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68화 (168/208)

168화. 보스, 고생하셨습니다

“패스는 너네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투 터치 이내로 짧게 짧게 돌리자!”

연장전에 돌입한 뒤 선제 득점에 성공한 아스날은, 수적 우위를 이용한 미드필더 라인의 주도 아래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가까운 위치에 있는 팀원을 이용해서 짧게 짧게 패스하면서 마치 맨체스터 시티의 티키타카 전술을 따라 하는 듯한 플레이 스타일로 말이다.

반면에 상대팀은 평소보다 급하게 공격을 전개시켰다.

연장 후반전 종료까지의 남은 시간을 계산한다면 그리 많지가 않았으니까.

“이제 우리는 끝까지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공을 잡는 위치가 어느 곳이든지 모든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저 최선을 다해라!”

어느새 울렸던 연장 전반 종료 휘슬은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연장 후반 전에는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시간까지는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짧은 여유만이 남았고, 아르테타는 그 시간을 이용해 선수들에게 경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리고 집중력을 요구한다.

자신의 두 손으로 머리를 두드리는 열정적인 몸동작과 함께 말이다.

삐이익-!

짤막한 브리핑이 끝난 이후에는 곧바로 연장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양 팀의 선수들은 킥오프를 기다렸다는 듯이 미친 듯이 공을 향해 질주한다.

끝을 달리는 치열한 경기에서 공을 소유하는 상대팀 선수가 보다 더 심리적인 압박을 많이 느끼도록.

“같이 압박해줘!”

“다들 힘드니까 발아래 정확하게 패스 주자!”

“시간 거의 끝났으니까 마지막까지 긴장 풀지 마!”

팀원들과의 의사소통에 더불어 경기장 내의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선수들의 외침도 끊이지 않았다.

스물두 명의 선수들은 단 한 명도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공 하나의 행방에 대해 쫓아간다.

그 와중에는 팀원들에게 향하는 서로 간의 배려, 협동심 등이 모두 느껴진다.

이 치열한 시간이 끝난다면 양 팀은 승자와 패자라는 두 개의 상반된 결과를 가지고 가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동일했다.

구단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소속된 팀을 위해 마지막까지 힘을 내는 것은.

***

삐익-!

‘⋯시간은?’

연장 후반 종료가 다가오는 시각, 맨체스터 시티에게 좋은 찬스가 찾아왔다.

불과 이십 분 전 정도에 아스날이 역전골을 만들어냈던 지점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서 유건이 파울을 범한 것.

옐로 카드를 받게 되었지만 그건 유건이 지금 신경 쓰는 사항이 아니었다.

파울로 끊지 않았다면 자신의 뒤쪽 빈 공간으로 달려가는 선수에 의해 더 위험한 상황으로 연결되었을 테니까.

주심이 꺼내 드는 카드에 항의할 생각보다는 그저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바라볼 뿐이었다.

‘삼 분이라⋯, 아차!’

분명 파울로 끊기 전에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바라본 전광판에서는 11분이 넘어가는 게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 눈에 비치는 시간은 약 12분이 흐르는 시점.

그 짧은 시간이 약 5분처럼 느껴졌던 경기였기에 당황스러운 감정이 올라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트피스를 수비하기 위해 재빨리 복귀하는 유건이었다.

- 제발, 제발! 아스날 제발 우승 가자고 축따형!

- 맨체스터 시티 골키퍼까지 올라온다 이제! 진짜 경기 끝날 때까지 미친 재미네 오늘

- 후우, 한 번만 막자 수비진! 이번에만 수비 성공하면 진짜 다 왔다!

- 축따형! 축따형! 축따형! 결승에서 한 번도 안 진 거 다들 알지? 축따형이 이길 거다!

중계화면에 시티의 수문장이 아스날 골대 앞으로 올라가고 있는 장면이 잡혔다.

역습이 나온다면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맨체스터 시티에게 지금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동점골을 어떻게든 넣어서 역전골을 노리든지, 페널티킥까지 끌고 가서 다시 한 번의 기회를 만들어내든지 둘 중 하나의 선택지만 있었으니까.

그것을 보며 얘기를 나누는 축따튜브의 구독자들은 마지막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유건이 소속된 아스날의 우승을 바라고 있었다.

투우욱-!

힐슨이 지키는 골대 앞으로 수많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될 때쯤, 방아쇠는 당겨졌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세트피스를 도맡아 처리하는 킥이 정교한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골키퍼 사이 지역으로 킥을 올렸다.

이런 상황마다 동일하게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더 치열하게 서로 자리를 잡기 위해 몸을 경합하고 유니폼을 끌어당긴다.

파울이라는 아슬아슬한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공을 클리어하거나, 골대에 꽂아 넣기 위해서.

콰아앙-!

“세, 세컨⋯”

“안 돼!”

점프한 자신의 머리를 살짝 스칠 듯 지나가는 공을 바라보는 쿠아바는 무의식적으로 뒤에 있는 팀원들에게 클리어를 요청하려 했다.

하지만 앞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짧게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서 있던 소우사가 고개를 돌려 맨체스터 시티 선수의 머리에 공이 맞는 상황을 바라보고 외친 것이다.

티잉-!

그러나 정말 오늘 신은 아스날에게 배팅이라도 한 것인지, 한 번 더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내리꽂은 슈팅이 골대 안쪽으로 빨려들어 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골대에 맞고 튕겨 나왔으니까.

촤아악-!

“⋯허억, 허억! 아직 안 끝났으니까 집중해!”

그 공에 재빨리 반응하면서 슬라이딩으로 미끄러지며 클리어를 해내는 파티노.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빠르게 다시 잡아내는 바깥 지역의 맨체스터 시티 선수를 보며 주변의 팀원들에게 집중하라고 외친다.

최근 몇 년간 우승이라는 단어에 목말라 있던 그는 마지막까지 몸에 남은 힘을 짜내고 있었다.

투욱-! 투욱-! 투욱-!

경기 종료가 다가오는 시간이었기에 다시 한번 펼쳐지는 맨체스터 시티의 티키타카 전술은 효과를 발휘했다.

지칠대로 지친 아스날 선수들이 압박을 붙기 전에 짧게 패스하면서 골대 앞쪽으로 전진하고 있었으니까.

콰앙-!

하지만 그 패스길을 읽고 있던 유일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아스날 수비의 핵심인 윌리엄 살리바.

오랜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이번 시즌 내내 철강왕 같은 모습을 다시 보여주던 그가 미리 자리를 잡고 큰 소리와 함께 일어난 거친 어깨싸움에서 승리했다.

뻐어엉-!

“이걸로 끝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중앙선을 넘어서까지 날아가도록 거대한 체구의 체중을 담아 멀리 공을 차 낸다.

그곳에는 아스날 선수가 없었기에 바깥쪽으로 임팩트를 주며 사이드 라인으로 아웃되기를 노리면서 말이다.

“라인 올려! 앞에서 붙자!”

노린 바를 성공시키면서 맨체스터 시티에게 스로인이 주어진 상황.

빠르게 처리하려 했으나 이미 라인 근처에서 받아줄 준비를 하는 선수들에게는 아스날 선수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살리바가 클리어를 하는 즉시 공의 높이와 방향을 보고 팀원들에게 이미 올라가자고 외쳤던 유건이 있었으니까.

낮은 진형을 갖추고 있었지만 미리 출발을 한 덕분에 곧바로 다시 공격 작업을 만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제발, 어디로 가야 되는 거야?’

‘다 막혀있어⋯’

그래서일까 공을 소유하는 것은 맨체스터 시티였지만 오히려 더 다급해지고 있었다.

체력이 빠진 아스날 선수들이 재빠르게 따라붙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자리를 지켰으니까.

움직이는 사이 공간으로 패스를 넣을 수 없게 촘촘하게 그물망을 짜고 있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좌절스러운 감정을 순간적으로 느낀다.

힐끗 바라본 전광판의 시간은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갔기에.

“가자, 가보자!”

“마지막까지 힘내!”

반면에 아스날 선수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함성을 내지르며 서로의 힘든 육체에게 힘을 주려 했다.

끝을 향해서 달려온 오늘 경기 120분이 넘는 시간의 종착지가 보이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너무나 바라고 바라던 승리라는 단어와 함께 도착하려 했으니까 말이다.

삐이익-!

“으아아!! 휘슬이 울립니다 여러분! 유건 선수가 소속된 아스날이 이곳 웸블리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물리치고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합니다!”

“양 팀 선수들이 모두 잔디에 쓰러져 있습니다! 오늘 정말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준 양 팀 선수들에게 결과를 떠나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유건 선수는 정말 결승전에 가기만 하면 모두 승리하는 걸까요? 좋은 징크스를 계속해서 이어갑니다!”

“이번 시즌 출발부터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며 달려왔던 아스날이 결국 우승컵을 하나 거머쥐네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울리는 심판의 휘슬.

그와 동시에 그라운드에 있던 22명의 선수들 중 골키퍼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쁜 숨을 그제서야 편히 쉬며 잔디에 드러눕는다.

편하게 대자로 눕는 선수도, 얼굴을 무릎 사이에 묻고 슬퍼하는 선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경기는 끝이 났다.

물론 그들의 자세만으로도 승자와 패자를 알 수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중계를 마무리하고 있는 안준성과 전지우는 유건이 소속된 아스날의 승리를 축하한다.

그가 만들어내고 있는 찬란한 커리어, 현재까지 매 시즌 우승컵을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강조하면서.

“으하하, 모두 다 고생 많았다! 우리가 우승이다!”

“으아아아!!”

“으하, 으하!!”

그런 찰나의 순간이 지나간 뒤에, 벤치에 있던 아스날 선수들과 아르테타를 비롯한 코치진들은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왔다.

하나둘씩 일어나는 아스날 선수들과 미친 듯이 끌어안으며 스스로의 몸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이 이쪽저쪽으로 뛰어다닌다.

그리고 쿠아바와 유건이 만들어낸 특유의 댄스.

그게 경기장에 있는 구단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따라 한다.

웸블리까지 응원을 와준 팬들 눈앞에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며 엠블럼에 키스를 하고, 그들과 끌어안는다.

“예에에!!”

확실히 유건은 지금 이 순간 그라운드에서 가장 흥분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상의 유니폼은 이미 벗어서 바로 앞에서 응원을 하고 있던 귀여운 꼬마 남자아이한테 줘버렸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끌어안은 팬들과 함께 포효하면서 이 기분을 즐길 뿐이었다.

모두가 바랐던 결과가 나왔으니까.

둥둥-! 둥둥-!

한참을 즐기고 들어왔던 아스날 선수단은 라커룸에서도 광란의 파티를 벌였다.

이제까지 어떻게 참아온 건지 살리바는 미친 듯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었으며, 외데고르와 파티노마저도 우스꽝스럽게 몸을 흔든다.

그리고 용인 FC부터 춤 실력을 다져온 유건이 아예 라커룸의 중앙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촤아아아-!

“와아아아!!”

“미켈, 미켈!!”

“보스, 고생하셨습니다!”

마침내 들어온 마지막 한 사람.

인터뷰를 마치고 우승컵을 들고 돌아온 아르테타를 향해 선수단은 미리 준비해놓았던 샴페인을 터트리며 그에게 뿌린다.

경기장에서 한 차례 다 함께 들어 올렸던 우승컵이었지만 지금은 또 한 번 감격스러웠던 사실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몇 년 이상을 우승컵 없이 점점 약팀이 되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자신들이, 다시 한번 영국의 정상에 서게 되었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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