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82화 (182/208)

182화. 준비했던 전술

“최근 분데스리가에서 보여주었던 전술을 들고 나올 확률이 높다.”

“중앙 지역이 아마 치열한 전장이 될 것이고 우리도 동일한 진형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경기가 펼쳐지기 전에 이미 아르테타가 말해놓은 변경점이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우리는 그들이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오든 대비할 수 있는 진형으로 경기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그건 바로 그들과의 지난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쓰리백을 필두로 한 수비적인 전술.

경기가 흘러가는 것을 보고 공격적인 부분을 살리겠다는 아르테타의 의도였다.

그들은 무승부만 이루어내도 조 1위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참 흥미진진한 경기입니다. 두 감독이 오늘 들고 나온 전술은 위치 자체는 동일한데 목적은 완전히 상반되어 있습니다!”

“분데스리가에서 지금 재미를 보고 있는 뮌헨의 전술은 쓰리백을 사용하지만 양쪽에 사이드백을 포진시켜 엄청 공격적이거든요?”

“반면에 아스날의 전술은 지난 경기 마지막판에 보여주었던 것처럼 수비적이면서 역습을 노리는 전술이죠!”

“공통적인 목적은 동일합니다! 중앙 지역에 숫자를 집중시켜 미드필더를 장악하겠다는 건데요!”

그렇게 시작된 경기는 안준성과 전지우에게 시작부터 흥미를 안겨주었다.

양팀의 전술은 3-5-2로 동일한 포지션을 택했지만 각각 창과 방패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팀들이 4-3-3 전술을 택하는 요즘 시대에는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오늘 경기에서 미드필더를 장악하는 팀이 어디일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데 저놈들.’

하지만 오늘은 지난 경기와 다르게 홈구장에서 경기하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패스를 끊기지 않고 돌리고 있었다.

수비에서부터 미드필더진까지 나오는 빌드업 과정이 부드러웠고 중앙에서 볼을 컨트롤하는 선수들의 컨디션도 유건의 눈에는 좋아 보였다.

30분이 넘어가는 이 시간까지 아스날이 점유율을 계속 밀리고 있었을 정도이니까.

윙포워드 위주의 공격으로 치고 들어오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지난 경기보다 사이드 지역에 숫자가 더 많았다.

“각자 마크에만 신경 쓰지 말고 주변에 있는 사람과 같이 자리를 잡아!”

그 말은 원래 일대일로 맞붙었던 사이드 지역의 매치 상황이 여러 명이 함께 참여하게 된다는 것.

윙포워드 말고도 주변에서 같이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메짤라 등의 선수들이 같이 파고든다는 말이었다.

다행히도 아스날도 다섯 명을 중앙 지역에 두는 전술을 택했기에 그들과 숫자는 맞춰서 수비 진형을 갖출 수 있었다.

물론 같은 숫자의 상황에서는 공격이 수비보다 유리하긴 했지만 말이다.

삐이익-!

그러나 아직까지는 아스날이 수비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공이 전달되고 약간의 타이밍만 있다면 전방으로 위협적인 패스를 찌르는 유건 덕분에 역습도 몇 번 보여주었다.

득점을 하지 못하긴 했지만 그건 뮌헨도 마찬가지였기에 남은 45분의 시간이 중요했다.

“둠바, 뒤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상황이 어떤 것 같나?”

“지금까지는 크게 위협적인 장면이 없었는데, 지난번처럼 사이드로 깊숙하게 들어오면 그건 위험할 것 같습니다.”

“파티노는?”

“이대로 조금 더 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프타임을 맞이한 아르테타는 오늘은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전술 변경을 고민하고 있었다.

득점 찬스도 있었고 실점 위기도 있었지만 아직 0대0의 상황이었기에 조금 더 지켜보는 쪽으로 마음이 꽤나 기울었다.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 선수들에게 실제 경기장에서 느껴지는 양상을 물어본다.

척추 라인을 구성하는 둠바와 파티노에게 말이다.

“그렇다면⋯, 방금 말했던 부분들은 70분을 기점으로 결정하자고.”

“쿠아바와 캐시는 남은 체력을 모두 소진한다는 생각으로 압박하고 전방에서 공을 기다려라.”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이후로도 선수들이 느끼는 현재 분위기를 물어보고는 변경의 타이밍을 조금 늦추기로 결정했다.

아르테타의 성향상 상대 감독의 용병술을 받아치는 것보다는 먼저 허를 찌르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번에는 예외였다.

점유율을 많이 빼앗기긴 했으나 엄청 위협적인 공격은 없었다.

아직 그들이 사이드 지역을 완벽하게 뚫어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 부분을 고려한 후반전에 변경될 전술을 설명하고, 윙포워드 위주의 공격을 다시 한번 선수단에게 주의시킨다.

‘알리안츠 아레나라⋯.’

아스날에서 선수로 뛸 당시에는 이곳에 올 때마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갔던 아르테타.

감독을 하면서 갚아준 경험은 있으나 다시 돌아온 이곳은 다시 한번 승리를 빼앗아 가고 싶은 느낌을 주었다.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고 자신감을 이어 나간다는 것은 팀의 분위기 자체에 엄청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원정까지 와서 응원을 해준 팬들에게 보답을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

“조금 더 자리 확실하게 서자!”

“카마, 건! 안쪽으로 조금 들어와!”

하지만 독일의 패자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에서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중앙 지역에서 헤딩이나 롱볼을 키핑해주는 스트라이커를 빼고 주력으로 빈 공간으로 파고드는 유형의 스트라이커로 그들은 교체를 가져갔다.

측면 지역을 틀어막고 있는 아스날의 수비 라인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

사이드와 중앙으로 번갈아가면서 공격을 들어오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진형이 모두 보이는 둠바가 선수들의 위치를 조절해준다.

어떤 순간에는 기존대로 사이드 위주로 수비하고, 다른 순간에는 중앙으로 조금씩 들어와서 진형을 갖추라고 말하면서.

- 오늘 공격다운 공격을 못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시간 좀 남아서 걱정. 역습 하나 얻어걸리면 좋겠다!

- 뮌헨이 준비를 잘하고 나왔다기보다 아직 테타형이 뭔가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 정도면 충분히 교체 가져갔을 텐데 아직 미동이 없네

- 카마메니가 좀 지쳐 보이긴 한다. 국대 다 뛰고 와서 지난 토트넘전도 꽤 많이 뛰어서 그런듯

└ 스미스나 클락이 곧 투입되긴 할 것 같은데! 테타형이 오늘 이기고 싶은지 비기고 싶은지에 따라 다를듯?

생각보다 답답하게 흘러가는 경기 양상에 축따튜브에서는 간만에 결과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평소와 달리 상대팀을 몰아붙이지 못하는 아스날이었으니까.

항상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던 아르테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고 중계방송으로 비치는 카마메니의 체력을 걱정한다.

‘⋯충분하다. 오직 역습만을 위해 준비했던 전술을 시험해볼 타이밍이야.’

“알버트, 한번 해보자고 그거.”

그리고 그 순간, 아르테타는 길었던 고민의 종착지에 도달해 있었다.

지난 시즌부터 세션에서 연습은 했지만 실전에서는 한 번도 시험해보지 못한 전술.

틀어막으면서 한 골 승부를 노리는 상황을 대비해서 만들어놓은 것을 오늘 한 번 써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마음을 먹은 것과 동시에 옆에 있던 알버트에게 넌지시 얘기하면서 교체를 준비한다.

삐익-! 삐익-!

“나 대신은 스미스가 들어 오는 거야? 미드필더 숫자가 너무 많은 거 보면⋯, 혹시?”

“허억, 허억! 맞나 본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숨이 가쁜 거냐 후우.”

곧바로 이어지는 두 명의 교체.

꽤나 지쳐있는 카마메니 대신 클락이 투입되고, 다음으로 걸어 나오는 것은 쿠아바와 함께 투톱을 구성하고 있던 캐시.

하지만 그는 자신과 교체되려는 선수를 보고 살짝 의문을 표해본다.

자코나 콜과 교체될 줄 알았는데 그곳에는 스미스가 서 있었으니까.

이미 5명이었던 미드필더가 한 명 늘어나는 것을 인지하고는 하나의 전술을 떠올려본다.

옆에서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던 카마메니도 그것을 떠올렸는지 동감해주었고.

삐익-!

사실 이전의 교체까지는 예상했던 사람이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추가로 한 명 더 교체되는 건 팬들이나 상대하는 바이에른 뮌헨으로서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는 것은 아스날의 스트라이커, 쿠아바였으니까.

“러너, 앞쪽으로 길게 붙이는 공들을 신경 써줘!”

그와 교체된 선수는 바로 베스트 라인업에서 왼쪽 날개를 맡고 있는 러너.

오늘은 투톱으로 쿠아바와 캐시가 출전했기에 벤치에서 쉬고 있다가 마지막에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

그렇게 변경되는 전술을 보고 유건은 맞춰서 선수들의 위치를 조절하기 시작한다.

가장 전방에 있는 러너를 향해서 이제는 공중볼로 롱패스를 보내는 것보다 수비의 뒤쪽 공간으로 스루 패스를 넣는 게 필요했다.

“클락이 나보다 살짝 앞으로 가고, 건이랑 스미스가 양쪽으로 퍼져.”

“소우사랑 페레이라는 다른 사람들 말고 윙포워드만 신경 써줘. 나머지는 우리가 맡을 테니까.”

그보다 뒤쪽에서는 세밀하게 자리를 잡는다.

파티노와 클락이 투 볼란치를 그대로 구성하면서 양옆으로 건과 스미스, 마지막 사이드 지역에는 사이드백들을 배치한다.

물론 밑에는 둠바를 필두로 한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기에 중앙에서 공을 잡으면 충분히 다시 공을 소유해나갈 수 있었다.

근처에 있는 팀원들에게 실수 없이 패스를 돌리는 것은 세션을 진행하는 날이라면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진행되었던 훈련.

러너의 교체 이후 보여주는 플레이는 평소의 아스날이라기보다는 티키 타카를 구사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플레이와 유사했다.

투욱-! 투욱-! 투욱-!

중앙 지역의 수적 우위를 통해 짧게 짧게 패스를 돌리며 빈 공간으로 공을 굴려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으니까.

가장 앞에 있는 러너는 공을 못 잡더라도 이리저리 움직이며 시선을 끌어주었고, 그 틈을 이용해 사이드백이 오버래핑을 올라가고 유건과 스미스는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한다.

골대 앞으로 가는 과정에서 뺏기더라도 후방에는 네 명 이상의 선수가 포진되어 있었기에 유효슈팅을 허용할 정도의 기회는 주지 않았다.

반면에 수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미드필더 지역에 위치한 여섯 명의 선수를 일차적인 방벽으로 활용하여 확실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뻐어엉-!

“⋯젠장, 또 저렇게 차버리면!”

아스날의 수비를 성공적으로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전술적 움직임은 바로 이것.

무작정 클리어를 진행하는 것보다 전방에 있는 러너가 아래쪽으로 내려오거나 측면으로 움직여서 우선적으로 공을 받아준다.

그다음 과정은 직접 돌파를 하든, 맞춰서 올라오는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패스 플레이로 풀어나가든 자유였다.

그저 순간적으로 긴 패스를 전방으로 주어서 바이에른 뮌헨에게 경고하는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다.

“너네팀이 공격할 때 뒤에 한두 명의 수비수를 위치시키지 않는다면 바로 역습을 허용하게 된다”라는 뜻의 의미.

투욱-!

‘이번에는 어떻게 해볼까나⋯.’

득점을 하지 못해 애가 타는 뮌헨 선수의 탄식을 들으며, 이번에도 유건의 패스를 건네받는 러너.

넓은 경기장과 측면으로 빠져있는 자신의 위치에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최적의 공격 방향일지 생각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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