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208화 (208/208)

208화. 이걸 물려줄게, 딸!

“와, 미친! 쿠아바랑 캐시 들어온다. 사인받으러 가자구요!!”

유건의 시즌이 마무리되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아스날의 프리 시즌이 시작되기 전, 세계의 스타 축구 선수들이 인천공항으로 하나둘씩 입국을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하는 쿠아바와 캐시를 보고 국내 아스날 팬들은 사인을 받기 위해 유니폼을 흔들면서 그들의 이름을 외쳐본다.

직접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 가더라도 확정적으로 받지 못하는 유명 스타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파티노랑 살리바도 들어온다!!”

계속해서 입국하는 아스날 선수들.

누구 하나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이 없었기에, 입국 장소에는 수많은 팬들이 대기를 하며 인천 공항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우리를 기다린 거야?”

“건이 말해놓은 거야? 여기 환영 인사가 미친 수준이라고!”

“에미레이츠로 입장하는 기분이었다니까!”

유건의 초대를 받고 들어온 선수들과 구단 사람들은 입국장을 나와 마중 나온 가이드를 따라 리무진 버스 네 대 정도에 나눠 탔다.

비용은 이미 모두 지불된 상태였기에 그들은 그저 팬들의 벅찬 환영 인사를 느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이 런던이 아닌데 마치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 방문한 것처럼 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탓에, 모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 먼 곳에서도 자신들을 좋아해 준다는 생각에 행복한 표정을 짓는 그들이었다.

“헤타페 CF 선수들도 들어온다!”

그리고 아스날 선수들만 한국으로 초대된 것이 아니었다.

같은 날은 아니었지만 에이니에스타 감독을 필두로 유건의 임대 시절 함께 뛰었던 선수들도 초대를 받아 들어오고 있었다.

코파 델 레이 우승을 함께 이끌었던 바요스, 나바스, 마르티노 등의 선수들 전부 말이다.

“해외파도 다 들어온다!!”

다음날, 그다음 날이 될수록 유건과 인연이 있는 국내 해외파 선수들도 하나둘씩 귀국하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준철과 김수영이 먼저 들어오고,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는 손지민과 이호준까지.

더불어 분데스리가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송화경과 김철민까지 대표팀 인연으로 들어왔다.

“이곳이 건의 나라입니까?”

마지막으로 들어온 후안 루이스는 명대사를 남기면서 입국했다.

한국 팬들에게는 레전드인 차범근 선수 때문에 유명해진 대사.

그것이 지금 당장 작년 발롱도르를 수상한 루이스의 입에서 나왔기에 기자들은 뉴스로 낼 정도였다.

그 모든 선수들이 한국에 들어온 이유는 바로 유건의 결혼식.

곧 그게 거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축하한다, 건!!”

“축하해, 여름아!!”

마침내 찾아온 결혼식 당일, 초대한 모든 선수들과 손님들을 모셨다.

각자에게 모두 가이드를 붙여주면서 한국을 관광했고 마지막 일정이 유건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지인들만 초대하는 스몰 웨딩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일반적인 결혼식과 조금 달랐던 점은 혼주석 대신 주례석을 마련했다는 점.

두 사람 모두 사정상 그곳에 앉을 사람이 없었기에 대신해서 강혜리가 그 공간을 채워주었다.

하지만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던 탓에 그 자리의 공허함을 보충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 혼주석에 앉아야 할 그들이 흐뭇한 미소로 그 장면을 바라본다.

자신의 자녀가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만난 것을 축복하면서.

***

- 건은 그야말로 미쳤어! 거너스라는 우리 별칭은 사실 GUNUS, ‘건은 우리팀의 선수’라는 걸 예견한 게 아닐까?

모든 이들의 축복 속에서 행복하게 결혼식을 올린 유건.

덕분에 휴가 기간의 대부분은 오랜만에 여름과 단둘이서 약 한 달 동안 온전히 시간을 보내고, 프리 시즌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친 이후 시작된 아스날의 다음 시즌은 더 경기력을 날카롭게 다듬은 상태였다.

더불어 스쿼드의 경쟁력을 더해줄 선수들까지 영입하면서 최상위권 레벨을 그대로, 아니 오히려 더 좋은 모습으로 유지했다.

물론 다른 팀들은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여 보다 많은 보강을 하긴 했지만 그들에게는 유건이 없었다.

장난스레 아스날의 별칭인 거너스 그 자체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그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발전하는 게 불가능할 거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는데 그것을 깨고 지적받았던 득점력을 개선하면서 초반부터 올해의 선수 타이틀을 거머쥘 기세를 보였다.

“오, 오빠! 오빠 불렀다구!”

“응? 루이스 아니구?”

“너 말고 누가 받겠냐, 이 자식아!”

어쩌면 그런 모습에서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지난 시즌의 성적과 활약을 많이 고려해서 그해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상.

발롱도르의 주인이 유건이 될 거라는 그 사실은 말이다.

내심 기대는 했지만 그래도 인기가 아직 더 많은 루이스가 받겠지라는 생각으로 멍을 때렸던 유건.

그는 옆에서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름답게 꾸민 채로 드레스를 입은 여름이 부르자 정신을 차리며 되물어봤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루이스의 목소리.

정말로 꿈으로만 꾸었던 상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이게 제 손에 들어오는 날이 오다니, 정말로 꿈만 같네요.”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고 첫 번째로 받은 발롱도르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어머니께 바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제 와이프는 함께 살아갈 날이 많기 때문에 다음부터 받을 모든 발롱도르를 바칠 예정입니다.”

“사실 이 상을 받기만 한다면 모든 목표를 이루고 허탈해지는 감정을 느낄 거라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네요.”

“오히려 루이스와 함께 경쟁하면서 존경하는 리오넬 메시 선수의 기록에 도전해볼 의욕이 생겼습니다.”

아버지 유강이 수상했던 발롱도르.

마냥 꿈꿔왔던 그 엄청난 상이 자신의 손에 들리는 순간, 마음속에서 저절로 수상 소감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덧붙였던, 열정이 떨어질 것이라는 자신의 예상과는 반대로 오히려 욕망이 생긴다는 말.

‘저 욕심 많은 놈 좀 보게!’

‘내년에는 양보해라 이놈아.’

그 말을 듣는 다른 선수들의 속마음은 내년에는 양보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의 전제는 정말로 현실이 될 가능성이 다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

최근 보여주고 있는 유건의 폼은 확연하게 세계 최고였으니까 말이다.

‘⋯올해는 내가 이길 테다!’

그런 와중,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는 한 선수도 있었다.

그들이 어린 시절 약속했던 일들이 실현된 첫 번째 시즌에는 패배했지만, 아직 그들에게는 경쟁할 많은 시즌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루이스는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극을 받으며 승리에 대한 욕구를 불태우고 있었다.

내년 이맘때쯤 이 시상식에서 발롱도르를 거머쥐는 사람은 자신이 되겠다는 상상을 해보면서.

***

- 축따형이랑 루이스 전성기를 두 눈으로 봤던 건 진짜 평생 가져갈 업적이다

└ 형님, 부럽습니다. 해외축구 관심 늦게 가졌는데 축따형 진짜 장난 아니었네요!

└ 축따형 전성기 못 본 눈 삽니다. 축구 신 그 자체였음

- 진짜 루이스라는 미친 경쟁자가 있어서 그 정도로 불붙어서 마지막까지 이를 악물고 했을듯

약 십오 년 뒤, 유건과 루이스의 나이가 이제 서른일곱이 되었을 시기.

둘 모두 나이가 들면서 최전성기 시절의 모습에서는 내려왔지만 놀랍게도 아직 그들은 월드 클래스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체력 보전을 위해 경기 중에 압박을 하지 않더라도 공을 잡는 그 순간, 마법 같은 패스와 드리블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들은 세계적인 축구 실력을 가지고 있는 스타 선수들에게 원망의 대상이었다.

유건이 첫 발롱도르를 들어 올렸을 해와 그 전 시즌에도 루이스가 받았고, 지금까지 발롱도르는 그들 두 명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제는 직접 인사를 하기보다는 가끔 여름, 그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과 함께 일상적인 모습만 올라가는 축따튜브.

하지만 옛날 축따튜브에서 대화를 나누던 그 감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빈번하게 들러서 아무 얘기들을 하고 갔다.

[건과 루이스의 시대에 살았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각각 발롱도르 8개, 7개를 수상한 건과 루이스! 그들이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매년 반복돼왔던 전문가들의 칼럼.

매년마다 둘의 은퇴가 언제일지에 대한 추측은 항상 나왔고,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그들의 경쟁의 끝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이 처음 나온 이후로도 5년 이상을 현역으로 뛰면서 발롱도르를 지켜낸 그들.

이번 시즌까지도 아직 현재 진행형이었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됐지, 여보?”

“여보 그래도 아직 좋아하잖아, 축구.”

“이제는 축구보다 소중한 사람이 둘이나 있는걸? 루이스와는 얘기했어, 은퇴하기로.”

“⋯드디어 그 경쟁을 끝낸 거야?”

“내가 이겼지, 흐흐!”

“참, 여보나 루이스나 축구 얘기만 나오면 어린애가 된다니까!”

그러나 유건은 이제는 여정의 마침표를 찍을 생각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동일하게 유지했던 발롱도르 7개 수상 기록.

리오넬 메시와 동일한 발롱도르 개수를 기록하고 있는 건과 루이스는 이번 수상 결과로 승패가 나뉘어 있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도망을 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년 몸 관리를 하고 컨디션을 유지하는 건 쉽지가 않았다.

이제는 그런 부분을 내려놓고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깨달았을 뿐이었다.

유건의 얘기를 들은 루이스도 결국 그 말에 동의했고, 둘은 동시 은퇴를 결정했다.

서로가 없는 챔피언스리그는 별로 흥미가 없었으니까.

‘이제는 이것도 끝인가⋯’

그리고 은퇴를 결정한 또 하나의 이유는 최근까지도 머릿속에 들려오는 메세지들이 끝났다는 것이었다.

[지네딘 지단의 데이터 동기화율 100%]

[토마스 로시츠키의 데이터 동기화율 100%]

[메수트 외질의 데이터 동기화율 100%]

[데이비드 베컴의 데이터 동기화율 100%]

[호세 마리아 구티의 데이터 동기화율 100%]

마지막 동기화였던 구티는 한 시즌에 4~5% 수준밖에 오르지 않았기에 최근에서야 끝마칠 수 있었다.

더불어 모든 선수들의 동기화율이 100%를 달성한 날, 마지막 메세지를 들었다.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정식 서비스 대상이 될 스물한 살의 참가자는 직접 선택해주세요]

아직까지도 정체를 알 수가 없었지만 자신이 했던 축따 인생을 겪어볼 다음 사람을 선택해달라는 부탁.

어떻게 메세지는 항상 필요한 시점에 변화되는 걸까.

이미 유건이 다음 서비스의 참가자가 될 사람은 정해 놓았다.

아스날 여자 유스 훈련 센터에서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자신과 여름의 딸.

아름다운 외모로도 주목받고 있는 그녀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다.

“딸!”

“응, 아빠!”

“스물한 살이 되어 프로 선수가 된다면 이걸 물려줄게, 딸!”

축구공을 품에 쥐면서 집에 들어오는 그녀에게 따뜻한 미소와 함께 말을 건네는 유건.

그렇게 유건은, 동기화와 함께 축따로 다시 태어났던 여정의 마무리를 성공적으로 했다.

이제는 또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상태였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아나갈 인생 말이다.

축따 유건, 은퇴.

발롱도르 8회 기록.

아스날 소속으로 쿼드러블 4회 기록.

프리미어리그 우승 10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8회.

FA컵 우승 8회.

카라바오컵 우승 6회.

커뮤니티 실드, 클럽 월드컵 등등 6회.

그리고, 2002년을 재현한 월드컵 4강.

-<축따>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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