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58화 (158/208)

158화. 이게 얼마 만의 골이냐

스으으-!

사이드백을 손쉽게 뚫어낸 캐시는 다음 동작으로 연결하는 부분에서도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지체하지 않는 것이 더 득점으로 가는 길에 가깝다고 생각했기에.

뉴캐슬의 수비는 사이드백이 뚫리자 다들 급하게 직선적으로 골대 앞까지 내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캐시는 살짝 꺾어서 컷백 형태로 내준다.

마찬가지로 골대에 접근하며 올라오고 있던 유건에게.

투욱-!

‘거기서 멈추면⋯, 그렇지!’

캐시가 만들어낸 절호의 찬스에서 연결받은 컷백.

당연히 골대로 날릴 수 있는 슈팅의 각도는 있었다.

하지만 가까운쪽 포스트로 차기에는 골키퍼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먼 쪽 포스트와 자신 사이에는 수비수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그 상황에서 유건이 인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반대쪽의 공간.

러너를 의식하면서 내려오고 있던 뉴캐슬의 오른쪽 사이드백이 컷백 패스를 보고 잠깐 멈춰선 그 순간, 유건은 패스를 보낸다.

타다닷-! 투우욱-!

멈춰있던 사이드백과 오른쪽 중앙 수비수 사이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유건의 전환 킬패스.

컷백 형태로 들어오는 공을 곧바로 패스로 연결할 것이라고는 보통 생각하지 않기에, 뉴캐슬 선수들이 벙쪄있는 사이 손쉽게 전달된다.

전진하고 있던 러너의 폼이 오늘 좋지 않았다고 해도 이렇게 떠먹여 주는 공을 골대에 꽂아 넣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보통 안쪽으로 파고드는 이 상황에는 먼 쪽 포스트로 골키퍼의 손에 닿지 않는 코스를 노릴 테지만, 그쪽에 뉴캐슬의 수문장이 위치한 것을 보고 가까운 쪽 포스트로 그저 밀어 넣는다.

출렁-!

“으아아아!!”

굴러가는 공을 막거나 차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뉴캐슬에게는 아스날의 선제 득점을 막아낼 방도가 없었다.

그물이 흔들리는 것을 보자마자 러너는 원정팬들을 향해 왼쪽 가슴의 엠블럼을 두드리며 달려간다.

강렬한 포효를 내지르며 그들에게 이 기쁨을 전달하기 위해서.

“이놈아, 내 어시스트는!”

“크크, 저 자식 자기가 어시스트하고 싶어서 슈팅으로 안 가져간 거 아니야?”

그런 그를 향해 달려가며 골을 만들어낸 기쁨을 나누는 유건과 캐시.

자신의 어시스트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을 왜 버리는 거냐고 물어오는 캐시의 말은 씨익 미소 지으며 회피한다.

뒤에서 들려오는 카마메니의 장난도 무시하는 유건이었고 말이다.

전반 41분, 아스날의 선제득점으로 세인트 제임스 파크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뉴캐슬 선수들의 승부욕에 불을 지르는 순간이기도 했고.

***

삐이익-!

그러나 의욕만이 너무 앞섰던 탓에 뉴캐슬의 전반 마지막 공격은 위협적이지 못했다.

더 좋은 상황에서 마무리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는 중거리 슈팅으로 기회를 소진했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아스날은 리드하는 스코어를 유지한 채로 심판의 휘슬과 함께 전반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금 좋긴 한데 우리에게는 추가골이 필요해!”

“더 세밀하게 플레이해서 마무리까지 가져가야 돼!”

하프타임을 맞아 라커룸에 들어온 아스날 선수들에게는 방심이란 단어는 일절 없었다.

그저 후반전에도 어떻게 하면 집중해서 추가골을 뽑아내고 승리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지속하고 있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외데고르가 아닌 유건의 주도하에 말이다.

그동안 주장단을 살피고 경험하면서 체득한 리더십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부족함 없이 선수단에게 의견을 펼치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더 나은 플레이를 위한 방향이 어떤 것인지도 제시하면서.

‘⋯건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던가?’

‘좋은 발전이다, 건.’

‘다음 시즌에는 건이⋯.’

그런 유건의 모습을 보며 아스날 선수단, 코치진과 더불어 아르테타도 저마다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년 주장단에는 새로운 개편이 있을 것 같다는 예상과 함께 말이다.

아니 사실 개편은 예정되어 있었던 부분이기에 또 한 명이 추가되었을 뿐이지만.

아직은 주장 후보 수준이겠지만 그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리더십 부분에서 더욱 발전을 거듭한다면 아르테타의 성격상 젊은 주장이 될 수도 있었다.

옛날 마틴 외데고르가 입단 이후 어린 시절부터 주장 완장을 맡아서 아스날을 이끌었던 것처럼.

“당장에 전술 변화는 가져가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전반전에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세밀하게 움직임을 조금씩 수정하자고.”

“오늘 상대방의 사이드 플레이는 충분히 잘 막고 있다.”

그런 선수단 내부의 열정적인 토론 이후에는 아르테타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전반전을 벤치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큰 부족함 없이 경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다고.

굳이 전술에 변경사항을 가져가지 않아도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서 말이다.

콰앙-! 콰앙-!

“자자, 후반전도 기분 좋게 이기고 돌아오자고!”

마지막은 외데고르가 라커룸 문을 두번 정도 두들기며 선수단을 집중시킨다.

다시 한번 전투에 나갈 시간이 돌아왔다고.

치열한 전장에서 승리를 하는 것은 우리팀일 거라고.

오늘을 패배가 아닌 우승을 위해서 한 발자국 더 내딛는 순간으로 장식하기 위해서.

***

“아스날 선수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하프타임 때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을까요?”

“추측할 수 있는 건 오늘 경기에서 꼭 승리를 거두자는 말은 포함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니까요!”

“맞습니다! 오늘 만약 아스날이 승리를 거둔다면 상대적으로 다른 팀들보다 확실히 월등한 위치에 있게 되죠!”

“또 하나의 관심사는 우리 유건 선수가 가는 팀마다 우승을 만들어내는데, 지금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 유로파리그, FA컵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개 중의 하나는 한다는 좋은 징크스일까요? 제 마음 같아서는 세 대회에서 다 좋은 성적을 거두셨으면 좋겠는데요!”

후반전을 위해 입장하는 선수들을 보고 안준성과 전지우는 아스날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사실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하프타임 때 대화는 “끝날 때까지 집중하자” 등일 거라 추측을 간단히 했고, 남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를 소망한다.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아스날에 소속된 유건은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을 기쁨으로 물들이고 있는 스포츠 스타였으니까.

투욱-! 투욱-! 투욱-!

‘⋯멈추지 않고 템포를 이어간다!’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아스날의 패스 플레이는 날카롭게 다시 한번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서 공을 키핑하지도 않고 다이렉트로 이대일 패스를 통해 끊임없이 전진을 시도하는 유건이 있었기에.

그 모습은 마치 그라운드의 모차르트라 불리던 아스날의 레전드, 토마스 로시츠키가 부활이라도 한 것 같았다.

유건이 공을 터치할 때마다 아스날의 템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으니까.

[토마스 로시츠키의 데이터 동기화율 90.12%]

[다이렉트로 패스하여 주변의 팀원과 주고받으며 전진하세요 (6/4)]

동기화를 진행하고 있는 선수들 중에 가장 동기화율이 높은 것은 바로 로시츠키.

유일하게 2단계에 속했던 그의 플레이는 부상에 시달리기 전, 아스날의 전 지역을 누비며 낭만을 보여주었다.

지금 보여주는 유건의 모습은 바로 그와 같았다.

“건, 그대로 치고 나가!”

“건, 뒤쪽으로 돌려줘도 되겠다.”

“맨온!”

그렇게 선수단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골대 앞까지 순간적으로 전진한 유건은 망설이지 않고 발을 크게 휘두른다.

거리가 꽤 멀다고 생각이 들지만 임팩트가 정확하게만 된다면 세컨볼을 노리거나, 세트피스 상황으로 연결될 수도 있으니까.

콰아앙-!

몸에 붙은 가속력을 주체할 생각보다는 그를 이용해 강력한 슈팅을 구사하는 데 이용했다.

쿠아바의 리턴 패스를 건네받자마자 바로 슈팅으로 연결한다.

파워보다는 임팩트에 치중하여 발을 공에 맞췄지만, 가속력이 실려있었기에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골키퍼가 캐칭하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날아갔다.

퍼엉-!

물론 코스가 정확했다 하더라도 거리가 있는 곳에서 날린 슈팅이었기에 득점으로 연결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골키퍼가 펀칭을 하면서 골대 측면으로 아웃되었기에 코너킥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에 맞춰 살리바를 비롯한 수비 라인이 헤딩을 위해서 뉴캐슬의 골대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근에 호버 코치가 준비해온 걸로 가보자고!”

“건, 헤딩을 위해서 중앙으로 이동해!”

“페레이라랑 소우사 빼고는 모두 중앙으로 모여!”

캐시가 코너킥을 준비하는 사이, 유건이 제안한 세트피스 대형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는 아스날 선수들.

진형 자체를 리딩하는 살리바의 주도하에 선수단은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사이드백과 외데고르를 후방에 위치시키고 나머지는 모두 중앙 쪽으로 이동하면서.

휘이익-!

그사이 캐시가 올리는 코너킥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뉴캐슬 골대 앞으로 날아오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점프를 뛰는 살리바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

러너와 유건은 함께 중앙에 모여있다가 가까운 세컨볼을 노리고 살짝 물러난다.

중앙에 밀집된 수비 중 각자 마크맨들, 합쳐서 총 두 명을 끌어내기 위해서.

“살리바, 머리에 무조건 맞혀라!”

“골이 안 돼도 좋으니까 맞히기만 해!”

“쿠아바, 돌머리 보여주라고!”

주변에 있는 아스날 선수들의 응원을 받으며 중앙에 밀집된 선수들은 저마다 몸을 공중으로 띄우기 시작한다.

선수단 내에서 키가 큰 편에 속하는 중앙 수비수 두명과 쿠아바, 파티노까지.

퍼엉-!

그러나 뉴캐슬의 골키퍼가 낙하지점을 보다 정확하게 읽었다.

한 번 더 펀칭으로 선수들이 헤딩을 하기 전에 먼저 공을 쳐낸다.

강하게 쳐내긴 했지만 그 볼이 외데고르에게 정확하게 튕겨 나가긴 했지만 말이다.

투욱-!

“건!”

그리고 그 공을 망설이지 않고 빈 공간을 찾아서 움직인 유건에게 전달한다.

코너킥 상황에서부터 마크하던 수비수가 옆에 붙어있었지만, 한 명의 압박쯤은 쉽게 벗겨낼 자신이 있는 그였기에.

스으윽-! 투욱-!

‘⋯비어있잖아, 여기가!’

하지만 유건은 드리블을 치거나 공을 받고 개인기를 부리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이 공을 팀원에게 전달하기 좋은 코스가 보였으니까.

바로 눈 앞에 있는 상대 선수의 다리 사이 공간이 말이다.

발바닥을 이용해 키핑하는 척 공을 살짝 뒤로 빼다가 곧바로 그곳으로 집어넣는다.

골대 앞에서 도약 이후 땅에 떨어진 아스날의 철벽, 윌리엄 살리바에게.

콰앙-!

살리바의 주발인 오른발에 맞지도 않았고, 엄청 정확하게 임팩트된 슈팅도 아니었다.

그저 강하게 왼발에 맞춰 눈앞에 있는 골대를 향해 때렸을 뿐.

출렁-!

물론 골키퍼는 눈앞에서 살짝 스쳐 지나가는 그 공을 막지 못했고 말이다.

오히려 임팩트가 정확했더라면 예상하고 몸을 날리는 뉴캐슬의 수문장에게 막혔겠지만 불규칙한 바운드와 함께 공이 튕기며 그의 몸을 넘어갔다.

자신이 중거리 슈팅, 코너킥 상황에서 굳건하게 지키던 뒤의 골문을.

와아아아-!

“으하하하, 이게 얼마 만의 골이냐!”

아스날 원정팬들의 함성과 함께, 세레머니는 또 한 번 시작된다.

오랜만에 골을 넣은 살리바의 포효를 들으며 그의 등에 올라타는 유건.

주변으로 모여들어 함께 손을 하늘로 치켜들며 팬들의 힘찬 환호를 촉구하는 아스날 선수단.

후반 11분, 아스날이 뉴캐슬을 상대로 추가골을 뽑아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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