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80화 (180/208)

180화. 아마 스쿼드의 대부분이

삐익-!

하지만 후반 38분, 아르테타는 점수 차이를 굳히기 위해 방금 득점했던 캐시를 빼고 중앙 수비수 한 명을 투입해서 쓰리백 형태를 구성했다.

그보다 약간 앞쪽으로 소우사와 페레이라를 올리고 투 볼란치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에 네 명이 위치.

더 앞선 전방에는 유건과 스미스를 양쪽 메짤라로 포지션을 잡아주면서 롱볼을 최전방에서 키핑해주는 쿠아바를 이용한 역습을 노리는 전술을 취했다.

전술 변화의 우선적인 목적은 수비의 숫자를 늘려 실점을 막기 위한 것이었고 말이다.

“페레이라, 소우사! 조금 더 올라가서 자리 잡아!”

“살리바는 살짝만 내려줘!”

그렇게 구성된 쓰리백과 양쪽 사이드백의 자리를 잡아주는 것은 아스날의 최후방, 스위퍼 포지션에 위치한 둠바였다.

그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클린 시트를 기록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실점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 악착같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수비진 리딩은 리그 우승권에서는 멀어졌다고 평가받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프리메라리가의 왕좌를 안겨주었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스날 소속이 되어 리그를 비롯한 다른 컵대회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었다.

- 리얼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 입장에서 지금 아스날 수비진 뚫는 거 토 나올 것 같음. 전방에서 자리 잡아주는 쿠아바 빼고는 다 미친듯이 뛰어다니네

└ 크크, 축따형이랑 스미스가 공은 못 뺏는데 진짜 끈질기게 따라붙어서 패스 방해하네

└ 그거 뚫어도 파티노, 카마메니가 중앙 지키고 윙백들이 사이드 지키는데 진짜 서로 움직임마저 딱딱 맞아들어감

└ 그 뒤가 더 문제일듯? 앞쪽에서 뚫리는 순간 지난 시즌 중앙 수비로 뛰던 두 명이 뛰쳐나가면서 막음

└ 형들, 다들 알고 있잖아. 그보다 뒤쪽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할걸? 둠바 진짜 아스날 수비수 역대 최고 이적료 줬어도 뽕 뽑고 있는 걸로 보인다

└ 아니⋯, 우리 마세코도 열심히 막고 있으니까 신경 좀 써줘라

마치 목숨을 걸고 골문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 아스날의 플레이는 중계방송으로 지켜보는 축따튜브의 팬들에게도 지독하다는 감정을 안겨주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정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 같다는 한 구독자의 채팅에 이어서 연속적으로 대화가 진행된다.

양쪽 메짤라를 뚫어도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이 지키고, 그것을 뚫어도 쓰리백을 구성하는 양쪽 중앙 수비수가, 그것마저 뚫리더라도 둠바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마세코의 존재감이 작아지는 것은 지금 경기가 끝나가고 있는 이 순간까지 유효 슈팅 자체가 없었던 탓도 있다.

삐이익-!

마침내 울려 퍼지는 경기 종료 휘슬.

오랜만에 복귀한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스날이 조별 예선부터 1위로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아직 바이에른 뮌헨 원정 경기나 다른 팀들과의 매치가 남아있지만 지금 당장은 이 순간 에미레이츠에 응원을 온 홈팬들은 기뻐 날뛸 수밖에 없었다.

오늘을 기점으로 시즌 무실점 기록은 깨졌지만 아직 시즌 전승.

게다가 리그에서는 아직까지 무실점 기록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엄청난 시즌 스타트니까 말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설마?’

이쯤 되니 아스날 팬들 사이에서는 희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유로파리그를 작년에 우승하고 왔지만 사실 챔피언스리그는 수준이 한 단계가 아니라 몇 단계가 오른다고 볼 수도 있는 리그.

그곳에서 최상위권을 매년 다투는 바이에른 뮌헨을 잡았으니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그렇게 아스날은 이번 시즌 마주쳤던 상대 중 가장 강력했던 독일의 명문팀을 잡아내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

[바이에른 뮌헨을 무너트린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확실하게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팀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MOM을 받은 아스날의 주장 유건, “팀은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선수단은 서로를 백퍼센트 신뢰하고 있습니다. 이게 아스날입니다”]

더불어 팀을 이끄는 감독과 선수단을 대표하는 캡틴의 인터뷰마저 팬들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기쁘게 만들었다.

자신감에 가득 찬 그들의 발언은 오만함에 가득 찼다고 평가받기보다 실제로 결과로 보여주고 있었으니 찬사가 가득했다.

새롭게 아스날 팬으로 유입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역대 최고의 선수단 유니폼 판매량에서부터 드러날 정도였다.

[프리메라리가에서 6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 후안 루이스, “이번 시즌 가장 경계되는 팀은 아스날이다. 소중한 친구와 정상에서 맞붙고 싶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이스 토마스 에르난데스, “이적 시장에서 좋은 팀원들의 영입으로 우리는 강해졌기에 충분히 리그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모두 할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스날에게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맞붙을 예정”]

[맨체스터 시티의 레전드 감독 펩 과르디올라, “아르테타는 좋은 의미에서 미쳤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는 이번 시즌 최고의 선수 유건을 일찌감치 발견해내고 두 시즌 만에 아스날을 세계 최정상의 위치로 변화시키고 있다”]

심지어 세계적인 명문팀들의 에이스들이 평가하는 아스날은 이제 견제 대상 1순위로 꼽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즌 전승을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경기력 자체도 압도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었고 돌아가면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그들의 기록은 혼자만의 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주변 상황은 계속해서 인지해둬야 해! 실전에서는 그렇게 여유롭게 터치할 시간이 없다니까!”

“둠바, 거기서 곧바로 주지 않고 공을 끌어버리면 결국 더 어렵게 풀어나가야 하는 건 우리팀이다!”

그렇게 지난 시즌 초반과는 완전히 달라진 기대와 평가를 받는 아스날이 질주를 멈추지 않는 이유.

현재의 성적에 안주하지 않고 시즌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계속해서 상대팀을 분석하고 구단을 이끌어나가는 미켈 아르테타의 존재가 큰 이유.

지금까지의 경기력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고 있었음에도 끊임없이 세세하게 부족한 부분들을 지적하며 더욱 완벽한 팀을 만들어 나간다.

물론 그를 믿고 따라가는 선수들도 열정이 넘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려는 욕구가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긴 하지만 말이다.

“스미스, 지난 경기에서 이 상황을 생각해보자구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지고 한 번 치고 나갔어도 되는데 주저하는 사이에 타이밍을 놓쳤죠.”

“물론 상대팀이 뮌헨이었던 만큼 이해가 되긴 하지만 어차피 계속해서 마주칠 팀들이니까 부담감을 빨리 떨쳐내면 좋겠어요.”

“⋯확실히 영상에서 많이 드러나네요, 고마워요 케스타 코치님!”

그리고 그의 산하 코치들도 외부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수석 코치인 알버트 등 다른 코치들에 비해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카를로스 케스타 코치는 선수들 개개인의 심리와 멘탈 부분, 경기 중 장면에서의 생각 전환 등을 전담해서 담당하고 있었다.

오늘의 상담 대상이 지난 경기 꽤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스미스였던 것이고 사실 모든 1군 선수단은 그를 필수적으로 거쳐 갔다.

심지어 매 경기 발전하면서 엄청난 모습을 꾸준히 보여왔던 유건도 자신감을 유지하고 편집된 경기 영상에서 조언을 많이 받았을 정도.

그런 만큼 지난 시즌부터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하며 이제는 1.5군 정도로 자리매김한 스미스에게는 엄청나게 도움되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다들 이번엔 이런 식으로⋯.”

또 한 명, 아스날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보물이라고 불리는 코치.

아르테타가 감독 생활을 시작할 당시부터 함께한 독보적인 세트피스 전술을 추구하는 니콜라스 호버.

사실 세트피스라는 것이 오픈 플레이 상황보다 득점 확률이 높긴 했지만 몸싸움이 거칠기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타 리그보다 골로 연결되는 비율이 적었다.

그런 곳에서 경기마다 하나 이상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기획해서 세트피스만으로 시즌 10골 이상을 뽑아내는데 어느 누가 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미드필더 라인에서 선수들끼리 삼각 대형을 유지한다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다.”

“클락, 지난 시즌부터 내가 말했잖아! 다음 동작을 항상 생각해서 움직여야 된다니까.”

그 외에도 실제적인 플레이 자체에 도움을 주는 축구 도사라 불렸던 산티 카솔라 코치.

이번 시즌부터 코치로 합류했지만 지난 시즌까지 주장 완장을 차면서 선수단 개개인의 스타일을 함께 뛰면서 익히 알고 있는 외데고르 코치까지.

삐이익-!

다음 리그 경기를 준비하는 마지막 세션까지 종료되는 휘슬.

이어서 신호에 맞춰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까지 끝나자마자는 선수단, 코치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잔디에 드러눕는다.

퇴근 전 조금이라도 편하게 휴식을 즐기기 위해서.

원정을 떠나야 하는 일정이었지만 그나마 괜찮았던 부분은 상대팀이 지금 리그 강등권을 맴돌고 있는 팀이라는 것.

그 경기 이후에는 A매치로 인한 2주 동안 리그가 쉬어가는 기간이기에 승리로 장식하고 갈 필요가 있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패배의 아쉬움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제가 보기에는 이제 어엿한 강팀인데요?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이곳은 당신만 오면 이렇게 달라지는군요.”

“다 한 치의 의심 없이 믿고 맡겨주셔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크흠, 재계약이 필요한 선수가 있으면 얼마든지 쓰시죠. 중계권료 중 저와 아버지 몫으로 할당된 금액은 지원할 수 있습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이번 시즌이 끝나고 젊은 선수들 대상으로는 전체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다음날 원정 경기를 떠나기 위해 선수단과 코치진이 복귀한 시각, 아르테타는 보드진들과 예정된 미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별한 안건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시즌 초반의 좋은 분위기를 축하하고 지원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려던 조쉬 크뢴케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실제 구단주인 아버지 스탄 크뢴케 몫의 금액까지 언급하면서 구단을 이끌고 있는 매니저를 물심양면 지원해주려는 조쉬.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아르테타는 더 받으면 받았지, 전혀 거절할 성격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선수단의 엄청난 활약에 내심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근데 아마 스쿼드의 대부분이⋯.”

“크, 크흠⋯.”

하지만 둘의 생각은 꽤나 큰 차이가 있었다.

매년 몇 명의 선수만 재계약을 체결하는 게 일반적인데, 스쿼드 자체가 젊다 보니 모두 해당되었다.

그렇게 젊은 선수들이 현재 아스날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준 자체가 타 팀에서 주급을 2~3배 부르면서까지 영입을 희망해도 아쉽지 않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사실 건 같은 경우는 대체 얼마를⋯.”

발롱도르 수상자 후안 루이스.

그와 비견되는 토마스 에르난데스, 알렉스 둠바 등의 월드 클래스 선수들.

확실하게 유건은 그 레벨에 포함되어 있었고 최상위권으로 꼽히고 있었다.

그런 선수에게 아르테타는 사실 주급을 어느 정도로 제시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어떤 금액을 주어서라도 잡아야만 하는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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