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우승 후보로 예상되는 팀들
“어떻게 이름이 바 자로 끝나는 놈들은 다 멍청한 거야?”
“이 자식아, 나는 빼야지!”
“파티노! 혹시 살리바가 똑똑하다고 생각해?”
“그럴 리가! 근데 너도 사실 똑똑하기보다는 멍청⋯”
“⋯어, 어?”
가장 먼저 영입된 둠바가 함께 참여하는 프리 시즌을 위해 대비한 지도 일주일째, 묵묵한 성격보다는 꽤나 활발했던 그였기에 선수단의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었다.
거기에 일조를 한 것은 유건, 쿠아바, 캐시, 카마메니로 구성된 동갑내기 사총사.
평소에 서로를 매일같이 놀리며 붙어 다니는 그들이 먼저 장난을 걸어주었고 둠바도 그에 장난으로 화답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러던 중 어제 훈련 중에 쿠아바와 살리바를 보면서 멍청하다고 놀리는 유건도 파티노에게 똑같다는 소리를 들었던 건 비밀이었지만 말이다.
“살리바가 한 명 더 있는 느낌인데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시너지가 날 수도 있을 것 같군”
그리고 프리 시즌을 진행하며 호흡을 맞추는 아스날 선수단을 보며 아르테타와 코치진은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한 명만 영입했을 뿐인데 클럽 수비수 레코드를 깨고 데려온 둠바는 그 가치를 보여주고 있었기에.
그는 세트피스 세션이나 압박, 클리어 세션 등 수비를 훈련하는 부분에서 살리바와 동등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뽐냈다.
게다가 사실 골대 앞에서 마지막까지 기다리는 최종 수비수 역할보다는 먼저 달려가서 끊고 압박을 나가는 게 살리바에게 최적화된 스타일이었다.
아르테타의 전술상 그가 그런 역할을 맡고 있었으나 이제 그 위치에 둠바가 오게 되면서 살리바까지 원래의 위치로 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었다.
지난 시즌 영국의 FA컵,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를 폭격한 아스날 공격진을 상대로도 틀어막으면서.
“건, 더 빠르게 패스 나갔어야 돼!”
“빌드업 잘해놓고 왜 거기서 템포를 죽여 버리는 거야, 카마?”
“사이드에서 오버래핑 올라가면 이용해서 드리블 쳐!”
더불어 마지막 시즌에 세 개의 우승컵을 거머쥐며 은퇴식을 마친 아스날의 전 캡틴 외데고르는 라이센스를 따고 코치로 아르테타 사단에 바로 복귀했다.
원래 장기간 휴가 이후 겨울에 합류하려 했으나 이제 막 학교에 적응하고 있는 자녀 때문에 아내랑 얘기한 뒤 런던에 머물기로 했기에 곧바로 돌아왔다는 건 비밀이었다.
물론 덕분에 아스날 선수단은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였던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특히 패스 마스터라는 별명마저 붙었을 정도로 패스 타이밍이나 볼을 배급하는 부분에서는 현역보다 더 나은 부분이 있었으니까.
“저 자식은 정말⋯”
하지만 모든 선수 중에서 가장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놀랍게도 지난 시즌 아스날의 에이스로 거듭난 유건이었다.
엄청난 성적을 거두면서 레전드 선수들의 데이터 동기화율이 크게 올랐고, 그건 또 실력을 증진시켜 주었다.
덕분에 동일 포지션의 어떤 선수와 비교하더라도 전문가들의 평가 속에서 판정승을 거둘 정도가 되었다.
세계의 엄청난 축구 선수들 중에 최고만 모아놓은 프리미어리그, 그것도 작년 우승한 아스날에 소속된 선수들이 감탄할 정도였기에.
‘⋯다음 단계로’
[지네딘 지단의 데이터 동기화율 87.23%]
[메수트 외질의 데이터 동기화율 75.14%]
[데이비드 베컴의 데이터 동기화율 56.11%]
[토마스 로시츠키의 데이터 동기화율 97.11%]
그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유건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싶었다.
남들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에게는 실제적으로 레전드 선수들과의 동기화율이 알려졌고, 그들에 비해 부족함이 있다는 것은 정량적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물론 그들 한 명 한 명보다는 네 명의 데이터를 동기화하고 있기에 실력적으로는 우세하겠지만 사람의 욕심에 끝이 있겠는가.
다음 단계가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모든 선수의 동기화를 다 채운다는 목표로 그저 정진할 뿐이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라 불릴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
[공격적인 이적시장을 보내면서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하는 아스날 FC, 더블 스쿼드를 구상하는 게 아르테타의 목표?]
프리 시즌 경기를 하나둘씩 진행하면서 아스날 선수단은 점점 호흡을 맞춰 갔고, 구단은 주전으로 경쟁할 수 있는 로테이션 이상의 알짜배기 선수들을 계속 영입했다.
특히 소우사나 페레이라가 있는 사이드백과 상대적으로 안쪽으로 파고드는 러너와는 반대로 러닝 크로스를 통한 직선 플레이를 추구하는 정발 왼쪽 윙포워드까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은 단 한 명, 유건이었는데 아르테타는 그의 로테이션을 위해 전술 자체를 바꾸는 것을 선택했다.
최근에도 경기에서 4-3-3, 3-4-3, 4-2-2-2 등 여러 개를 적용해가며 시험하고 있었고 시즌 전까지 결정하고 싶은 듯했다.
[아스날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둠바와 살리바의 조합은 이론상으로는 완벽한 조합, 실제 플레이는 과연 어떨 것인가]
프리 시즌 중에 영입생 및 유스 선수들을 경기에 뛰게 함으로써 아스날의 경기력이 세 경기 동안 사실 들쭉날쭉했는데 관련 칼럼까지 나올 정도였다.
반면에 좋은 쪽으로 칼럼이 쓰인 것은 바로 둠바와 살리바의 조합에 관한 것.
서로 약간 반대되는 플레이스타일의 그들이 뭉치니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던 것이다.
현재까지 경기를 진행한 아약스, AC 밀란, 올림피크 리옹 등 세계의 강팀들이 한 번도 그들을 뚫고 득점을 성공하지 못했을 정도로 말이다.
- 이전 경기까지는 그저 테타형의 실험일 뿐이었네! 오늘 경기력 진짜 눈이 정화된다
- 와, 진짜 이 정도라면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도 기대해봐도 될 정도 아니야? 너무 잘하는데!
- 사실 4-2-3-1이 공격보다는 수비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포지션이다 보니 지난 시즌에는 안 풀릴 때도 있었는데, 지금 건이 완전 미쳤다!
└ 건은 사실 지난 시즌부터 미쳐있는 게 맞음. 지금 동 나이대에서 저 정도 활약을 하고 있는 게 후안 루이스밖에 없잖아!
└ 지나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으로서 토마스 에르난데스 거기에 끼워봅니다. 이번 시즌에는 부상 안 당하고 다시 어린 월클 대열에 합류할 겁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칼럼이나 전문가들의 평가들은 프리시즌 네 번째 경기를 기점으로 한순간에 사라졌다.
챔피언스리그에 단골로 출전하면서 경쟁하는 팀을 상대로 압살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었으니까.
덕분에 그 경기는 프리시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화젯거리가 될 정도였다.
특히 전 세계의 거너스들은 환호성을 끊임없이 자신들의 SNS에 질렀고, 다른 팀의 팬들마저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나기 두렵다고 표현했다.
그중에서도 유건의 활약으로 응원하는 구단이 패배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그를 월드 클래스라고 평가했다.
유건이 빼앗아간 승점으로 몇몇 팀은 유럽 대항전 진출에 실패했기에.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우리에게는 슈퍼 미켈 아르테타가 있다!”
“둠바와 살리바, 뚫리지 않는 철벽! 그들이 지키는 아스날!”
이어지는 다섯 번째, 그리고 마지막 프리시즌 경기까지 원정을 와서 지켜본 아스날 팬들은 엄청난 응원으로 팀의 믿을 수 없는 경기력에 화답했다.
오자마자 살리바와 파트너로 평가받으면서 묶여서 응원가가 만들어진 둠바의 챈트도 울려 퍼졌다.
선수 개개인들마다 팬들이 챈트를 만들어주었는데 그건 또 선수들에게 열심히 뛸 의욕을 불어넣어 주었다.
지난 시즌 로테이션으로 쏠쏠히 활약한 스미스까지 응원가가 있을 정도였으니 이제 막 데뷔하거나 영입된 선수들은 말은 안 해도 내심 다들 바라고 있었다.
스스로의 실력을 발전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프로 선수의 일이겠지만 팬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일 중 하나였으니까.
[프리미어리그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분석하는 각 팀 프리뷰]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 예상되는 팀들은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그렇게 성공적인 프리 시즌을 보낸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앞두고 우승 후보의 반열에 포함되었다.
당장 지난 시즌 챔피언이었고 부족했던 부분까지 보강을 하고 로테이션 자원들까지 스쿼드의 질이 전체적으로 올랐다.
물론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도 이적시장을 통해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촉망받는 엄청난 유망주를 영입했다.
다들 변화가 있었기에 맞붙었을 때의 결과를 까봐야 알겠지만 세 개의 팀이 리그 우승 후보로 꼽히는 것은 변함없었다.
그 뒤를 이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뉴캐슬 정도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거라고 평가받고 있었고.
“다른 배우분들이랑 얘기는 잘했어? 시비 거는 사람이 없어야 할 텐데!”
“어휴, 오빠 여자친구라 그런지 남자 배우분들이 거의 공주처럼 대접해주셔⋯”
“오빠 사인 유니폼 서울 집에 좀 보관해놓고 살아야겠어! 으으으.”
그리고 그 시각, 유건은 훈련 세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여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새롭게 들어가는 작품 촬영에서는 그녀가 안면이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사실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던 유건.
그는 여름의 돌아오는 말을 들으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존재가 그녀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장소에서 수없는 일을 하며 그녀가 그런 곳에서 적응을 못 해낸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개막전 준비 잘하구! 아참, 오빠 휴가 일정 나오면 이번 시즌에는 미리 좀 알려줘! 아, 창훈 오빠가 더 잘 파악하고 있으려나?”
“⋯크흠, 내가 구두로 전달받은 건 기억 못 하는 게 있어서 창훈이형한테 최종 확인하고 보내줄게! 근데 그건 왜?”
프리 시즌 기간 중에도 계속 전화를 주고받았지만 시즌 개막이 다가오자 꽤 많은 시간을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걸 실감하는 둘이었다.
아쉬워하면서 전화를 끊을 준비를 하는 유건에게 여름은 하나의 부탁을 했다.
한국 들어오는 일정을 미리 알려달라는 말과 함께 최창훈을 언급하며 장난을 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로 단순하게 되물어봤던 유건.
그렇게 대답할 때까지는 잘 몰랐다.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한 것인지.
“⋯드레스 투어랑 스튜디오 촬영 예약해놓기로 한 거 잊으셨나 봐요? ⋯우리 오빠 많이 바쁘신가 봐요? 쿠아바, 캐시, 카마메니 다들 집에 초대 금지시키기 전에 열심히 준비할 거죠?”
“네, 넵!”
여름이 말한 의도는 바로 결혼식 전 스튜디오 사진 촬영 일정과 드레스 투어 예약을 위해서였다.
유건이 함께 있어야만 하는 일이었기에 출국 전에 얘기를 해둔 사항이었는데 깜빡한 것이다.
그런 그의 답변에 순간적으로 토라진 여름은 매일같이 축구게임을 하는 친한 친구들과의 만남을 금지시킨다고 협박한다.
화면으로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그녀의 동그랗게 커진 눈을 상상하며 재빠르게 대답한다.
앞으로는 더 신경 쓰겠다는 의미를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