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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23화 (23/114)

23화

루크 더용

2017년 11월 29일.

7월 중순에 네덜란드에 왔으니 단 4개월 만에 유스에서 1군 무대까지 올라왔다.

올해 3월에 한국에서 환생했으니 불과 8개월 만에 아시아 고등리그 후보에서

유럽리그 1군으로 올라온 것이다.

뭐 그동안 고난도 있었고, 백승수나 하디 같은 인물들과 갈등도 있었으나 어

찌 됐든 결과는 대성공 아니겠는가.

문득 예전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감상에 젖는다.

Rrrrrr...

Rrrrrr...

동시에 울리는 전화벨.

[선배!!!]

[여- 에이스! 식사는 좝샀어?]

대건고 주장이자 핵심 수비였던 배정환이 간만에 밝은 목소리로 통화한다. 그

의 목소리엔 반가움과 더불어 부러움, 자랑스러움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섞

여 있었다.

[너 임마! 1군 들어갔다며?!]

[예..뭐 하하, 운이 좋았죠 뭐]

말은 이렇게 하나 그는 내가 운으로 들어간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

을 정환.

무려 바로 앞에서 내 활약상을 10경기나 본 장본인 아닌가.

[운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너 정도 되는 놈을 1군에 안 올리는 게 이상한 거지]

[그건 그렇고 요새 대건고는 어때요?]

너 놀라지 마라-

란 소리와 함께 즐겁게 말을 이어나가는 정환.

[우리 유스 챔스 4강 들었다!!]

K리그 유스 챔피언쉽은 대통령금배와 더불어 고등 메이저 대회라 불리는 전국

리그다.

대건 공격의 모든 것이자 전력의 80% 이상으로 불리던 전상욱의 부재로 예선

탈락이 확실히 되던 대건이었으나 터프하고 끈기있는 수비와 촘촘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무려 전국 4강에 올랐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4강으로 대건은 명실상부 전국적인 강팀이 되었고 자

연스레 선수들은 프로 및 대학으로부터 꾸준한 컨택을 받고 있었다.

“난 내년부터 인천에 입단하게 됐어. 2군으로 시작이긴 하지만...”

괜히 2군을 말하는 정환이나 이미 목소리부터 벅차오르는

“뭐라구요?!! 완전 대박이잖아요!”

날 만나기 전까지 프로는 고사하고, 그 어떤 대학팀의 스카웃 제의도 없었던

배정환은 대통령금배와 이번 대회를 통해 일약 전국에서도 꽤 유명한 수비로

떠올랐다.

“상욱이 다 네 덕분이야”

“아니 제가 뭘 했다구요. 선배가 잘하신 건데 무슨-”

떨림과 감격에 겨워보이는 정환.

단순히 날 띄어주기 위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날 만나 몇 단계는 더 스텝업

한 것에 대해 고마워한다.

“너 하디 크루거랑 뛴다며?! 넌 정말 미쳤어! 진짜 대단해! 월드컵 MVP 받은

선수랑...하디 어때? 잘 생겼는데 성격도 엄청 쿨할거 같은데!”

쿨하긴...

동양의 꼰대 문화와 서양인의 오만함이 뒤섞인 끔찍한 혼종인 인성 쓰레기.

라곤 굳이 말하지 않았다.

괜히 팬이라는 환상을 깨트리고 싶진 않았으니까.

“아! 백승수 감독님은...어떻게 되셨나요?”

“그게....”

내가 떠난 뒤 백승수는 포스트 전상욱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평범한 고등학생들 데리고 조직력과 수비 축구만 하다가 스포츠 만

화 주인공으로 나올 법한 애가 나와서 팀을 우승까지 이끄니 ‘뽕’ 맛을 봤다

고 할까? 이미 에이스의 ‘해줘’ 축구를 경험한 그는 전국 각지를 돌며 축구

천재들을 찾았으나 당연히 내 반의반만큼의 재능을 가진 선수조차 찾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예전처럼 강압적인 방법으로 팀을 운영하나 이미 선수들은 백승

수가 없는 환경에 더 익숙해져 있었고, 배정환을 필두로 한 3학년 선수들의

항의와 성적 부진으로 금방 짤리고 말았다고 한다.

“지금은 김인국 코치님이 감독대행으로 지도하고 계서. 아마 내년 초면 정식

감독으로 승격되실 거고”

백승수를 5년 가까이 보좌했던 김인국 코치. 실력 없는 감독 밑에서 허송세월

을 보내긴 했으나 그 실력만큼은 진짜였던 그이기에 아마 대건을 잘 이끌 것

이다.

“정말 잘 됐네요”

사실 내가 나가면서 대건이 걱정되긴 했었다.

꼰대 감독과 꽉 막힌 상하관계, 선수들 간의 파벌이 극에 달한 막장팀이라 생

각했는데 또 이렇게 잘 이겨내고 성장하는 것을 보니 괜히 나까지 뿌듯해진다.

간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끊으려던 찰나,

“아 맞다! 너 김재민 기억나냐?”

“당연하죠”

어떻게 까먹을 수 있겠는가.

환생 후 상대한 선수 중 가장 뚫기 힘든 수비수 중에 하나였으며, 더리흐트를

빼면 네덜란드에 와서 상대한 그 어떤 선수보다 대단한 기량을 가진 현대고의

에이스 아닌가.

“이번 대회 최우수 선수상 받고, 아약스 간다던데 알고 있었냐?”

“....네?”

더 이상 고등학생 레벨이 아니었던 그는 현대고에서 울산으로 조기 콜업이 예

정되어 있었으나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그를 컨택해온 아약스가 거금을 내고

채갔다고 한다.

“유스 안 거치고 바로 2군으로 간 거 같은데. 몰랐어? 지금 대형 수비수 나왔

다고 국내에서도 난리야”

동시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에선 김재민의 이적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찼다.

[아시아 라모스 김재민, 에레디비시 아약스 이적]

[마이데이] 청소년 대표팀 수비수 김재민(18,현대고)가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AFC 아약스에 입단한다.

김재민의 에이전트 러퍼블릭 사커 김종기 실장은 18일 “김재민 선수가 에리디

비시의 아약스로 이적했고, 현대고와 울산과의 합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차세대 국가대표 수비수라 평가받는 김재민은 지난 u-17 월드컵에 청소년 대

표팀으로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유럽 스카우터들의 관심을 한눈에 받

았다.

2군으로 데뷔 후, 1군 콜업이 예상되는 김재민은 현재 에레디비시에 뛰고 있

는 또 다른 한국인 공격수 전상욱(17세, psv 에인트호번)과의 코리안 더비도

귀추가 주목된다.]

“와...뭐야 진짜네?”

그렇잖아도 저번 대통령금배 때 보니 국내에서 뛰기엔 아까운 실력으로 보이

긴 했는데 생각보다 진출시기가 빠르다.

나 같이 국내에서 축구하는 게 죽을 만큼 싫은 사람을 제외하곤 그래도 프로

2년차까지는 하고 진출할 줄 알았는데...

국내 선수의 유럽무대 진출은 나이나 포지션을 막론하고 팬들의 지대한 관심

을 받는다.

ㄴ진짜 한국 수비 15년은 책임질 선수 아님? 지금 청대 때보다 더 잘한다며?

ㄴ저번 u-17월드컵 가나전 아직도 쌉소름이다. 김재민 혼자 다 막고 공격까지

전개하던데 진짜 포스트 손흥민은 얘 아님?

ㄴ지금 psv에 전상욱 있지 않음? 코리아 더비 ㄹㅇ재밌겠네!

고작 4개월 만에 유스 팀에서 1군까지 올라간 내 케이스는 국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했으며, 팬들은 별 이름없던 전상욱도 이렇게 데뷔가 빠른데 김재민은 가

자마자 닥 주전일 거라며 기대감을 고양시킨다.

“장난 아닌 놈이지...”

김재민을 처음 만난 것은 더 리흐트와 맞붙었을 때보다 체감은 더 어려웠다.

더 리흐트처럼 깔끔하고 적극적인 빌드업은 보여주지 못하지만 파워풀한 수비

와 필요할 때마다 성공하는 강력한 헤더는 지금 생각해도 이길 수 있을까- 확

신이 들지 않는다.

지난 4개월 동안 이 녀석도 제대로 스텝업을 했을 것이다.

“으흐흐-”

2회 차 인생은 예전 다니엘 잭슨 때보다 훨씬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에 두근

거리는 심정으로 밤을 설친다.

***

11월 30일까지의 psv의 성적은 처절하다 못해 헛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13경기를 진행할 동안 현재 성적은,

4승 4무 5패, 16골 27실점 골 득실차 –11. 순위조차 지난 번 보다 더욱 떨어

진 14위로 에인트호번의 위상은 땅에 떨어지다 못해 내핵을 뚫고 들어갈 지경

이었다.

훈련장 분위기는 우울하다 못해 심각할 지경이었으며, 위축된 분위기에 있는

1군 선수들은 나의 등장에 반가워하긴 하나 별로 의욕이 있어보이진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 때,

“야야- 모여 봐. 여기 누군지 알지?”

다시 1군으로 돌아와 한껏 기분 좋아 보이는 하디 크루거가 날 어깨동무 하더

니 큰 소리로 외친다.

“유스팀 4경기, 리저브팀 3경기만에 1군 입성한 역대 최고 유망주 오셨다!”

시작부터 건방과 오만이 묻어나오는 소개에 창피해서 고개를 숙이나 오히려

팀원들은 어린 내가 퍽 귀여운지 웃으며 다가온다.

분명 소문에 하디는 다른 팀원들이랑 관계가 별로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의

말에 이렇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 뭐 1군 팀원들도 대충 하디의 성격을 알고

참고 넘겼던 것 같다.

어휴 그동안 얼마나 짜증났을까..

괜스레 팀원들에 대한 리스펙이 절로 지어진다.

“저 사람이 반힝컬, 수비수가 뤼카센...”

유스나 리저브 팀 놈들은 직접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누군지 모르는 놈

들이 태반인데 여기는 그래도 1군은 유럽 명문 중 하나다 보니 익히 알고 있

는 선수들이 보인다.

몇몇 서브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던 중 유쾌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북미

선수들이 보인다.

“오 아시안 호나우두! 너 여기서 엄청 유명한 거 알지?”

오른쪽 윙 포워드로 후반기 북미 멕시코리그를 씹어먹고 온 이르빙 로자노,

로자노와 같은 멕시코 출신으로 단단한 수비형 미드필더 에릭 구티에레즈가

이들이다.

멕시코가 그렇게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소문 때문에 이들을 마주하는 것이 다

소 걱정했으나 별- 이들은 유스부터 1군까지 초스피드로 올라온 내게 선수로

서 큰 관심을 보이는 듯 보였다.

그리고 내가 만나고 싶었던 선수도 있었다.

“반가워 덴절. 만나고 싶었어”

“와쌉- 반니 감독님한테 얘기 들었다. 잘 지내보자”

덴절 둠프리스.

21살의 어린 나이에 자국을 대표하는 오른쪽 윙백이 된 리그 탑급 수비수 중

하나다.

빠른 스피드와 돌파 능력, 깔끔한 크로스는 유스와 리저브 팀에 없던 풀백 오

버래핑을 가능케 할 것이다.

그 후에도 psv에서만 10년 뛴 주장 제룬 조엣과도 악수를 나눈 뒤,

“다 모였나?”

psv의 1군 감독 필립 코쿠가 나타나며 선수들 전원이 그의 앞으로 모인다. 이

미 4년동안 팀을 맡고 있는 코쿠이나 이번 시즌은 더욱 힘들고 지친 것이 눈

에 보인다.

그도 그렇겠지. 팀을 작년 준우승까지 이끌고 오늘은 리그 우승과 유럽대항전

에서의 성과를 위해 클럽 레코드를 주고 하디 크루거를 클럽 레코드 주고 사

왔는데 14위?

코쿠가 팀 레전드가 아니었으면 엣 저녁에 짤리고 도망치듯 자국을 떠났어야

했으며, 코쿠 역시 서서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들었다.

“팀이 위기니까 어떻게든 변화를 줘서 방법을 찾으려고 할거야”

반니의 말처럼 찾아오는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이다.

“하디, 리저브 팀에서 잘했다는 소식 들었다. 부디 1군에서도 활약해야한다.

진심이다”

“넵”

날 만나고 어느 때보다 기합이 빡든 하디를 보는 코쿠.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날 아래부투 위까지 흝어보는 감독. 뭐 별로 기분이 좋

아보이진 않는다.

“너구나, 새로운 박지성이?”

“전-상-욱이라고 합니다. 진이라고 불러주세요”

대답 않고 날 쏘아보듯 바라보는 감독은 이내 조용히 입을 연다.

“리저브리그에서 잘했다고 1군에서도 활약할 거란 자만은 하지마라, 유스 리

그는 더더욱!”

아직 날 신용하지 못하겠지. 반니가 얼마나 이 양반에게 내 칭찬을 했겠는가.

어떻게든 내 약점을 찾아낼 생각인가본데 그렇겐 안 되지.

“명심하겠습니다”

감독 앞에선 이제 꽤나 익숙해진 네덜란드 어로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자 그는

가볍게 무시한 뒤 말을 이어나간다.

“레알 마드리드 전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작가의말

본업과 함께 겸엽하다보니 스토리 라인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20화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본연의 상욱의 캐릭터가 돋보이도록 만들겠습니다.

또한 건강상의 이유로 내일(6일)은 휴재 예정입니다.

댓글 달아주시는거 너무 좋은데, 괜히 부모욕이나 인신공격은 자제해주시

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 반응 주시는 것 댓글 모두 읽고싶습니다

유럽의 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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