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중앙으로 붙인다
“상대가 세계 최고의 명문 중 하나인 바이에른 뮌헨이라고 해서 두려움을 느껴야 하나?”
“전혀! 오히려 상대팀이 지금쯤 우리의 홈에서 먼저 펼쳐지는 경기를 이기고 싶겠지만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여러분이 지난 시즌 맞붙어본 맨체스터 시티, 유나이티드와 더불어 리버풀, 뉴캐슬 등 수많은 팀들도 그들 수준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상향평준화된 프리미어리그이기에 나는 당장 실력으로 따져보았을 때 우리 팀보다 압도적으로 평가받을 팀은 없다고 보고 있다.”
“그 말은, 어떤 팀을 만나게 되든지 우리가 충분히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먼저 아스날의 홈에서 시작되는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3라운드.
다음 라운드에서 독일로 원정을 가야하는 것은 아스날도 마찬가지였지만 상대적으로 홈 구장에서 먼저 승리를 거둔다면 자신감을 가진 채로 다음 경기를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러한 부분을 고려해보았을 때 아르테타가 판단하기로는 다가오는 경기가 이번 시즌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중요한 매치였다.
그래서일까 리그 경기를 마치고 회복 훈련을 진행하자마자 선수단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승리의 가능성을 알려준다.
“이번에는 충분히 할 만하다고 생각해.”
“분데스리가 때보다 훨씬 팀 자체가 강해졌다고 느끼고 있으니까.”
이어서 그들을 최근에 맞상대해본 선수들이 느꼈던 바를 말하면서 조심해야 될 부분에 대해 함께 토론한다.
특히 보다 약팀의 입장에서 분데스리가의 패왕을 상대했던 클락 등의 선수들은 주의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자신감도 표현한다.
그때 소속되었던 팀보다 현재 아스날은 스쿼드에 구멍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뮌헨이라.’
바이에른 뮌헨.
유건이 직접 맞붙는 건 처음인 팀이었지만 축구팬이라면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은 명문 중의 명문이었다.
젊은 나이에 초신성으로 떠오르는 선수들이 있긴 했지만 스쿼드의 주축이 되는 선수들은 모두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의 나이.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받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간 챔피언스리그 4강에 꾸준히 올라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물론 세계 최고를 가리는 대회에서 우승을 꿈꾸는 것이 당연했지만 4강과 결승은 경기마다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했다.
그곳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네 팀의 실력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삐이익-!
“자, 이번 세션을 마지막으로 오늘은 종료다! 내일 도착하는 그들에게 패배를 안겨주자고!”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막바지까지 방심하지 않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스날의 콜니 트레이닝 센터.
호각을 물고 바쁘게 움직이는 아르테타를 따라 저마다 짜여진 팀과 함께 움직이는 선수단.
공격을 맡은 유건 팀이 트레이닝 키트를 입고 있었고 수비를 맡은 파티노 팀이 조끼를 입고 있었다.
사소하지만 구체적으로 역할을 나누어 세션을 진행하는 아르테타만의 세션은 실전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클락! 더 빠르게! 이번 경기에서도 분명히 그런 상황이 찾아올 거라고 이미 말했잖아.”
“둠바는 스위퍼 포지션에서 마지막까지 기다려줘야 돼! 살리바가 마크하는 사이 복귀하는 수비수들과 마세코, 힐슨을 믿어!”
더불어 선수단은 자신들을 이끌어나가는 감독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도 집중을 놓치지 않았다.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의 바탕이 되는 또 한 가지의 이유.
아르테타가 세션을 진행하거나 다음 경기를 분석하며 진행 양상을 예측하면 보통 대부분 들어맞는다.
백 퍼센트 정확도는 아니지만 경기의 큰 틀을 미리 알고 게임을 뛴다는 것은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
그런 감독이 구단 내에서 능력을 신뢰받고 의심받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단 한 시즌 만에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
삐이익-! 와아아아-!
“가보자! 상대가 어느 팀이든지 우리는 이길 수 있다!”
경기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유건의 입에서 선수단을 독려하는 외침이 다시 한번 울려퍼진다.
라커룸에서 손을 하늘로 함께 올리면서까지 외치고 나왔으나 한 번 더 하면서 자신감을 고조시킨다.
맞춰서 울려 퍼지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홈팬들의 함성은 기운을 북돋아 준다.
투욱-! 퍼억-! 투욱-! 퍼억-!
“바로 붙어서 압박하자!”
“맨온⋯, 젠장 내가 커버 갈게!”
“크윽, 레프리 휘슬!”
이번 조별예선 3라운드에서 가장 도박사들의 관심이 집중된 경기.
그런 이목이 쏠린 경기답게 아스날과 바이에른 뮌헨의 매치는 시작되자마자 엄청난 몸싸움을 보여주었다.
중앙 지역에서 조금만 터치의 실수가 나오더라도 상대 팀 선수가 어깨를 집어넣으며 자리를 잡고 공을 빼앗아버린다.
치열한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건 선수들이 서로 소통하고, 심판에게 어필하는 소리와 몸을 경합하는 소리뿐.
뻐어엉-! 뻐어엉-!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스날이 조금씩 점유율을 늘리고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경기장의 규격은 제한 폭이 있지만 구체적인 치수 자체는 각 팀의 구장마다 달랐다.
그러한 조건에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항상 경기를 펼치는 아스날이 플레이함에 있어 홈팬들의 응원과 더불어 보다 유리한 조건인 것은 분명했다.
그것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자신들에게 익숙한 세기로 공을 차는 것을 통해 반대로 전환하면서 바이에른 뮌헨의 빈 공간을 노리고 있었다.
‘⋯러너 쪽은 침착하게 수비하는 스타일이고, 캐시 쪽이 도전적으로 달려 나온다.’
‘쿠아바가 중앙 수비수 중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것은⋯.’
약 이십분간 서로 득점 없이 경기를 진행했지만 양 팀에게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플레이 중에 크게 벌리는 전환 패스를 포함시키면서 빈 공간을 노리고 있는 아스날의 핵심 에이스 유건도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놓은 상태였다.
공격 라인을 마크하고 있는 상대팀의 수비 라인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그를 뚫기 위한 팀의 공격수들은 어떤 위치에서 준비하고 있는지.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찰나의 순간을 이용한 페인팅으로 눈앞의 상대를 제치는 세계 최고 수준 선수들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했다.
받자마자 드리블이나 페인팅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은 타이밍을 먼저 낚아채 간다는 말과 동일했으니까.
스으으-!
팀원들과 상대 팀원들의 위치.
그것을 모두 파악한 유건은 좌우, 중앙, 측면을 가리지 않고 패스를 뿌리기 시작한다.
달려들지 않고 기다리는 왼쪽 날개 러너 쪽으로는 길게 밀어주는 패스를, 보다 미리 달려 나와서 차단하는 오른쪽 날개 캐시 쪽으로는 아이솔레이션 상황을 만들어주는 발밑을 노리는 패스를.
계속해서 움직이며 편한 위치에서 공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쿠아바에게는 그가 원하는 그곳으로 의심 없이 보내준다.
‘영상에서 본 것보다 훨씬 날카롭게 패스가 찔러 들어온다.’
‘패스의 타이밍이 빨라.’
‘저 녀석이 건⋯.’
그리고 그런 패스를 지켜보며 예상보다 위협적으로 짓쳐 드는 아스날의 공격에 당황하면서도 유건의 패스를 분석해보려고 시도했다.
대부분의 공격에서 시발점이 되는 것은 바로 그의 패스였고, 경기 전 영상으로 분석했을 때보다 훨씬 타이밍이 빠르게 들어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까지 고려해서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보다 빠르게 압박하고 더 촘촘하게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 대단합니다! 유건 선수에게 순간적으로 두 명, 세 명을 붙이는 바이에른 뮌헨인데 모두 빠져나오고 있어요!”
“제가 하는 축구 게임에서도 저런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건 쉽지 않거든요?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는 볼터치와 플레이입니다.”
“뮌헨 선수들의 표정에 당황함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압박하는데도 뺏기는커녕 그 빈 공간을 이용해 오히려 더 위협적인 공격이 들어오고 있거든요!”
“유건 선수에 시선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많아졌으니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분위기만 보았을 때는 아스날이 선제골을 넣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결과가 기대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유건의 플레이 스타일을 분석하고 패스를 차단하거나 압박을 통해 공을 빼앗아보려 했던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선수들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만큼 그들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여러 명의 압박을 당하면서도 벌어지는 상대팀의 공간 사이로 패스를 보내는 유건 덕분에 흥분한 채로 중계를 이어나가는 안준성과 전지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건의 패스가 들어갈 때마다 유효 슈팅 혹은 세트피스로 연결되었으니까.
퍼엉-!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안쪽으로 파고드는 러너의 발 보폭에 맞춰 찔러주는 패스를 보냈고, 그것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한 러너.
코스와 타이밍 자체가 나쁘지 않았지만 이미 밀집된 수비를 구성하고 있던 뮌헨인 만큼 러너의 슈팅을 수비수의 다리로 막아낼 수 있었다.
물론 덕분에 코너킥 상황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뻐어엉-!
바이에른 뮌헨의 오른쪽 사이드에서 진행되는 코너킥의 키커는 아스날의 왼쪽 날개 러너.
그가 가까운 쪽 포스트나 중앙 지역으로 공을 붙이지 않고 먼 쪽으로 보다 길게 킥을 찬다.
그곳으로 재빠르게 뒤에서부터 뛰어 들어가는 한 명의 선수가 있었다.
반면에 다른 선수들은 이미 가까운 쪽 포스트로 달려가면서 시선을 끌어놓은 상태였고.
투웅-!
‘⋯중앙으로 붙인다!’
돌아들어간 선수의 정체는 바로 페레이라.
세컨볼을 위해 뒤쪽에 머물러 있는 척하다가 러너의 킥과 동시에 안쪽으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경기를 준비하며 진행했던 세트피스 세션에서 연습한 전술 중 하나.
각이 많이 없는 위치에서 공을 잡았기에 슈팅보다는 밀집된 중앙 쪽으로 헤딩을 이용해 한 번 더 붙이는 것이었다.
“⋯마무리는 가능한 사람이 바로 해!”
“처리하는 것에 집중하고 공에서 시선 떼지마!”
하지만 그곳은 선수들이 밀집되어 있었기에 아직은 누가 공에 머리를 가져다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
그저 자신이 아니라면 팀원이 처리하기를 바라면서 공을 끝까지 응시할 뿐이다.
누군가의 머리에 맞고 튕겨 나갈 공의 행방에 따라 양 팀에게는 많은 것들이 뒤바뀌게 될 예정이니까.
‘⋯꽂아넣는다!’
골대에 넣는 것만을 생각하는 아스날 선수들의 바람대로 된다면 선제 득점에 이어 홈구장의 팬들을 기뻐 날뛰게 만들 수 있었다.
상대팀이 그 누구도 아닌 바이에른 뮌헨이었으니까.
‘일단 클리어를⋯.’
실점도 막고 최종적으로는 안전한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클리어를 원하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바람.
그들은 원정 경기에서는 어떻게든 패배를 막고 홈에서 승리를 거둘 생각이었다.
물론 이곳에서 득점을 하고 승리를 따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스으-!
그런 양팀 선수들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페레이라의 머리에 맞고 살짝 공중으로 떠오르며 중앙 지역으로 방향을 반대로 틀었던 공.
1초가 1분같이 느껴지는 이 순간 최고 높이를 지나 서서히 위치가 낮아지며 떨어지기 시작한다.
점프를 통해 헤딩을 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