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98화 (198/208)

198화. 두 선수의 서사

“도르트문트! 도르트문트! 도르트문트!”

챔피언스리그 2차전이 펼쳐지는 지그날 이두나 파크.

꿀벌 유니폼을 입고 선글라스를 끈 남성 한 명이 망원경 손 모양을 만들어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그들의 독창적인 카드 섹션이 펼쳐지고 있는 그곳에서는 아스날과 도르트문트의 경기가 한창이었다.

팬들의 엄청난 열기를 바탕으로 한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치르고 있는 홈팀은 그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다급한 플레이로 아스날의 수비 라인을 뚫어내고 골을 넣고 싶어 하는 도르트문트.

그들이 전반전 초반부터 강한 압박에 기반하여 유효 슈팅이 더 많을 정도로 밀어붙이긴 했으나 서두르는 게 티가 날 정도였다.

“천천히 가자! 급해지지 마!”

“나이스 컷팅이야, 살리바!”

반면 아스날은 뒤에서 마세코를 필두로 둠바, 살리바도 목소리를 내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그들의 맹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도르트문트는 뚫기 힘든 아스날의 수비 때문에 중거리 슈팅 빈도가 늘어나고 있었고 골대에서는 더욱 멀어졌다.

“많이 급합니다, 도르트문트! 계속해서 정확하게 슈팅하지 않고 어이없게 공을 날려버립니다!”

“아스날로서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마무리라고 할 수 있겠죠? 그들로서는 2점 차이를 유지할 수 있게 되니까요!”

“맞습니다! 아마 지금 당장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양 팀의 경기에서 벌어진 스코어로부터 야기되는 경기 양상을 언급해주는 안준성과 전지우 캐스터.

차후 커리어적으로 기록에 남는 것이 과정이 아니라 결과라지만 승리의 가능성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의 과정, 경기력이 중요했으니까.

결국 득점 없이 심심하게 끝나버린 전반전을 보며 도르트문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해본다.

그들보다는 응원하는 마음에 가까운 아스날의 승리가 가까워져 오는 것에 대한 기쁨도 표현하면서 말이다.

***

“우리가 자랑하고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반이 된 플레이가 무엇이었지?”

“지금 여러분은 그저 골을 넣으려는 마음만 가득해서 팀원들을 보지 않는다.”

“축구는 결코, 혼자서 이길 수 없는 스포츠다.”

도르트문트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떠오르는 감독답게, 전반전에 있었던 선수단의 문제점을 단번에 알아챘다.

중간중간 공이 나가는 사이 전달하긴 했으나 모든 선수들에게 전파가 되지 않아 하프타임이 찾아올 때까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각자가 공을 잡으면 최대한 전진하면서 팀원과 호흡을 맞춰주는 특유의 그 움직임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것을 언급하며, 각성을 요구한다.

만약 이곳에서 패배한다면 결국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그저 그런 팀으로 역사에 기록될 테니까 말이다.

분데스리가의 리그 테이블은 바이에른 뮌헨이 압도적으로 1등을 달리고 있었고, 포칼컵 등의 대회에서도 탈락한 상태이기에.

삐이익-!

‘⋯마지막까지 집중한다!’

하지만 상황만 바꿔서 말한다면 아스날은 좋은 쪽으로 모두 해당되고 있었다.

오늘 경기를 잡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다면 현재 우승한 카라바오컵을 필두로 세 개를 더 들어 올리게 되는 것.

그런 중요한 상황이었기에 후반전 시작 휘슬과 함께 경기에 집중하는 아스날 선수들이었다.

투욱-! 투욱-! 투욱-!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1차전에서 보여주었던 날카로운 모습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도르트문트.

특유의 빠른 템포를 기반으로 한 드리블을 시작으로 주변으로 같이 달려가 주는 팀원들과의 패스를 주고받으며 아스날의 미드필더 지역을 뚫어보려 한다.

그러나 아르테타는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본래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을 예측해 이미 전술을 변경해두었다.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주 사용하고 더 확실하게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네 명의 미드필더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중앙에 있는 두 명의 볼란치가 조금 아래쪽에서 받쳐주고 유건과 스미스가 좌우로 넓게 벌려 돌파보다는 패스 위주로 풀어나간다.

투욱-! 투욱-! 투욱-!

드리블을 우선순위로 하고 앞이 가로막히면 패스를 선택하는 도르트문트와는 다르게, 아스날은 패스를 통해서 주고받으며 전진하는 스타일.

그런 상황에서 네 선수 다 패스를 잘하는 선수들로 구성되자 공이 멈춰 있는 순간이 없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끊임없이 돌아갔다.

맨체스터 시티의 티키 타카 전술과 엇비슷해 보이면서도 백패스의 비율이 낮고, 높은 확률로 전진 패스를 하는 그들.

콰앙-!

“나이스 키핑이야, 쿠아바!”

미드필더에서만 머무르는 쪽으로 국한된 게 아니라 전방에 있는 선수들과도 계속 연결을 시도한다.

야수 같은 피지컬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한 쿠아바의 움직임은 공중볼, 땅볼로 패스가 되든지 가리지 않고 앞쪽에서 공을 소유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투욱-! 콰아앙-!

쿠아바의 키핑으로부터 시작되는 아스날의 공격은 너무나 루트가 다양했다.

그의 옆으로는 러너가 빈 공간을 찾아들어 가고 있었고, 뒤에서는 패스를 건네준 미드필더들이 중거리 슈팅과 리턴 패스를 받아주기 위해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각이 나오는 상황이었기에 직접 처리했지만, 그 말은 슈팅 각도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팀원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와아아아-!

“쿠아바! 쿠아바! 쿠아바!”

“건! 건! 건!”

이번 시즌 둘의 콤비네이션으로 만들어낸 공격포인트는 거의 30여 개.

높은 비율로 팀이 중요한 상황에 처했을 때 터질 만큼 순도 높은 골들을 기록해내고 있는 그들에게 팬들은 또 한 번 환호한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거의 확정 짓는 쐐기골을 터트리는 순간이었으니까.

남은 시간 동안 역전을 당할 가능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약 20분이라는 잔여 시간은 확실히 촉박했다.

“쿠아바와 건이 만나면⋯”

“보통 골이 터지지!”

“으하, 으하!"

“잘생김이 없는 쿠아바, 머리가 없는 건!”

“그들은 최고의 콤비지!”

“으하, 으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 울려 퍼지는 건쿠 조합의 챈트.

그들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고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원정팬들 앞에서 꽤 오랜 시간 보여주는 자울리라는 알지도 못하는 춤 세레머니를 말이다.

물론 영상으로는 보았지만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또 기분이 많이 다를 것이다.

일반적인 세레머니를 한다 하더라도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말이다.

- 그대로만 가자, 아스날! 20분만 버티면 결승이다 결승!

- 흐어 진짜 리그 16위로 시즌 끝날 때가 엊그제 같은데 구너로서 진짜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아스날 화이팅!

- 남은 시간 동안 잘 버티고 이제 남은 리그 경기 집중해서 우승 하나 더 추가하자! FA컵이랑 챔스 결승은 5월이니까 좀 여유 있음

- 축따형! 축따형! 축따형!

- 쿠아바 마무리 지렸다. 솔직히 저기서 박자 빠르게 다이렉트로 처리하는 거 쉽지 않을 텐데!

하지만 그 장면을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축따튜브의 팬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르테타가 중도에 부임한 이후로 통째로 시즌을 보낸 것은 두 번째.

예전부터 아스날 팬들이었던 구독자들은 3년이 채 되기 전에 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아르테타에게 감탄하고 고마워한다.

더불어 구단에 관련된 여러 얘기를 하며 모두 남은 시간 동안 이변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공은 둥글고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아스날을 이끈 감독 미켈 아르테타와 주장 유건]

아스날의 승리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도 결승에 진출하게 되면서 세계 축구팬들은 아직 기간이 남은 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경기에 관련된 서사 정도는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두 팀 모두 현재 압도적인 폼을 보여주고 있었다.

더불어 시즌 초반부터 아스날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두 인물, 아르테타와 유건의 능력에 대한 것은 칼럼으로도 다뤄질 정도였다.

둘의 존재가 아스날이라는 구단에 지금 얼마나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 정상들의 만남, 그 결과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인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 우승자들의 싸움이라는 주제.

아직 진행 중인 리그 경기였지만 승점 차이로 봤을 때는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압도적인 그들이었다.

각 리그의 팬들은 서로의 자존심을 걸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리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어떤 팀을 응원하는 것은 일단 둘째로 치더라도 나라의 리그를 대표해서 맞붙는 두 팀이었으니까.

[한 시즌 득점 기록 경신 중인 후안 루이스, 도움 기록 경신 중인 유건 중 누가 빅이어를 차지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현재 축구계에서 신계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평가받는 두 선수의 만남.

프리메라리가에서 현재 시즌 51골을 기록하며 11-12시즌 메시가 만들어 놓은 한 시즌 리그 50골이라는 역대 최다골을 갈아치워 버린 후안 루이스.

도움 부분에 있어서 출전하고 있는 모든 대회의 도움왕이 거의 확정되어 있고 리그에서 40개의 도움을 기록한 유건.

꽤나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에 특화되어 있는 그들의 능력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생각보다 경쟁 구도 만들기를 좋아하고 거기서 한쪽을 응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아스날의 캡틴 유건, “루이스와의 좋은 승부를 기대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와의 경쟁은 항상 신나고 재밌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신 후안 루이스, “어린 시절부터 기다려왔던 만큼 내 인생 최고의 경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더불어 마드리드 유스 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내던 두 선수의 서사까지.

평소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면서 우정을 간직해온 그들의 만남이 성사된 것에 대해 기대감을 가진다.

“건, 나이스 패스다!”

“루이스, 오늘도 네놈은 미친 골을 넣어버리는구나!”

그리고 그러한 세간의 평가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당사자들은 설렘이 있는 것은 맞았지만 부담을 느끼거나 그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저 남아있는 리그 경기에서 주전들과 호흡을 계속 맞춰가며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마지막에 맞붙을 그 경기에서 승리를 챙겨가기 위해서 말이다.

“오빠, 다녀왔어?”

“우와, 오늘은 김치찌개 해준 거야?”

“⋯헤헤, 빨리 와서 먹어봐!”

리그 일부, FA컵 결승, 챔피언스리그 결승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스케줄을 모두 끝낸 여름은 또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일을 쉬고 런던에 와있었다.

요즘 요리하는 재미에 빠진 그녀는 유건이 훈련이나 원정 경기에서 복귀할 때에 맞춰 음식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시즌 중이었기에 많이 먹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던 유건이었지만 그저 감사함을 느끼며 맛을 보고 여름과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번 시즌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