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화. 다른 팀으로는 못 가겠네
출렁-!
유건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골을 원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일까, 쿠아바의 슈팅은 그대로 맨체스터 시티의 그물을 찢어버릴 듯이 빨려들어 갔다.
전반 42분 아스날이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먼저 선제골을 뽑아내게 되면서 치열했던 경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순간이었다.
실시간으로 슈퍼 컴퓨터가 분석하는 아스날의 승리 확률이 73%로 올라가는 순간이기도 했고.
와아아아-!
“이거지, 이거지!!”
득점 이후 원정석에 앉아있는 서포터들을 향해 이미 달려간 쿠아바는 그들 앞에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멋진 골을 내가 만들었으니 환호해주시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더욱더 큰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의미를 담은 세레머니.
지난 시즌은 득점왕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던 쿠아바.
리그에서 20골을 넣으며 그 말을 실현시키고 있었던 그였기에 팬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선수였다.
헤일 엔드 출신일 뿐만 아니라 지금 얘기가 오가고 있는 재계약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슈 없이 아스날에 남겠다는 의사를 이미 표했으니까 말이다.
“젠장, 건이 처리할 줄 알았어 미안해!”
“이미 들어간 거 어쩔 수 없잖아! 다시 해보자”
그리고 그런 세레머니를 바라보는 맨체스터 시티의 골키퍼와 수비수 선수들은 각자 스스로의 실수를 고백하며 미안함을 표했다.
각자 잘못된 선택을 해서 실점을 한 것 같으니 다음번에는 조금 더 확실하게 해보겠다고.
그렇게 실점을 했지만 마음을 다잡으면서 오히려 남은 시간 동안 반전을 꾀하고 있었다.
아직 45분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이었으니까.
***
‘⋯주기 쉽지 않네.’
하프타임 이후, 시작된 후반전에서도 치열한 경기 양상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펩 과르디올라가 공격적으로 전술을 변경하면서 보다 더 치열한 분위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
그에 맞춰 상대적으로 아스날의 투 볼란치가 보다 더 아래쪽으로 라인을 내리고 있었기에 함께 중앙선 아래쪽에 위치한 유건.
단단하게 수비를 하고는 있었지만 반대로 공격 지역에 머무르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공격을 위한 루트를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물론 순간적인 역습 상황에서는 변함없이 정확하게 찌르는 패스로 맨체스터 시티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젠장, 또 저 녀석들이야!”
“세 명 다 오늘 미친 거 아니냐고!”
그리고 사실 오늘은 아스날에서 유건보다 맨체스터 시티를 괴롭히는 세 명의 선수가 있었다.
먼저 전반전 위기 상황에서 짧은 움직임들로 시티의 선수들을 위협해서 역습을 막아낸 둠바.
그와 파트너를 이루면서 짧은 패스에 이은 드리블과 긴 패스를 활용한 돌파를 모두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선제골의 주인공 쿠아바였는데, 그는 오늘 폼이 좋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어떠한 패스라도 모두 유효 슈팅으로 만들고 있었다.
- 쿠아바가 지금 폼으로 보면 하나 더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늘 진짜 미친 수준인데!
- 공격진들 부담도 덜할 것 같음. 둠바랑 살리바가 뒤에서 확실하게 지켜주니까 마음 편하게 골만 노릴 수 있네
- 러너가 오늘 좀 안 보이긴 하네. 시티 사이드백한테 너무 힘을 못 쓴다.
└ 대신 미드필더진이 미쳤으니까 봐주자. 오늘 진짜 파티노랑 카마메니가 포백 보호 지리잖아
└ 동의함. 축따형이야 원래 미쳤지만 다른 둘도 폼 좋아보임
그런 모습을 확인해서일까, 축따튜브의 구독자들은 맨체스터 시티보다 아스날이 승리를 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물론 유건에 대한 팬심이 더해졌던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중계화면 상에서의 그들은 폼이 좋았던 것도 사실.
티키타카 전술의 틀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개인 능력과 서로의 호흡으로 시티와 엇비슷한 패스 플레이를 자랑했고 그들보다 압박 부분에서 훨씬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기반으로 득점을 했던 전반전에서마저 밀렸던 점유율 측면에서도 거의 따라잡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시티가 공격을 주도하고 아스날이 수비를 하는 형국이긴 했지만 말이다.
“감독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쯤에서는 교체가 필요⋯”
“생각하고 있네. 둠바와 살리바의 라인이 너무 단단하고 그걸 지켜주는 이들마저 탄탄해서 아직 나도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군.”
천하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이번 시즌만큼은 아르테타가 갖춰놓은 탄탄한 밸런스의 스쿼드에 애를 먹고 있었다.
그나마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사이드백 쪽의 공간을 노려보았지만 결국 중앙 수비수들의 커버로 성공을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후반전이 끝나가고 있는 지금 시간까지 성공적인 용병술을 보여주지 못하고 고민에 휩싸였다.
시도는 했으나 먹혀들지 않는 아스날 선수단과 벤치 쪽을 원망하면서 그저 그들을 맞아 경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 사실 전술에서 변경을 줄 때마다 아르테타가 유건을 통해 세세하게 위치 조정을 하며 곧바로 대응해버리니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둠바의 영입은 클럽 레코드 그 이상의 가치야. 수비 라인에 완벽한 안정감을 가져왔어.’
그리고 그런 상대팀 감독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스날을 이끌고 있는 미켈 아르테타는 이번 시즌 구성된 선발 라인업에 또 한 번 만족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살리바의 파트너 자리를 두고 스쿼드의 모든 선수를 돌려 써보았지만 만족하지 못했던 지난날과 비교해보면서.
둠바의 존재는 그 걱정을 날려버리는 것을 넘어서 아스날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일까 아르테타는 영입에 필요했던 클럽 레코드급의 자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정도 금액으로도 현재 시점에서는 영입이 불가능한 유건의 존재도 그의 마음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고 말이다.
삐이익-!
결국 울려 퍼지는 주심의 휘슬.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의 FA컵 경기는 1:0의 스코어로 승부가 결정지어졌다.
수많은 양 팀의 유효 슈팅에도 한 골밖에 터지지 않았던 것은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예측했던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일 것이다.
그만큼 치열한 경기였었기에.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가는 것은 바로 아스날입니다! 맨체스터 시티를 이기고 FA컵 다음 라운드에 진출합니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고 불렸을 만큼 치열했던 경기였는데요. 한 번 뚫어낸 아스날이 결국 이겼습니다!”
“강팀들 간의 경기에서는 1점 승부로 갈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기기 위해서는 뚫어내야 합니다!”
“이로써 아직 아스날은 참여하고 있는 모든 대회에서 승리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세를 몰아서 챔피언스리그도 4강에 진출했으면 좋겠습니다!”
“8강에서는 AC 밀란과의 경기가 성사되었죠? 세계적인 명문 팀들의 경기이니만큼 좋은 경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계를 마치는 안준성과 전지우는 아스날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치열한 경기에 대해 다시 한번 감상평을 말하고 있었다.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보여준 수준 높은 플레이에서부터 승리를 결정 짓는 활약을 올린 유건에 대한 극찬까지.
더불어 다음 주에 펼쳐질 경기에 대해서 예고하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오래전 보여주었던 막강한 모습까진 아니더라도 그들은 약해졌다는 평가를 이겨내고 8강에 진출했다.
그런 저력 있는 이탈리아의 명문 팀을 상대로 펼치는 유건의 첫 경기였기에 이미 기대감은 많았고, 하루 빨리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았다.
유건이 그들을 어떤 식으로 부숴버릴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
“솔직히 여기서 더 제시할 조건도 없지 않냐? 이 정도 조건이면 수락해도 나쁘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렇지. 오히려 이렇게까지 해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말이지.”
“아니, 이 정도는 충분히 받아야지! 네가 지금 세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짜식아.”
“⋯뭐, 사실 돈은 목적이 아니니까”
FA컵 승리 이후, 아스날 구단 측에서는 다시 한번 유건에게 재계약을 제시해왔다.
맡고 있는 유소년들을 명문 클럽팀에 몇 명 보내게 되면서 런던에서 꽤 이름을 날리는 에이전트가 된 최창훈.
그가 오랜만에 유건에 관련된 문제 중에 스폰서 등의 문제가 아닌 프로 선수 계약 건을 맡았다.
그동안 놀고만 있던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아스날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엄청난 조건을 받아왔다.
우선적으로 구단에서 최고 주급자로 상승시키는 것은 물론 골과 어시스트, 리그 우승 등에 대해 구단이 무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조건들.
그 대가로 있던 바이아웃 조항을 삭제시키긴 했지만 이 부분은 이미 유건과 협의된 사항이었다.
‘⋯이걸로서 다른 팀으로는 못 가겠네.’
바이아웃 2,500억.
사실 원래 있던 그 조건으로도 유건을 영입할 팀이 많지는 않았겠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아예 삭제를 시켜버렸다.
그 말은 다른 팀에 절대 판매하고 싶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가고 싶다는 뜻이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유건이 그런 조건에 망설임 없이 승낙을 했던 이유는 스스로도 확신이 생겨서였다.
팀을 발전시켜가고 있는 아르테타와 코치진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선수단에 대해서도 믿음이 충분했다.
둠바, 쿠아바, 캐시, 카마메니 등의 젊고 월드 클래스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에서부터 살리바, 파티노라는 이미 월드 클래스 수준의 베테랑 선수들까지.
[정석을 뛰어넘어 리빌딩의 교과서를 써 내려가고 있는 아스날, 아르테타는 어떤 마법을 부렸는가]
[밸런스가 완벽한 아스날의 스쿼드, 과연 그들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그런 환상적인 리빌딩 과정과 압도적으로 좋은 밸런스를 갖춘 스쿼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분석하기 좋아하는 팬들의 칼럼, 글까지 쓰일 정도였다.
분명 선수들의 네임 밸류로만 따진다면 솔직히 아직까진 부족한 아스날의 선수단이었음에도 꾸준하게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심지어 그들의 나이는 어리기까지 했기에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엄청났다.
베스트 라인업으로 꼽히는 선수들 중 30살을 넘은 사람이 소우사, 파티노, 살리바 세 명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스날의 젊은 캡틴 유건의 리더십은 어떤 형태로 경기에서 드러나는가]
그리고 그런 밸런스 있는 아스날의 스쿼드를 이끄는 주장 유건이 경기 중에 외치는 입 모양 등을 편집해서도 칼럼이 쓰여졌다.
경기 시작 전 모두를 모아놓고 손뼉을 마주치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경기 중 공이 나간 상황에서 아르테타와 얘기를 한 뒤 그것을 전파하는 장면까지.
마지막으로는 득점 이후 세레머니를 끝내고는 다시 한번 원을 그리고 중앙에 서서 끝까지 집중력을 요구하는 모습도 나왔다.
그렇게 리더십도 주목받으면서 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유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