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76화 (176/208)

176화. 다음 경기까지 이긴다면

“나이스 커버야, 페레이라!”

“카마, 올라오지 말고 같이 막자!”

“소우사, 파티노 자리 커버 와줘!”

후반전에 들어서 첼시가 쓰리백으로 전환하면서 역습을 위해 전술을 변경했고, 덕분에 초반 십 분 동안 몇 번 중앙선을 넘어서 공격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아스날의 골대로 가기 전에 파티노와 카마메니, 공격 방향에 따라 소우사와 페레이라가 함께 구성하는 미드필더 라인에서 일차적으로 막혔다.

전체적으로 수비에 집중하고 있는 첼시 선수들이다 보니 역습을 나가는 과정에서 숫자가 부족했기에.

상황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 명의 볼란치와 다른 볼란치 혹은 사이드백으로 최소 두 명이 구성하고 있는 아스날의 중앙 지역과 비교해본다면 말이다.

“여기는 못 지나간다!”

“그 정도로는 우리에게서 골을 가져가지 못한다!”

물론 그들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놓고 다투는 팀답게 거기서 좌절하지는 않았다.

몇 번 시도 끝에 아스날의 중앙 지역을 뚫어내고 보다 더 골대로 가까이 다가갔으니까.

그러나 거기서는 또 이차적으로 막아내는 거대한 존재가 있었다.

바로 지난 시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졌던 스위퍼 포지션에 둠바가 영입되자마자, 날아다니고 있는 윌리엄 살리바.

그는 오늘 둠바보다 앞쪽의 위치에서 드리블을 하거나 길게 찔러주는 볼에 먼저 접근해서 완벽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었다.

“앞쪽에서 확실하게 처리해!”

“이곳까지 공이 오지 않게 수비해!”

그런 완벽한 아스날의 첫 번째, 두 번째 수비 단계를 보면서도 뒤쪽에서는 뭐가 부족한지 계속해서 호통이 나오고 있었다.

바로 둠바와 마세코가 미친 듯이 앞에 있는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하면서 자신들보다 앞쪽에서 수비를 확실히 끝내길 바라고 있었던 게 그 이유.

그런 양상만 본다면 그들이 선수단 내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유망주들이라는 것을 알아채기 쉽지 않아 보였다.

“⋯젠장, 구멍이 없어.”

“아틀레티코에 잘 있던 놈이 왜 아스날로 이적을 하냐고!”

“막상 부딪혀보니 우리 팀의 부족한 점이 보이는 느낌⋯.”

노린대로 성공적인 역습을 몇 번 하는 듯 보였던 팀이 아스날의 미드필더와 수비에 막혀 골대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것을 바라보는 첼시의 벤치.

코치진들과 감독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오늘 양 팀의 경기력은 일방적인 차이를 보여주었다.

새로운 도전과 더 많은 우승을 위해서 아스날로 이적한 둠바를 괜히 원망해본다.

그가 들어오면서 상대팀은 지난 시즌과 맞붙었을 때보다 훨씬 완벽한 스쿼드로 구성되어 있었으니까.

반면 그들과 맞붙는 자신들의 선수단에는 상대적으로 구멍이 한두 명씩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오늘 경기가 이렇게까지 밀리는 건 말이 되지 않았기에 말이다.

‘⋯겨울 이적 시장의 대어를 미리 찾아봐야겠군.’

결국 머릿속에 멤도는 방법은 새로운 피를 수혈하듯 엄청난 이적 시장의 대어를 낚아채오는 것.

재정적 지원을 엄청나게 받고 스스로도 좋은 커리어를 보유한 감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을 먼저 한다는 것은 보여주고 있었다.

가장 먼저 그런 부분보다 전술적으로 수정한 부분을 찾아볼 월드 클래스 감독들에 비해서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펩 과르디올라, 위르겐 클롭, 에릭 텐하흐, 미켈 아르테타 등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불리는 감독들은 현실적인 방법을 먼저 찾았을 것이다.

물론 감독을 자주 갈아치우는 첼시 구단주의 성격상 당장 성적을 내는 데 급급해서 쉬운 방법부터 떠올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말이다.

***

삐이익-!

후반전 87분에 주어진 아스날의 좋은 프리킥 찬스.

방금 연속적으로 골포스트를 맞추면서 추가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찬스를 날렸지만 오히려 좋았다.

지금 이 위치는 충분히 득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선수들이 포진된 아스날이었기에.

게다가 조금은 왼쪽으로 치우친 지금의 위치에서는 지난 시즌부터 거의 고정된 키커가 있었다.

바로 데이비드 베컴의 동기화를 진행하고 있는 유건.

콰아앙-!

‘⋯점프를 하는 타이밍에 바닥으로 깔아서!’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골대의 좌측, 우측 지역에 있는 상단 혹은 하단을 노렸을 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앞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수비벽들이 점프하는 사이 바닥으로 깔아 차는 것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그 방법을 택한 이유는 딱히 무언가를 노리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데이비드 베컴의 데이터 동기화율 56.11%]

[프리킥 상황에서 벽들이 점프를 뛰는 공간을 이용해 골을 넣으세요 (0/1)]

그저 머릿속의 메세지가 시키는 오늘의 과제 자체가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고, 처음으로 자신이 차게 되는 프리킥이었던 게 그 방법을 택한 이유였다.

이제까지 과제들을 따라 해서 손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더불어 이제는 자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준 메세지인데 이제 그것을 따르지 않는 게 불안해지는 상황도 가끔 있었다.

마치 올바른 길을 눈앞에 두고도 다른 길로 빠져 목적지를 향해 헤매는 느낌이 들면서 말이다.

“⋯키, 키퍼!”

“젠장, 왜 안 걸리는 거야!”

점프를 뛰는 것과 동시에 유건의 공이 땅을 향하는 것을 보고 비웃음을 지었던 첼시 선수들.

그 이유는 언제인가부터 가까운 지역에서 주어진 프리킥 상황에서는 대부분 한 명이 땅볼 슈팅을 막기 위해 잔디에 드러누웠기 때문이다.

당연히 유건의 슈팅이 이번에 자리를 잡고 누웠던 선수의 몸에 걸릴 줄 알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꽤나 키가 작은 그의 발아래 쪽을 살짝 스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강하게 빨려들어 가는 킥.

출렁-!

벽에 가려 바로 보이지 않는 공을 살짝 놓쳤던 첼시의 수문장이었기에 다시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다.

잠깐 멈칫하는 사이 팀원들의 다리 아래쪽에서 공은 측면을 향해서 날아갔으니까.

심지어 선수 한 명이 땅볼 슈팅을 의식해서 누워있었기에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던 공간.

170cm 초반의 작은 키를 가진 팀원이 누워있었다고 그 공간이 뚫리고 프리킥이 날아올 줄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유건의 킥이 통과한 이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다.

타앙-! 타앙-!

“으아아아아!!”

원하는 코스로 정확하게 들어가는 자신의 킥을 바라보다가 첼시의 그물이 출렁거리자마자 곧바로 뛰어가는 유건.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에 있는 엠블럼을 강하게 두들기며 환호성을 내뱉는다.

그가 달려가는 방향에 있는 팬들은 그 광경을 행복하게 바라보면서 멋진 골을 터트린 팀의 에이스에게 환호한다.

당신이 우리의 새로운 주장이 되어서 행복하다는 의미를 담아서.

“나이스 킥이다, 건!”

“이 자식, 거기로 슈팅을 노리는 건 예상 못 했다고!”

그리고 홈팬들에게 그런 행복한 광경을 만들어낸 유건의 등 뒤로 팀원들이 하나둘씩 겹치기 시작한다.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던 선수들부터 세컨볼을 막기 위해 뒤로 물러나있던 선수들까지.

최근 리그에서 가장 빛이 나고 있는 자신들의 캡틴이자 에이스의 머리를 두드리면서 추가 득점을 쏘아 올린 것에 대해 칭찬을 해준다.

전광판의 시계가 후반 88분을 가리키고 있는 이 시각, 두 점 차이로 벌렸다는 것은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는 말이니까.

중계되는 화면을 보는 팬들은 아스날에게 프리미어리그 5연승은 확실시된 상황이고, 5연속 리그 무실점도 눈앞으로 다가와 있는 상황이라고 느꼈다.

“다들 아직 끝난거 아니니까 마지막까지 집중하자!”

“건 말이 맞다! 남은 10분, 방심하지 마라!”

재차 킥오프를 위해 돌아오는 와중에 팀원들에게 큰 입 모양으로 소리치는 유건이 화면에 잡혔으니까.

큰 소리로 말하기 위해 입을 최대한 찢는 그였기에 시청자들에게도 “방심하지 말고 집중하자”는 그의 외침이 시각적으로 확인되었으니까 말이다.

삐익-! 삐익-!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연이어 휘슬이 울리면서 아르테타는 교체를 선택했다.

선수를 변경하면서 경기장에 남아있는 선수들에게 체력을 회복시킬 최소한의 시간을 벌고, 보다 확실하게 무실점을 지키기 위해서.

언제 깨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기록을 힘이 닿는 데까지는 계속 갱신시켜보려고.

***

- 이제 아스날 저는 못 멈춥니다! 그냥 지금처럼 리그고 챔스고 다 때려 부숴주세요!

- 진짜 설레발이 아니라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이랑 붙어도 이제는 승리할 가능성을 높게 점칠 것 같은데?

└ 팬으로서 지더라도 실망은 안 하겠지만 팬심 빼고도 나라면 이번 시즌만큼은 아스날에 배팅할듯!

- 만약 다음 경기까지 이긴다면? 그럼 이제 레알 마드리드랑만 붙어보면 세계 최고 가릴 수 있을 것 같다

└ 크크, 챔스 우승해야 그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한 번 만나서 이겨도 결국 기억되는 건 우승자니까

첼시 전 이후, 아스날의 멈추지 않는 질주는 끝나기는커녕 오히려 추진력을 얻어서 계속 치고 나갔다.

덕분에 축따튜브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구독자들로 가득했는데 마냥 설레발이라기에는 구단의 경기력과 결과가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이 시작하고 조가 잘 걸린 것도 분명한 사실이긴 했지만 결과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기대감을 가져왔다.

[아스날, 리그 초반 무패 및 무실점 행진으로 압도적인 리그 선두 유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스날 등 최상위권끼리의 경기가 시작되어야 순위 경쟁이 본격화될듯]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까지 무패, 무실점 기록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승리를 거둔 아스날.

첼시와의 경기 이후 바로 다음 라운드부터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이 함께 시작되었음에도 이후 3개의 라운드에서도 모두 승리를 가져왔다.

심지어 한두 경기는 에이스인 유건을 로테이션시키면서까지 말이다.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F조, 사이좋게 2승씩 가져간 바이에른 뮌헨과 아스날]

[F조에서 1위로 조별 예선을 통과할 팀은 과연 어디일까?]

로테이션했던 이유는 바로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바이에른 뮌헨, 올림피아코스, 디나모 자그레브와 한 팀으로 구성되면서 과거 1516시즌의 조와 동일하게 편성된 아스날의 이번 챔피언스리그.

상대적으로 2등으로라도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대진이 완성되었지만 어떤 팀이 1등을 두고 2등을 원하겠는가.

분데스리가 역대 최다 우승을 거머쥐고, 당장 지난 시즌도 우승을 하고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꼽히는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

지난 시즌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이번 시즌 엄청난 경기력으로 마주치는 상대들을 격파하고 있는 명문 클럽, 아스날.

[챔피언스리그 2경기 1골 4도움으로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아스날의 유건, “우리는 충분히 우승권을 경쟁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단은 준비되어 있고 감독, 코치진분들과 함께 마주친 상대를 이기는 것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예정된 매치를 앞두고도 유건은 여타와 다를 바 없는 답변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하지만 그런 식의 답변을 할 때마다 아스날은 승리를 거둬왔기에 팬들은 또 한 번 기대를 하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 예선 3라운드, 바이에른 뮌헨과 아스날의 경기가 며칠 뒤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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