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유니폼을 교환하면서
삐익-!
후반전 정규시간 종료까지 8분 남은 시각에 한 골 실점을 한 아스날.
그에 맞춰 아르테타는 곧바로 교체를 시작했다.
상대의 흐름을 끊고 시간을 어느 정도 끌기 위해서.
지금 현재 스코어로 경기가 종료된다면 결승전에 올라가는 건 자신들, 아스날이었으니까.
“미들에서 압박 많이 해줘야 해!”
“건이나 마틴 둘 중 한 명은 우리 라인 같이 확인하면서 플레이해!”
먼저 투입했던 교체는 러너를 빼고 클락을 넣어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구성했다.
수비 라인보다는 미드필더에 숫자를 늘려 애초에 위험한 상황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그때부터 더욱 핵심지역이 되어버린 미드필더 지역은 시끄러웠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양 팀 선수들 간의 외침이 오고 갔다.
아스날 선수들이 원정을 온 상황이지만 홈팀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크게 말하면서 기세 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삐익-!
종료까지 5분 남은 시각, 세 번째 투입은 스미스였다.
연장전을 대비한다면 유건을 경기장 안에 두어야 하는 게 맞는 판단이겠지만, 아르테타는 그 상황을 만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히려 남은 5분 체력이 꽉 찬 상태로 남아있는 벤치 선수들로 교체해서 버틸 생각.
그중 첫 번째가 스미스를 넣고 그와 외데고르가 사이드 쪽으로 빠지면서 이제 완연한 4-4-2 형태로 진형을 갖춘 것이다.
물론 거기서 멈출 생각은 아니었고 남은 두 장의 교체카드도 모두 써버릴 셈이었다.
삐익-! 삐익-!
“캐시 선수와 쿠아바 선수가 동시에 빠지네요! 아무래도 시간을 끌려는 목적과 마지막까지 전방 압박을 가하겠다는 소리인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그런 의도가 있는 것 같죠? 그나저나 이번 교체와 함께 남은 모든 카드를 사용하는 아르테타입니다! 이제 아스날은 아무도 부상을 당하거나 연장전으로 가게 되면 불리해집니다!”
“남은 5분의 시간을 버틸 확신이 있다는 아르테타 감독의 도박이 조금 섞여 있는 용병술인데요?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반면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시간도 아끼고 연장전을 위해서 카드를 세 장이나 남겨두고 있습니다!”
종료까지 3분 남은 시각, 아르테타는 선발로 출전했던 기존 투톱을 모두 교체했다.
안준성과 전지우가 언급하는 것처럼 아마 마지막까지 쉬지 않고 압박하기 위한 용도로 투입했을 것이다.
지금 들어간 자코와 콜은 체력이 쌩쌩하게 남았으니 말이다.
“이제 사 분 남았다! 사 분만 잘 플레이하면 된다!”
“제발 결승 가자!”
오늘 벤치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 경기에 뛰다가 벤치로 들어온 선수들 모두 공통적으로 바라고 있었다.
눈앞의 경기에서 아스날이 승리를 거두고 자신들이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기를.
챔피언스리그가 아니긴 했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이상 4강으로 만족하기에는 아쉬운 대회였다.
유럽 대항전이라는 것은 보다 많은 명예가 따라오는 대회이기에.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우리는 슈퍼 미켈 아르테타를 가졌다! 그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
마드리드까지 팀이 이기는 것을 보고 싶어 온 원정팬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내년이면 다시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하는 만큼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유로파리그 결승을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가고 싶은 게 그들 마음이었으니까.
물론, 그곳에 가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삐이익-!
그와 함께 울리는 심판의 휘슬.
경기 자체는 1:0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승리했지만 1, 2차전 합산해서 아스날이 2:1로 결승전에 진출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시즌 FA컵에 이어 유로파리그에서도 또 한 번 결승전에 진출한 순간이기도 했고.
***
[유로파리그 결승, 아스날과 바르셀로나의 승부 성사! 이 정도면 챔피언스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빅매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리오 퍼디난드, “이번 시즌 아스날의 성적은 정말 놀랍다. 유로파리그 결승도 나는 그들의 승리를 예상해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게리 네빌, “아스날이 잘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우승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로빈 반 페르시, “확실히 지금으로서는 아스날이 강팀 같다”]
경기가 끝나고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졌지만, 사실 승리 팀인 아스날에게는 기분 좋은 뉴스가 대다수를 이루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들이 출연한 방송사에서 유로파리그 경기를 리뷰했는데도 말이다.
평소 아스날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게리 네빌만이 부정적인 평가를 포함시켰고, 퍼디난드와 반 페르시는 좋게 평가했다.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대단한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아스날의 마틴 외데고르, “주장으로서 팬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남은 경기도 힘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스날의 유건, “오늘 개인적으로는 아무 활약도 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열심히 뛰어준 팀원들 덕분에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며칠 뒤 기사로 나온 아르테타와 외데고르, 유건의 인터뷰도 나무랄 데 없이 깔끔했다.
승리를 팀원과 팬들에게 돌리고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한 인터뷰였으니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알렉스 둠바, “이번 시즌 팀의 좋지 않은 성적에 실망하신 팬분들께 죄송합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감독,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반면 패배팀 선수와 감독의 인터뷰는 팬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데뷔 이후 꾸준하게 에이스 수준의 활약을 해온 둠바는 비난을 피했지만, 일부 선수들과 감독은 그렇지 못했다.
당장 지난 시즌 우승한 선수단에서 몇 명이 빠졌다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못 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하지만 초반에는 예상하지 못하던 그런 결과가 이제는 기정사실이 되었기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고?”
“네, 맞습니다 감독님. 유니폼을 교환하면서⋯.”
그런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각, 이미 런던으로 돌아온 아스날.
회복 훈련이 끝난 이후 유건의 요청으로 아르테타의 사무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니폼 교환을 하면서 들었던 흥미로운 이야기.
아르테타가 반가워할 만한 소식이었기에 평소에는 찾아오지도 않던 개인 사무실을 직접 찾아온 유건이었다.
“한 번 검토를 해봐야겠군.”
“고맙네, 건!”
유건이 문을 닫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코치진과 함께 만들어 놓은 파일을 열어본다.
머릿속에 떠돌던 고민 하나가 사라진 느낌.
기분좋은 그 느낌에 아르테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열고 하늘을 바라본다.
밝고 청명한 푸른 하늘을 보며 앞으로 가야 할 미래에 대해 고민해본다.
‘⋯내년에는 더.’
그렇게 나아가야 할 날들에 대해 떠올려 보며 창밖을 보고 있는 아르테타의 뒤에 있는 컴퓨터.
그곳에는 파일 하나가 띄워져 있었다.
[여름 이적시장 필수 영입 리스트]라는 제목의 파일이.
***
“건이다, 건!”
“건, 사인 좀 부탁해요!”
“건, 아스날에 계속 남아있을 거죠? 다른 팀 가지 마요!”
FA컵과 유로파리그 대회들은 결승만이 남아있었기에 일정이 뒤로 밀려 있었다.
그때가 다가올 때까지 아스날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남은 리그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즌의 끝이 다가올수록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 사인을 받기 위해 방문을 하는 팬들은 점점 많아졌다.
그중 유건의 유니폼을 들고 있는 팬들이 50% 이상이었는데 그것만 보더라도 유건의 인기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보통 10명 내외로 기다리던 거기에 약 30여 명 이상이 기다리고 있게 되면서 주변의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사실 일반 가정집들 앞에서 기다리면서 아스날 선수들이 트레이닝 센터로 출퇴근 시에 받는 것이다 보니, 그렇게 많은 숫자는 충분히 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였다.
“대책을 마련해야 될 것 같던데요?”
“오늘도 너무 많이 기다리고 계시더라구요.”
그 부분은 구단에서 나서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지만, 유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의무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팬에 관련된 문제였기에 최대한 나서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번 시즌 그들의 서포트 자체가 꾸준하게 우수한 성적을 내는데 뒷받침이 된 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프로 선수로서 올바른 자세였다.
팬들이 없다면 선수는커녕 구단 자체가 가치를 잃어버릴 테니 말이다.
“출구쪽에 통행에 방해가 되니 사인은 한동안 옆쪽에 차를 주차하고 해놓는 걸로 한다.”
“공식적으로 홈페이지에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 사인이나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최대 15명 정도가 수용 가능하다고 게시할 예정이다.”
“30명은 너무 많은 것 같고, 15명 내외로 생각해서 최대 20명 정도로 인원은 제한할 생각이다.”
유건의 그런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획기적인 방법은 아니었지만 구단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선수 유건의 의지를 받아 공식적으로 주민들과 협의를 진행했다.
사실 통행에만 방해되지 않는다면 분위기 좋은 구단의 팬서비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그들의 말.
그것에서 착안해 도로를 막지 않고 팬들에게 서비스를 희망한다면 출구 쪽 한편에 주차를 해두고 진행하자는 게 아르테타의 입에서 공론화되면서 전파되었다.
더불어 계속 찾아오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었기에 이 이상의 인원은 수용 불가 판단을 내리고 공식 웹사이트에 글을 게시했다.
찾아와주시는 건 너무나 감사한데, 죄송스럽게도 인원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가 좋은 시즌인데, 콜니는 한 번 방문해야지!”
“거기 인기가 너무 좋아서 이제 새벽같이 방문해야 20명 안에 들어갈 수 있다던데?”
“크, 그게 다 팀이 잘해서 그런 거구만!”
그럼에도 불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팬들은 그래도 최대한 이해해 주려 하는 분위기였다.
자신들을 생각해서 그래도 최소한의 배려를 해주고 싶은 시도 자체를 했다는 구단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그에 더해 15명이라고 공지하긴 했지만 약 20명까지는 기다리면서 사인을 받아 가는 게 가능했다.
선수들마다 출근이나 퇴근길에 그것을 위해 멈춰 서주는 건 그들의 자유였지만 말이다.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잘해왔는데 시즌 마무리 환상적으로 해보자!”
그리고 사실 팬들은 그런 팬서비스를 제외하고서라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프리미어리그 34, 35, 36라운드 승리를 하면서 리그 우승까지 단 두 경기 남았으니까.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도 계속 연승을 달리면서 쫓아오는 가운데 아스날은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한 명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즌 초반의 이변을 마지막까지 유지하고 있는 아스날.
이번 시즌 남은 경기 총 4경기.
프리미어리그 37, 38라운드.
FA컵 결승전.
유로파리그 결승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