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65화 (165/208)

165화. 막아줘 힐슨

와아아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남은 네 경기 중 첫 번째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유건과 쿠아바가 각각 한 골씩 넣으면서 전반전에 2:0으로 앞서면서 시작한 경기는 손쉽게 승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며칠 뒤 FA컵 결승전이 있었기에 빠른 골을 넣고 필요한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려 했던 아르테타의 의도에도 부합했다.

삐익-!

그가 생각해둔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같았으면 더 많이 뛰었을 파티노와 유건이 후반전이 시작하면서 교체되었다.

대신해서 들어가는 스미스와 클락을 이용해 포지션을 그대로 4-2-3-1로 유지했다.

카마메니랑 클락의 투 볼란치 조합을 시험해보기 위험도 있을 테지만 가장 큰 목적은 따로 있었을 것이다.

‘⋯확실히 미드필더진은 한 명 정도 빼고는 추가영입이 필요없겠는걸.’

여름 이적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에 추가로 영입을 해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목적 말이다.

사실 미드필더는 확실하게 더블 스쿼드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뎁스가 나쁘지 않았는데, 다음 시즌에는 마틴이 은퇴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유스에서 콜업을 시키든지 베테랑 선수를 영입해오든지 등의 한 명의 보강 정도는 필요했다.

코치진들과 회의를 해본 결과 공격진, 수비진에 비해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더블 스쿼드를 구성할 수 있는 미드필더진은 그럴 거라고 예측했고,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 멤버 그대로 다음 시즌 중앙 지역을 구상해도 무리가 없을지에 대해서.

그리고 경기가 흘러가는 양상을 보면서 아르테타는 외데고르의 빈자리를 제외하고는 추가 영입이 필요없겠다라는 생각을 확신할 수 있었다.

“클락뿐만 아니라 스미스의 발전도 어마어마하네.”

“카마메니가 클락과 호흡을 맞출 때는 너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주네.”

그것을 벤치에서 지켜보며 파티노와 외데고르는 대화를 나눈다.

아스날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자원들의 발전들을 보며 감탄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외데고르는 당장 내년, 파티노는 몇 년 뒤 자신이 없는 스쿼드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여기서 더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약해지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기에.

“저 녀석이 보물이긴 해, 부상도 잘 안 당하는 철강왕 스타일이고.”

“그러니까! 마틴, 네가 젊을 때가 떠오른다니까.”

그들은 마지막으로 벤치에서 주변의 팀원들과 웃음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경기를 지켜보는 한 선수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확실히 이번 시즌 아스날의 좋은 성적에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선수.

오늘도 한 골을 넣으며 공격 포인트를 또 한 번 기록하는 데 성공한 유건이었다.

그는 확정적으로 프리미어리그 도움왕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기도 했다.

- 나이스, 오늘도 승리!! 이제 한 경기 남았다 아스날!!

- 가즈아, 진짜 이게 대체 몇 년 만에 우승하는 거야! 구너 인생에도 이렇게 복이 찾아오네요

- 첼시 팬으로서 그저 부럽습니다. 아스날 내년 챔스에서도 우승 후보로 꼽힐 것 같은데요?

└ 설레발 포함하면 그런데 솔직히 아직은 아닌듯요. 내년에도 초반부터 이런 모습 보여주면 가능할듯!

└ 일단 내년에도 공격진, 미드필더진은 동일하고 수비진이 어떻게 개편될지에 따라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함

마침내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려 퍼지면서 축따튜브에서도 승리를 기념하는 채팅이 끊임없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까지 단 한 경기 남게 된 아스날이었고, 대진이 결정된 팀도 그렇게 강팀이 아니었다.

일정상 FA컵이 중간에 끼어 있어 베스트 라인업이 출전 못 하게 될 수도 있지만 로테이션을 가동해도 충분히 이길 거라 생각하는 팬들이었다.

초기에는 일부 선수들이 각성하여 아스날을 이끌어 왔다면 지금은 팀 전체적으로 수준이 엄청나게 올라왔다.

그랬기에 축따튜브의 구독자들은 밝은 미래를 꿈꿀 수밖에 없었다.

현재 라인업 중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가 훨씬 많았기에.

***

“상대가 더 간절하게 오늘 경기에 임할 확률이 높다. 그들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탈락했으니까.”

“하지만 FA컵은 우리 아스날이 역대 최다 우승을 기록하고 있는 대회, 즉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기록을 이어 나가고 최근 몇 년간 들지 못했던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는 마음을 생각하면 오히려 우리가 간절함이 크다.”

“우린 오늘 승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FA컵 결승전이 펼쳐지는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

서로의 홈구장이 아닌 이곳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위해 아스날은 가까운 거리를 이용하여 미리 도착했고, 라커룸에서 오늘 경기에 대해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들도 간절한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우승해야 하는 이유가 더 많으니 더 간절하다는 아르테타의 브리핑과 함께 시작되기를 준비한다.

각자 속으로 저마다의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여기가 웸블리⋯.’

‘⋯다시 오는데 오래도 걸렸군.’

‘이게 아스날에서의 첫 트로피가 될 수 있길⋯.’

누군가는 말로만 듣던 웸블리에 처음 방문한 것에 대해 신기해하고 긴장했다.

누군가는 예전에 매년 방문하던 이곳에 너무 오랜만에 복귀한 것에 대해 감회를 새롭게 느낀다.

그리고 유건은 아스날 소속으로 들어 올리는 첫 트로피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 마틴.”

“많이 우승했잖아, 우리 다시 우승 좀 해보자.”

이번 시즌 두 팀이 마주쳤던 프리미어리그 두 개의 라운드에서는 모두 아스날이 승리를 거두었다.

그런 이유 덕분에 경기장으로 입장하기 위한 터널에서 외데고르에게 맨체스터 시티 선수가 이를 갈며 승리를 가져가겠다고 말하는 건 이상한 광경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을 듣는 외데고르에게서 순순히 져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일은 결코 없을 테지만 말이다.

삐이익-!

그렇게 이번 시즌 영국을 통틀어 최고의 팀을 가리는 FA컵의 결승전이 심판의 휘슬과 함께 시작되었다.

최고의 용병술과 전술을 보여주며 지고 있는 경기는 역전, 이기고 있는 경기는 승리를 유지하는 미켈 아르테타.

티키타카 전술을 현대 축구와 결합하여 역대 최고의 축구팀이었다고 칭해지는 FC 바르셀로나의 단일 시즌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낸 펩 과르디올라.

감독들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명장들이 우승컵을 놓고 싸우게 되는 매치였다.

“압박 타이밍 늦지 말고, 바로바로 붙자!”

“쟤네 패스 빠르게 돌린다, 발은 넣지 말고 붙기만 해!”

시작된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날의 경기는 이번 시즌 그들이 만난 세 경기 중에서 가장 일방적인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매년 우승컵을 들어오던 우승 DNA가 사라지지 않았는지, 엄청난 티키타카 전술로 아스날을 상대로 반코트 경기를 하고 있었다.

단단한 미드필더 라인에서부터 천천히 라인을 끌어올리며 최종적으로는 공격수들까지 압박에 참여하는 아르테타의 수비 전술에 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압박 타이밍을 서로의 호흡으로 맞추고 조금 더 빠르게 패스를 빼앗기 위해 움직일 뿐이었다.

투욱-! 투욱-!

또 한 번 그들이 보여주는 펩 과르디올라의 전매특허 전술, 티키타카.

오늘 맨체스터 시티가 돌리는 패스 플레이의 속도는 말로 표현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고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아스날 선수들이 계속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발은 공에 닿지 못했다.

‘⋯허억, 허억!’

아직 전반 30여 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유건은 꽤 가쁜 숨을 내뱉고 있었다.

계속해서 압박이 실패하자 선수단의 진형 자체가 약속된 움직임과는 조금 달라졌다.

그 때문에 공격 라인과 유건은 생각보다 무의미한 압박을 하면서 체력을 이전 경기들보다 더 많이 소진하고 있었다.

평소와 같았으면 몇 번은 빼앗아서 공을 소유하기 위해 패스를 돌려야 하는 시간인데 말이다.

“오늘 맨체스터 시티의 티키타카는 아스날과 맞붙었던 이번 시즌 3번의 경기 중 가장 잘 먹혀들어 가는데요! 지금 약 3분 정도 공을 한 번도 못 만지고 있어요.”

“과르디올라 감독이 오늘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를 해 온 것 같습니다! 투 볼란치를 사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중앙에 밀집된 아스날에게 공을 주지 않으려고 사이드 위주로 풀어나가는데요!”

“맨체스터 시티가 자랑하는 두 명의 메짤라를 이용한 보통의 포지션과 진형 자체는 동일한데 사이드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게 오늘 다른 점이죠!”

“그래도 아직 다행인 점은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아스날 선수들은 자신들이 기회를 잡을 때를 기다리며 악착같이 버텨내고 있습니다!”

안준성과 전지우의 중계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었다.

경기 양상으로만 본다면 지금 이 순간 팬들에게 아스날이 승리하는 장면은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물론 이번 시즌 보여준 그들의 저력을 생각한다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모른다고 말하겠지만, 오늘 보여지는 장면은 유독 쉽지 않아 보였다.

자랑하는 패스 플레이를 통한 전진, 유건의 킬패스를 통해서 공격진의 마무리를 통한 득점 등 그들의 강점이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으니까.

운좋게 시티의 공을 빼앗아 오더라도 유효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하거나 다시 빼앗기면서 기회를 놓친다.

투욱-! 투욱-!

그리고 안준성과 전지우의 중계를 보며 팬들이 걱정하고 있을 그 시각, 화면에 잡히는 맨체스터 시티의 패스 플레이가 날카로워지며 아스날 선수들의 사이 사이로 공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유건, 파티노, 카마메니가 지키는 미드필더 지역을 순간적으로 빠져나가며 순식간에 수비 라인까지 올라간다.

포백 라인에 도달하기 전 한 번에 뚫리지 않기 위해서 두 명의 볼란치를 위치시켜둔 아스날.

그런 그들이 한 번에 제쳐진 이상 아무리 살리바가 월드 클래스 수비수라 할지라도 순간적으로 모든 공간을 틀어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두세 번의 패스를 더하더니 살리바의 파트너가 지키고 있는 중앙 지역까지 올라왔으니까.

‘⋯제발, 막아줘 힐슨!’

그 시각 웸블리의 VIP석에서 지켜보고 있는 나여름은 골대 앞까지 올라온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을 보면서 아스날의 수문장 힐슨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크게 외친다.

이제 곧 마무리를 시도할 그들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달라고 빌면서.

평소보다 더 오늘은 승리를 원했던 아침의 유건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그가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이다.

투욱-! 투우욱-!

‘⋯빗나가라!’

‘제발 들어가지 마!’

그런 나여름의 바람이 성공적으로 선방을 해내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사위는 굴려졌다.

중앙 지역까지 올라온 시티의 공격수가 선택한 마무리 방법은 뒤쪽에서 달려오는 미드필더에게 빼주며 슈팅의 기회를 넘기는 것이다.

각자 바로 앞에 있는 선수들을 마크하느라 그 선수까지는 커버하기 쉽지 않았던 아스날의 중앙 수비수들.

그렇게 뛰쳐나오지 못하는 그들은 노마크 상황의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가 땅으로 깔아서 슈팅 차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속으로 골대를 제발 빗나갔으면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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