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시즌이 끝나고 나면
[맨체스터 시티를 물리치고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스날]
[환상적인 활약으로 결승전 MOM에 선정된 디데 쿠아바, “팀원들과 감독님, 코치진 분들의 노력으로 저는 이번 시즌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스날의 감독 미켈 아르테타, “환상적인 기분이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맨체스터 시티를 이긴다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지만 오늘은 더욱 특별하다”]
다음날 영국 스포츠 신문 1면은 아스날 뉴스로 도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일찍이 FA컵 역대 최다 우승팀의 기록 경신으로 관심을 받았기도 하고 사실 리그에서 두 번 다 이겼지만 아직까지는 실제 경기 배당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우세를 점했었기에.
그런 예상을 세 번 연속 뒤엎어버리면서 결국 한 번의 우승 횟수를 추가하면서 기록을 유지했다.
덕분에 프리미어리그의 축구팬들, 전문가들은 새롭게 최상위권의 반열에 발을 내디딘 아스날에게 찬사를 보냈다.
[아스날의 캡틴 마틴 외데고르, “아직 두 경기가 더 남아있습니다. 축배는 그때 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외데고르는 아스날 팬들이라면 행복해할 수밖에 없는 인터뷰를 남겼다.
사실 은퇴를 앞두고 있었기에 그런 말을 덧붙였겠지만 그런 서사가 있기에 더 주목받았다.
이번 시즌 남은 경기는 두 경기,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와 유로파리그 결승전.
아직 기뻐하기보다는 그것마저 끝내고 마지막 축배를 들겠다는 주장의 인터뷰는 자연스레 기대감을 불러왔다.
응원하는 구단이 우승컵 하나에서 끝나지 않고 두 개, 세 개를 들어 올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말이다.
[아스날 올해의 선수로 유력한 유건, “저는 세계 최고의 팀에서 뛰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제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행복한 감정을 넘어서 마지막으로 팬들을 미쳐 날뛰게 한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유건이었다.
그는 5년 이상 아스날과 계약 기간이 남아있었고 이번 시즌 엄청난 활약 덕분에 최근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를 원화로 따진다면 최소 1500억 이상, 적정가격 2000억 이상 수준.
더불어 팀의 에이스라는 자리까지 이어받은 그가 이적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그런 발언을 했으니 어떤 팬이 사랑을 느끼지 않겠는가.
아마 줄 수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싶을 정도일 것이다.
게다가 그가 만들어낸 이번 시즌의 기록은 뱉은 말이 언젠가 실현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아직 두 경기가 남은 상태에서, 시즌 15골 36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 유건이었으니까.
***
와아아아-!
“캐시도 이번 시즌에 나타나서, 정말 다행이란 말이야!”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중위권에 위치한 팀과 매치된 경기가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 순간, 아스날은 계속해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전반전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데고르가 터트렸던 프리킥 골로 선제 득점을 올렸고, 방금 터진 캐시의 멋진 골.
엠블럼을 두드리는 세레머니를 보여주는 그의 존재에 열정적인 응원을 하고 있는 홈팬들은 감사함을 느낀다.
비싼 이적료를 지불하지도 않고 유스 선수를 발굴해서 주전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실 구단 스쿼드의 비어있는 자리를 메우기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보통 실력 등의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었는데 아르테타는 오른쪽 날개 자리에 대한 고민을 캐시를 발굴하면서 끝낸 것이다.
“끝날 때까지 방심만 하지 말자!”
“리그도 확실하게 마무리해보자고!”
세레머니를 위해 코너에 모인 아스날 선수들은 경기가 재개하기 전 어깨동무를 한 채로 원을 그리면서 모인다.
그 중심에서 선수단에게 강한 의욕이 담긴 외침을 전달하는 외데고르.
보통 상황에서는 그 말을 파티노가 이어받았겠지만 이번에는 유건이 다음 외침을 이어 나갔다.
최근 가장 많은 경기를 뛴 파티노 대신 오늘은 카마메니가 원 볼란치로 출전을 했으니까 말이다.
삐이익-!
- 제발 갑작스런 이변만 안 일어나면 좋겠다. 이대로 아스날이 우승 가보자!
- 리버풀이랑 맨체스터 시티는 진짜 힘 빠질듯. 보통 같았으면 당연히 우승하는 승점인데 세 팀 다 동시에 역대급 시즌을 보내네
- 승점 1점 차 승리 진짜 오랜만에 보는듯? 이제 거의 30분 남았는데 축따형도 마지막 리그골로 마무리해보자!
- 축따형! 축따형! 축따형! 우승 가보즈아!
다시 경기를 재개하는 심판의 휘슬에 맞춰 상대팀의 킥오프는 시작되었다.
볼을 뒤로 내주자마자 그와 동시에 빠르게 달려갔던 공격수들을 위한 길게 주는 경합 패스를 보며 축따튜브의 채팅방은 여전히 활발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승점 1점 차이로 우승을 거머쥐는 아스날,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의 현재 승점을 언급하며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실제 73%의 비율로 공을 점유하고 있는 오늘의 경기력 자체도 패배보다는 승리에 훨씬 가까웠으니까.
상대적으로 FA컵이 훨씬 우승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투욱-! 투욱-! 투욱-!
“여기 비어 있다, 카마!”
“마틴, 다이렉트로 돌려!”
“건, 뒤로 돌아!”
이제는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만날 때마다 점유율을 압도하고 패스를 통해 풀어나가는 플레이가 익숙해진 아스날.
티키타카 전술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이용해 끊임없이 전진하고 빈 공간을 노린다.
상대팀으로서는 쉬지 않고 공이 돌아갔기에 방심할 수가 없었다.
약간의 공간만 보여주더라도 그 사이로 킬패스를 보낼 유건과 외데고르가 아스날 스쿼드에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추가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더 촘촘하게 틀어막는 수밖에 없었다.
‘⋯오빠, 조금만 더 힘내!’
그리고 촬영 시작 일정이 연기되면서 이번 시즌 종료까지 영국에 머물기로 결정된 나여름.
그녀는 오늘도 유건에게 배정된 VIP석에 자리를 잡고, 리그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와중 그녀의 얼굴은 무언가 다른 생각 때문인지 붉어져 있었는데, 아침에 경기를 위해 출발한 유건이 던진 말 때문이었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럽긴 했으니까 말이다.
스윽-!
“시즌이 끝나고 나면, 같이 한국으로 가서 준비할까?”
잠결에 비몽사몽한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여름의 머릿속에는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배웅하는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왼손의 네 번째 손가락에 유건이 크게 박힌 다이아가 포인트인 반지를 끼워줬었으니까.
계속해서 앞으로 함께 지내자는 얘기는 서로가 꾸준히 말로 얘기하면서 표현을 주고받았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처음으로 유건이 진지하게 말을 꺼냈던 것이다.
“함께 준비하자, 결혼.”
이제는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선수이자 스타가 되어 버린 유건.
응원은 했지만 실제로 자신이 꿈꾸던 목표를 이룬 유건은 솔직히 말해서 자신과 다른 세계로 가버렸다고 느낀 적도 있는 여름.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는 있었다.
자신보다 더 예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떠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속으로 하는 걱정을 듣기라도 한 듯 유건은 직접 청혼을 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함께 결혼 준비를 시작해보자는 말과 함께.
“유, 유건 선수의 골이 또 한 번 터집니다! 아스날로서는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인데요!”
“오늘 캐시 선수의 활약은 정말 눈이 부실 정도인데요? 1골 1어시스트에 이어서 첫 번째 골이 터졌던 프리킥을 만들어내기도 했죠!”
“쿠아바, 유건 선수의 호흡에 이어 캐시 선수가 유스에서 나타난 것이 아르테타 감독에게는 아주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을 것 같거든요?”
“맞습니다! 더불어 이번 시즌 영입된 카마메니, 페레이라 등 비슷한 나이대의 어리고 세계적인 유망주들이 스쿼드 내에 많으니까요!”
“정말 다시금 생각하면 이렇게 어린 선수들이 많이 포진된 선수단인데 이번 시즌 성적이 놀라울 따름이네요.”
“외데고르, 파티노, 살리바 등 베테랑 선수들이 아무래도 잘 끌어주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여름이 유건과의 찬란한 미래를 그리며 얼굴을 붉히고 있을 그 시각, 유건은 또 한 번의 골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이솔레이션 상황에서 패스를 이어받은 캐시가 순간적인 바디 페인팅으로 사이드백을 제쳐내고 달려 들어오는 유건에게 컷백 형태의 패스.
그것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골대로 밀어 넣으며 골을 터트리는 장면을 보고 안준성과 전지우는 프리미어리그 종료를 위한 마지막까지 스퍼트를 올리기 시작했다.
몇 년 전 리버풀의 박준철이 우승을 차지한 게 최근 한국인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었다.
그때 이후 오랜만에 한국인이 우승하는 시즌이기도 했고,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인 유건의 우승이기도 했으니까.
삐이익-!
그때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울리는 휘슬.
리그 테이블에서 턱 끝까지 추격해온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를 떨쳐내고 아스날이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아스날로서는 이번 시즌 더블을 이루는 순간이기도 했고, 유로파리그를 포함하면 트리플 우승을 바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기도 했다.
결승전 상대가 챔피언스리그에서나 만날 법한 프리메라리가의 FC 바르셀로나이긴 하지만 해볼 만했다.
메시가 떠난 이후 티키타카 전술에 있어서 맨체스터 시티의 하위 호환이라고 평가받는 그들이었고, 현재 아스날 선수단은 그 부분에 있어서 많은 경험이 있었다.
직접 그 전술을 유행시킨 펩 과르디올라를 이번 시즌 세 번이나 겪어왔으니까.
‘⋯우리 플레이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이길 가능성이 크다!’
우승컵을 들고 샴페인을 터트리긴 했지만, 모든 선수단의 가족을 초청해서 진행하기로 한 파티는 아직 하지 않았던 아스날.
그 이유는 곧 다가올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남아있어서 아르테타가 모든 게 끝나고 진행하자고 제안한 것.
그런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아르테타는 늦은 시간까지 다가오는 경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시즌 마지막 경기이니만큼 무조건 이겨서 기분 좋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더불어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음 시즌 어떤 변화를 주고 강화할 스쿼드를 기반으로 어떤 식의 전술을 가져갈지.
그리고 그런 부분을 실현시켜 줄 현재 시점에서의 부족한 포지션 중 우선적으로 보강해야 할 위치는 어디인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위치가, 합의가 성공적으로 끝난 게 아주 다행이야.’
그런 생각을 하는 동시에 아르테타의 입가에는 순간적으로 미소가 퍼져나간다.
최근 이적을 담당하는 이사에게 전해 듣기로는, 바라던 소식이 있었고 그것은 어떻게 보면 급선무였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확정 지었어야 한다고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부분이 긍정적으로 해결되었고 이제는 세부적인 협상만이 남아있는 단계였다.
확정짓기 전까지 미끄러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지만 개인 합의, 구단 간의 합의가 완료된 시점이었기에 거의 확정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다음 시즌 아스날에 그 선수가 합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