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17화 (17/114)

17화

프로 데뷔

psv 에인트호번 u-19팀 주장 조던 테제.

더 리흐트나 카이 하베르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등 이미 유럽리그에서 두각

을 보이는 다른 99년 동갑내기들보단 모자라나 전체 평균을 내보면 테제 정도

면 상위 0.1%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에레디비시 명문 psv 유스팀의 주장이자 연령별 대표팀 경험도 있는 팀의 차

세대 수비 핵심.

유럽 내 이름 좀 날린다는 유망주들과는 대부분 맞붙어본 경험이 있는 테제.

이 정도되면 내가 유럽에서 어느 정도, 얼마나 먹힐지 가늠하게 된다.

그런 그의 생각은-

지금 만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동양인에 의해 철저히 무너진다.

“골 넣고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경기 막판.

테제를 보며 싱긋 웃던 동양인 소년은 자신의 진영에서 공을 몰고 앞으로 질

주한다.

압박을 위해 내려온 공격수 1명, 라인을 맞추면서 막으러온 공미 1명, 윙어와

수비형 미드필더 2명.

수 많은 선수들이 상욱을 막기위해 다가오나 그는 상대가 다가올 때마다 순식

간에 방향을 바꾸거나 몰고 가던 발을 바꿔 이들을 너무나 쉽게 제친다.

[한국에서 온 천재가 기어코 경기를 끝내러 뛰어갑니다!]

[3명, 4명 이미 하프라인을 지났습니다!]

상욱은 지치지도 않는지, 아님 몸속에 내재되어 있던 어떤 것이 각성이라도

했는지 질주하면 할수록 더욱 빠르게아약스의 패널티라인까지 공을 몰고 들어

간다.

[남은 선수는 3명- 그 마저도 제쳐냅니다!]

놀란 아약스 골키퍼와 더 리흐트가 한껏 몸을 낮춘 뒤 수비를 위해 골대 밖으

로 나선다. 골키퍼와 더리흐트 두 명의 발이 정확히 드리블하는 상욱의 공에

닿기 직전-

그는 드리블하고 있던 오른발이 아닌 왼발을 이용해 공을 찼고, 상욱의 발을

떠난 공은 소름끼치도록 낮고 정확하게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Goooool!!! 끝났습니다! psv가 이겼어요!]

[결국엔! 해냅니다! 4골!! 진이 팀을 구원해냅니다!]

[이게 고작 유스 경기일 뿐이지만요, 내기해도 좋습니다! 저 아시안은 반드시

여기서 성공할겁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환호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psv 관중들이 펜스를

뚫고 들어와 선수들을 헹가레하거나 맥주를 뿌려댄다.

아무리 유스 경기라도 축구에 미쳐 사는 동네에서 최다 라이벌을 상대로 4:3

으로 역전승했는데 차분할 리가 없다.

“진!!! 어디갔어!!!!”

“맥주 마셔!!!”

흥분한 관중들이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는 상욱을 보며 외친다.

“미친놈들아! 걔 아직 미성년자, 아니 여기 있는 애들 전부가 미성년자야!!!”

그리고 새하얗고 배나온 백인 사이로 J.S Park이라고 적힌 psv 유니폼을 입은

채 달려오는 동양인 남성.

“내가 될 거라고 했지?!! 대박난다고 했잖아!!!”

스포츠코리아의 배한영이 다가와 상욱을 얼싸안는다.

자신의 고객이 성공한 것에 대한 환호도 있겠으나 상욱 덕분에 돈 방석에 앉

게 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한영이다.

경기 종료 후,

유스 경기치곤 지나치게 많은 기자들이 psv 유스팀 감독 반니스텔루이를 인터

뷰한다.

Q 경기 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A 대단히 치열하고, 대단히 영광스러운 승리이나 부족함이 많았다. 우린 가야

할 길이 멀다

Q 오늘 경기를 승리로 이끈 진(Jin)에 대해 말해 달라

A 물론 진의 골로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승리의 주역은 진

뿐만 아닌 선수 모두가 함께 이룬 성과이다

Q 세간에는 진이 당신만큼 활약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가능하리라 보는

가? 아님 허풍인가?

A 나도 현역 때 꽤 괜찮은 선수였다. 득점왕도 여러번 탔고, 우승경력도 있

다. 근데 진 앞에선 우스운 일이다

이 대목에서 반니는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분명한 목소리로 말한다.

A 단언컨대, 앞으로 유럽 축구사 10년간은 진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것에 대

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Q 그렇게 대단한 선수인가? 확신할 만큼?

A 반드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 확신하며 때에 따라선 펠레-마라도나

-메시를 잇는 역대 최고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난 결코 칭찬에 후

한 사람이 아니다.

반니의 인터뷰는 그저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 전체에 큰 이슈를 남겼으며, 난

알 수 없는 아시안 꼬마에서 에레디비시 최고 유망주중 하나로 평가 받았다.

***

[psv 유스 아약스에 4:3 승리! 승리 주역은 한국에서 온 진(Jin)]

[포트트릭 전-상-욱! 이제 1군 데뷔는 초읽기?!]

아무리 유스경기라 해도 최대 라이벌 vs 아약스 전은 세간의 관심을 받았으

며, 거기서 4골을 집어넣고 승리를 이끈 난 말 그대로 에인트호번의 유명인사

가 됐다.

처음엔 동네에 멀대 같이 큰 동양인 소년의 등장에 경계한 지역 주민들이나

이제는 동네에서 내가 나타날 때마다 무수히 많은 사인요청을 받는다.

“진! 집에서 소시지 만들었는데 좀 가져가!”

“아 잠깐! 비싼 치즈를 들였는데 먹고 갈 텐가?”

살갑다 못해 아예 날 이곳에 앉히려는 동네 주민들은 매일 같이 음식이며, 현

지 보양식 등을 가져왔고, 덕분에 한국에서 매달 엄마가 보내주시는 반찬은

손도 못 대고 있었다.

게다가-

“자자, 차린 건 없지만 편하게 먹어!”

“? 음식 한 건 난데 니가 왜 차린 게 없다고 하냐?”

아약스 전이 끝난 저녁, 현지 매니저 대근이 형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네덜란드 지부 출장과 더불어 날 격려하기 위해 찾아온 배한영 실장. 아약스

전은 그에게도 꽤 충격이었는지 그는 대체 실력이 급격히 상승한 이유가 뭐냐

며 연신 물어온다.

대근 형의 부모님과 배한영 실장까지 함께하는 자리. 원래 절친한 사이인 한

영, 대근 가족은 날 진심으로 맞아줬고 난 간만에 느끼는 가족愛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상욱군- 많이 먹어요! 우리도 psv 팬이야! 아약스 전 정~말 잘 봤어요!”

“아유 어머님 말씀 낮추세요. 안 그래도 음식 싸주시는 거 매일 너무 잘 먹고

있습니다”

대건고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이 바로 ‘예의’다. 선배와 코치, 감독에

게 대해야 할 예의를 대근의 부모님께 웃으며 말하자 이들은 꽤나 감동한 듯

냄비에 있는 갈비찜의 고기를 전부 내게 전달한다.

“1군 데뷔는 언제야? 상욱이 정도면 루크 데용 같은 놈들 정도는 바로 벤치로

보낼 것 같은데!”

“그래- 당장 뛰어도 주전은 먹겠다. 지금 쓰레기 같은 우리 상황을 보면 에이

스도 하겠는걸!”

psv의 대단한 서포터인 두 분은 내 활약상을 보곤 빨리 1군 무대에서 뛰었으

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현재 팀의 암울한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 이제 2군 올라간 애한테 부담주지 마셔. 일단 밥부터 먹자 상욱아“

대근 형은 차린 게 없다고 하지만 갈비찜, 잡채, 수육, 각종 전, 삼색나물,

돼지갈비, 두부김치, 소고기 구이 등

일반 가정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음식들은 전부 다 나왔으며 난 이들의 정성

을 최대한 보답하기 위해 간만에 미친 듯 포식했다.

경기가 끝난 뒤 대근의 집 테라스에 멍하니 앉아 야경을 감상하고 있으니 조

용히 내게 다가오는 한영.

“내일 구단에서 2군으로 콜업 할거에요”

그는 마치 자신이 콜업이라도 된 것 마냥 의기양양 하게 웃으며 말을 잇는다.

“아마 5일 뒤 스파르타 전에는 교체 멤버 정도로 바로 뛸 수도 있겠고. 힘들

지 않겠어요?”

“그럼요, 맘 같아선 지금 당장 뛰고 싶은 걸요”

내 대답이 그의 마음을 꽤나 움직인 모양인지 한영은 씩 웃더니 역시 내가 사

람을 제대로 봤다며 악수를 건넨다.

“대통령금배 대회에서 상욱 선수를 처음 봤을 때 뭔가 가슴이 찌릿 거렸어요.

처음엔 의심이었는데 확신이 되고, 이제 경외감마저 듭니다”

프로데뷔 축하해요-

읊조리듯 말하는 한영의 손을 꼭 잡으며 빙긋 웃는다.

“실장님, 이제 네덜란드에서 보면 말 편하게 하기로 하셨으면서-”

“아하하! 그래, 그래! 상욱아! 우리 네덜란드 한번 씹어먹어보자!!!”

이 양반. 오늘 기분이 좋아도 적잖게 좋은 모양이다. 지금껏 만난 것 중 가장

밝고 즐거운 모습으로 떠들어대던 그가 문득 생각났는지 말한다.

“아! 슬슬 살 집 알아보는 건 어때?”

”집?“

“psv에는 꽤 오래 있을 거 같으니까 살 집 정도는 구해놓는 게 낫지 않겠어?

훈련장 근처에 전세든 해서 얻어놔도 좋을 거 같은데-”

이 양반이 아직 날 잘 모르네.

그의 의견에 싱긋 웃으며, 악의 없이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집 안 구할 거에요. 절대 오래있을 생각 아니니까”

***

아약스 전이 끝난 지 3일이나 지났음에도 언론들은 에인트호번에 나온 라이징

스타와 석패한 아약스에 대한 얘기를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성인도 아닌 무려 유스리그에서 나온 심각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기사와 여론 역시 대단히 뜨겁다.

[유스 경기에서 나온 심각한 인종차별, 리그 최고구단 아약스의 민낯!]

[아시아 선수 향한 인종차별 규탄 ‘처벌예고’]

[반니스텔루이“아약스 팬들, 부끄러운 줄 알라”]

[더 리흐트“우린 경기도, 매너도 둘 다 참패했다]

네덜란드 언론과 각종 유명 패널들은 축구계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그것도 정

신적으로 성장이 덜 된 유스리그에서 일어난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네

덜란드 축구협회에서도 이를 강하게 처벌하고자 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상욱에 대한 관심은 말 그대로 폭발했다.

처음 에레디비시에 넘어갈 때만해도 고작 고교대회 한번 잘하고 홀라당 가버

려서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1군 데뷔 못하고 끝나는 유스가 한 두명이냐-

부정적인 시선도 많았으나 고작 17살 나이에 리저브 팀까지 올라가게 되니 안

그래도 손흥민 이후 유망주에 목 말라있던 한국 팬들의 가슴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뛴다.

[아약스 전 4골 전상욱, 대체 누구?]

[대건고 출신의 스트라이커, 앙리와 비슷한 플레이]

[제 2의 손흥민, 전상욱! 내년 월드컵 합류할까?]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터넷 언론사들은 상욱의 활약과 기사를 올렸고, 러시아

월드컵이 1년도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

[와 치달 미쳤네; 우리나라도 월클 공격수 나오나?!]

[진심 개 잘한다. 나중에 크면 호날두 정도는 클 듯]

[미친새낀가ㅋㅋㅋ레알 역대 최다 득점자가 jot으로 보임? 무슨 유스리그에서

잘한다고 포스트 호날두 ㅇㅈㄹ]

여전히 상욱에 대한 평가는 반반으로 갈리고, 소수이나 몇몇 사람들은 상욱을

성인대표팀으로 부르자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질타를 받았지만.

[이 정도면 월드컵 후보 정도로 데려가도 안 되냐? 조커로 활용할 수 있지 않

겠음?]

[병신아; 지금 이승우, 김신욱도 못 뽑히는 게 국대야. 유스팀 선수를 어케

뽑냐?]

[진짜 게시판 분위기 개 ㅂㅅ이네. 펨코 탈퇴함]

[응~ 내일 올 거 다 알아~ ㄴㅇㅂㅈ]

국내와 현지의 대단한 관심에도 상욱은 그 어느 때보다 훈련에 열중한다.

다니엘 잭슨 시절부터 이름 좀 있는 유망주가 관심에 취해 쉽게 무너지는 모

습을 한두 번 봐 온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훈련했다.

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저 유망했던 선수로 남고 싶지 않았다. 상욱은 세

상 모든 이들에게 슈퍼 스타이자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남고 싶었다.

아약스 리저브 팀에서의 첫날.

컨디션 조절을 위해 관중석에서 2군 리그 경기를 관전하던 상욱의 눈앞에 낯

익은 이름이 보인다.

[Hardy Krüger]

전직 월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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