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71화 (171/208)

171화. 일 년이 지났으면 좋겠네

“마틴, 바로 때려도 되겠는데!”

“마무리해라, 캡틴!”

경기 종료가 5분 남아있는 상황이었지만, 아스날의 파상 공세는 끝이 나지 않았다.

특출나게 변화를 주지 못했던 FC 바르셀로나의 전술은 후반전에도 아르테타의 전체적인 전술에 잡아먹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전반전에 때리지 못했던 유효 슈팅을 후반전에 1회 가져간 것을 보면 조금은 나아졌다.

물론 그들의 그런 경기력이 경기 전에 기대했던 양상과는 많이 달랐지만 말이다.

그렇게 당황하며 플레이하고 있는 그들을 상대로 심판의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몰아붙이는 아스날.

오늘로써 아스날 소속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외데고르를 중심으로 말이다.

“건, 잡고 천천히 해!”

“먼저 건한테 돌려!”

외데고르에게까지 공을 전달하기 위해서 아스날 선수들은 유건을 이용했다.

어시스트는 기록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주장에게 득점의 기회를 선물하기 위해서.

그것을 위해서 중간 연결 루트로 유건을 선택한 것이다.

콰앙-!

“⋯크윽, 레프리! 이거 카드 아닙니까?”

때마침 만들어진 기회.

유건의 본래 의도는 쿠아바를 통해서 반대편에서 들어오는 외데고르에게 삼각 패스 형태로 공을 내주려는 것.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FC 바르셀로나의 중앙 수비수가 자신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쿠아바가 위협적으로 느껴져서 뒤에서 다리를 걸었으니까.

덕분에 쓰러지면서 레프리를 보며 소리치긴 했지만 너무나 확실했다.

삐익-!

“마틴, 작별 선물이라고!”

“못 넣으면 일 년 더 하는 거다!”

타이밍 좋게 경기 종료를 앞두고 선언된 마지막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이는 당연히 외데고르.

주변에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스날 선수단의 응원을 받으며 주심의 신호에 따라 공을 찰 준비를 한다.

넣지 못한다면 일년 더 뛰고 가라는 유건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발로 공을 때린다.

콰아앙-!

‘⋯이 미친놈들아, 하나 못 넣는다고 일 년 더하라는 게 말이야?’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팀원들의 얼굴에 슈팅을 때리듯이 아주 강하게.

평소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처리하는 외데고르의 마음이 어떤지 짐작이 갔다.

바르셀로나의 골대를 흔들어버리는 그 슈팅을 보기만 해도 말이다.

아스날, 시즌 종료.

프리미어리그 우승.

영국 FA컵 우승.

유로파리그 우승.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

[아스날 FC,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알렉스 둠바 1380억에 영입!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린다!]

[아스날의 감독 미켈 아르테타, “우리가 찾는 선수가 있다면 적절한 비용으로 영입하길 희망합니다.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선수가 필요합니다”]

[아스날의 구단주 조쉬 크뢴케, “아르테타는 잃어버렸던 아스날의 위닝 멘탈리티를 되찾아 주었다”]

[유로파리그까지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트리플 우승 달성한 아스날은 멈추지 않는다]

시즌 마지막 경기인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아스날에 관련된 기사들은 여름 이적 시장에 대한 질문이나 칼럼이 주를 이루었다.

공식적으로 시장이 열리기에는 아직 일정이 남아 있었지만 로마노가 처음으로 공개한 이후 거의 확정되어 있는 영입은 바로 알렉스 둠바.

가장 필요했던 자리를 가장 빠르게 영입하는 데 성공했고, 그저 시장이 열리고 프리 시즌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구단주인 조쉬 크뢴케도 아르테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지원하겠다는 인터뷰로 팬들이 기대하는 바에 대해 답을 명쾌히 해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적 시장을 운영하는 자금 자체가 최근 몇 년간 하지 못했던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중계권료, 우승 상금 등으로 풍족해진 상태였다.

- 벌써부터 아르테타 볼이 마려운데 나만 그런 거 아니지? 전 세계 구너들 지금 나랑 똑같은 마음인 거지?

└ 진짜 11명 중에서 딱 한자리 불안했던 게 살리바 파트너 자리였는데 이걸로 완벽한 스쿼드가 됨

- 다음 시즌 부상만 없으면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본다!

- 다들 알잖아? 솔직히 건이랑 캐시가 부상 당했을 때 가장 대체가 안 될 것 같은 자원이라, 이번 시즌도 건강했으면!

└ 캐시는 그나마 자코가 들어오면 쿠아바의 머리를 노리는 크로스가 날카로우니까 괜찮은데, 건은 정말 언터처블이야!

- 진짜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상대가 예측할 수 없게 쉬지 않고 변화되는데 결국 가장 좋은 방향의 선택지로 가더라

프리 시즌이 열리기까지는 한 달이 넘는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아스날 팬들은 이적 시장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경기력으로 지난 시즌 영국 리그를 지배하다시피 한 자신들이 응원하는 구단의 경기력을 보고 싶었지만, 선수들도 인간인 이상 휴식은 취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잠깐의 중단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구단이 영입에 있어서 팬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진행했다는 점이다.

기존에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중앙 수비수 선수가 엄청 구멍까지는 아니었지만 리그 우승 경쟁팀의 주전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보강을 하고 이적 시장을 시작한다는 점은 엄청나게 시장에서 유리한 상황을 선점할 수 있기도 했다.

여러 포지션이 아닌 자신들에게 정말 필요한 위치의 선수들만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영입을 집중할 수 있으니까.

“저, 저희 예식장은 단독으로 진행되구요! 시간별로 예약 중에도 텀을 두어 최대한 연속된 식의 지인들과 겹치지 않게 배정되어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정말 너무 수수하게 아름다우셔서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비즈가 많이 부착된 드레스를 입는 것도 괜찮으실 것 같아요!”

“두 타임도 예약이 가능한가요?”

“연, 연속으로 두 타임이요? 가, 가능은 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부탁드릴게요!”

“네, 넵! 총 4시간 예약되고 식비는 두 번 청구되는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영국에서 열리지도 않은 아스날의 여름 이적 시장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 그 시각, 유건은 여름과 함께 휴가를 맞아 한국으로 돌아와 있었다.

귀국한 그날부터 매일 예식장을 두 개, 세 개씩은 돌아보면서 여름의 마음에 드는 곳으로 예약을 하기 위해 투어를 진행하고 있었다.

일주일 차인 오늘이 되어서야 마지막으로 방문한 예식장이 마음에 들어서 여기로 하자는 눈빛을 받은 유건은 과감하게 두 타임을 연속해서 예약했다.

아직 영국, 스페인에서 뛸 때의 팀원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니 혹시나 그들이 오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대한 여유롭게 잡는 게 좋으니까 말이다.

사실 예식장의 입장에서는 두 번 준비해야 될 시간동안 한 번만 준비하면 되니까 당연히 어렵지 않게 승낙했고, 고객이 유명인 커플 중에서도 인기 있는 유건과 여름 아닌가.

반대한다면 아마 그 예식장 주인은 두고두고 후회할 기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짜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내가 잘할게, 여름아!”

“푸훕, 그만 잘해줘! 지금 당장 할 거 없으면서 뭐를 잘해준다는 거야!”

예약을 하고 나와서 차량을 탑승하자, 정말 결혼을 준비하는 게 실감 난 여름은 멍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한다.

그런 자신의 옆에서 그저 잘하겠다는 말을 청혼한 이후로 계속 반복하는 유건을 보며 웃음 짓는 여름이었다.

자신이라는 사람을 있는 그 자체로 사랑해주는 그 덕분에 어린 나이에 결심할 수 있었기도 하고, 그녀도 놓치기가 싫었다.

붙어있는 매 시간이 너무 좋고, 떨어져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빠르게 보고 싶은 사람이랑 평생을 함께한다는 기회를.

“그러면 이제 진짜 일 년 남은 건가? 한국 들어온 김에 할머님이랑 지연이한테는 다 말해두자!”

“나야 환영이지! 용인 FC 오빠들도 줘야 하지 않을까?”

“이제 사실 내가 모르는 선수분들도 계셔서 찾아가는 게 민폐인 것 같아서⋯, 따로 형들이랑 감독님, 코치진분들이랑 약속을 내가 잡아볼게!”

예식장을 예약했다 하더라도 아직 그들에게는 일 년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시즌 휴식기 동안 진행하는 게 가장 베스트였기에 이번에 할까도 했지만 지금은 당장 준비된 게 없었다.

한국이나 영국에 거주할 수 있는 집만 있는 것이 다였고, 주변인에게 알리고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얘기할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면서 세계적인 무대에 계속 도전장을 내밀 유건은 영국이 주 거주지가 될 것은 자명했고, 여름은 아직까지는 한국이 주무대였기에.

서로의 일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만큼 그들은 섣부른 결정으로 후회할 일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앞으로 수십 년을 함께 살아갈 반려자이니까 말이다.

‘⋯빨리 일 년이 지났으면 좋겠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면서 대화를 해나갈 둘일 테니, 아직은 걱정이 없는 유건이었다.

그저 일 년이 빠르게 지나가서 진짜로 결혼할 시기가 다가오기만을 바랄 뿐.

그녀와 함께하는 미래는 행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렇게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며 빠르게 흘러갈 일 년이 지나고 나면 유건의 인생에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될 예정이었다.

***

“형, 그러면 촬영은 프리시즌 전으로 맞춰줄 수 있을까?”

“물론이지, 인마! 형이 그런 건 다 준비해놓을 테니 걱정 말고! 한국에서 여름이랑 잘 놀고 무사히 돌아와라.”

“그래그래, 형도 이제 클럽팀 찾아야 될 애들도 있을 텐데 쉴 수가 없겠네? 이제 나한테 제일 무신경하다니까!”

“너는 솔직히 내가 할 게 없잖냐, 아마 내년쯤에나 재계약할 때 그때 형이 열심히 쌓은 짬밥으로 성공적인 협상을 하고 오마.”

“크큭, 장난이지. 사실 형 아니었으면 아스날은 생각도 안 했을 수도 있는데 여기 온 이상 정착해야지.”

한창 휴가를 즐기던 중에는 최창훈과의 연락도 주고받는 유건이었다.

시즌 막바지에 얘기를 듣긴 했던 명품 의류 브랜드 CF 계획이 구체화되고 정확한 일정이 나온 부분에 대해서 추가적인 얘기가 필요했으니까.

촬영지는 런던으로 협의가 된 사항이었고 일정 자체도 유건을 배려한 창훈이 프리 시즌 시작 전으로 잡았다.

유건이 시즌 중에는 훈련에 최대한 매진하고 축구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동안 에이전트 생활을 해오면서 모를 수가 없었기에.

물론 축구를 제외하고도 여름에 대한 관심은 가득한 사람이긴 했지만 그 부분은 예외였다.

“형수님 대신 육아도 좀 하고! 그럼 프리시즌 일주일 전에는 들어가는 걸로 해볼게.”

“이 형이 사랑꾼인 건 너도 잘 알지 않냐? 흐흐, 아주 최고의 남편이 되고 있다니까! 애기도 이뻐 죽겠다 정말.”

“일 때문에 바빠질 때는 내 일 아니라고 그래라! 나 형수한테 미움받기 싫어.”

“⋯크흠, 필요할 때 한 번씩만 너 이름 팔게.”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짓는 둘의 대화.

박하린과도 거의 가족처럼 지내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유건이었기에 미움을 받기가 싫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최창훈이 어린 선수들의 계약 문제로 집에 늦게 들어갈 경우에도 자신의 핑계를 대고 지나갔다는 것을.

유건의 이름을 대면 박하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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