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90화 (190/208)

190화. 도전하고 싶은 기록입니다

[(오피셜) 아스날의 캡틴 유건, 7년 재계약]

산 시로로 가는 원정길에 오르기 전 아스날 선수단 중 가장 먼저 조건을 협상하고 재계약을 체결한 것은 바로 유건이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처음부터 엄청난 조건들로만 제시를 해온 아스날이었기에 길게 끌지 않았다.

그리고 유건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재계약 체결을 몇몇 다른 선수들이 자신들의 재계약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았었다.

모두 그의 리더십을 좋게 보고 있었고 앞으로 무언가를 함께 이루고 싶어 했다.

“다들 보셨죠?”

“저는 이제 아스날에 뼈를 묻기로 했습니다!”

유건은 재계약 오피셜이 발표 난 이후 오랜만에 별튜브 방송을 켜서 구독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가끔 다음 팀으로는 어떤 곳들을 생각하냐에 대한 질문도 나오고 있었는데 이번 소식은 그 질문에도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아무리 젊은 나이라고는 하지만 7년 재계약에 바이아웃 삭제는 이 팀에서 계속 뛰겠다는 유건의 마음이 담겨있었으니까.

“나도 보고 싶다! 이제 촬영 가야 하나?”

“응응, 오빠도 내일모레 원정 가니까 이제 잘 준비해! 컨디션 조절해야지.”

“알겠어, 일어나면 연락 남길게!”

약 한 시간 정도의 방송을 종료한 이후, 유건은 하루에서 훈련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여름과의 통화를 마쳤다.

이제 만난 지 삼 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결혼을 약속한 만큼 서로 매일같이 전화하는 일상을 변화시키지 않았고 귀찮아하지도 않았다.

구단의 위치상 앞으로도 유건은 런던에서 지내야 하기에 미래에도 그들이 떨어져서 지낼 가능성이 높을 것은 아직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오래 고민하고 서로에게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지 않을까 예상만 해볼 뿐이었다.

***

“산 시로는 홈팬들의 응원 열기가 대단하다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안필드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곳에서도 승리를 따냈던 게 우리 아스날이기에 이번 1차전에서도 먼 곳까지 원정을 와주신 우리 팬분들을 기쁘게 해주도록 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챔피언스리그 8강 상대 AC 밀란.

그들의 구장 산 시로 스타디움.

그곳을 쥐세페 메아짜라고 부르는 인테르와의 밀라노 더비는 세계 최고 더비 매치 중 하나라고 불릴 정도로 명문이라고 평가받는 팀의 팬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만큼 엄청난 응원 열기와 승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경기장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최근 경기력들을 놓고 비교했을 때는 아르테타가 비교한 안필드에서의 승리가 상대적으로 훨씬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세리에 A 소속팀들이 유럽 대항전에서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팀을 만날 때마다 패배했으니까.

삐이익-!

그렇게 시작된 경기는 최근 리그끼리의 상대 전적, 해당 리그에서의 성적 등에 기반한 전문가들의 평가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세리에 A에서 지난 시즌 2위를 거두었지만 이번에는 중위권을 맴돌고 있는 AC밀란은 16강에서도 운 좋게 피케이를 두 번이나 얻어내서 올라왔다.

반면 엄청난 경기력으로 지난 시즌 우승에 이어 이번 시즌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스날은 포르투 FC를 거의 파괴시켰다.

그에 기반한 관계자들의 예상은 아스날의 압도적인 승리.

와아아아-!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이번만큼은 도박사들의 배당률이 1.1 이하였던 것이 정확하다고 증명하듯 아스날은 산 시로의 홈팬들을 침묵에 빠지게 만들었다.

아직 후반전은커녕 전반전이 끝나가고 있을 뿐인데 전광판에는 2:0이란 스코어가 적혀있었으니까.

오랜만에 득점을 기록한 살리바의 선제골로 시작해서 유건의 멋진 패스를 방금 정확하게 때려넣은 쿠아바까지.

첫 골을 실점할 때부터 표정이 어두워지던 밀란의 팬들은 그저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아스날 원정 팬들의 환호성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득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와 엇비슷한 상황까지는 끌고 가야 응원을 할 맛이라도 나는 것 아니겠는가.

“건, 지금 넣어줘도 돼!”

“여기 계속 공간 비어있어, 건!”

“뒤쪽으로 찔러줘, 건!”

하프타임이 지난 이후 후반전이 시작했음에도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점유율 70% 이상을 유지하며 산 시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스날이었고, AC밀란이 얼마나 잘 안 풀리고 있는지는 선수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가쁜 숨을 내뱉으며 공을 쫓아다니고 있는 그들의 안색은 어둡고 해결책을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

사실 이럴 때는 감독의 용병술이나 적절한 전술 변경으로 선수들의 멘탈을 지켜줄 수 있겠지만 밀란의 감독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미 이번 시즌 리그에서도 많은 시도를 했었으나 모두 실패만을 경험했었으니까.

“스미스, 클락! 몸은 다 풀었나? 유니폼으로 갈아입도록!”

“알버트, 한 명에게 부탁해서 자코를 워밍업 시켜주게.”

오히려 한 골을 더 넣고 3:0을 만든 아스날의 감독 아르테타가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전술 변경을 시도하고 있었다.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었기에 최대한 기존 선수들을 활용한 이후 생각하고 있는 것은 70분경.

68분 정도가 되자 미드필더 선수들에게 신호를 주고 수석 코치인 알버트를 불러서는 또 다른 변화를 위해 지시를 한다.

그렇게 이기고 있음에도 승리에 굶주려 있는 자세가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경쟁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삐익-!

“파티노와 카마메니가 빠지는군요? 꽤 의외의 선택입니다, 아르테타 감독! 어떤 의도일지 궁금해집니다!”

“일정이 쉬지 않고 계속 진행되니 가장 많이 뛰어야 하는 선수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것 아닐까요? 혹시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라면⋯”

“⋯이제까지 본 아르테타 감독의 모습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정말 그 의도가 사실이라면 상대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치를 떨 수밖에 없겠는데요? 이미 3:0으로 앞서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 아르테타가 첫 번째 교체로 선택한 것은 두 명의 볼란치를 새로운 미드필더들로 교체하는 것.

안준성과 전지우는 정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아르테타의 의도를 추측해본 것이지만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안정감은 이전보다 떨어지겠지만 뒤에 있는 둠바와 살리바의 존재는 보다 공격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

남은 시간 동안은 체력이 넘쳐나는 클락을 후방에 두고 유건과 스미스를 좌우로 벌려 하프 스페이스를 노린다.

‘⋯젠장, 언제 끝나는 거야?’

‘이렇게나 수준 차이가 난다고⋯’

당연히 밀란 선수들은 죽을 맛이었다.

지금까지 경기를 치르면서 개인별로 공을 잡은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아스날의 패스 플레이를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빠졌으니까.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끝나기만을 빌면서 좌절하고 수준 차이를 실감하는 수밖에 없었다.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준비하며 최근 아스날의 플레이 영상은 수없이 돌려보았음에도 실제로 체감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으니 말이다.

- 나이스으!! 프리킥 개지렸다, 축따형!! 오늘도 역시 미친 활약으로 기쁘게 해주시네

- 축따형! 축따형! 축따형!

- 이제 베컴 따라 하는 수준이 아니라 베컴이 환생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인데? 진짜 성공률이 거의 10%에 육박하는 것 같은데

- 덕분에 확실히 지금 전 세계에서 프리킥 부분에서도 최고를 놓고 다투고 있는듯? 시티랑 마드리드에 한 명씩 더 있고

- 저기서 저 코스를 보고 찬다고? 말도 안 되네

마무리를 짓는 유건의 쐐기골이 후반 89분에 프리킥을 통해서 터져 나왔다.

골대보다 우측 위치였기에 왼발인 쿠아바나 다른 선수가 찰 수도 있었지만 유건은 이번 킥에 자신이 있었다.

베컴의 영상을 보면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프리킥.

그의 동기화를 시작한 이후 훈련 세션을 진행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개인적으로 연습해왔다.

그게 최근 결실을 맺기 시작하면서 성공률이 높아지고 코스 자체도 날카로워져서 실전에서 도전해본 것.

오른발로 골대의 우측 상단이나 하단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 골대를 보고 벽을 살짝 넘기며 날아가는 킥.

삐이익-!

‘드디어⋯!’

왼발 키커가 찼다면 골키퍼는 그쪽 공간에 있었겠지만 유건의 다리가 공을 때리는 순간 우측으로 몸을 재빠르게 날린다.

하지만 애초에 유건이 생각한 코스는 반대편인 왼쪽 공간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벽을 넘겼다면 당연히 빈 골대로 빨려들어 갈 뿐이었다.

주심의 휘슬이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으며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목표로 삼고 노력해오던 프리킥이 들어갔던 방금 전의 순간은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그에게도 짜릿한 순간이었으리라.

***

[프리미어리그 1위 아스날, 브렌트포드 FC를 상대로 2:0으로 승리하며 무패 기록 유지]

[스승의 기록에 도전하는 미켈 아르테타, “당연히 도전하고 싶은 기록입니다. 그 기록을 사람들 모두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거잖습니까?”]

토마스 프랑크가 오랜 기간 맡으면서 프리미어리그에 붙박이처럼 생존하며 경쟁한 브렌트포드 FC.

하지만 감독 교체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그들은 이번 시즌 강등권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AC밀란과의 1차전 이후 펼쳐진 리그 경기에서 아르테타는 처음부터 로테이션 멤버들로 출전시켰다.

승리만이 필요한 승점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의 신뢰에 보답하듯 선수들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두 골을 몰아치며 승리라는 단어로 보답해주었다.

[(오피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 디데 쿠아바, 아스날과 6년 재계약 체결]

[(오피셜) 아스날의 핵심 중 한 명이 되어버린 제이든 캐시, 아스날과 6년 재계약 체결]

더불어 유건의 재계약 이후, 아스날의 핵심 선수들이 하나둘씩 재계약을 늦지 않게 체결하며 사인하는 사진이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모두가 주장의 결정이 어떻게 될지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팬들로서는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고 사실 그것은 보드진이나 감독, 코치진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선수를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해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금액을 준비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기 때문에.

투웅-! 투웅-!

그리고 팀원들의 재계약 소식이 뜨면서 전 세계 아스날 팬들과 구단 직원들이 안도감을 표하고 행복을 느끼는 가운데, 유건은 흥분된 표정으로 집의 마당에서 공을 리프팅하고 있었다.

가끔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었고 최근 빈도가 잦아지고 있었다.

모든 대회에서 승리하고 싶었기에 마주치는 선수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말이다.

오늘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선수는 바로 토마스 에르난데스.

‘토마스라⋯’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이후 예정된 아스날의 경기.

카라바오컵이라 불리는 영국 리그 컵대회의 결승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하는 경기였다.

양 팀 다 승리만을 바라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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