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202화 (202/208)

202화. 프리미어리그의 주인이 아닙니다

투욱-! 투욱-! 투욱-!

실점에 가까운 위기를 겪었던 아스날이지만, 다행히 그것을 계기로 정신을 차렸다.

후반전 5분 이후부터는 다시 자신들이 자랑하는 플레이를 하나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미드필더 라인의 장악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빌드업에 이은 정교한 공격 작업까지.

“팍!”

“사이드에서부터 시작하자!”

리버풀도 오늘 가장 위협적인 공격을 하는 데 성공한 박준철을 중심으로 공격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덕분에 페레이라와 소우사가 바쁘게 움직였지만 파티노, 카마메니의 측면 지역 지원으로 성공적인 수비를 해내고 있었다.

스으으-!

‘⋯지금!’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었다.

성공적인 수비를 기반으로 공격 작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

마치 지금 리버풀의 오른쪽 라인이 공격하는 것을 차단한 소우사가 유건에게 역습을 위한 공을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볼을 빼앗긴 선수가 다급하게 태클을 옆에서 들어오지만 이미 타이밍을 잡고 땅볼로 길게 패스를 보내는 소우사였다.

콰아악-!

하지만 유건이 위치한 곳은 리버풀 미드필더 라인의 한복판이었기에 당연히 주변에서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보다 가까웠던 상대 선수들과의 거리에 뒤로 도는 움직임보다는 발을 잔디에 깊게 박아넣고 등을 지며 키핑을 한다.

사실 곧바로 돌아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보다 더 확실하게 공을 소유하기 위해서 그런 플레이를 했던 것.

한 번의 찬스를 헛되이 허비하기는 싫었으니까.

투욱-! 투욱-!

“바로 리턴!”

등에 눈이 달린 것은 아니었기에 몇 초 동안 인지하지 못한 상황을 다시 한번 살펴보기 위해 뒤쪽으로 공을 내주고 돌아선다.

파티노나 카마메니가 이런 상황에서 항상 곧바로 리턴을 넣어줄 것을 믿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런 믿음은 맞아 들어갔다.

돌아서고 전진하는 유건의 발에 정확하게 패스를 보내주는 파티노의 공이 중계 화면에 잡혔으니까.

투우욱-!

다른 미드필더가 옆에서 다리를 뻗어오고 있는 것을 보고 길게 앞쪽으로 치면서 그것을 피한 유건은 이어서 전진한다.

그제서야 보이는 공격 트리오에게 향하는 패스 루트들.

난이도가 어려운 길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공을 건네줄 수 있는 방향만 보인다면 정확히 전달할 자신감은 충분했으니까.

몸에 체화된 많은 레전드들의 데이터 동기화율에 기반한 자신감 말이다.

토옥-!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유건이 선택한 패스는 바로 앞 선수의 머리를 넘기는 찍어 차는 패스.

공이 향하는 방향은 두 명의 센터백 사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간을 찾고, 팀원들에게 파고 들어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던 쿠아바.

곧바로 몸을 돌려 슈팅을 가져갈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리턴을 내주기에는 충분했다.

자신이 경기장에서 가장 신뢰하는 동료에게 말이다.

콰아앙-!

‘깔아서⋯’

보냈던 패스가 측면으로 파고든 자신에게 돌아오는 기대했던 장면이 펼쳐지자 고민하지 않고 마무리 동작을 가져간다.

이미 패스를 보낼 때부터 생각해놓았던 방향으로.

좌측이나 우측 구석을 사실 노리고 싶었지만 그쪽 방향에는 센터백들이 위치하고 있었기에 그들 사이의 중앙 지역을 노린다.

막히더라도 다음 상황을 기대해볼 수도 있는 땅볼로 깔아서 강한 슈팅을 하는 유건.

퍼엉-!

“⋯크윽, 세컨볼!”

방향이 자신이 서 있던 방향이었기에 자세를 순간적으로 낮춰 막아낼 순 있었던 리버풀의 수문장.

하지만 너무 가까이서 날아왔던 슈팅이었다 보니 정확하게 캐칭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펀칭으로 쳐낼 수밖에 없었다.

골대 근처에 있는 팀원들이 클리어를 해주기를 바라면서.

- 러너, 나이스으!! 행운이 따르긴 했지만, 골 넣었으면 그게 무슨 상관이냐!

- 솔직히 리버풀 골키퍼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준 상황이긴 함. 저렇게 가까이서 축따형이 때린 슈팅 선방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 사실 축따형 저런 패스가 성공할 때부터 이미 득점은 들어갔다고 봐도 될 운이었을지도? 저기서 누가 저렇게 이대일 패스를 하냐

└ 이게 리얼이지. 솔직히 기다렸다는 듯이 내주는 쿠아바도 미치긴 한듯

└ 쿠아바는 당연히 내주지. 둘이 헤타페 시절부터 팀 먹여 살리면서 호흡 맞춰왔는데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챌듯!

세컨볼을 외쳤던 이유는 선방을 하면서 정면 방향이 아닌, 선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 측면 방향으로 잘 쳐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리버풀의 골키퍼는 다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곳으로 이미 러너가 달려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행운이 담겨 러너의 앞으로 굴러간 공은 그저 간단하게 밀어 넣기만 하면 되었고, 결국 아스날의 추가골이 터지는 후반 27분이 지나는 순간이었다.

축따튜브에서 아스날의 두 번째 골에 환호성을 내지르며 칭찬을 멈추지 않는 순간이었기도 하고.

***

“이 자식들, 뭐 이렇게 숫자가 많은 거야!”

30분 이후부터는 리버풀 선수들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추가골이 터지기만을 바라기라도 한 것처럼 아르테타는 바로 전술을 변경했다.

공격 트리오 중 양쪽 윙포워드 러너와 캐시를 빼면서 클락과 스미스를 투입해서 4-5-1의 형태로 포지션을 바꿨다.

중앙에 위치한 파티노가 가장 후방에 위치하며 포백을 보호하고 빌드업의 시작점이 되었고 그 옆으로 클락과 카마메니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구성한다.

그보다 사이드 쪽으로 벌린 유건과 스미스는 측면 플레이메이커이자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메짤라 역할.

그렇다 보니 이전보다 미드필더 지역에 선수들이 많이 배치될 수밖에 없었고 그 라인을 어떻게 뚫을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리버풀 선수들이었다.

“측면으로 빼서 공격하자!”

오늘 리버풀의 공격 라인 중 가장 폼이 좋아보이는 박준철의 주도 하에 다시 한번 사이드에서부터 파고들어 보려 했지만, 이전만큼 성공적이진 않았다.

수비 상황에서는 유건과 스미스가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까지 내려오면서 자연스레 클락과 카마메니는 사이드백을 지원하러 움직였으니까.

한 명이 지키던 사이드를 두 명이 지키는 순간 보이던 돌파 루트가 사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변화였다.

‘⋯젠장, 벌써?’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는 리버풀 선수들.

곁눈질로 보이는 전광판의 시계가 무심하게 흘러 후반 40분을 넘긴 이후부터는 숨겨놓았던 조급한 감정들이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경기 종료가 채 10분이 남지 않았는데 유효 슈팅까지 연결하지도 못하는 지금 경기력으로는 역전을 기대할 수 없었으니까.

물론 수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이 엄청난 경기력의 반전을 가져온다는 말은 또 아니었다.

팀의 조직력과 실력의 차이는 그런 것만으로 메우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삑-! 삑-! 삐이익-!

그런 그들의 절박한 마음과는 반대로 흘러가 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수비 역할을 하는 선수들을 늘리며 변화를 가져간 아스날의 전술을 뚫지 못한 리버풀이었다.

무색하게 청명한 휘슬이 웸블리 구장에 울려 퍼졌고, FA컵의 우승팀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아스날이 이번 시즌 트레블을 달성하는 순간이기도 했고.

“결국, 결국 트레블을 달성합니다! 정말 이번 시즌 아스날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대되는 점은 아직 이들은 시작하는 단계일 뿐이라는 건데요. 라인업 중 일부 선수들을 제외한다면 모두 이제 프로를 시작하는 나이이니까요!”

“유건 선수가 은퇴하는 시기쯤에 과연 아스날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지금 저희는 역사의 시작을 보고 있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영국 리그를 지배한 아스날과 스페인 리그를 지배한 레알 마드리드의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도 정말 기대됩니다. 이제 오래 남지 않았거든요?”

“그 경기는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모른 채로 시청할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이 모두 기다리는 경기죠.”

웸블리의 그라운드에서 아스날 선수들이 얼싸안고 우승의 기분을 즐기는 사이, 중계를 마무리하며 오늘의 방송을 마치고 있는 안준성과 전지우.

그들은 시청자들의 마음과 기대감을 대변하는 말들로 끝을 알렸다.

역사를 써 내려오며 세계 최고의 인기 팀이라고 평가받고, 세계적인 선수들마저 드림팀으로 꿈꾸는 레알 마드리드.

세계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는 찬란한 역사가 있었지만 암흑기를 겪고 새롭게 태어나서 역사를 써 내려갈 아스날.

두 팀이 펼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

[아스날의 캡틴 유건, “전반전이 끝나고 이길 수 있다고 확신의 감정을 가졌습니다. 감독님과 코치진, 모든 선수단에게 주장으로서 감사함을 표하고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보답할 수 있게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FA컵이 끝나고 MOM 트로피를 손에 든 채로 했던 유건의 인터뷰.

첫 마디부터 자신감이 있었던 그의 인터뷰는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해서 메인 뉴스를 장식하며 회자되었다.

[아스날의 캡틴 유건, “우리는 그저 프리미어리그의 주인이 아닙니다”]

두 번째 말을 내뱉고 그가 가져가는 잠깐의 침묵은 인터뷰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의문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아스날이 우승했으니까 이번 시즌에는 그들이 프리미어리그의 주인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의문.

다음에 이어질 말을 하기 전 뜸을 들이더니 카메라를 보고 그가 하는 말.

[아스날의 캡틴 유건, “우리는 이제 영국의 주인입니다”]

영국에 속한 프리미어리그를 시작으로 산하 2부 리그, 3부리그 등까지 모두 포함시키고 통틀어 영국이라 칭했던 그.

마치 옛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AC밀란에서 “밀란이라는 지역이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가 우리의 것”이라며 책상을 뒤엎었던 전설의 인터뷰를 보는 듯했다.

과격한 행동을 따라 하지는 않았지만 의미 자체는 완전히 동일했으니까.

보고 있는 다른 팀들의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그들이 어쩌겠는가.

실제로 이번 시즌 영국에서 펼쳐진 모든 리그의 우승컵을 거머쥔 구단의 주장이 말하는 것들 중 틀린 말은 솔직히 없었다.

[아스날의 캡틴 유건, “어린 시절 마드리드를 떠나오면서 루이스와 약속했던 것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때부터 우린 각자의 승리를 주장했고, 다가오는 빅이어의 주인이 누가 되냐에 따라 결판이 날 것”]

[아스날의 캡틴 유건, “아버지가 사랑했던, 내가 사랑했던 마드리드를 이겨야만 하는 것이 내키지는 않지만 해내야만 한다고 스스로에게 생각을 주입시키고 있다”]

마지막에는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후안 루이스와의 경기에 대한 간략한 얘기들.

그리고 상대팀인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간단한 옛정을 담은 말들을 하지만, 승리는 가져가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아스날의 캡틴 유건, “이제는 사랑하는 팀이 아스날이 되었고, 구너로서 구단에게 승리를 바치겠다”]

아스날 팬들이 듣기에 완벽한 인터뷰의 마무리.

그들은 당장 이번 시즌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찬란한 미래를 이미 꿈꾸고 있었다.

응원하는 팀의 주장이 이미 그 길을 보여주고 있었고 구단에 대한 애정 자체도 상당한 게 매번 인터뷰 때마다 보였으니까.

완장을 차고 있다가 다른 팀으로 가버린 옛날 선수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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