***

Jeon-sangwook

Jin

Real madrid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레딧. 전 세계 모든 sns가 상욱의 이름으로

도배된다.

대부분의 게시물 내용은 그래서 전상욱이 누군데? 에 대한 얘기들.

psv 유스를 5경기 만에 졸업하고, 2군팀에서는 단 4경기만에 평정한 뒤 1군으

로 콜업 된 천재 공격수.

사람들은 저마다 상욱에 대한 충격과 말도 안 되는 오늘 경기에 대한 평가를

내놓는다.

ㄴ아니 손흥민 언제 psv로 이적했냐? 플레이하는건 완전 앙리 판박인데?

ㄴpsv? 예전에 박지성있던 팀 아냐? 박지성이 언제 다시 현역복귀 한 건데?

ㄴ라모스랑 나바스 옆으로 로빙슛 날린 건 진짜 충격적이다. 쟤 뭔데? 대체

누구야?!

ㄴ동점골 넣고 원정 팬들한테 포기하지마! 라고 한거 기억나냐? 진짜 충격이

다...

ㄴ맨유! 뭐하냐?! 더 늦기 전에 제발 영입해!!!

해외 팬들은 충격적인 활약을 보인 상욱에게 진한 관심을 가진다.

경기 종료 후,

상욱은 동료 선수들과 팬들에게 진한 축하를 받는 중이었다.

“넌 진짜 미친 놈이야!!!!”

“아시아 호나우두다!!!!”

여전히 오늘 이긴 것이 믿기지 않은 psv 선수들은 상욱을 목마 태우거나 껴안

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고, 원정팬들은 경기가 끝났음에도 거의 대부분이

경기장에 남아 상욱과 팀을 응원한다.

“젠장 잘하긴 내가 더 잘했는데...”

상욱에게 흘러나오는 찬사가 못 마땅한지 괜히 툴툴거리는 하디.

“잘하긴 뭘 잘해, 개떡 같은 패스 골까지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뭐.뭐?! 내 패스 없었으면 이길 수 있었을 거 같아?!”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의 얼굴엔 미소가 흘러나온다. 자신이 인정한 선수가 경

기를 뒤집은 것이 꽤나 맘에 드는 모양이다.

“젠장, 꼬마야”

이번에 나타난 사람은 루크 더용. 그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상욱의 앞에 나

타나더니 최대한 솔직히 말한다.

“거칠게 대해서 미안하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요즘 부진해. 그래서.....”

더 말하지 않아도 그의 기분을 알 것 같은 상욱은 오히려 씩 웃으며 그와 포

옹한다.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부주장?”

상욱의 포옹에 역시 웃으며 환대하는 더용.

“으하하! 진짜 엄청난 놈이 들어왔구만!”

그는 알았던 것이다.

상욱은 고작 에레디비시에서 자신과 경쟁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넌 이 팀의 전설이 될 거야”

“아니 그 말 제일 싫어한다니까 글쎄”

갈등이 있었던 동료들과 관계를 해결하고, 더욱 돈독해 진다. 선수들과 팬들

에게 인정받고 한 순간에 팀의 중심으로 올라선다.

17살,

아시안,

경험없는 어린 선수.

오늘 경기는 지금껏 상욱이 받고 있던 불안하고 차별적인 시선들을 한 번에

뒤바꾼 경기가 됐다.

오늘 경기 MOM은 당연히 전상욱.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 중앙에 세워진 챔스 판넬 앞에서 인터뷰를

Q 대단한 승부, 엄청난 활약이었다. 소감 부탁한다!

A 먼저 대회에서 탈락하지 않아 기쁘다. 감독님이 흐름을 뒤바꾸라고 하셨는

데 기대에 부응해서 더욱 기쁘다.

Q 첫 번째 골은 올 시즌 최고의 골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의도된 것인가?

A 의도한 것은 아니다. 순간 수비수와 골키퍼를 돌파하기 부담스러워서 로빙

슛으로 마무리 한 것이다.

Q 의도 된 것이 아니라고? 그러면 본능으로 한 플레이란 말인가

A 뭐...그렇다.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했다

Q 동점골 이후에 원정석으로 달려가서 팬들을 복돋았다. 이 역시 본능으로 한

행동인가?

A 그렇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선 팬들의 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한 거다

Q 이번 경기 이후로 엄청나게 많은 팬들이 생길 거다.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

한다

A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할 수 있는 한 모든 대회에서 psv를 우승시

키겠다. 지켜봐 달라

기자의 말처럼 경기가 끝난 다음날부터 상욱은 하루만에 일약 대스타가 됐다.

[거함, psv 아시안 농부에게 침몰하다!]

[Jin은 누구? 한국에서 온 Next 손흥민!]

[후반 교체 2골! psv, 레알 마드리드에 2:1 승]

[압도적 경기력에도 1:2 패배, 지단볼 무엇이 문제인가]

이제는 그냥 에인트호번 내의 스타가 아니다.

이 한 경기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10대 선수가 된 상욱은 경기장을 빠져나오

는 내내 자신에게 달려드는 스카우터와 에이전트들의 접촉을 피하느라 고심했다.

즐라탄이 있는 에이전트니, 계약금만으로 평생 쓸 돈을 벌게 해주겠다니 온갖

감언이설을 뱉으며 다가오는 외국인들이나 상욱은 별 관심 갖지 않는다.

“dit is onze speler!“ (그는 우리 선수입니다!)

경쟁업체들의 접촉에 한껏 화가 난 한영이 네덜란드 어로 짜증스럽게 외친다.

아직 상욱과 함께할 계약 기간이 한참 남아있었기에 짜증나기도 했으나 멘데

스니, 라이올라니 하는 유럽 초특급 에이전트들이 접촉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상욱은 스포츠 코리아 역사상 최고의 고객이 될 것이며, 자신을 부자로 만들

어 줄 귀인이었다.

***

“연장 계약하지”

경기가 끝나고 바로 다음 날, 팀 단장이 직접 찾아와 계약서를 들이민다.

주급 4천 2백유로. 한화 600만원 가량으로 원래 유소년 계약으로 300만원가량

의 월급을 받고 있던 때에 비하면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오른 수치다.

“유소년 입단 4개월 만에, 대체 얼마야? 8배 이상 급여가 오른 선수는 역사상

없을 거다”

단장은 고작 17살짜리 소년에게 너무 비싼 제의를 했다며 다소 탐탁찮은 표정

을 보인다.

내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 전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더 이상 구단에선 날 더용의 백업과 미래를 위한 선수라 생각지 않았다. 현재

박살 난 psv 공격진을 구원하기 위한 주전 선수로 생각하는 것 같다.

당장 이적한 지 얼마 안 된 내가 이렇게 높은 금액의 제안을 받으면 당연히

넘어갈 거라 생각했나본데-

“계약 안 합니다”

내 대답에 충격받아 입을 떡 벌리는 한영과 마찬가지로 놀랐다가 이내 허허

웃어 보이는 단장.

“아- 그렇지? 아직 어린데 너무 비싼 가격을 제안받아서 부담스러워서 그런

거지? 하하, 걱정말게. 그 정도는 우리가....”

“아뇨. 주급 10배로 올려줄 거 아니면 따로 계약 안 하겠습니다”

“농담이 지나치군”

더 이상 단장은 웃지 않으며, 날 그저 어린 선수로 보지 않는다. 그저 연봉협

상이 어려운 고약한 주전 선수 정도로 고깝게 보는 듯하다.

“아직 계약기간 3년이나 남았습니다. 여기서 5년짜리 계약을 또 하는데 저 금

액은...좀 너무하지 않으신가요?”

“저 금액도 리그 10대 선수 중에선 최상위권 수준이야. 팀으로서도 자네 재능

을 보고 한 결정인데 고작 한 경기 잘했다고 그런 태도는 당황스럽군”

그의 말에 괜히 싱긋 웃어보인다. 아마 단장은 이죽거리는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단장님”

자신있었다.

레알 전을 보고 확신했다.

나는 될 놈이란 것을.

“지금 계약 안 하면 다음 시즌엔 지금 부른 금액으로 계약 못하실 겁니다”

“자네...진심인가?”

단장은 어처구니가 없어 화도 안 난다는 듯 혀를 차며 날 바라본다.

“하하...재계약 건은 다음에 다시 말씀하시죠. 아직 계약기간도 많이 남았잖

습니까, 그럼 일단-”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당혹스럽기만 한 한영이 계약을 중단하고 날 데리고 밖으로

나선다.

“너..너 갑자기 왜 그래?!”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놀란 한영이 한국어로 소리친다. 아무도 알아듣지 못

하게 하기 위함인 듯하다.

“네? 뭐가요?”

“지금 제시받는 금액도 결코 나쁜 게 아냐! 연봉이 3억 가까이 되는 액수라고!!”

“그래서요?”

“맙소사, 10배라니! 상욱아, 너 이러다 밉보이면 팀에서 쫒겨 날 수도 있어,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운 좋게 1군까지 올라왔는데 왜 굳이 구단과 마찰을 만드냐 이거다.

“이제 시작했어 우리! 상욱아, 지금은 낮출 때야. 너 높이 올라가고 싶은 것

도 알고, 돈 벌고 싶은 것도 알겠어. 근데 지금은 일단....”

“실장님, 뭔가 착각하시는 게 있는데요”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어느 때보다 밝게 웃어 보인다.

“잘 보여야 하는 건 제가 아니고, 구단입니다.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이제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낼 때다.

***

레알전 골은 솔직히 말해서 30% 정도는 운이었다.

애초 나에 대한 정보와 위협이 전혀 없었던 레알 수비진은 날 크게 마크하지

않았고, 더용의 제공권만을 신경썼다.

수비 프레싱이 헐거워진 상황에서 얻은 기회라 만약 2차전이 벌어진다면 또

다시 골을 넣을 수 있으리란 확신은 없다.

그러나 확실히 하나는 깨달았다.

난 축구를 잘한다.

그것도 졸라게 잘한다.

아마 재능으로 따지면 역사상 그 누구보다 잘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참 몸이 근질거리고 있을 때,

바로 리그 데뷔전이 시작된다.

리그 데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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