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93화 (193/208)

193화. 마지막은 언제

‘⋯조금 더 빠르게, 제발!’

‘아으, 살짝 빗맞았나!’

하지만 그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각오를 신이 우습게 여기고 있기라도 하듯 경기의 양상이 반전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전반전보다 훨씬 악바리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맞았고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게 중계 화면으로도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한 끗이 모자랐다.

마찬가지로 경기장의 어떤 지역에 공이 있든지 신경 쓰지 않고 끊임없는 전방 압박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아스날 선수단에게는 말이다.

패스 플레이에 약간의 미스만 있어도 공을 차단당하거나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투욱-! 투욱-! 투욱-!

“정확하게 발밑으로!”

“나이스 패스야!”

사실 아스날이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펼치고는 있었지만 결과는 이미 나와 있었다.

그들은 이번 시즌 가장 완벽한 결과를 거두고 있었고 그에 받쳐주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베스트 라인업으로 꼽히는 선수들은 경기 중에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고 서로 팀원들의 의도를 이해했다.

반복된 훈련 세션에서 각자가 받기 편한 패스를 이해하고 배려를 담아 그쪽으로 공을 전달했으니까.

- 맨유가 진짜 열심히는 뛰는데 실속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유효슈팅은 결국 아스날 쪽에서 나오고 있음

- 토마스가 진짜 고군분투하는데 뭐라고 표현하는 게 좋으려나! 뚫리지 않는 바위를 계란으로 치는 느낌이랄까

- 솔직히 아스날 수비 라인이 완벽하고 파티노랑 카마메니가 너무 탄탄하긴 해. 근데 또 그만큼 공격 트리오랑 축따형이 그 인원으로 해결을 지어줘서 그런 거 아닐까

└ 이게 맞지. 4~5명이서 매 경기 골 만들어내는 게 신기한 거임! 축따형 패스가 매번 지리기도 하고

- 여기서도 우승하고 FA컵,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다 우승 가보즈아! 축따형 역사 한 번 써보즈아!

후반 30분이 넘어가는 시각까지 경기 양상은 축따튜브에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 맨유가 분투하지만 아스날이 압도했다.

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주장 완장을 차고 월드 클래스로 발돋움하고 있는 토마스 에르난데스가 중심에서 경기를 이끌어나가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에게도 세계 최고 수준의 동료들이 있었지만 현재 시점에는 아스날 스쿼드가 지난 시즌부터 아르테타 산하에서 맞춰온 호흡이 훨씬 좋았다.

더불어 마지막 퍼즐이었던 둠바의 영입으로 약점 없는 라인업을 구축한 그들은 사실 장점을 꼽는다면 공격보다는 수비였다.

공격은 그저 세 명의 미친 활약과 한 명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창조성과 패스 루트로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뿐이었으니까.

삐익-!

“빨리, 빨리! 뛰어서 나와!”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후반 20분 이전부터 이미 전술의 변경을 가져갔다.

수비수 한 명을 빼고 공격수 한 명을 추가로 넣는 도박의 수를 위해서.

경기장 안에 있는 선수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맨유 벤치에서는 크게 소리쳤었다.

삐익-!

“미친 듯이 뛰어야 한다. 이 대회의 마지막 경기니까 후회 없도록 해라!”

다음에도 이어서 꾸준히 공격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을 교체하는 텐 하흐였다.

이미 수비의 숫자는 모자란 상황에서 공격 라인의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교체를 추가로 활용한다.

경기장에 출전하려고 기다리는 선수들에게 남은 시간 동안 뛰면서 가져야 할 각오를 가슴속에 새겨준다.

삐익-!

“⋯어떻게든 한 골을, 한 골만 만들어내라!”

후반 40분이 되자마자 텐 하흐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가져간 마지막 교체.

해줄 수 있는 말은 이제 자신이 붙잡고 있던 그 끈을 전달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한 골이라도 넣어야 무승부를 만들어 연장전, 나아가 페널티킥으로 끌고 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삐익-!

‘에릭, 미안하지만 승리는 우리가 가져가겠습니다.’

하지만 아르테타라고 가만히 있겠는가.

5분 남은 상황에서 준비시켜놓은 교체 카드를 모두 활용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공격 라인의 선수를 빼고 수비를 강화하고, 미드필더 라인의 선수를 빼고 수비를 강화한다.

마세코가 지키고 있는 골문을 절대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말이다.

“텐 하흐 감독으로서는 정말 아르테타 감독의 멱살이라고 잡고 싶은 기분일 것 같은데요! 지금 1분 간격으로 선수들을 교체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전술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텐 하흐 감독도 똑같이 할 테니까요.”

“맞습니다! 아예 시간을 끌고 버티겠다는 마음이죠. 경기 종료까지 5분도 남지 않았거든요.”

“맨유 팬분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치사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게 축구라는 스포츠 아니겠습니까! 정해진 틀에서 이 정도는 정상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입니다!”

“얄미운 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승 트로피가 걸려 있으니까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아르테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턱을 괸 채로 경기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보면서 준비한 대로 한 명, 한 명씩 수석코치와 얘기하면서 교체를 가져갈 뿐.

그렇게 무서울 정도로 침착한 아르테타를 보면서 안준성과 전지우는 저마다 한 마디씩의 감상평을 덧붙여 경기가 끝날 때까지 중계를 이어간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우승컵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그저 확실하게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 마음을 먹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

삑-! 삑-! 삐이익-!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마침내 울려 퍼지는 경기 종료 신호.

아르테타가 마지막 교체를 가져가고 1분쯤 지났을까, 주심은 청명하게 경기를 종료시키는 휘슬을 분다.

그와 동시에 아스날 팬들의 함성은 웸블리를 전체를 채운다.

자신들의 팀이 우승했다는 것을 널리 공표라도 하듯이 말이다.

아스날, 카라바오컵 우승.

FA컵 생존.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프리미어리그 1위 유지.

출전하는 전 대회 생존 중.

***

[카라바오컵의 우승을 거머쥐면서 먼저 우승컵을 차지한 아스날, 리그에서도 순조롭게 질주를 이어 가다!]

[아스날의 로테이션 멤버들을 눈독 들이는 프리미어리그의 팀들!]

[FA컵 4강도 좋은 대진으로 결정되면서 아스날의 행보에 청신호!]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기세를 탄 아스날은 리그 경기에서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최소 다음, 다다음 경기까지의 일정을 보고 아르테타는 라인업을 구상했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로테이션 멤버들이 꾸준하게 활약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의 팀들 중에서는 이미 주전 자리를 보장하면서 아스날의 선수들에게 접촉하고 있는 팀도 있었다.

꽤 쏠쏠한 활약을 하는 그들도 주전에 대한 욕심이 없진 않을 테니까 어쩌면 가장 필요한 조건을 보장해주고 시작하는 양쪽 다 윈윈하는 협상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이적시장이 열리지 않은 시즌 중이었기에 협상 테이블에 멈춰있을 뿐, 선수들의 이동은 없었다.

그렇게 갖춰놓은 준 더블 스쿼드의 라인업으로 아르테타는 아스날을 점점 세계의 정상 수준으로 이끌고 있었다.

“더 빠르게! 상대방한테 틈을 주지 마!”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 중앙선 부근 지역과 측면 지역이다!”

“캐시와 러너는 그곳에서 공을 받는다면 드리블을 실패하는 것보다 역습을 위한 커팅을 당하는 게 더 위험하다!”

멈추지 않는 훈련 세션의 연속.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에 FA컵과 챔피언스리그가 함께 배정되지 않은 일정에는 꽤 여유롭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평소보다 수준을 낮춰서 세션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경기가 있는 것과 두 번 있는 것은 얘기가 많이 달랐다.

3일 간격으로 경기가 있다면 근육에 휴식을 주는 일정도 빠듯할 정도였다.

그 와중 훈련을 진행하고 90분간의 혈투를 펼치는 것은 평생 운동만을 해왔던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로봇은 아니었고 평범한 사람들과 몸 구성 자체는 동일했으니까.

“하나, 둘, 셋, 넷!”

“스트레칭까지 집중해라!”

그래서일까 훈련 세션을 진행하면서 일정을 마무리하는 스트레칭 시간에도 코치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세션의 시작과 끝에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움직여주는 것이 얼마나 도움되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고,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코치들로서는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 또 얼마나 집중해서 보겠는가.

조금이라도 대충하는 시늉을 한다면 곧바로 호통이 날아오는 아스날의 트레이닝 센터였다.

‘마지막은 언제⋯.’

그리고 잠깐의 휴식 시간을 이용해서 고민하고 있는 유건.

그는 최근 들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 쉬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생각해보고 있었다.

4단계까지 진행한 동기화에서 과연 다음 동기화 서비스가 존재할지, 아니면 이번 단계가 마지막일지.

[지네딘 지단의 데이터 동기화율 92.15%]

가장 먼저 동기화를 시작했고, 아직까지도 유건의 머리 스타일을 대머리로 유지시키고 있는 지네딘 지단.

이제 90%마저 넘어버린 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지단이라고 생각되는 장면을 매 경기 보여주고 있었다.

[토마스 로시츠키의 데이터 동기화율 99.72%]

로시츠키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가장 낮았던 2단계 동기화여서일까, 빠르게 올라가는 동기화율은 이제 100%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주변의 선수들과 이대일 패스를 주고받을 때마다 아스날 팬들은 로시츠키의 환영이 스쳐 지나간다고 떠올릴 정도였다.

움직이는 동작마저 비슷했기에.

[메수트 외질의 데이터 동기화율 80.13%]

[데이비드 베컴의 데이터 동기화율 61.22%]

현재 39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역대 프리미어리그 도움왕 기록을 거의 두 배 수준으로 갱신할 준비를 하고 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동일했다.

사실 외질의 동기화율만 80%가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지단, 로시츠키, 베컴의 동기화율이 합쳐진 이상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들 모두는 월드 클래스라는 수준에 올랐던 선수들이었고 세계적으로 확실하게 인정받았었다.

개개인마다 다른 사정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공통적으로 압도적이었던 선수들.

그랬던 사람들의 축구 실력을 합쳐놓은 것이 유건인 만큼 공격 포인트가 부족하면 부족했지 넘치는 것은 또 아니었다.

‘루이스⋯.’

그런 생각들도 잠시 결국 마지막에 떠오르는 것은 동일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동기화라는 능력 덕분에 지금 세계에서 한 손에 꼽히는 선수가 되어 가고 있는 유건.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보다 앞에 놓이는 선수가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초신성을 넘어 축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후안 루이스가.

어린 시절 자신의 친구는 그런 특별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단순하게 축구라는 종목을 위해 태어났던 것이다.

아니면 정말 축구의 신이 인간 세상에 놀러 왔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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