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200화 (200/208)

200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팀

“흐흐흐, 기분 째지는군 이거!”

“저 자식들 표정 봤어? 아주 약 올라서 죽으려고 그러는구만!”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에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을 방문한 아스날 선수들.

경기 시작 전 여러 평론가들이나 팬들의 의견이 오고 갔지만 그래도 그들은 가드 오브 아너를 해주는 것을 선택했다.

비열하게 남고 싶지 않았던 탓에 결정한 사항이겠지만 토트넘 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 안으로 입장하는 아스날 선수단의 기분은 날아갈 듯했다.

북런던을 연고로 삼는 그들의 더비는 예전부터 치열하기로 유명했고 팬들마저 서로를 극도로 싫어했다.

그 상황에서 한 팀을 치켜세워줄 수밖에 없는 가드 오브 아너는 두 구단의 역사에 남을 만한 장면이었다.

“⋯상상은 했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은걸.”

“흐흐, 토트넘 놈들에게 그동안 당한 모든 것들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아니 근데 언제 당했다는 거야? 내가 뛰는 시절에는 매번 토트넘은 안중에도 없었는데 말이지!”

선수단의 주장으로서도, 이제는 감독으로서 아스날을 이끌고 있는 아르테타는 상상했던 것보다 좋은 기분에 몸에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옆에서 거드는 코치진들도 항상 라이벌로 취급되는 북런던 더비팀 토트넘에게 엄청 큰 한 방을 먹이는 것 같아서 그동안 당한 모든 것을 잊고 있었다.

물론 아스날에서 축구 도사라고 불렸던 산티 카솔라는 매번 승리했던 기억밖에 없어서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건 똑같았다.

팬들이 토트넘을 상대로는 무조건 승리를 원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아주 잘 알고 있던 사실이었으니까.

“스미스, 헤일 엔드를 가슴에 담고 경기에 뛰어라.”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아스날 유스 시스템을 총괄해서 보통 명칭하는 것은 바로 헤일 엔드.

현시점 그곳에서 나온 최고의 스타는 찰리 파티노였고 그의 뒤를 이어 쿠아바와 캐시는 확고히 주전을 차지하고 있었다.

떠오르는 차세대 유망주인 스미스는 오늘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뛰게 될 예정이었고 말이다.

다가오는 FA컵 결승전을 대비해서 라인업 전부를 유스 선수들과 로테이션 선수들로 가득 채운 아르테타였다.

덕분에 토트넘 팬들은 더 분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인업인 건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매번 오늘같이 치욕스러운 감정을 느껴라.’

‘그리고 팬들은⋯, 그저 즐겨줬으면!’

그 결정을 내린 아르테타의 마음.

사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점 강등권에 가까워지고 있는 토트넘 따위는 유스 선수들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선발 라인업 선택이었다.

이번 시즌도 하위권에 위치한 그들에게 치욕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건 둘째치고 말이다.

더불어 오늘 경기장에 찾아온 팬들 숫자만 보더라도 홈 좌석은 거의 텅텅 비어있었고, 원정 좌석이 꽉 차있었다.

구장의 주인은 숙명의 라이벌인 아스날에게 가드 오브 아너를 해주는 것을 꼴 보기 싫어서 오지 않았고,

라이벌의 팬들은 이 영광의 순간을 확실하게 즐기기 위해서 온 것이다.

“가보자고, 아스날!!”

그 중심에서 1.5군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주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하고 있는 스미스는 주장 완장의 무게를 느끼며 선수단에게 외친다.

앞에 있는 상대팀을 무참히 박살 내기 위한 90분을 즐겨보자고.

이 구장의 주인이 누가 됐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를 담아서.

***

[프리미어리그의 왕좌를 두 시즌 연속 차지한 아스날, 이미 더블을 달성하고 FA컵에서 트레블을 노린다!]

[FA컵 결승에 진출한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아스날이 현재 최고의 팀인 건 변함없다. 하지만 리버풀도 세계 최고다”]

로테이션 선수들과 유스 선수들을 출전시킨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2:2 무승부를 이뤄냈다.

항상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 라인의 불안함은 두 골의 실점을 야기했지만 스미스와 클락의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분투, 자코와 콜의 합작으로 두 골을 만들어내면서 패배하지는 않았다.

베스트 라인업 선수들이 단 한 명도 출전하지 않은 그 경기의 결과가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 잠시였고, 앞으로 펼쳐질 경기에 대해서 기사가 점점 쏟아지기 시작했다.

리그 마지막 라운드를 남겨두고 뒤집히지 않는 순위가 완성되었고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그 테이블에서 1위와 3위를 사이좋게 기록하고 있는 두 강팀간의 FA컵 결승이 다가오고 있기에.

[압도적인 배당 공개! 유명 도박사들의 선택은 모두 아스날이었다!]

또 한 번 시끄러웠던 것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배당 우위를 차지하고 맨체스터 시티, 레알 마드리드 등의 강팀과의 경기에서 비등한 배당을 보여주었던 리버풀이 이번에는 압도적으로 밀렸기 때문이었다.

아스날에게 약 1.13의 배당이 주어진 것은 사실 최고 수준의 강팀 간의 경기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비율이었다.

그렇게 된 것에는 사실 최근 리버풀의 미드필더진 중 에이스로 평가받는 선수 한 명이 부상으로 시즌아웃이 되었던 것도 부분적으로 포함되었겠지만 그보다는 아스날의 무서운 경기력에 기인했다는 게 정론.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유건을 필두로 득점왕을 달리고 있는 쿠아바, 15-15를 달성한 캐시 등 좋은 폼의 선수들이 많았던 아스날.

이번 시즌을 한정해서 보았을 때는 확실히 그들이 현시점 영국에서 최고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아무리 우리가 우세하다고 점쳐지지만, 상대는 리버풀이다.”

“겪어봐서 알겠지만 그들은 방심이란 단어는 허용되지 않는 팀이다.”

“전무후무한 역대 최고의 팀으로 거듭날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 평생 여러분의 커리어 최상단에 위치할 업적이니까.”

그리고 그들을 이끌어가는 것은 방심이란 걸 일절 허용하지 않는 미켈 아르테타였다.

평소 침착한 성격과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인터뷰 스킬 등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었지만, 사실 경기 중에 열정적인 항의 등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는 아스날의 감독.

하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대비하는 프로페셔널한 감독이었다.

“건의 결혼 선물로 발롱도르를 가져다주자고!”

“가보자고!!”

“으하하, 루이스가 있는데 저놈이 받을 수 있겠어?”

“암, 아직은 무리지!”

덕분에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서 웸블리에서 펼쳐질 FA컵 결승을 준비하는 아스날 선수단의 분위기는 승리에 굶주려 있는 짐승들 같았다.

한 가지 더 그들을 불타오르게 만든 것은 그동안 발롱도르 컵을 손에 이미 거머쥐었다고 평가받는 후안 루이스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유건에게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그 상을 넘겨주자는 쿠아바의 외침.

뒤이어 외치는 캐시와 카마메니, 둠바의 우렁찬 외침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한 대 맞을 것만 같은 위협적인 목소리였다.

물론 뒤에서 파티노와 살리바가 장난식으로 발롱도르에는 부족하지 않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그들도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었다.

‘⋯저 녀석이 받지 않는다면 용납할 수 없지!’

‘선수 이전에 아스날의 팬으로서 구단에서 발롱도르 수상자가 나오는 걸 보고 싶다고!’

헤일 엔드 출신의 슈퍼스타이자 아스날 레전드가 된 찰리 파티노.

유스 출신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스날을 좋아하고 구너로서 어린 나이에 생테티엔에서 영입되며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마르세유 임대 복귀 이후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윌리엄 살리바.

그들은 앞에서는 장난을 치는 것으로 끝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유건의 발롱도르 수상을 바라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을 이끄는 주장의 압도적인 실력을 인정하고 있기도 했고, 바라고 있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사랑하는 구단인 아스날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뛰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을.

***

“마침내 영국 최고의 팀을 결정하는 이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이번 시즌 전무후무한 업적을 써 내려가고 있는 미켈 아르테타의 아스날과 위르겐 클롭의 리버풀이 맞붙습니다!”

“과연 우승컵은 어떤 팀이 거머쥐게 될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만약 아스날이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지난 시즌 트레블에 이어 이번 시즌도 트레블을 달성하게 되죠? 너무나 대단합니다!”

“확실히 다시 이런 팀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함이 생길 정도죠! 그리고 챔피언스리그까지 제패한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겠죠?”

“하지만 그들을 가로막는 리버풀도 만만한 팀이 아니죠! 최근 몇 년간 우승컵이 없었지만, 항상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명문이자 명실상부한 강팀이거든요!”

“맞습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리빌딩을 한 이후로는 꾸준하게 최상위권에 위치하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죠. 그렇기에 오늘 경기가 더욱 기대가 됩니다!”

영국 리그 대부분의 팀들이 참가하는 FA컵.

수많은 팀들이 참가하는 그 대회에서 최상단에 자리매김하기 위한 두 팀 간의 혈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이곳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FA컵 역대 최다 우승팀이자 이번 시즌 트레블을 노리는 아스날과, 세계 최고의 팀을 꼽는다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안필드의 리버풀.

그들을 이끄는 두 명장 감독을 조명하고 지금부터 펼쳐질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안준성과 전지우였다.

박준철과 유건이라는 두 선수의 코리안 더비였던 덕분에 이미 시청률은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었고 아스날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궁금한 해외 축구 팬들도 하나둘씩 중계방송을 시청하려 했다.

시청자들이 시킨 치킨이 하나둘씩 도착하고 있을 그 시각, 경기를 알리는 휘슬이 울린다.

삐이익-!

두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90분간의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진다.

선축으로 결정된 아스날의 쿠아바가 뒤로 길게 빼면서 마세코에게까지 전달.

뻐어엉-!

곧바로 롱킥으로 전달되는 공은 리버풀의 골대 근처까지 날아갈 기세로 빠르고 높게 쏘아진다.

선수단 내에서 가장 타겟맨 역할을 잘하고, 자신감이 한껏 붙은 상태인 쿠아바에게.

- 시작부터 한 골 넣어버리자! 쿠아바야, 헤딩 따내줘라!

- 축따형! 축따형! 축따형!

- 제발 트레블 가즈아! 구너로서 사실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요즘이지만, 남아있는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 없으면 그게 비정상이죠! 진짜 아스날 황금기 제대로 온 것 같음. 맨유 팬으로서 오늘 아스날 승리 점쳐봅니다

└ 지나가는 맨시티 팬도 아스날 승리에 한 표요. 경기력 제대로 미친 것 같아요

└ 챔스 못 나가는 첼시 팬은 그저 팔짱 끼고 구경하겠습니다. 강팀을 응원하는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을 뿐입니다

구독자 100만을 훌쩍 넘은 축따튜브의 오늘 채팅창은 응원하는 팀을 가리지 않고 모여든 팬들에 의해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유건의 별튜브답게 아스날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아직은 그들도 소망하고 있을 뿐이었다.

모두 프리미어리그를 자주 보는 시청자들답게 리버풀이 얼마나 강팀인지 알고 있었고, 이기기 힘든 상대인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그저, 그저 바라볼 뿐이었고 보고 싶을 뿐이었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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