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57화 (157/208)

157화. 제치고 나서 하라고

[아스날 FC, 세비야를 총합 5:2의 스코어로 격파하고 유로파리그 4강전 진출!]

[유로파리그 4강 진출팀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스날,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챔피언스리그를 보는 듯한 유로파리그 4강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VS아스날과 바르셀로나VS유벤투스로 대진 완성!]

원정에서 돌아오는 사이, 아스날의 승리 소식과 다음 대진까지 빠르게 결정되었다.

유독 이변이 많았던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이었던 덕분에 16강에 올라가지 못하고 유로파리그로 내려온 세 팀.

아스날을 제외한 세 팀은 다 그런 경우였고,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의 수준 차이가 좁혀지긴 했지만 아직 많이 존재한다는 평가 덕분에 우승 후보로 평가받고 있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아스날은 그들보다 높은 배당률로 우승 후보로 평가받고 있었고.

4강전에서 매칭이 결정된 상대는 바로 헤타페 CF 시절 맞붙어본 경험이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매 시즌 만나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곳은 알렉스 둠바가 뛰고 있는 팀이었다.

올림픽에서는 무승부, 헤타페 CF 시절에는 유건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선수.

후안 루이스, 토마스 에르난데스와 함께 차세대 월드 클래스라고 평가받는 선수이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의 핵심.

게다가 아르테타가 살리바의 파트너로 점찍어놓은 월드 클래스 중앙 수비수의 후보 선수 목록 중 한 명이었다.

다음 이적 시장에서 영입을 제안할.

“오빠, 뉴캐슬전을 이기면 그럼 거의 확정이라고 봐도 되는 거야?”

“솔직히 다 이변의 가능성은 있는 팀들이긴 한데, 애초에 강팀을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확률이 높을 것 같아!”

“진짜 프리미어리그 우승하면 좋겠다! 나는 오빠가 원하는 걸 다 이뤘으면 좋겠어!”

“그럼 앞으로도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야 된다! 제일 바라는 게 그건데?”

“⋯그건 오빠 하는 거 보고!”

마침 유건의 회복훈련이 끝나고 차량을 이용해 데이트를 즐기던 여름은 물어본다.

사실 팬을 자처한 여름이긴 하지만 다른 팀들의 전력까지 모두 분석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랬기에 뉴스에서도 나오고 순위가 높은 뉴캐슬전에 대해 물어보고, 유건의 우승을 응원하기 위해서 질문한 것이다.

원하는 걸 다 이뤘으면 좋겠다는 여름의 말에 은근슬쩍 고백해보는 유건이었지만 그녀는 말을 돌렸다.

평소에 그런 말을 하지 않던 유건의 낯선 애정 표현 방식이 부끄러웠으니까.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팬 여러분들은 오늘 경기에서 뉴캐슬을 열렬하게 응원하실 것 같습니다!”

“첼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분들께서는 아스날을 응원하겠구요! 경기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순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축따튜브의 구독자분들이나 유건 선수의 개인 팬분들과 새로운 우승팀의 탄생을 바라는 많은 분들 등등 아스날을 응원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많긴 하죠?”

“그야말로 이번 시즌 돌풍 같은 질주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가고 있으니까요! 저도 이미 아스날의 팬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라니까요!”

오늘 아스날과 뉴캐슬의 경기가 펼쳐지는 곳은 바로 세인트 제임스 파크.

경기의 결과에 따라 프리미어리그의 결산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의 핵심 매치.

터널을 따라 경기장 안으로 입장하는 선수들을 보며 안준성과 전지우는 시청자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경기의 중요성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일요일 잠들기 전 황금 시간대에 경기가 배치되었기에 순위에 신경 쓰지 않는 라이트한 축구팬들도 중계를 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 경기는 확실히 남아있는 리그 경기 중에 제일 중요하다.”

“부담 가지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나는 우리 팀에게 좋은 결과가 도착할 거라 믿는다.”

“원정에 와서 상대팀 홈팬들을 침묵시키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니까 말이야, 그렇지 않아?”

“당연하지! 오늘도 그렇게 해보자고!”

중요한 경기를 시작하기 전,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파티노로부터 팀원들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부담은 가지지 말자는 말로 시작한 그의 외침은 팀원들에게 승리를 원하는 마음을 크게 키운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마치 도서관처럼 만들어서 아스날 팬들만 환호성만 지르게 만들고 싶었으니까.

그런 마음을 담아 파티노의 말이 끝나자마자 큰 목소리로 이어받아 외치는 유건이었다.

삐이익-!

그리고 시작되는 경기의 휘슬.

카마메니와 파티노가 함께 뛰는 투 볼란치 전술 대신 오늘은 외데고르를 투입하면서 4-3-3 전술을 선택한 아르테타.

빠른 주력의 윙포워드들을 전술의 무기로 삼아 사이드 지역에서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의 뉴캐슬.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응하기 위해 미드필더를 넓게 벌리며 개인별로 압박을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마틴, 공을 잡으면 앞쪽으로 마음껏 올라가라구!”

“건, 밑은 신경 끄고 공격에 집중해!”

더불어 공격 상황에서는 외데고르와 유건이 둘 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포지션에 위치하면서 공격력을 극대화한다.

선축으로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연속적으로 유효 슈팅을 기록하고 있었다.

한 명이 올라가면 나머지 한 명이 중앙으로 이동하며 뒤쪽에서 지원해주고, 왼쪽 메짤라인 건이 올라가면 소우사가 미드필더 지역을 메꿔주고 오른쪽 메짤라인 외데고르가 올라가면 페레이라가 미드필더로 들어왔다.

아르테타가 4-3-3 스타일을 쓰는 경우에는 사이드백을 지금처럼 인버티드 윙백으로 많이 사용했다.

순간적으로 역습 상황에서 수비력이 부족해지긴 하지만 몰아붙이는 상황에서는 공격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것과 동시에 미드필더의 점유 공간을 늘리는 전술이었으니까.

투욱-!

“그대로 치고 나가!”

하지만 뉴캐슬도 쉬운 팀은 아니었던 것이,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패스를 뿌리는 외데고르를 순식간에 에워싸더니 공을 빼앗아낸다.

마침내 빼앗아내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전진을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오른쪽 사이드백인 페레이라가 중앙 쪽으로 들어와 있었기에 비어있는 아스날의 오른쪽 사이드를 노리고서.

뉴캐슬이 바라보는 방향에서는 왼쪽 날개에게까지 공을 잡은 상황.

스윽-! 스윽-!

프리미어리그의 탑 드리블러라고 평가받는 뉴캐슬의 좌측 윙포워드.

그가 커버를 나오는 아스날의 철벽 윌리엄 살리바를 앞에 두고 다리를 공 주변으로 휘저으며 드리블을 치기 시작한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화려한 드리블은 마틴이나 건이 더 잘한다고!’

하지만 그런 드리블을 앞에서 보고 수비 자세를 잡고 있는 살리바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끝까지 공을 응시하면서 언제든 순간적인 태클로 빼앗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찬 것처럼 보였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대로 훈련 세션에서 외데고르나 유건의 화려한 드리블을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에.

특히 어린 시절 후안 루이스도 인정했던 화려한 유건의 드리블은 경험이 쌓이기 전까지 막아내기 쉽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런 다양한 드리블을 막아내 봄으로써 발을 뻗지 않고 끝까지 기다린다면 커팅할 기회는 온다는 것을 체득한 살리바였다.

투우욱-!

“후욱, 후욱! 저리 비켜라.”

현란한 헛다리 드리블에 속지 않는 살리바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고민하던 바를 시행하는 뉴캐슬의 윙포워드.

공을 길게 친 다음 재빠른 가속을 이용해 그를 제치고 지나가는 치달 작전이었다.

순간적으로 몸을 앞쪽으로 내뱉으며 공을 치고, 살리바의 몸을 스쳐 지나간다고 생각할 때쯤 가소롭다는 말투로 그를 도발한다.

물론 곧바로 살리바가 몸을 비틀어 달리기 시작하면서 어깨싸움을 할 것은 예상 못 한 채로 말이다.

콰앙-!

“⋯그런 말은 제치고 나서나 하라고.”

마침내 경합하던 둘 중에 한 명이 잔디와 부딪히면서 나가떨어진다.

그 정체는 바로 뉴캐슬의 윙포워드.

어깨를 먼저 집어넣은 덕분에 몸싸움에서 승리한 살리바는 굳건하게 선 채로 도발하던 그에게 말을 돌려준다.

제치지도 못할 거면 나대지 말라는 의미를 담아서.

“한 골 먼저 넣으러 가자!”

빼앗아낸 공은 망설이지 않고 십년 이상 호흡을 맞춰 온 자신의 팀원에게 주기 위해 고개를 드는 살리바.

언제나 그렇듯 패스를 주기 편한 위치로 미리 움직여준 정 많은 선수, 파티노에게.

순간적인 역습을 차단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아스날에게 기세가 넘어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공을 소유하면서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결정할 수 있고, 만약 성공적으로 과정을 전개한다면 기세가 오르지 않겠는가.

바로 이전에 실패한 상대팀 뉴캐슬과는 다르게 말이다.

***

그리고 다시 만들어가던 아스날 공격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것은 바로 유건이었다.

뉴캐슬 수비 라인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패스를 뿌린다.

- 축따형 패스 하나만 골로 연결시켜줘라, 공격진 형들!

- 오늘 쿠아바랑 러너 폼이 별로인 것 같지만 캐시 폼이 발딱 선 것 같아서 믿고 있음! 곧 하나 꽂아넣을듯?

- 그나저나 오늘도 어시스트하면 진짜 미쳤네, 리그 30어시스트 해버릴 것 같은데? 지금 28어시스트 아닌가!

└ 토트넘전에 하나 더 추가로 어시스트로 잡혀서 29어시스트가 맞음. 30개는 충분할 것 같고 35개도 잘하면 될 것 같은데

그런 그를 보며 축따튜브의 구독자들은 계속해서 응원을 하고 있었다.

오늘 만약 어시스트를 올리게 된다면 리그 공격 포인트 42개, 12골 30어시스트를 기록하게 되는 순간이었으니까.

보통 프리미어리그에서 도움왕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평균 15~20개 내외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것을 보면 지금 유건의 페이스는 말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아직 5경기 이상 라운드가 남아있었고 유건은 1경기당 1개 수준의 어시스트를 하고 있었으니까.

스으으-!

그런 인간 같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유건이 오늘 보낸 킬패스 중 가장 성공적인 패스가 전달되었다.

아스날의 공격진 중 이번 경기에서 가장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오른쪽 사이드의 캐시에게.

그가 자신있어 하는 사이드백과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주면서 말이다.

‘⋯이번엔 조금 더 확실하게!’

좋은 공격 과정을 만든 것은 사실이었지만 아직 팀의 득점을 올리는데 기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캐시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과정이 좋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패배라는 단어를 가지고 돌아가는 종목이었기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이 보다 가까워져있는 지금 상황에서 패배는커녕 무승부 따위도 필요 없었고 오직 승리만이 중요했다.

상대로 어떤 팀을 만나게 되든, 모두 승리를 거둔다면 승점을 역전당할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투욱-! 투욱-!

그런 마음으로 바디 페인팅을 치는 캐시의 엇박 드리블.

잉글랜드 선수 같지 않게 독창적인 무기인 특유의 리듬을 이용하여 한 명 혹은 두 명을 손쉽게 벗겨낸다.

팀 내 드리블 성공률이 제일 높은 선수가 자신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오늘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젠장, 오른쪽이라고?”

지금 캐시의 드리블을 막아내던 뉴캐슬의 왼쪽 사이드백이 무게 중심을 잃고 잔디에 쓰러지며 허탈한 혼잣말을 내뱉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측면으로 스쳐 지나가는 캐시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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