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열렸다
[FA컵에서 맞붙게 되는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 미리 보는 결승전]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이후, 며칠 뒤에 있었던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경기였는데 전반에 캐시가 해트트릭을 꽂아 넣은 덕분에 후반전에는 로테이션을 가동한 아르테타.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하긴 했으나 점수 차이를 유지했고 로테이션 선수들의 경기력도 유지할 수 있었다.
포르투와의 2차전 이후에는 그다음 주에 치러질 것이라 예정되어 있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FA컵 경기가 있었으니 체력 분배를 위해서는 말이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FA컵을 계속 올라오고는 있었지만 리그 순위표에서 1위와 2위의 대결답게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매치였다.
[최고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아스날이 다음에 맞붙을 상대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그리고 전문가들은 이미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 붙게 될 상대들에 대해서 추측하고 있었다.
배팅 비율만 보더라도 아스날은 진출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압도적인 우세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것이 1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너무 일방적이었기도 했고,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 베스트 라인업의 체력을 비축한 아스날이었기에 당연한 예상이기도 했다.
챔피언스리그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FA컵, 카라바오컵 등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가로막는 팀들을 모두 이기고 올라가고 있는 그들이었으니까.
***
[합산 5:0의 스코어로 포르투를 격파하고 챔피언스리그 8강으로 향하는 아스날!]
[1, 2차전 합산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유건, 챔피언스리그 도움왕은 이미 그의 것]
전 세계 축구 관련 대다수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포르투의 홈구장이었지만 압도적인 반코트 경기는 이어졌고 세트피스와 하나의 필드 골로 두 골 차 승리를 거두었으니까.
더불어 총 5점 차이를 내면서 8강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또 한 번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기록적인 부분에서도 16강에서만 1, 2차전 각각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챔피언스리그 3골 10어시인 유건.
매년 차이는 있지만 도움왕을 받는 선수의 기록은 보통 어시스트가 10개 이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미 유건이 내정되어 있다는 칼럼은 과장해서 쓴 것이 아니었다.
“건, 더 빠르게! 거기서 반 박자만 더 빠르게! 할 수 있잖아?”
“네, 감독님!!”
하지만 그런 유건도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 세션을 진행할 때는 지적을 수없이 받았다.
보통 경기장 내에서 선수들이 뛰면서 경기 양상을 살피는 것보다 밖에서 바라보는 게 더 정확하게 살필 수 있다고 하는데, 아르테타는 그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감독상을 휩쓸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증명된 부분이었고 아스날 선수들도 거부감이 없었다.
그가 지적해주는 것들은 확실히 자신들이 발전시켜야 하는 세세한 것들이었으니까.
“시즌 반절을 넘었지만 아직 마무리를 짓기엔 한참 남았다. 한 팀 한팀 집중해서 이겨나가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리고 인터뷰 등에서 꾸준한 성적에 어울리는 자신감을 외부로는 보여주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신중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아르테타였다.
구단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승리를 바라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 감독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가 그렇게 해주는데 선수들이 어떻게 따르지 않겠는가.
그저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멋진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은 게 당연했다.
삐익-!
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그렇게 방심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를 확실하게 준비하고 있는 아스날의 경기가 또 한 번 진행되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아스날 VS 에버튼의 경기가 지금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로테이션을 가동했음에도 점유율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지만 아직 득점을 못 하고 있던 상황인 후반 70분, 유건과 쿠아바가 함께 투입되고 있었다.
“클락, 4-4-2의 형태로 전환하면서 스미스와 중앙 지역을 맡아줘!”
“그럼 자코는⋯, 아 내려오고 있구나 확인했어!”
이번 시즌 영입했던 윙포워드와 미드필더가 로테이션 멤버였지만 꽤나 쏠쏠한 활약을 해주면서 항상 이겨왔었다.
하지만 아직 경기 시간이 20분 남아 있는 시점이었기에 아르테타는 리그 1위를 유지하기 위해 건쿠 조합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던 것.
쿠아바와 콜이 투톱을 구성하고 사이드에서 스탠딩 윙어 형태로 자코가 위치하면서 클락과 스미스가 중앙 미드필더를 맡는 4-4-2의 형태로 전술을 변경했다.
스으으-! 뻐어엉-!
그리고 아르테타가 선택한 두 선수는 짧은 시간이 남아있는 이 순간, 경기의 밸런스를 무참히 파괴시킬 만한 수준에 충분히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들어오자마자 뿌려대는 유건의 패스는 빈 공간을 이리저리 파고들어 아스날의 공격을 주도했다.
짧은 패스, 긴 패스를 가리지 않고 소름 끼치는 정확도로 팀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했으니까.
콰아악-!
“주고 들어가!”
평소 두 명의 중앙 수비수를 상대하면서도 많은 경우에 우위를 따낸 쿠아바는 마크맨이 한 명인 오늘 경기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축구화를 잔디에 깊게 박아넣고 최전방 지역에서 키핑하는 것을 바탕으로 주변으로 전진해오는 팀원들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내준다.
단 두 명의 교체를 가져갔던 아르테타였지만 경기 시작부터 뛰고 있던 아스날 선수단 입장에서는 마치 막혀있던 갈림길을 뚫기 위한 새로운 길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들이 벤치에 있던 이전까지의 후반전 20분보다, 함께 뛰고 있는 5분동안 더 많은 유효슈팅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니까.
“건을 막아!”
“쿠아바한테 같이 붙어줘!”
반면에 악착같이 에버튼 선수단 입장에서는 그들의 존재가 재앙처럼 느껴졌다.
맨투맨 마크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한 명의 압박으로는 막을 수 없을 거라고 말하는 듯이 날뛰고 있는 모습은 불안함을 불러왔기에.
그저 주변에 있는 팀원들에게 같이 수비를 해달라고 외치는 것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 축따형 이제 클래스가 한 차원 위에 있다. 확실히 그냥 이제 신계로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음!
- 에버튼도 이번에 영입 많이 하면서 중상위권 유지하고 있는데 들어오자마자 저렇게 축구 해버리면 선수들 현타오는 거 아닐까?
- 우선 축따형이랑 쿠아바 둘 다 한 명의 압박은 방해 전혀 안 되는 것처럼 플레이하는 게 에버튼 입장에서는 제일 큰 문제일 것 같음
- 그래도 일단 제일 중요한 건 득점이긴 한데, 끝나기 전에 한 골은 넣을 수 있겠지?
└ 축따형을 의심하지 말자. 보란 듯이 만들어낼 거라고 믿자!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득점에 대한 희망은 많이 없었던 경기에서 곧바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유건이 투입된 이후 축따튜브의 채팅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곧 경기의 균형을 깨버리겠다는 듯이 움직이고 있는 아스날 선수들을 보면서 말이다.
전광판의 스코어가 동점인 사실은 아직 변함없었지만 구독자들은 믿고 있었다.
축따튜브의 채널 주인이 이런 상황에서 항상 해결책을 찾아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투욱-! 투욱-!
이번에도 똑같았다.
답답한 상황을 해결한 것은 바로 유건.
왼쪽 측면에 자리 잡아서 경기를 풀어나가던 그는 왼쪽 사이드백과의 이대일 패스를 통해 보다 중앙으로 이동하는데 성공.
투욱-! 투욱-!
거기서 멈추지 않고 패스를 받아주기 위해 최전방에서 움직인 공격수에게 패스를 주고 보다 더 전진한다.
그런 유건에게 당연히 리턴 패스를 내주는 쿠아바였고.
그리고 그 순간, 수비를 한 명씩 등지고 있는 쿠아바와 콜은 각자 원하는 슈팅이 편한 자리를 잡기 위해 움직인다.
콰아앙-!
‘⋯열렸다!’
그 움직임을 응시해서 에버튼의 중앙 수비수들은 지키고 있던 중앙 지역에서 약간은 측면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아스날의 투톱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그쪽으로 패스가 들어간다면 바로 슈팅까지 연결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유건은 그들이 예상하는 그것과는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수비수들이 움직이며 골대와 자신 사이의 공간이 열린다는 것을 느낀 즉시, 공의 중앙보다 윗부분을 맞히면서 강하게 깔아서 슈팅을 날린다.
“유, 유건 선수가 또 한 번 아스날의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에 성공합니다! 아주 멋진 중거리 슈팅으로 에버튼의 골문을 열어버립니다!”
“투톱의 전술적인 움직임 자체도 좋았는데 그 찰나의 타이밍을 노려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슈팅으로 가져간 유건 선수가 정말 대단합니다!”
“중계 화면에 비치는 에버튼 선수들이 벙찔 만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실점 없이 잘 버텨냈거든요!”
결과는 골이었다.
이번 시즌 유건의 개인적인 능력이 더 발전했다고 전문가들 및 팬들에게 평가받는 이유는 득점력 부분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기 때문.
정확하게 골대 좌측 하단으로 빨려들어 가는 슈팅은 골문을 지키고 있는 수문장도 막기 쉽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에 반응하면서 방향을 맞춰 몸을 날렸는데 뻗은 손에 공이 걸리지 않았으니까.
와아아아-!
홈팬들이 엄청난 환호성을 내지르는 이 순간, 전광판의 시계는 후반전 8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스날,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승리하며 21승 2무 유지.
유건, 리그 13골 26어시스트 기록.
***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다들 우리를 우승 후보로 평가해주지만 아스날이 건재하다. 지난 시즌의 우승팀이 당장 남아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들의 뒤를 쫓아갈 뿐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FA컵에서도 이기고 싶고 리그에서도 이기고 싶다. 유건을 막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사실 네 개의 대회를 동시에 출전하고 있는 아스날이었기에 당장 며칠 전에 리그 경기가 끝났음에도 쉬지를 못했다.
당장 내일모레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FA컵을 위해 원정길에 오르는 것이 예정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아스날을 맞이하기 위해 맨체스터 시티의 레전드 감독이자 프리미어리그의 역사가 되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는 인터뷰로 그들을 반긴다.
예전 아르테타가 자신의 수석코치로 있던 시절을 언급하며 칭찬을 하고 현재 폭발적인 모습으로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스날을 칭찬한다.
그 와중에도 승리에 대한 욕구를 표현하면서 유건에 대한 견제심을 나타낸다.
[에버튼전 이후 예상과는 다르게 겨우 1대0으로 승리했다는 말에 언성을 높인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겨우요? 이곳은 프리미어리그입니다. 모든 경기는 한 골 승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고 그런 말은 상대팀에게 무례한 발언인 것 같습니다”]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당장 다음에 맞붙을 맨체스터 시티를 이기고 FA컵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고 싶다”]
그 이전에 리그 경기가 끝나고 먼저 관련해서 얘기를 꺼냈던 아르테타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에버튼에 대한 존중심을 잃지 않고 대답한 그의 인터뷰 스킬도 칭찬받았고, 이제 사람들은 두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시선을 이틀 뒤에 치러질 경기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FA컵, 맨체스터 시티 VS 아스날.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주인공을 뽑는 매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