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67화 (167/208)

167화. 할 수 있다

“패스 돌리자!”

“쉽게 쉽게 보내줘!”

“중앙으로 못 들어오게 틀어막아!”

동점골을 넣는 데 성공한 아스날 선수들은 재개된 경기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유지했다.

후반전 초반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맨체스터 시티와 팽팽하게 맞선다.

주변의 팀원들끼리 소리치면서 호흡을 맞춰 그들에게 대항한다.

여기서 한 골만 더 뽑아낸다면 FA컵이라는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걸 차지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떨어질 거야? 우리는 펩과 함께 우승을 위해서 모인 팀이라고!”

“이번 경기마저 지면 우린 이번 시즌 아스날한테 세 번 지는 거다! 매년 이기던 팀한테 이게 무슨 창피냐고!”

“그런걸 신경 쓰기보다는 그저 상대팀을 이기기 위해서 집중해!”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도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꽤나 진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시즌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겨준 팀은 아스날이 유일했다.

심지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팀도 그들이 유일했고 말이다.

퍼억-! 퍼억-!

서로의 승리를 위해 경기장 전 구역에서 경합하는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몸싸움은 치열했다.

꽤 멀리 있는 선수들의 귀에 들릴 정도로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를 동반하며 전장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해 승리를 쟁취하려 한다.

“건, 뒤로 돌면서 받아도 돼!”

“마틴, 맨온이야 뒤로 내줘!”

“더 타이트하게 붙어줘 미들!”

후반전이 끝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시각에도, 아르테타는 추가적인 전술 변화를 가져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이번 시즌 계속해서 해왔던 대로 뛰어난 미드필더진을 기반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중앙 지역을 지배하지는 못했다.

매번 그곳에서 짧은 패스를 통해 풀어 나오며 상대팀의 골대 앞으로 전진해오던 맨체스터 시티도 마찬가지였고.

서로 경기의 기반이 되는 플레이가 생각만큼 되지 않는 오늘 매치였기에, 결승골을 넣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삐이익-!

“⋯명, 명불허전입니다! 두 팀 다 경기 전 많은 사람들이 예측했던 대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휘슬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저는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양 팀이 서로 주고받는 빠른 템포의 공격에 경기는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맞습니다! 이제 전반전을 본 느낌인데 벌써 후반전까지 종료가 되었거든요?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이번 경기가 끝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간에 사이드 지역에서의 공격을 일부 포기하고 미드필더진을 강화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용병술도 멋졌는데요! 밀리던 경기를 다시 바로 잡았지만 득점에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오늘 정말 명장 감독들의 용병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하루인 느낌입니다. 두 감독 모두 교체로 적절한 효과를 가져왔거든요?”

“그래서 더 기대되는 연장전입니다! 아직 두 팀 모두 교체카드는 네 장씩 남아있습니다!”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 후반전은 안준성과 전지우에게 시간 개념을 망각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엄청난 템포를 보여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스날은 공을 소유할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상대팀 골대 쪽으로 전진했고, 수비를 하는 상황에서는 상대팀 선수를 마치 죽이기라도 할 기세로 압박했다.

상대적으로 공을 주변 팀원들에게 돌리며 티키타카를 통해 경기를 낮은 템포로 풀어갔던 맨체스터 시티였지만 그들도 평소보다 엄청 높은 템포인 것은 분명했다.

리그에서 가장 높은 평균 패스 개수, 성공률을 자랑하던 그들이 미스를 다섯 번 넘게 할 정도였으니까.

“지금 경기의 핵심은 미드필더진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중앙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캐시 대신 자코가 들어가서 오른쪽 사이드 끝에 위치하고, 클락이 스미스를 대신해서 들어간다.”

“건, 스미스, 파티노, 마틴, 자코 순서로 다섯 명의 미드필더를 구성하고 러너와 교체할 콜이 쿠아바랑 투톱을 이룬다.”

연장전으로 돌입하기 전 따로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고 벤치 앞에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될 진형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아르테타.

상대팀이 어떻게 변화를 줄지 보고 대응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전술을 변경한다.

미드필더진을 강화하고 크로스나 롱패스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코를 투입한다.

중앙 지역의 숫자 자체가 많아졌으니 카마메니보다 다소 공격적인 스미스를 넣으면서 외데고르와 하프 스페이스 지역에 위치시키는 메짤라로 활용한다.

- 전술 변경 미쳤다. 테타형 후반전 시작할 때 의심해서 미안해, 이제 형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 5분 사이에 네 명을 교체하네. 이걸로 교체 카드 다 써버렸는데 제발 경기장에 선수들 부상만 안 당했으면!

- 펩도 바로 대응하는데? 명장 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은 게 공격을 그대로 두고 수비를 한 명 빼버리네

- 진짜 오늘 승패 떠나서 경기 보는 것 자체가 재밌네. 내가 응원하는 아스날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거 보니까 진짜 가슴이 웅장해진다

곧바로 연장전이 시작되자마자 예정된 교체를 바로 시행하는 아르테타.

시간 간격을 두고 투입하긴 했지만 그렇게 오래 지체되지는 않았고, 과르디올라도 바로 두 명을 교체하면서 대응했으나 남은 두 장의 카드는 아껴두고 있었다.

축따튜브의 채팅방 화력이 평소와 다르게 꽤나 줄었을 정도로 오늘은 중계 화면에 비치는 경기 자체에 집중하는 구독자들이 많았다.

양 팀의 패스 플레이와 공격 전개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으니까.

삐익-!

“올라와! 살리바를 중심으로 자리 잡아!”

“스미스, 역습 못 나오게 뒤쪽에서 대기!”

“그까지! 마틴, 거기까지만 올라가!”

연장 전반 9분, 중앙 지역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자코가 맨체스터 시티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먼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짧게 패스하면서 볼을 천천히 돌리다가 공격 지역으로 볼을 건네주는 플레이를 추구하는 아스날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두 명의 패스 마스터 중에 킬패스 루트를 창조하는 것은 외데고르가 한 수 위였지만, 패스 정확도를 따진다면 유건이 선수단 내에서 베스트.

그런 그에게 중요한 데드볼 킥 역할을 맡기고 맨체스터 시티 골대 앞으로 올라가는 선수들이었다.

후우-! 후우-!

‘⋯하자, 할 수 있다’

크게 숨을 가다듬는 유건은 공을 응시하며 마음을 추스른다.

자신이 임팩트를 줄 부분에 집중하며 잔디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네 발자국 뒤로 물러난다.

거리가 멀다 보니 평소 프리킥을 찰 때보다는 조금 더 많은 힘이 필요했기에 도움닫기 거리를 늘린 것이다.

그리고 공과 떨어진 지점에서 상대편 골대 쪽에 밀집된 경기장 내의 선수들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자신이 상상하는 장면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면서.

뻐어엉-!

[데이비드 베컴의 데이터 동기화율 53.53%]

[우측 사이드에서 정확한 킥으로 팀원의 머리를 향해 패스를 보내세요 (1/2)]

머릿속에 이제는 익숙해진 메세지가 울려 퍼지는 사이 팀 내 중앙 수비수들을 노리는 의도가 담긴 킥은 빠르게 날아간다.

데이비드 베컴이 자랑했던 특유의 슈팅 폼에서 비롯된 소름 끼치도록 정확한 킥.

거리가 멀었지만 공은 속도가 줄지 않고 조금씩 중앙 쪽으로 휘어들어 가며 바람을 가른다.

쐐애액-! 투웅-!

“⋯크윽!”

“공은 어디⋯?”

골대 앞에 너무나 많은 선수가 밀집되어 있다 보니 멀리서 날아오는 킥이었음에도 정확하게 머리에 맞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저 주변에 있는 다른 선수들과 부딪치며 스스로도 모르게 내뱉는 옅은 신음과 함께 공을 찾는다.

클리어되었는지, 골대로 들어갔는지 혹은 그것도 아니라면 공중으로 떠올랐는지 말이다.

이번에는 경합하던 파티노의 머리에 맞고 골대 바로 앞에서 높게 떠오른다.

“위에 공 봐!”

“위치 확인해!”

가장 먼저 공을 찾은 선수는 자신의 위치에서는 닿을 수 없는 거리였기에 주변에 있는 팀원들에게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라고 외친다.

하지만 그 소리는 주변에 있는 상대팀 선수들까지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동시에 열 명이 넘는 선수가 바라보는 공은 조금씩 아래를 향해 낙하하고 있었다.

퍼억-! 퍼억-!

다시 한번 아래쪽에 있는 선수들이 경합하는 몸싸움 소리.

서로 점프를 하지 못하게 어깨를 벌려 자리 잡은 뒤 점프하고, 심판이 허용하는 아슬아슬한 선을 지키며 유니폼을 잡는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뒤쪽에서 끌어안거나 푸싱 파울의 형태가 되면 페널티킥이 주어질 수 있기에 조심하면서 말이다.

‘⋯누가?’

킥을 차고 바로 빠르게 달려간 유건이었지만 아직 골대와는 거리가 있는 그의 위치에서 정확하게 누가 해결하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선수들이 한데 뭉쳤다가 흩어지는 것을 기다릴 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머릿속으로 여러 감정이 오간다.

공의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감정이 함께 움직일 테니 말이다.

출렁-!

“으아아아아! 이걸로 끝이다!!”

“으하하하, 나이스다 쿠아바!”

다시 한 번 경합된 볼은 맨체스터 시티 선수의 이마를 빗맞으면서 아래쪽으로 떨어진다.

신이 아스날의 우승을 점찍어놓기라도 한 듯 그게 쿠아바가 자리를 잡고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행운의 볼은 그저 발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도 골대 안으로 흘러들어 가게 하는 데 충분했다.

혼잡한 상황에서는 흐르는 공에 반응하기가 손을 쓰는 골키퍼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삐이익-!

“골, 골입니다! 마침내 쿠아바 선수가 이 치열한 경기에서 결승골이 될 수도 있는 귀중한 득점을 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 전에 유건 선수가 정확하게 골대 앞으로 킥을 붙인 것이 이 골에 많은 역할을 했죠!”

“맞습니다! 거리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택배처럼 정확하게 배달했어요!”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아스날은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게 모든 경기를 승리하게 됩니다!”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반대인데요! 작년에는 아스날이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었습니다!”

연장 전반, 먼저 득점에 성공하는 아스날의 세레머니를 구경하며 안준성과 전지우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로 중계를 이어갔다.

동점 상황에서는 그들도 순간적으로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아스날에게 유리한 상황이 된 이후 문득 떠오르는 사실 하나가 있었다.

유건은 소속팀에서 매 시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결승전에 올라간다면 절대 패배하지 않았던 기록을.

물론 아직 용인 FC 시절의 한국 FA컵과 헤타페 CF 시절 코파델레이 두 개가 전부인 커리어였지만 말이다.

‘⋯진짜 이번에도 유건 선수가 이기나?’

하지만 만약 이번 경기에서도 연장 후반까지 좋은 경기력으로 마무리한 뒤 승리를 거둔다면 얘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다.

엄청난 기록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남은 유로파리그 결승전의 결과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게 커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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