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206화 (206/208)

206화. 마지막

스윽-!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 루이스가 기회를 노리던 것도 약 십 분이 지나가고 경기 종료가 다가오는 이 순간, 그의 천재적인 드리블이 다시 한번 펼쳐진다.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꼽히는 팀의 패스 마스터에게서 건네받은 전환 패스.

공을 잡자마자 달려들어 갔던 아스날의 오른쪽 사이드백 페레이라였지만 예상하지 못했다.

오늘 바디 페인팅 이후 매번 좌측이나 우측으로 빠져나가던 그였기에 바로 몸을 틀어서 막으려던 찰나에 다리 사이로 공이 빠지는 것을.

콰악-!

“커버가니까 걱정말⋯, 크윽!”

그 모습을 보고 재빠르게 루이스의 앞을 가로막으려던 카마메니였지만 이미 늦었다.

두 선수 간의 피지컬 차이가 존재하긴 했지만 등을 지는 상태에서는 바디 밸런스만 유지하고 하체에 힘을 싣는다면 버틸 수 있었다.

이번에도 동일한 상황이 발생되었다.

카마메니가 달려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루이스가 이미 잔디에 깊게 축구화를 박아넣고 순간적으로 등을 지는 움직임을 가져가고, 곧바로 치고나간다.

잠깐 가로막힌 사이 앞으로 달려나가는 상대 선수를 쫓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공을 달고 달리는 속도가 그렇지 않을 때와 거의 엇비슷한 루이스였고 카마메니보다 주력 자체도 빨랐으니까.

투욱-! 투욱-!

그 둘을 제쳐내는 순간, 루이스의 앞에는 드리블을 충분히 가능하게 할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살리바가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긴 했지만 그 주변에 자신의 팀원들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상황을 보다가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하기 위해 공을 짧게 짧게 치면서 근방까지 다가간다.

투욱-! 투욱-!

‘⋯생각보다 공간이 없어!’

오늘 경기를 하며 이미 느꼈던 바이지만, 아스날 수비를 지키고 있는 살리바와 둠바는 엄청난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뚫고 나갈 공간이 없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말이다.

이번에도 같은 감정을 느꼈기에 두 명 중 한 명은 드리블을 고수하기보다는 이대일 패스를 선택했다.

계속 반복적인 패턴보다 중간중간 변화를 섞는 게 훨씬 상대가 대처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물론 그런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것도 팀원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에는 뚫는다, 이 덩치 자식아!”

마지막에 남은 것은 바로 이미 그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있을 때, 수없이 마주쳤던 둠바.

아스날로 이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기분좋은 감정을 느꼈던 루이스였었다.

그리고, 그가 없는 프리메라리가에서 이번 시즌 자신을 그렇게까지 괴롭히는 수비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마주친 이 순간, 오래전의 경험이 다시 떠올라 오히려 더 돌파를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계속된 돌파 시도와 함께 다시 파악한 둠바의 스타일을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뚫겠다고 다짐해본다.

휘익-! 스윽-!

먼저 간단한 바디 페인팅을 한두 번 가져가면서 둠바가 현혹되기를 원해본다.

그와 동시에 다리를 공을 거의 터치하는 것처럼 하는 헛다리 드리블은 정말로 치고 나갈 것만 같아 보였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둠바라 하더라도 조금씩 움찔거릴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속아 넘어가진 않았지만 말이다.

투욱-! 투닥-!

그 틈을 노려 루이스는 한쪽 방향으로 살짝 치더니 둠바의 다리가 곧바로 따라오는 것을 보고는 이내 멈춘다.

아니, 멈추는 척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팬텀 드리블을 시도하며 제치고 나가려고 했다.

“못 간다고, 이 자식아!”

그 상황에서도 둠바는 속지 않았다.

끝까지 루이스가 몰고 가는 공을 쫓아가며 다리를 뻗어낸다.

순간적으로 여러 번의 타이밍을 빼앗겼기 때문에 완전하게 막지는 못하고 가까스로 말이다.

투닥-!

하지만 그것마저 예상했던 것인지, 아니면 즉석에서 드리블을 바꾼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루이스는 그 상황에서 연속으로 팬텀 드리블을 한 번 더 가져갔다.

개인기를 연습하거나 프리스타일을 하는 선수들은 자주 하지만 실전에서는 잘 쓰지 않는 연속 팬텀 드리블.

루이스가 그것을 사용한 이유 자체가 둠바의 다리를 피하기 위해서였으니, 그마저 제쳐낸 이상 가로막는 수비수는 아무도 없었다.

골대를 지키던 마세코가 그제서야 달려 나오고 있을 뿐.

투욱-!

‘⋯들어간다!’

거기서마저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는 후안 루이스.

마세코가 슈팅 각도를 막아버리기 이전에 그가 달려 나오는 옆구리 방향으로 축구화의 앞쪽을 이용해 빠르게 슈팅을 가져간다.

한국에서는 [코발]이라는 명칭으로 더 익숙한 그 위치로 차낸 공을 막기 위해 아스날의 수문장은 몸을 던지는 와중 틀어서 팔을 뻗어본다.

안 그래도 막기 어려운 반 박자 빠른 슈팅을 달려 나가고 있는 그 상황에 막을 순 없었지만.

출렁-!

“젠장, 막는 건데!”

“내가 앞에서 너무 쉽게 뚫렸어, 미안해!”

결국 흔들리는 아스날의 골문.

힘차게 세레머니하는 루이스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돌파를 허용 당한 아스날 선수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팀원들에게 사과를 건넨다.

자신이 막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는 의미를 담아서.

“어떤 팀이 루이스한테 한 골도 안 줄 수 있겠어? 지금까지 막은 것만으로도 대단하니까 남은 시간 동안만 더 힘내보자고!”

“카마, 고개 숙이지 마! 이제 동점일 뿐이고 바로 이전에 골을 넣은 팀은 우리라니까!”

그렇게 실망하고 있는 아스날 선수들을 불러 모아 다시 한번 힘을 불어넣고 이끌어가는 유건.

나이가 더 많은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보다 적은 리더들을 경험했지만, 모두들 그를 일깨워주는 부분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용인 FC의 박범호에게는 따뜻한 리더십을 배웠고, 김수영에게는 선배와 후배 사이에서 소통하는 리더십을 배웠다.

헤타페 CF에서는 과묵함을 배웠고 그를 바탕으로 도착한 아스날에서는 외데고르, 파티노, 살리바 등의 베테랑들을 보면서 배운 것들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팀을 이끌어가는 부분에서 계속해서 발전해온 유건은 이제 완연한 주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포진해있는 아스날 스쿼드가 100% 신뢰할 정도로 말이다.

“루이스 선수의 동점골로 경기는 다시 한번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아스날 선수들 집중해야 될 것 같은데요? 두 명의 선수에게 다섯 명이 뚫려버렸습니다!”

“사실 아스날 선수들 탓을 하기에는 루이스 선수의 드리블이 엄청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특히 마지막에 보여주었던 것은 제가 옛날에 생각으로만 해보던 것이거든요!”

“맞습니다! 마지막까지 따라붙었던 둠바 선수였지만, 창의적이었던 그 드리블에 결국 속아 넘어갔습니다!”

“마세코 골키퍼도 빠르게 뛰어나온 편이었지만 루이스가 더 빨랐죠? 마치 달려 나올지 알고 있었다고 말하듯이 한 템포 빠르게 슈팅으로 가져갔죠.”

“더불어 자세를 새롭게 잡고 차기보다는 박자를 빠르게 가져가기 위해 코발 쪽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런 세부적인 부분들에서 클래스가 느껴지는 골이었습니다!”

멋진 골을 거의 원맨쇼로 만들어낸 루이스의 골은 해설자로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청자들 중 반 이상의 팬들이 유건을 응원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말이다.

순수하게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그 골을 칭찬하고 슬로우 모션을 보면서 과정들을 다시 한번 살핀다.

둠바를 뚫어낸 마지막 장면은 정말 일품이었고, 세계 최고의 클래스가 확연히 느껴지는 골이었다.

‘⋯연장으로 가게 되나?’

안준성과 전지우가 방금 터진 골에 감탄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사이, 리고 킥오프를 다시 한번 준비하고 있는 경기장에 있는 유건은 전광판의 시계를 쳐다본다.

후반전 40분이 이미 넘어가고 있다고 나타나 있는 그곳을 응시하며 생각한다.

남은 시간 동안 결판이 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

“카마 대신 클락, 러너 대신 스미스가 들어간다.”

결국 주어진 5분이란 추가시간까지 모두 소요된 후반전은 심판의 휘슬과 함께 종료되었고, 짤막한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미켈 아르테타는 경기의 진행 상황을 보며 미리 교체를 준비하고 있었고 곧바로 내용을 말해주며 전술의 변경을 알린다.

그도 확실하게 승리를 하고 싶었기에 체력이 빠진 선수들을 바꿔주고 준비해온 카드 중에서는 수비를 강화하는 방향이었다.

사실 지금처럼 동점인 상황에서 공격을 강화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수비를 기반으로 공격진이 골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쪽이 맞는 용병술이었다.

득점하지 못한다면 이길 수 없겠지만 실점을 하지 않으면 페널트킥이라는 또 한 번의 승부까지 끌고 갈 수 있으니까.

- 러너가 빠지는 것 같은데? 캐시랑 쿠아바 투톱 체제로 갈려고 하나 본데!

└ 아, 오늘 러너 되게 좋은 모습 보여줬는데 이게 또 캐시를 뺀다고 생각하니까 안 될 것 같긴 하네

└ 그치, 이게 맞긴 함. 쿠아바나 축따형, 파티노를 빼기는 좀 애매한 상황이니까!

- 마드리드에서도 체력 떨어진 선수 위주로 교체해주는듯? 진짜 살 떨리네. 아스날이 이겼으면 좋겠는데!

- 나는 믿는다. 평소에 비해 축따형이 지금 조용한 거 다들 느끼고 있지? 그 모든 것은 연장전을 위해서였다고 믿는다!

연장전 돌입을 위해 양 팀 선수들은 벤치에 모여 감독, 코치진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축따튜브의 구독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교체될 선수들을 추측하고 있었다.

카메라에 비치는 모습에서 대충 예상이 가능한 부분들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한번 간직하고 있는 유건에 대한 기대감을 대화창에 표현하는 팬들도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아직까지 믿고 있었다.

이번 시즌 출전했던 거의 모든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던 그가 아직 확실하게 골이나 어시스트를 쌓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남은 시간 동안 그게 일어날 거라고 믿고 있는 것이었다.

‘대체 이게⋯.’

그리고 팬들이 그렇게 엄청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그 순간, 유건은 복잡하고 궁금해진 머릿속을 차분하게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렸으니까.

하지만 어쩌면 오늘의 경기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이제까지 경험해왔던 바에 의하면 말이다.

[지네딘 지단의 데이터 동기화율 100% 달성]

[경기를 지배하여 오늘의 경기가 연장전까지 갈 수 있도록 끌고 가세요 (1/1)]

[더 이상 지단의 머리 스타일을 따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연장전 돌입과 함께 머릿속에 떠오른 메세지.

축따로 다시 태어날 당시 시작을 함께한 지단의 동기화.

그게 끝났다는 얘기와 머리 스타일을 바꿔도 된다는 뜬금없는 메세지.

당연히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었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었다.

[마지막 데이터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원하는 동기화 서비스를 선택하세요]

[1. 과거 2. 현재 3. 미래]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선택지들을 가진 마지막 데이터 동기화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

유건이 또 한 번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미 최고 수준의 위치에 있는 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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