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왜 이렇게 아프냐
[엄청났던 지난 시즌보다 훨씬 폭발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인빈서블 시절 환상적이었던 스쿼드의 아성을 넘보는 아스날]
[이번 시즌이 끝나고 우리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인 건이 기록할 공격 포인트 추측]
[4-2-3-1로 고정시켜 놓은 것 같지만 매번 사소한 부분들이 조금씩 변경되는 아르테타의 전술을 파헤친다]
리버풀전을 이긴 아스날에게 또 한동안은 위험을 느끼게 하는 팀이 없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중위권 팀들을 마주하고 카라바오, FA컵 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감히 자신들을 가로막냐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 엄청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심지어 20라운드가 넘게 무패를 기록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일부 리그 팬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입 밖으로 내뱉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아스날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이라는 기록을 한 번 더 갱신하는 것이 아니냐고.
더불어 첼시가 가지고 있던 시즌 15실점의 기록에도 도전하고 있었다.
물론 그건 현실성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스날의 16강 상대는 포르투 FC!]
[토너먼트 시작과 동시에 짜인 빅매치, 맨체스터 시티 VS PSG 및 바이에른 뮌헨 VS FC 바르셀로나]
강팀이라 불리는 PSG와 FC 바르셀로나가 조별 예선에서 다른 팀에 밀려 2위를 기록하게 되면서 16강에서부터 흥미로운 매치가 있었다.
그 외 우승 후보로 꼽히는 레알 마드리드, 아스날, 리버풀 등은 모두 1위로 진출하면서 상대적으로 좋은 대진을 받을 수 있었다.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만큼 방심할 만한 팀은 없겠지만 상위권의 팀들을 만나는 것보다 훨씬 행운인 것은 분명했다.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리버풀 VS 맨체스터 시티 및 아스날 VS 뉴캐슬의 4강전 성사]
계속해서 유스, 로테이션 선수들이 출전하고 있는 리그, 카라바오컵에서도 승승장구를 통해 무패를 유지하고 컵대회도 4강까지 올랐기에 그들도 자신감이 오른 상태였다.
덕분에 아르테타는 그들을 내보내더라도 경기력에 대한 걱정을 보다 덜 수 있었다.
물론 상위권 팀을 상대로는 부족한 점을 보여줄 정도였지만 그들로 한 팀을 만들더라도 중위권은 충분하다는 평이 많았다.
그곳에서도 베스트 라인업에 교체로 출전하며 중앙 지역을 지배하는데 익숙해진 스미스와 클락이 포진된 미드필더 라인이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었으니까.
“⋯미쳤다.”
“사람 맞아? 여신 아니야?”
“⋯피이, 뭐래.”
그렇게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스날의 에이스이자 캡틴 유건은 런던에 있는 드레스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금전적으로 딱히 부족한 부분이 없던 그였기에 여름과 얘기해서 여타 다른 사람들처럼 드레스를 대여하는 것이 아닌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따로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A매치 기간이 없었던 탓에 촬영의 여유가 생긴 여름이 영국으로 방문한 것.
자신을 배려해준 그녀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한 달 전부터 리액션을 준비했던 유건.
그는 오늘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볼에 홍조를 띠며 여름이 민망해하면서도 행복한 웃음을 짓는 것을 누가 본다면 확실히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이번에는 런던에서 촬영하고, 시즌이 끝나면 바로 제주도에서 찍자.”
“응응, 나는 여기서만 찍어도 되니까 무리하지 말구 시즌 마무리에만 집중해.”
드레스를 고른 이후로는 바로 런던에 찾아놓은 사진 맛집들을 돌아다니며 청첩장에 들어갈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미리 맞춰놓은 옷은 있었기에 복장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여름이 마음에 들어 하는 곳 위주로 이동하면서 촬영했다.
사실 원래 한국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찍을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비용을 지불하고 영국으로 초청한 것.
한국인이 사진을 가장 잘 찍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여름이었기에 그 부분에서는 양보를 하지 않았다.
더불어 스튜디오 촬영을 못 하는 대신 시즌 종료 이후 제주도에서도 스냅 사진을 찍기로 한 것을 언급하며 기분을 살피는 유건.
그리고 여름도 바쁜 자신의 연인이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배려를 담아 답한다.
“자, 찍습니다! 유건 선수님 표정 더 행복하다는 듯이 웃어주세요!”
“⋯네, 넵!”
그것도 잠시, 촬영 기사의 요구 사항에 따라 두 사람은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가, 무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등 다양하게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미래를 향해 바쁜 와중에도 착실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함께 있을 미래는 행복할 것이라 기대하면서.
***
뻐어엉-!
“뒤로 흐른다!”
리그에서 팀의 골대를 지키는 힐슨과 나누어 챔피언스리그에 선발로 출전하는 것은 마세코.
그가 차낸 강한 킥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찾아온 포르투갈 리그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포르투 FC의 골대를 향해 날아간다.
중앙선 부근에는 세컨볼을 노리기 위한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었지만 마세코의 골킥은 그것을 넘어간다.
머리 위로 지나는 공을 보며 외치는 파티노는 그것을 잡는 사람이 팀원이길 바라고 있었다.
투욱-!
오늘 경기에서도 공을 더 소유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스날이라는 것은 이번 장면에서도 알 수 있었다.
아래쪽으로 내려온 쿠아바가 머리를 이용해 뒤쪽에 있던 유건에게 살짝 빼주는 게 익숙한 것을 바라봤다는 듯한 홈팬들의 표정이 카메라에 잡혔으니까.
타다닷-!
그리고 그것을 보자마자 유건이라면 다이렉트로 패스를 건네줄 것이라고 믿는 양쪽 날개들은 앞쪽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최종 수비 라인은 중앙 수비수가 지키고 있었으니 거기까지는 오프사이드 없이 전진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높아!’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던 게 사실.
쿠아바가 자세를 낮추며 낮게 빼주려고 의도는 했으나, 주변 선수와의 경합으로 공은 유건의 키를 넘어가기 직전이었으니까.
슬쩍 고개를 돌리자마자 몸을 공중으로 띄우며 머리를 바닥 쪽으로 향하게 한다.
이미 양쪽 사이드에 있는 팀원들이 벌써 움직이고 있었기에 조급한 마음으로 오버헤드 킥을 이용해 패스를 시도해보려 했다.
뻐엉-!
급하게 틀었던 몸 덕분에 발로 공을 차낼 수는 있었으나 의도했던 것보다는 살짝 위쪽으로 차올렸다.
그 말은 미리 출발을 시작한 러너와 캐시의 속도보다는 느리게 날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
맞췄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이후의 상황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쿠웅-!
‘크윽, 왜 이렇게 아프냐!’
그의 시야에서 보이는 것은 자신을 넘어서 오는 공을 기다리고 있던 포르투의 미드필더가 벙쪄 있는 표정.
그 상황에서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본다는 것은 사람의 신체 구조상 불가능했다.
그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잔디에 떨어지는 충격이 온몸을 타고 전해져 왔고 아프다는 생각을 하기에도 바빴으니까.
투욱-! 투우욱-!
“아니⋯?”
그런 고통의 순간을 생각할 찰나도 없이 시도했던 유건의 패스는 오른쪽 사이드를 타고 전진하는 캐시에게로 향했다.
패스가 달리는 속도에 맞춰서 오지는 않았던 탓에 스타트를 늦게 끊었던 포르투의 사이드백도 공을 따라 거의 캐시의 옆에서 달리고 있는 상황.
공을 한 번 아웃 사이드를 이용해 터치하며 멈춰 세우는 그를 보고 따라서 자세를 낮추며 수비를 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달리는 방향 그대로 길게 드리블을 치며 다시 급가속을 하는 캐시를 보며 당황스러운 신음을 내뱉는다.
아니 사실 타이밍을 놓친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던 게 맞았다.
‘⋯쿠아바, 믿는다!’
그렇게 허탈한 감정을 느끼는 포르투의 사이드백을 뒤로한 채로 캐시는 질주를 이어 나갔다.
가로막는 선수가 없었던 탓에 계속 전진했고, 위험을 느낀 중앙 수비수가 튀어나오는 순간을 이용해 타이밍을 뺏으며 크로스를 올린다.
자신 있는 왼발이 아니라 오른발을 활용해 반 박자 빠른 땅볼 크로스를 보내며 중앙에 있는 자신의 팀원을 불러본다.
휘릭-! 투우욱-!
캐시의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였기 때문일까, 직선적으로 정확하게 올라오기보다는 살짝 대각선 방향으로 꺾이는 크로스.
남은 한 명의 중앙 수비수보다 빠른 주력 덕분에 그를 등진 자세로 자리를 잡아놓았지만, 바로 슈팅으로 가져가기 애매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동안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할지 이미 생각을 마쳐놓았다.
키핑하려는 움직임을 가져가다가 도착할 타이밍에 공이 흐르는 방향에 간섭하지 않고 몸을 순간적으로 돌려 반대쪽 포스트를 향해 자신 있는 왼발로 밀어 넣는다.
출렁-!
쿠아바를 마크하던 수비수는 당연히 자리를 잡은 공격수가 터치를 한 번 가져가고 뒤로 내주는 등의 다음 동작을 가져갈 것이라 예상했고 쿠아바도 그럴 것처럼 움직였다.
그러나 눈을 깜짝할 사이 자신과 마주하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 쿠아바가 슈팅을 가져간 것.
포르투의 골키퍼는 그 슈팅이 자신이 지키는 골대를 흔들기 전까지 공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바로 앞에 있는 중앙 수비수 팀원의 몸에 가려 쿠아바의 슈팅 방향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와아아아-!
이걸로서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세 골을 기록하게 되는 아스날이었다.
더군다나 아직 후반전의 시간이 남아 있기도 하니 충분히 추가적으로 골이 나올 수 있는 상황.
에미레이츠에 응원을 온 홈팬들로서는 당연히 좋아서 날뛸 수밖에 없는 전광판의 스코어였다.
- 와, 쿠아바 마무리 진짜 개미쳤다! 저 덩치에 저렇게 순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크로스 올린 캐시도 저런 방식으로 골 넣을지는 생각 못했을 듯
- 축따형 패스 실화냐? 오버헤드킥으로 중앙 지역에서 저렇게 패스하는 건 또 처음 보네
- 캐시 드리블 자체도 환상적이었던 것 같음. 멈추는 척 한 번 공 잡아놓더니 타이밍 뺏고 곧바로 가속하네
- 여기서 추가골 없이 경기가 끝나더라도 아무튼 진짜 8강은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2차전이 원정이더라도 아스날 수비 라인 보면 세 골은 절대 안 먹히지!
└ 8강도 대진 잘 걸렸으면 좋겠다. 제일 무서운 게 레알인데 꼭 결승 가서 붙었으면 좋겠다!
중계방송으로 지켜보는 축따튜브의 팬들도 확인할 수도 없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채팅으로 자신들의 기분을 대신 표현했다.
이번 골 과정에 기여한 유건, 캐시, 쿠아바의 터치와 움직임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엄청난 수준을 보여주었으니까.
그래서일까 팬들은 세 명 모두 번갈아 가면서 칭찬을 멈추지 않았고 경기 결과를 예측해보며 8강에 대한 청신호가 떴다고 느꼈다.
이대로 1차전이 종료된다면 합산 득점을 따졌을 때 3점이 앞서고 있는 상황.
2차전에서 아무리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예정인 포르투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상대하는 아스날은 두 골이 최대였다.
이번 시즌 한 경기에 상대팀에게 기록했던 실점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